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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1. 하북팽가의 두 남매
작성일 : 20-08-05 23:15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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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하북팽가의 두 남매

 

 “이런 오만방자한 놈을 봤나! 네 더러운 몸뚱이 또한 저잣거리에서 구걸하게 허한 것이 현위시거늘! 은혜도 모르고 감히, 도둑질하려 들어?”

 

 우현의 목에 대어 있던 칼이 당장에라도 목을 내리칠 것처럼 높이 치켜 올라갔다.

 

 여인이 든 것은 날이 한쪽만 나 있는 도였다.

 

 “여, 여협! 그것이 아니오라-.”

 “오냐. 내 네놈에게 다시는 그런 생각 못 하게 만들어주마!”

 

 아무리 소녀 같은 외양을 했다 하더라도 강호인은 강호인이었다.

 

 갈무리하지 않은 여인의 기백에 일반인인 우현은 숨을 내뱉기조차도 어려웠다.

 

 “내 오늘 현위 댁 담을 넘은 데다가 재산까지 탐한 놈의 최후가 어떤지 보여주마!”

 

 우현과 여인은 객잔 앞에 대치하고 있었다. 함께 있던 거지는 돗자리를 내팽개치고 혼비백산하여 도망간 지 오래였고, 주변을 서성이던 장사치들이 헐레벌떡 등을 돌려 달아나고 있었다.

 

 태풍의 눈 안에 있는 것처럼 둘만이 고요했다.

 

 “-!”

 

 우현은 번쩍 들려 빛을 반사하는 칼날을 홀린 듯 바라봤다. 이상하게 피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코에 닿을 듯 접근한 도에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몇 가닥이 허공에 흩날렸다.

 

 “소령아! 그만하면 되었다!”

 

 칼날은 우현의 속눈썹을 하나 베고는 허공에서 딱 멈춰 섰다. 마침 그녀가 뛰어내린 객잔에서 이를 말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 덕분이었다.

 

 “괜한 소란 부리지 말라 내 누누이 일렀거늘!”

 

 우현은 제 눈앞에서 거둬지는 도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이 꼭 꿈같았다.

 

 “치. 누가 죽인답디까? 저도 혼쭐만 내주려 한 것이어요.”

 

 입술을 삐죽 내민 여인이 고개를 위로 휙 꺾었다.

 

 그러자 객잔의 이 층 창가에서 이 소란에도 불구하고 점잖게 차를 마시고 있는 거구가 보였다

 

 “후 오라버니-! 오라버니도 저와 함께 듣지 않으셨나요? 이 더러운 거지 놈이 감히 아버지 친우분의 댁 담을 넘나들고는 닭을 훔쳤다잖아요!”

 “그래, 나도 다 들었다. 하지만 그놈은 팔이 모두 붙어있지 않으냐.”

 “그래서요?”

 “담을 넘은 것은 놈이 아니란 소리지.”

 “거야 지금 하나 없애면 간단한 것 아닌가요?”

 “소령아!”

 

 남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푸른 청색의 무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타고난 골격이 어마어마했다. 탁자 밑으로 수납하지 못한 두꺼운 허벅지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작은 아이들 용 의자 위에 거대한 곰을 얹어 놓은 것만 같았다.

 

 그런 체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현에게 칼을 드리민 여인과는 혈육인 모양인지, 부리부리해서 작고 뚜렷한 이목구비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담을 넘은 거지 놈도 태형을 받아 돗자리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더냐. 이미 죗값을 치른 마당에, 너 그만두고 당장 이리 오너라.”

 “이런 이야기를 아래 것들이 시시덕거리게 놔두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 삼, 제 사의 닭도둑들만 늘어날 뿐이라고요?”

 “어허! 네가 그래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니까요, 오라버니!”

 

 남매의 대화를 들으며 우현이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중이었다. 저 멀리에서 정신없이 달아나는 사람들 사이로 장익삼이 보였다.

 

 바닥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그는 주변 소란에 깨어서는 눈을 끔벅 거리며 ‘뭔 소란이요?’하며 사람들에게 묻고 있었다.

 

 ‘아저씨!’

 

 소리 없는 간절한 시선을 담아 우현이 장익삼을 불렀다. 그러자 기적처럼 장익삼의 시선이 우현에게 닿았다.

 

 누워있던 장익삼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라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동작으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로 우현이 쏘아보내는 눈빛이 몹시도 간절했다.

 

 ‘역시, 장 아저씨야!’

 

 우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처자다가도 도약 한 번에 벌떡 일어나는 것이 역시, 평소에 맹해 보였을지언정 무인은 무인이었다.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사실에 우현은 제 팔과 목에 장난으로 도를 들이대는 여인 앞에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우현아! 걱정하지 말아라!’

 

 그런 우현의 심정을 눈치챘는지, 멀리 있는 장익삼이 그를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우현은 조금 감동하여 입술을 꾹 깨문 채로 그를 향해 턱 끝을 살짝 끄덕였다.

 

 ‘좋다. 그럼 살아서 보자. 먼저 간다. 몸조심하거라.’

 

 그리고는 장익삼은 날름 동냥 그릇을 챙기더니 우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역시 무인은 달라서, 그 동작이 꼭 번개 같았다.

 

 ‘…….’

 

 장익삼이 저를보며 풉! 하고 웃었을 때였다. 장익삼의 수신호를 읽고도 충격에 굳어 있던 우현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내일 보자고? 하! 지금 누가 그놈의 돗자리 때문에 이 꼴이 되었데!’

 

 우현의 상황을 파악한 장익삼은 퍽 웃겼는지, 입을 막고 키득거리며 어깨를 떨고 있었다.

 

 밥그릇을 챙기고는 자리를 뜨려는 장익삼을 보며 우현이 으드득 이를 갈았다.

 

 “하아? 이 거지 좀 봐? 감히 누구 앞에서 한눈을 팔고 있는 거야? 정녕 죽고 싶은 게냐!”

 

 그러자 오라비와 대화를 나두던 여인이 나섰다. 거지가 저를 무시했다고 생각했는지, 도 집에 넣어둔 도를 다시 꺼냈다.

 

 후웅!

 

 여린 팔은 그에 걸맞지 않게 큰 궤적을 그리며 도를 휘둘렀다.

 

 다시 눈앞에서 흉흉한 칼날이 춤을 추자 우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혼자 살겠다고, 나를 두고 도망을 가? 이 정 없는 외팔이 새끼가!’

 

 우현은 몹시도 억울했다. 눈앞의 여인의 손에 쥔 도보다, 제가 이 꼴이 되었는데도 입을 쳐 막고 낄낄거리는 장익삼이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이대로는 죽더라도 억울해서 눈을 감지도 못할 것 같았다.

 

 “자, 잠시만! 여협, 잠깐만요!”

 

 귀 옆으로 붕-! 하고 허공을 베고 제게 다가오는 도날의 소리를 들으며, 우현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 정신 나간 도둑놈-! 닭 훔친 외팔이 거지가 저기 있습니다! 저기, 저 골목 돌아 달아나는 누더기 입은 놈입니다!”

 

 

 ***

 

 

 팽소령은 오라버니인 팽후영과 함께 하북을 떠나 강호 유랑에 나서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생에 첫 장거리 여행인 동시에 제가 갈고 닦은 무공을 마음껏 펼칠 기회였다.

 

 물론 아버지 팽호연의 반대가 극심하여 떠나는 오라버니의 뒤꽁무니를 쫓아 몰래 나와야만 했지만.

 

 ‘내게는 무슨 호가 생기게 될까? 도법보다는 제 미모에 향한 예찬이 따라붙으면 좋으련만.’

 

 팽소령은 적어서 품에 넣어둔 호를 보며 대여섯 개에 동그라미를 쳤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했다.

 

 오라버니 팽후영이 간단한 여정길에 올랐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고작 산서에 사는 아버지의 친우에게 안부나 전하려 다녀오면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집착이 점점 심해지신단 말이야.’

 

 그래서 팽소령은 저를 막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어 강호 유랑의 꿈에 젖어있던 팽소령으로서는 아버지가 어째서 심부름 가는 오라버니와 함께 가는 것을 이렇게 극구 말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아버지를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이를 쫓아가겠다며 식음을 전폐했던 언니, 팽주령.

 

 딸의 고집을 못 이긴 아버지는 그녀를 가문에서 내쳤다.

 

 그리고 반년도 안 되어 돌아온 딸의 부고 소식에 하북팽가의 가주 팽호연은 집채만 한 커다란 덩치가 무너졌다. 제 탓이라며 땅을 치며 통곡했다.

 

 ‘언니를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까지 평생 집안에 갇혀 있을 수는 없잖아?’

 

 첫째 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팽호연은 하나 남은 딸 팽소령을 집안에 가두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다뤘다.

 

 팽소령도 처음에는 팽호연의 뜻을 따랐다. 천방지축인 그녀도 딸을 잃은 아버지의 상심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한 달의 여정, 그것도 오라버니와 함께하는 길이다. 이것마저도 급구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자유로운 영혼의 팽소령을 더욱더 갑갑하게 만들었다.

 

 ‘소, 소령아! 네가 어찌 여기에!’

 

 그래서 팽소령은 몰래 하인으로 분장하여 떠나는 팽후영의 뒤를 쫓았다.

 

 패천일도 팽후영.

 그녀의 오라비인 팽후영은 이미 무림을 몇 차례 나가 중원에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패도적이고 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른 도법을 구사하는 그는 이미 하북팽가의 듬직한 후계자로 명성이 자자했다.

 

 ‘아버지는 너무 옛날 사람이라니까.’

 

 팽소령은 아직도 무림의 평화를 믿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너무 옛날 사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겨우 친우의 안부를 전하러 가는 짧은 여정에 쓸데없이 걱정이 많았다.

 

 ‘사파가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펼쳐진 지금, 공공연한 팽가의 후계를 건드릴 자가 누가 있다고!’

 

 그렇게 팽소령은 오라버니와 함께라면, 아무리 말없이 나왔다곤 하지만 아버지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편, 팽소령의 오라버니 팽후영은 여행길 내내 밝기만 한 여동생과 상반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사색에 잠겨 있는 그는 팽소령이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팽후영의 얼굴에는 늘 그늘이 끼어있었다.

 

 갑자기 여정에 끼어든 여동생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보다 더 큰 시름을 앓고 있었다.

 

 ‘후영아.’

 ‘예, 아버지.’

 ‘주령이의 죽음 이후에 삼호로 부터 소식이 끊어졌다.’

 

 삼호. 삼호는 하북팽가의 무공 중 외공과 권법에 통달한 충실한 심복이었다.

 

 제아무리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나겠다는 딸을 호적에서 파버린 무정한 팽호연일지라도, 그도 딸의 아비였다. 그래서 가장 아끼는 심복을 곁에 붙여두고는 딸을 항상 신경 썼다.

 

 그런데 하필이면 정분이 났다는 상대가 황태자일 것은 뭔지.

 

 무기를 착용할 수 없는 황궁에 최적화된 호위무사로 팽호연은 외공을 연마한 삼호를 딸의 곁에 붙여 놓은 것이다.

 

 ‘누님에 이어서 삼호 아저씨까지요? 이게 무슨-!’

 

 그런데 쥐약을 개어 놓은 물을 잘못 마시고 죽어버렸다는 황당한 딸의 죽음 소식과 함께 삼호의 서신도 끊겼다.

 

 딸과 심복을 동시에 잃은 팽호연은 슬픔과 분노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서 아들 팽후영을 불렀다.

 

 ‘산서의 현위가 삼호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시……신이요?’

 ‘그래. 네가 다녀와 진상을 알아 오너라.’

 ‘예, 아버지.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누님의 죽음에 관여한 자들은 이 팽후영이 하북 팽가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금방 충격을 회복한 팽호연은 든든한 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후영이 너만 믿겠다. 만약, 만약 주령이의 죽음이 누군가의 계획하에 진행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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