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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9. 태악령 팽씨의 죽음
작성일 : 20-08-05 23:1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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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태악령 팽씨의 죽음

 

 “예, 위장군. 놈이 어려서부터 등줄기에 갖고 있다던 흉터와 몸 네 곳에 난 점의 위치를 대조하여 확인하여 틀림없사옵니다.”

 "그렇군. 수고했다."

 "존명!"

 

 부영은 발밑에 땅속에 얕게 파묻힌 시체 한 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천것들의 묘지답게 묘비는커녕 봉분도 없었다. 이화가 발견한 사체는 야생짐승에 의해 파헤쳐진 듯 그 모습 또한 온전치 못했다.

 

 머리는 사라진 채였고, 상반신의 살점 또한 뜯겨 온전한 곳이 없었다.

 

 남은 것이라곤 땅속에 파묻힌 하반신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부패가 제법 진행된 상태였다.

 

 “사체의 머리가 버려져 있을지도 모르니 끝까지 주변 수색을 게을리하지 마라.”

 “예, 장군!”

 

 부영의 명이 떨어지자 이화는 빠르게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동시에 사방에서 스스슥 하고 이파리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군의 수색 명령에 함께 산행에 오른 위장군 산하 황실경비 군이 움직인 것이다.

 

 “…….”

 

 부영은 허리를 굽히고 사체를 살펴보다 일어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언가 일이 계속 꼬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한 달 전.

 

 황궁에서 태악령(군악 기대 소속 악기를 연주하는 관직) 하나가 실수로 쥐약이 개인 물을 마시고 죽어버렸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와 다르게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자면 위장군 부영은 골치가 제법 아팠다.

 

 이야기는 황실에 둘도 없는 귀한 손인 황태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가을, 메뚜기 떼로 피해를 본 하북 지역을 다녀온 황태자는 돌보라던 민심은 돌보지 않고 하북의 웬 여인과 눈이 맞아 버렸다.

 

 약관을 이제 막 넘겨 어리숙했던 그는 하룻밤 불장난으로 가슴에 붙은 불씨를 끌 생각은 못 한 채, 사랑하는 여인을 황궁에까지 데려오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여인을 첩실로 삼고자 했던 황태자는 당연히 모후인 황후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첩실은커녕 태악령, 즉 궁중 악사로 여인을 봉하고는 가까스로 황궁 안에 들일 수 있었다.

 

 물론 아무런 악기도 다룰 줄 모르던 그녀는 손뼉치기로 태악령이 된 최초의 사례였다.

 

 당연히 여인은 황태자를 음해하려는 무리의 중심에 서서 추문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쥐를 잡으려고 놓은 사발을 마시고 비명횡사했다.

 

 그녀와 아들의 깊어지는 관계를 걱정한 황후의 계략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기세등등한 황후를 비난하여 눈 밖에 나느니, 손뼉이나 치던 태악령의 죽음을 못 본 척하는 것이 백배 나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황실의 안위와 경비를 책임지는 위장군 부영은 황태자로부터 긴밀히 보자는 부름을 받았다.

 

 “위장군. 태악령 팽씨는 태자의 손을 잉태한 사람이었다.”

 

 부영은 그때만 하더라도 이제 막 약관의 황태자가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만 생각했다.

 

 근본도 없는 여인을, 게다가 홑몸도 아닌 여인을 투기가 난무하는 황궁에 앉히려 하다니. 게다가 전쟁터의 한 가운데다 데려다 놓고서는 고작 태악령으로 앉혀 두었으면서 황실의 씨라니? 그것이 정녕 안전하리라 생각했는가? 부영은 진심으로 황태자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그녀의 죽음은 태중 황가의 씨를 노린 위협으로 황실 경비군이 그 일의 시비를 가려야 함이 옳다. 더군다나 태악령 팽씨의 아비 되는 자는,”

 “······?”

 “하북팽가의 가주 팽호연이다.”

 “······오대세가의 하나 되는 하북팽가 말씀이시옵니까.”

 “그렇다.”

 

 죽은 여인이 오대세가의 여식이었다니. 그것도 죽은 태악령 팽씨가 중원을 주름잡는 하북팽가였다는 사실에 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태악령 팽씨의 죽음 배후에 황후가 있는 것은 굳이 들춰보지 않아도 뻔한 사실이었다.

 

 황실의 적통을 그 누구보다 위하는 자, 내명부의 안주인이라면 황태자의 어리석은 불장난에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다. 오히려 황실의 권위를 위해 옳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죽임을 당한 여인이 손뼉이나 칠 줄 아는 보잘것없는 천것일 때나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부영은 이 일이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하북팽가의 가주 팽호연이 죽은 이의 시체라도 다시 하북으로 돌려달라 청하고 있다. “

 “……소인, 태악령 팽씨는 이미 상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렇다. 어머니께서 그녀의 원통한 죽음을 달래시려 양지바른 곳에 묻어 제를 올려 주셨지. 그러니 그대가 수고해주게.”

 “수고라 하옵시면.”

 “묘를 하북으로 이관하라. 관을 실은 마차에 황실 깃발을 달고 황실 직속 호위대가 예를 다하여 하북팽가에 전달하여 주게.”

 

 다섯 살 난 어린아이도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태악령 팽씨는 쥐약 따위가 아닌 황후에게 독살당했다는 것을. 그리고 음독 반응이 사체에 나타나기 전에 처리되어 버린 것을.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황후의 치마폭에 휩싸여서 달래고 있던 황태자만큼은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한 듯했다.

 

 “······신 위장군 부영,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내 위장군만 믿고 있겠네.”

 

 부영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음독 반응을 일으킨 딸의 시체를 하북팽가에 가져다준다면. 그리고 그녀의 죽음에 하북팽가가 의심을 품게 된다면.

 

 하지만 황실의 안녕을 가장 먼저 걱정하는 위장군 부영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믿음직스러운 수하를 불러 곧바로 움직였다.

 

 “이화.”

 “예, 위장군.”

 “지금 당장 태악령 팽씨의 골격에 맞는 여인의 시체를 찾아라. 황궁 기를 앞세운 마차에 시체를 실어 하북을 향해 출발시키되, 물살이 깊은 강변 근처에 다다라 강물에 휩쓸려 간 것으로 위장하라. 시신은 적당히 던져 버리는 것으로 하고.”

 “예? 허, 허나 위장군. 황태자의 명은-.”

 

 그늘막에서 황태자의 명을 부영과 함께 들었던 이화는 답지 않게 토를 달았다.

 

 “······이화. 황실을 위한 일이다. 내 입에서 두 번 명하게 만들지 말라.”

 “죄, 죄송합니다. 위장군.”

 “또한, 태악령 팽씨의 무덤은. 사체와 함께 흔적도 남기지 말고 지워 버리도록.”

 “존명.”

 

 무림과 황실은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왔다. 서로의 관할에 간섭하지 않으며 크게 걸리적거리지만 않는다면 서로 부딪히기를 꺼렸다.

 

 황실은 국토 확장에 전력을 쏟느라 내부적으로 민심을 어지럽히는 사파를 괴멸하고, 무림맹이라는 이름하에 질서를 이행하는 자들이 밉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 이었다.

 

 중원의 질서 정립을 황실을 대신하여서 해준다고 하니 싫을 까닭이 없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무지한 황태자의 불장난에서 비롯된 작은 불씨가 위협하려 들었다.

 

 태악령 팽씨의 죽음 배후에 황후가 있음이 거의 확실시한 상황에서 오대세가 중 하나인 하북팽가와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야말로 중원을 뒤흔드는 화마로 번질만큼 거대한 위험의 가능성을 인지한 위장군 부영은 황태자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하며 제가 맡은 소임을 다했다. 태악령 팽씨의 시체를 위장하여 황후의 음모를 덮어준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위장군의 뜻대로 쉽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뭐라? 이화.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

 “······하북팽가에서 죽은 태악령 팽씨의 종놈을 찾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종놈이나, 본가에서 데려온 호위 무사였던 것으로 추측이 되옵니다. 한데 그놈이······,”

 “그놈이?”

 “태악령 팽씨가 죽던 날, 같은 증상을 보이며 시름시름 앓다가 실종되었다고 하옵니다.”

 

 태악령 팽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독과 똑같은 것에 당한 하북팽가의 심복이 사라졌다.

 

 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책상에 손바닥을 탁탁 쳤다. 이렇게 되면 태악령 팽씨의 사체만 위조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태악령 팽씨 역시 하북팽가의 도법을 일정 수준 이상 성취한 무림인이었으나, 무슨 조화인지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심복도 길어봤자 두시진 이상 버티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황후가 무슨 독을 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공을 운용하여 중독 증상을 늦출 수 있는 무림인마저 즉사를 시킨 대단한 물건임은 분명했다.

 

 이화의 확신에 찬 대답에 부영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이화, 무영과 혜산까지 당장 출발하라. 황성 주변 도성의 비명횡사한 시체를 뒤져라. 하북팽가가 움직이기 전에 수습해 필시 먼저 처리해야만 한다.”

 “예, 위장군.”

 “존명!”

 “존명!”

 

 ***

 

 “위장군. 날이 밝기 전에 시체를 처리할까요?”

 

 묘지가 내려다보이는 야산에 서 있는 부영은 발견한 태악령 팽씨 심복의 변사체를 꼼꼼히 살폈다. 이미 들짐승에게 당해 음독의 증거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색대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아니, 되었다. 이런 모습이라면 차라리 두는 것이 낫겠다. 하북팽가에서도 두 시체 모두 수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의심을 사겠지.”

 

 부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화에게 명령했다.

 

 “차라리 잘 되었다. 관아에서 시체를 발견한 것으로 처리하여 하북팽가에 소문을 흘려 넣도록 해라. 그들이 발견하게 내버려 두고 우리는 이만 황실로 복귀한다. ”

 “존명!”

 

 ***

 

 “꺼억. 요기 한번 거하게 했다.”

 

 장익삼이 트림을 거나하게 하며 우현의 옆에 누워 배를 두드렸다.

 

 날이 선선한 것이, 부른 배를 하고 땅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니 잠이 솔솔 왔다.

 

 개방에서 엽구 활동을 하라는 언질이 없는 이상, 우현과 장익삼은 언제나 저잣거리를 나왔다. 우현은 장익삼의 옆에 앉아 있었다. 양손을 위로 향하고 납죽 엎드려 있었는데, 얼굴에는 숯을 덕지덕지 처바른 채였다.

 

 “놈. 거지 생활을 몇 년을 했는데도 분장이 그리 어설프더냐.”

 “아저씨가 뭘 모르시네요. 젊고 어리숙해야 한 푼이라도 더 모이는 법입니다. 젊지 않으니 알 리가 있나?”

 

 장익삼이 좌로 우로 데굴거리다가 우현을 힐끔거렸다. 심심하여 비아냥 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장익삼의 눈에 숯검정을 바른 우현이 까만 얼굴 위로 허연 이빨과 흰자를 보이며 웃는 모습이 들어왔다.

 

 “카악! 퉷-! 너 이리 좀 와 보거라.”

 “아익! 왜 이래요!”

 

 장익삼은 침을 퉤 뱉더니만 발버둥을 치는 우현을 붙잡아 앉혔다.

 

 한쪽 팔과 양다리를 써서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들고선 숯 칠한 새까만 코 밑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네가 무슨 거지새끼야? 코 흘린 자국 정도는 있어야 거지새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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