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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2. 내가 무얼 훔쳤을까
작성일 : 20-08-05 23:15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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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내가 무얼 훔쳤을까

 

 ‘아버지…….’

 ‘감히 황실 나부랭이가 오대세가를 건드린 것이라면. 그것은 곧 무림맹에 칼을 겨눈 것과도 같다. 내 기필코 후회하게 해줄 것이야.’

 

 20년 전. 정사대전은 정파의 승리라는 위명 아래 구파일방의 숭고한 희생이 뒤를 따랐다.

 

 사파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정면충돌을 강행한 구파일방은 기력을 다 쏟아낸 경주마처럼, 대전 이후의 상처를 수습하느라 봉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긴 휴식에 들어가야만 할 정도로 막심한 피해를 얻은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빠진 혼탁한 무림의 평화를 수호하는데 앞장선 것은 오대세가였다.

 

 특히나 그들의 본가가 있는 지역에서 오대세가의 위명은 황실에 버금갈 정도였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거라, 후야.’

 

 단신으로라도 황궁으로 쳐들어갈 것만 같은 아버지의 기세에 팽후영은 빠르게 그날로 짐을 꾸려 서산을 향했다.

 

 그래서 하북을 나서는 팽후영은 그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생각이 많았다.

 

 누님의 죽음이 누군가의 소행일 것이라는 음모론에 잠겨 그만, 어린 동생이 제 뒤꽁무니를 밟는 것도 몰랐다.

 

 ‘오라버니? 빨리 안 오고 뭐 하세요?’

 

 그래서 빠르게 경공을 써 움직이는 팽후영의 앞에 떡하니 나타난, 헥헥 거리며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천천히 좀 가라며 타박하는 팽소령을 발견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귀찮은 사건에 휘말리지나 않았으면 했는데.’

 

 누님의 죽음도 골치가 아픈데 어린 동생이라니.

 

 팽후영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삼호의 시체를 발견한 곳으로 추정되는 산서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일이 터졌다.

 

 현위를 만나러 가기 전, 잠시 묶고 있던 객잔에서 하필이면 거지 하나가 현위의 담을 넘었다는 소릴 해댈 것은 무얼까?

 

 “뭐야?! 감히 거지 주제에 우리 아버지의 친우 댁 닭을 훔쳐?!”

 

 팽소령은 팽후영이 말릴 새도 없이 객잔을 뛰어내렸다.

 

 팽소령은 죽은 누이의 심복을 추적하는 중임을 모른다. 그래서 대충 산서현의 현위가 아버지의 친구라서 안부 차 들리는 거라며 둘러댄 것이었는데, 참으로 난처하게 되었다.

 

 “에휴. 팽씨가 어디 가겠나.”

 

 팽소령이 만들어낸 소란을 보며 팽후영은 잔에 남아있는 차를 한꺼번에 들이켰다.

 

 패도적이고 빠른 도법이 문제일까? 하북팽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미가 급했다.

 

 가뜩이나 삼호의 추적으로 골머리를 썩이기는 중인 팽후영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기 전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 그 정신 나간 도둑놈! 닭 훔친 외팔이 거지가 저기 있습니다! 저기, 저 골목 돌아 달아나는 누더기 입은 놈입니다!”

 

 휙!

 

 객잔 이 층에서 가뿐하게 뛰어내린 짐승만치 커다란 팽후영의 신형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저 멀리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외팔이 거지를 잡기 위해서였다.

 

 ***

 

 “어머! 현위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언제나 말씀하셨던 분이 바로 아저씨셨군요!”

 “음……? 하북팽가 가주께서 나를?”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현위 님 보고 아저씨라니!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해요!”

 “아, 아니. 뭐, 그, 그럴 수도 있지. 하하!”

 

 산서성 여랑 현의 현위직을 맡은 고관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주룩 흘렀다. 난데없이 다짜고짜 저택으로 들이닥친 패거리 덕분에 정신이 쏙 빠졌다.

 

 “아버님께서 매일 같이 말씀하시던 친구분을 만나 뵈니 너무 기뻐서 그만, 실례를 저질러 버렸네요! 에잇, 기왕 이렇게 된 거! 소녀가 감히 현위님을 아저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 그럼! 그래도 되도 말고. 아저씨라고 불러도 좋단다. 하하!”

 “감사해요, 아저씨!”

 “그런데……. 하북팽가 가주님께서 내 이야기를 하셨다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조심스럽게 묻는 현위의 질문에 팽소령은 환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럼요! 저희 아버지께서 아저씨를 얼마나 보고 싶고 또 그리워하셨는지, 아버지가 일도 팽개치고 직접 오시려는 것을 말리느라 제가 아주 곤욕을 치렀답니다!”

 

 아버지 몰래 나온 여행인 만큼, 그녀는 아버지의 친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앞서 있었다.

 

 “호호호! 아니, 오라버니! 왜 자꾸 이래요? 옆구리 좀 그만 찔러요!”

 

 현위는 이마에 주르륵 흐르는 땀을 닦았다.

 

 여인은 그렇다 쳐도, 그녀와 함께 있는 저를 하북팽가의 팽후영이라 소개한 호랑이같이 거대한 사내는 저걸 미소라고 짓고 있는 건지?

 

 현위는 제게 험악한 송곳니를 내보내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 사내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아버지가 평소에 얼마나 제게 아저씨 이야기를 하셨다구요!”

 “그, 그랬느냐?”

 “그럼요! 제가 어릴 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현위님처럼만 자라 달라며 얼마나 잔소리를 하시던지! 아니, 오라버니? 그만 좀 치라니까요!”

 

 팽후영이 말릴 틈도 주지 않고서 팽소령은 쉴새 없이 입을 놀려댔다.

 

 “그, 그러셨구나! 나는 가주께서 내게 관심이 많, 많으신지도 모르고 있었구나. 하하하!”

 

 하북팽가의 가주가 현위를 얼마나 많이 아끼고 또 생각하는지에 대해 소녀는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나, 나는 하북팽가 팽호연과 마주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현위는 팽소령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눈만 끔벅끔벅했다.

 

 “소령아! 네가 오늘 말이 너무 많구나! 하하하! 죄송합니다, 현위님. 얘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상상력이 남달라-”

 “오라버니! 이게 바로 예법이에요! 원래 이 정도는 다 해요! 아이참, 아무것도 모르는 건 오라버니면서!”

 

 하북팽가의 두 남매와 현위가 하는 짓거리를 잠자코 구경하며 그들 옆에 포박된 채로 무릎을 꿇고 있던 거지 둘이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주로 고개를 돌려 피하는 쪽이 우현이었고,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는 거지 쪽이 장익삼이었다.

 

 “-그래서! 제가 어디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저희 아버지가 아끼는 친우분의 집을 털고는, 이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버릇 없는 거지를, 제가 어찌 가만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야기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어째서 두 거지를 데리고 이 시간에 현위를 찾아오게 되었는지, 평소령은 당당히 한 손을 허리에 얹고는 우현과 장익삼을 지목했다.

 

 그러자 앉아 있던 현위가 그녀의 말에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뭐라고?! 내 재물을 감히 한낱 거지 따위가 탐하다니!”

 

 팽소령과 현위, 그리고 팽후연의 시선이 두 거지에게 쏠렸다. 그러자 우현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현위가 지은 경악한 표정을 따라 하며 장익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둘을 당당하게 가리키고 있던 팽소령의 가냘픈 손가락마저도 작게 미끄러지며 장익삼 한 사람만을 가리켰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장익삼은 입을 쩍 벌렸다. 모든 이가 마치 저를 날도둑놈 취급했다.

 

 영문을 몰라 똥그랗게 떠진 눈은 불안하게 흔들리다가, 앞에서 저와 똑같은 표정을 하는 현위와 딱 마주쳤다.

 

 “사실이냐? 거지 놈이 내 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댔다는 것이?”

 “예, 아저씨! 저 팽소령이가 하북팽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제가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니까요! 요 못된 외팔이 같으니라고!”

 “네 이놈-! 당장 네 죄를 고하지 못할까!

 

 퍽!

 

 제법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포박된 뒤에 있던 관병에게 처맞은 장익삼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 아이고! 무, 무엇을 말입니까요!”

 “네놈이 이래도-! 지금 누구 앞에서 발뺌하려 드는 게야!”

 

 퍽,퍽-!

 

 장익삼이 꿈틀꿈틀 일어서자마자 또 매를 맞고는 앞으로 자빠졌다.

 

 외팔이라 그런지 조금만 툭 쳐도 균형을 잃고서 오뚜기처럼 넘어갔다. 우현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장익삼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허! 좋다! 네 놈이 아주 이 자리가 우스운가 보구나!”

 “대, 대인! 대체 무얼-”

 “어디, 이래도 말을 안 하나 보자! 뭣들 하느냐? 저 거지 놈이 입을 열 때까지 매우 치지 않고!”

 “예!”

 

 퍽퍽!

 

 두 명의 관병이 달라붙어 장익삼에게 무자비한 발차기를 날렸다. 무공을 익힌 몸이라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었지만, 장익삼은 그러지 않았다.

 

 “아이고! 아이고, 살려주십시오! 소, 소인이 잘못 했습니다요!”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아하니, 마치 제가 현위 댁에서 무언가를 훔치고 나온 것처럼 들렸다.

 

 일개 거지가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도 골치 아픈데, 도둑놈 누명까지 있다면 차라리 숨기는 것이 나으리라.

 

 ‘이런 씨부랄! 필시 저놈이 한 짓거리겠지.’

 

 장익삼은 아까부터 제 눈길을 피하는 우현을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살, 살려만 주십시오! 소인이 다, 모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요!”

 

 욕지거리를 삼킨 장익삼은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자꾸만 나 몰라라 하며 저의 시선을 피하는 우현을 쥐어패며 입을 열게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제게 가해지는 매질을 멈추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만!”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현위가 관병을 물렸다. 바닥을 기던 장익삼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래. 이제야 이실직고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구나.”

 “예, 예!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요!”

 “허면!”

 

 그러자 현위가 도로 의자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큼큼 목소리를 다듬은 그가 물었다.

 

 “......네 놈이 훔친 내 재물이 무엇이냐?”

 “-!”

 

 현위도 일단 하북팽가의 남매가 찾아와 죄를 고하니, 매질을 하기는 했는데. 정작 장익삼이 무얼 훔쳤는지 몰랐다.

 

 “그-그건.”

 

 현위가 그에게 묻자 장익삼은 대답을 못하고 입술만을 달싹였다.

 

 “허어! 이놈이 아직도?! 여봐라, 저놈을 매우 쳐라!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 놓아야 입을 열 모양이구나!”

 “아, 아이고! 나으리! 소인에게 시간을 조, 조금 주시면!”

 “저 미친놈이 아직도 제 죄를 인정하지 못하고!”

 

 정말이지 대답을 정말 하고 싶으나,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장익삼이 입술을 짓씹었다.

 

 관병이 들고 있던 창을 크게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저 봉으로 맞는다면 골병이 날 것이 분명했다.

 

 외팔이는 담담하게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현위 나리!”

 

 곤봉이 장익삼의 등으로 막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잊혔던 또 다른 거지, 우현이 현위를 큰 소리로 외쳐 불렀다.

 

 포박되어 불똥이 튈까 봐 구석으로 슬금슬금 기어간 우현. 눈치를 보던 그가 갑자기 머리를 땅에 쾅! 박으며 말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옵소서! 저 거지는 팔을 잃은 충격으로 그만 정신이 6살 난 아이와 진배없는, 불쌍한 자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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