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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10. 그놈의 돗자리
작성일 : 20-08-05 23:14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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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그놈의 돗자리

 

 장익삼에 의해 우현의 인중에서부터 턱 밑까지 하얀 선이 쭈욱 그어졌다.

 

 “아악! 아, 더럽게 진짜!”

 

 우현은 더럽다며 질색팔색을 했다. 갖은 짜증을 내었으나 옆에서 홧홧홧! 하고 소리를 내고 웃으며 데굴데굴 구르는 장익삼을 보며 참나! 하고 말았다.

 

 발버둥 치던 우현의 손에 닿아 장익삼의 오른쪽 뺨에도 숯검정이 묻었는데, 우현은 또 우현대로 그걸 보며 웃었다.

 

 어느덧 거지 노릇도 15년 차가 되었다. 우현은 얼굴뿐만이 아니라 머리에도 모래를 한 줌 뿌리고 흙을 갠 물을 뿌려 산발을 만들었다. 옷도 진흙탕물 콱콱 밟아서 전날 널어놨던 것을 입었다.

 

 물론 외관만 이럴 뿐, 내복은 멀쩡했다.

 

 모두 거지 생활을 하다 보니 터득한 지혜였다. 행색이 남루해야 돈을 더 받았다.

 

 “저거 저거! 저래서 무슨 영업을 하겠다고. 끌끌끌!”

 

 우현은 제가 있는 구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객잔 앞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그곳엔 거지 주제에 근본도 모르고서 돗자리를 깔고 영업을 하는 다른 거지가 있었다.

 

 “아주 배가 불렀구나, 배가 불렀어.”

 

 돗자리라니? 거지 초보가 분명했다. 맨땅은 비록 모래가 무릎에 배겨서 아플지언정, 저런 멍석이 없는 편이 돈을 훨씬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꺼억-! 네놈이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더냐?”

 

 우현에게 구걸을 맡겨두고서 빈둥대던 장익삼이 역정을 부렸다.

 

 가뜩이나 점심도 우현의 몫을 반이나 뺏어 더 먹지 않았던가? 배가 불렀다는 그의 혼잣말을 듣고는 뜨끔한 것도 당연했다.

 

 외팔이는 금방이라도 우현의 꿀밤을 때릴 듯이 꾹 주먹을 쥐었다.

 

 “아이고, 아저씨! 제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역시 네놈이 그럴 리가 없지. 그렇지?”

 “그렇고 말고요! 아저씨는 배가 부른 게 아니라, 나온 것이 아닙니까!”

 “뭐, 뭐야?”

 

 장익삼은 숨을 흡!하고 들이마셨다. 쏙 들어간 제 배를 땅땅 치며 이것 보라며 우현에게 변명하려는데 영악한 청년은 장익삼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허튼짓하지 말고, 저기! 저쪽을 좀 보세요! 배불렀다는 소리가 안 나오게 생겼나?!”

 

 우현이 재빠르게 입술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딱밤을 맞지 않으려 그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참 어설펐다.

 

 “헹. 뭐가 말이냐?”

 

 어디, 맞고 싶지 않으면 어디 한번 해보아라. 하며 장익삼은 우현을 따라 흉흉한 시선을 옮겼다.

 

 “뭐 말이야? 객잔?”

 “예, 객잔이요! 그 앞에서 돗자리 깔고 영업하는 거지를 좀 보란 말입니다! 저렇게 돗자리 깔고 편하게 지낼 거면 집에나 있지, 아주 배가 부르지 않았습니까?! 저러고 구걸한다고 밖에 나와서는-”

 “옳거니! 내가 왜 돗자리 깔 생각을 못 했을까! 그렇지 않으냐?”

 

 ‘-아주 건방진 거지 아닙니까? 몇 년 차일까요? 아는 게 쥣불도 없는게 삼일 차 같습니다.’

 

 하고 말을 붙이려던 우현은 환하게 펴지는 장익삼의 얼굴을 보며 아차 싶었다.

 

 “……밖에 나와서는! 어마나 세상에나! 저렇게나 열심히 일하는 거지가 또 어디 있을까?”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예, 예. 밥을 아주 잘 먹고 다니는지, 배가 불러 보여 참 다행입니다.”

 

 장익삼은 우현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제 눈치를 슬그머니 보며 자연스럽게 태세를 전환하는 그가 퍽 우스웠다.

 

 “현아.”

 “예, 아저씨.”

 “가서 돗자리 좀 빌려 오너라.”

 “예? 빌려 오라고요?”

 “이야. 그나저나 내가 왜 여태 돗자리 쓸 생각을 못 했을까?”

 

 장익삼은 구걸할 때면 산책 나오다 주저앉은 개처럼 먼지 나는 흙바닥 위에 엎드려 있었다.

 

 돗자리가 있으면 조금 더 편하게 잘 수 있었을 텐데! 이제야 알게 된 장익삼은 바닥을 턱턱 치며 통탄했다.

 

 “안 가고 뭐 하느냐? 귓구멍에다가는 숯을 꽂아 놓은 모양이지? 딱밤을 맞아야 내 말이 들리려나.”

 “가, 갑니다. 가요.”

 

 우현은 입을 비죽 내밀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돗자리라니! 구해 오라 윽박지르는 바람에 가긴 간다만,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의 것을 탐하다니. 그는 영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다.

 

 “에휴. 거지 주제에 돗자리라니. 배가 불렀구나, 아주 배가 처 불렀어!”

 “아직도 저놈이 그리도 못마땅하더냐?”

 “무슨 소리예요? 지금은 아저씨한테 한 말인데. 일부러 못 들은 척하시는 거예요?”

 “뭣?! 이놈이!?”

 “다녀오겠습니다!”

 

 우현은 번개같이 일어나 행인이 많은 거리로 쏙 녹아들었다. 장익삼은 한동안 씩씩대다가 피식 웃고 넘어갔다.

 

 건방진 우현이었지만 함께 있으면 매번 심심하지는 않았다.

 

 

 ***

 

 

 “아니, 이게 무슨 개똥 처먹는 소리야? 난데없이 남이 쓰고 있는 돗자리를 내놓으라니! 대체 어느 지역 거지 법이야?”

 “아이고! 형님! 알지요, 저도 잘 알죠! 저라고 이러고 싶어서 그러겠습니까?”

 

 객잔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구걸하던 거지에게 다가간 우현은 당연히도 욕을 바가지로 들었다.

 

 예상한 냉대에 입술에 침을 바르고서 그가 입을 열었다.

 

 “유명하니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지요? 그 팔 한쪽밖에 없는 불쌍한 거지 아저씨 말입니다!”

 “알지. 내 소문은 들었다마다.”

 “예제가 때마다 끼니는 챙겨주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그이가 팔을 잃은 충격에 머리도 살짝. 제 고충이 느껴지십니까?”

 “쯧쯧쯧. 고놈 참! 팔 외에 다른 허우대는 멀쩡해 보이더니만! 그거 정신이 돌아 있었구먼!”

 

 우현은 실실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아 삼키며 말했다.

 

 “맞습니다! 모자기까지 한데다가 힘은 또 어찌나 세던지. 게다가 식탐은 어떻고요?”

 “아이고. 자네가 고생이 많네. 동냥하여 제 한 몸 챙기기도 빠듯할 터인데.”

 

 우현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고개를 떨구는 척하며 몰래 입꼬리를 씨익 올려 웃었다.

 

 이 거지, 초보 티가 너무 났다. 이미 제게 넘어왔다는 확신이 섰다. 조금만 더 긁어주면 돗자리는 물론이고, 거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숟가락마저도 얹혀서 줄 기세였다.

 

 “크흠!”

 

 우현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마치 이야기꾼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과도 같았다.

 

 “아니, 그런데 그 멍청한 아저씨가 글쎄! 어제 또 곪은 배를 참지 못하고 감히 현위 저택의 담을 넘어가 닭을 훔치려 했지 몹니까!”

 “뭐야? 거지 체면에 구걸이나 하면 되었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도둑질이란 말인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어떻게 되기는요! 그 양반이 또 팔이 한쪽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아, 그랬지!”

 “그래서 닭을 잡는데도 남보다 힘과 시간이 곱절은 들었다는데, 글쎄!”

 “아니 글쎄는 무슨! 뭔가? 무슨 일인데?”

 “닭을 딱 잡긴 잡았는데, 그것이!”

 “아 무슨 뜸을 이렇게 들여? 그것이 어쨌다는 거여?!”

 

 우현은 거지의 기분을 맞추랴 손짓과 발짓을 추가해가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팔이 없는 외팔이 연기를 내다가, 한 바퀴 휙 돌며 닭을 잡는 흉내가 제법 그럴싸했다.

 

 “하나밖에 없는 팔로 닭을 안고 보니, 다시 담을 넘어갈 손이 없었던 겁니다!”

 “어허! 그런 문제가!”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닭을 안고는 정문으로 걸어 나왔답니다.”

 “아니, 머리가 온전치 못하다더니! 그렇게 멍청할 때가!”

 “그러다가 그만 문지기에게 딱! 걸려서는! 죽기 직전까지 처맞고 왔지 뭡니까.”

 

 거지의 호응이 무척 좋았다. 적당한 탄식과 맞장구를 쳐주는 거지를 보며 흥이 난 우현은 신나게 입을 열었다.

 

 “아이고, 허이고! 내 살다 살다 그런 욕심 많고 멍청한 외팔이는 첨일세!”

 “그러니까요! 머리가 회까닥하여 상식이 통하지 않는 놈이라 제가 아주 복장이 다 타들어 간다니까요.”

 “아니, 그래도 목숨이 붙어서 돌아온 게 어딘가?”

 

 장익삼을 천하에 멍청이로 만들어 놓고 나니, 속이 조금 시원해진 우현은 슬슬 본론을 내놓았다.

 

 “저럴 바에야 외팔을 잃을 때 차라리 목숨을 잃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소리는 말게.”

 “하이고! 현위 어르신 댁에서 곤장을 맞은 게 아직도 아픈지 그래, 오늘도 구걸을 함께 나와서는 아프다며 몸을 떼굴떼굴 구르는데! 아이고. 어찌나 딱하던지! ”

 “허이고! 자네가 그래서 내 돗자리를 빌려달라고 했던 것이고만. 아이고 딱한 것. 세상, 참.”

 

 우현은 뒷짐을 지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거지가 자리를 탁 털고 일어나 돗자리를 마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참네, 멍청한 외팔이 같으니. 그러고 구걸을 또 나와? 현위 댁에서 나온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더 경칠 일이지!”

 “그렇게 멍청합니다, 그 치가.”

 

 거지는 우현의 말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그는 외팔이 거지 장익삼의 멍청함에 혀를 내두르며 우현과 함께 욕을 퍼부었다.

 

 우현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속으로 이 거지에게 붙였던 생초짜 딱지를 떼 주었다가, 이제는 저 대신 장익삼을 욕해주는 고마운 분으로 승격시켜 놓았다.

 

 “한데 현위 댁이면. 지금 한참 손님맞이로 바쁜 그 집이 아닌가?”

 “예? 손님이요?”

 

 현위는 우현에게 묘지기 일로 삯을 주는 관아의 주인이었을 뿐, 우현은 현위 댁의 사정을 전혀 몰랐다. 대충 근처에서 닭이 마당에 뛰어놀 만한 부잣집을 떠올려 말했던 것이었는데.

 

 “그래. 하-. 하? 어디였더라? 어디 멀리서 손님이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히익!”

 

 챙!

 

 그때였다. 갑자기 객잔 2층에서 신형이 떨어졌다. 쏜살같이 뛰어 내려온 이는 깔끔한 동작으로 흐트러짐 없이 바로 우현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끼악-!”

 

 날카로운 칼날의 등장에 제법 행인이 오가던 객잔 앞은 졸지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무인의 등장으로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우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요며칠 전 야산을 타면서 당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두 번째라고 그날처럼 떨리지 않는 것이 퍽 다행이었다.

 

 “이 코흘리개 녀석아.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 감히 현위 댁의 담을 넘었다 하였느냐?”

 

 열일곱은 되었을까. 어째 뛰어내리며 펄럭이는 옷자락이 겹겹이 화사하다 싶더니만, 활동하기 편한 무복을 입었으나 오색 실로 화사한 꽃을 수놓았다.

 

 우현에게 칼을 들이댄 자는 숙녀보다는 소녀에 가까운 한 여인이었다.

 

 강호인 다운 탄탄한 허벅지와 무복으로도 숨길 수 없는 얄따란 허리 굴곡, 그리고 조그맣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미색이 출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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