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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6. 밤 산책
작성일 : 20-08-05 23:12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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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밤 산책

 

 유매는 무거운 짐을 실은 6두 마차가 지나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밀었다고 했다.

 

 영체는 죽었을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다. 즉사하며 하반신이 아예 사라져 버린 그녀는 곽 아저씨가 우습다며 한참을 깔깔대며 바닥을 굴렀다.

 

 [아가. 잘 생각이냐?]

 

 이번에는 살아생전 평생을 약초꾼으로 살아온 할아버지 영체와 용한 무당이었다는 할머니 영체가 잠자리를 정리하는 우현의 곁에 다가와 말을 붙였다.

 

 “네, 할아버지.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장을 좀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무렴 그래야지! 너는 귀가 아니니 묘지에 매이지 말고 나가 놀아야만 해!]

 [그래! 그래야 두 다리 멀쩡하고, 두 팔이 멀쩡하고 두 눈동자가 멀쩡할 테지! 죽은 것이랑만 어울리면 저것들처럼 되고 만다!]

 

 언제나 제 몸 걱정을 하는 둘에게 우현은 미미하게 웃어주었다. 우현에게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은 없었지만, 영체는 이미 한가족 과도 같았다.

 

 [그나저나 아가. 출출하지는 않니? 이거 먹고 자려무나.]

 

 천장에서 쓱 내려온 할아버지 영체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방 한구석 후미진 곳을 가리켰다. 그는 절벽에서 떨어져 비명횡사한 심마니답게 언제나 우현의 건강을 챙겼다.

 

 “할아버지. 빙의도 힘든데 저 오면 하지 그러셨어요. 제가 언제 올 줄 알고.”

 

 우현은 자리 옆에 떨어져 있는 작은 풀뿌리와 과일을 몇 개 발견했다. 또 이 심마니 할아버지 영체가 다람쥐나 토끼 같은 동물에 빙의하여 저를 위해 산에서 먹을거리를 캐온 것이 분명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과일은 이미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으나 우현은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오냐, 오냐! 우리 현이는 어서 빨리 건강해지거라.]

 “저 무척 건강해요, 할아버지!”

 [이렇게 몸이 찬데 뭘! 안돼, 안돼. 우리 아가는 몸이 너무 차.]

 “할아버지. 할아버지 몸이나 좀 보세요, 뿌예진 거. 곧 사라지게 생겼어요! 지금 몸조리해야 할 사람이! 아니, 귀신이 누구 같아요?”

 

 우현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불만스레 투덜거렸다. 영체들은 음기를 충전하지 못하면 태가 흐려졌다. 힘들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차해선 말하는 기능도 잃기 일쑤였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몇 마디 하는 정도는 매일 밤 달빛을 받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빙의는 달랐다. 작은 산짐승을 움직이기 위해 몇 날 며칠 밤 달의 음기를 쐐야만 했다.

 

 우현은 심마니 할아버지가 산짐승에 빙의한 후 며칠을 말도 못 하고 답답하게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이를 볼 때마다 가슴을 퍽퍽 치며 타일렀다. 제발 그만하시라고.

 

 [아이야. 할아비는 그저 네가 얼른 튼튼해 지면 된단다.]

 [그래! 네 두 다리, 두 팔, 두 눈동자 잘 간수해야 한다! 잃고 나면 소용이 없거든!]

 

 심마니 할아버지가 고생하는 것이 못마땅한 우현은 두 노인의 조언에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소쿠리를 정리했다.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아 먹을 수 있는 것은 몇 개 없었지만.

 

 [그 장백삼 한뿌리면 될 터인데! 우리 아가, 그거면 될 터인데!]

 “할아버지도 참. 그러다 저도 절벽에서 떨어져 죽으면 어찌하시려고 그래요?”

 

 심마니 할아버지가 떨어져 죽은 가파른 절벽 아래에는 백 년도 더 묵은 장백삼이 있다고 했다. 그걸 꼭 캐서 우현을 먹여야만 구천을 떠날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집념은 완고했다.

 

 [그럼 안되지! 예끼! 그럼 안돼!]

 

 우현의 몸이 항시 차다고 말하는 심마니 할아버지의 말에 우현도 절벽 근처를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위치가 정말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자리 인지라 우현은 진작에 포기했다.

 

 [이 할아비가 산 뒤지면서 먹을 거 많이 알아봐 놨다. 볕이 뜨거워 용안이 더 영글기 전에 한 번 다녀오자꾸나.]

 “와! 용안이요? 맛있겠다, 오늘 밤 가요. 네? 할아버지.”

 [그래, 그래. 일단 좀 쉬어라. 응?]

 

 우현이 모포의 먼지를 털면서 재채기를 한참 했다. 소생 불가능할 정도로 더러워진 넝마에 우현은 영체들의 성화로 잠시 치워둔 암영사를 꺼냈다.

 

 “신기하단 말이지······.”

 

 손바닥만 한 조각은 펴면 펼수록 몸집을 두 배로 불렸다. 얼마나 접혀 있던 건지, 계속해서 펼쳐지며 끝도 없이 늘어나는 크기에 질린 우현도 그 정확한 크기를 몰랐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잘자! 혼백 소공자!]

 

 영체들은 낮에 볕이 들지 않는 땅속 깊은 무덤 속에 숨어 있다가 달이 고개를 내밀면 기어 나왔다.

 

 이제 막 활동하기 시작한 그들에게 잘 자라는 말은 조금 이상한 감이 있었지만, 우현은 매일 밤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귀신 꿈 말고, 좋은 꿈 꿔라.]

 “네, 유매도요.”

 

 우현이 잠자리를 펼 때면 영체들은 은근슬쩍 다가왔다. 딴청을 피우며 헛기침을 큼큼했다.

 

 우현의 주변에서 우물거리다가 그가 건넨 인사를 받으면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우현이 매일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우어어-.]

 

 자리에 눕기 전, 창밖이 무척 소란스러웠다. 열린 문틈 사이로 스산한 달빛 아래 열심히 꿈틀거리는 반투명한 무리가 보였다.

 

 [늦었다, 요놈들아! 현이 잔다! 깔깔깔!]

 

 여느 때와 달리 우현이 암영사를 착용하고 오는 바람에 그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 영체들이 뒤늦게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치 않은 엉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다리가 없는 이는 몸뚱이를 굴리며 언덕을 올랐고, 뎅강 잘린 목을 양손에 안고 오는 이도 있었다.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무서울 법도 했지만, 20년을 이곳에서 지내온 우현에게는 아주 익숙한 모양새였다.

 

 [현······. 우현······.]

 

 우현의 특별함은 비단 영체를 보는 귀안을 가진 것뿐만이 아니었다. 간혹 산 자 중에서도 유체를 보는 이들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우현과 같은 이는 없었다.

 

 [우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에 외모를 단정히 하고 눈을 감은 이가 몇이나 될까? 더러는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구천을 떠돌기도 했으니 말 다 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죽음에 제가 어떻게 죽어 귀가 되었는지 영문도 모르고서는 흉측한 제 모습에 경악하는 영체도 더러 있었다. 명백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구천을 떠돌며 도와달라며 외쳐보아도, 산 자를 붙잡고서 목청이 터져라 소리 질러 보아도. 억울한 곡소리를 들어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귀신.

 

 산 자는 죽은 자를 삿된 것이라 불렸다. 영체와 마주치면 백이면 백 귀신이라 비하하며 비명을 지르고 달아났다. 생닭의 피를 뿌려대며 그나마 성치 않은 모습의 영체를 훼손시켰다.

 

 그것이 살아생전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이든, 물고 빨던 애첩이든지 간에 모두 똑같았다. 급기야 구천을 떠도는 이들에게 마가 끼었다 하여 용한 도인을 불러서는 요상한 술수를 써가며 사멸시키려고도 했다.

 

 [공자······.]

 

 하지만 이곳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눈알이 진작에 녹아 없어져 썩은 고름이 줄줄 새는 흉측한 눈구멍에 올곧은 시선을 부딪쳐오는 사내가 있다고 했다.

 

 찢겨 버린 하반신은 허리를 들썩이며 웃을 때마다 밖으로 나온 내장이 출렁거렸는데, 그 기괴한 모습을 한 영체와 함께 함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웃어주는 이가 있다고 했다.

 

 [혼백 공자······.]

 

 어디 그뿐이랴? 하물며 죽은 자에게 안부 인사까지 건네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혼백 공자, 우현이었다.

 

 [혼백 공자 잔다니까! 이 징그러운 것들아, 내일 저녁에나 찾아오너라! 깔깔깔!]

 

 우현은 달랐다. 영체를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동정하지도 않았다. 귀신이라 삿되게 일컫기는커녕, 영체를 마치 저를 찾아오는 객 대하듯 했다. 이러니 영귀들에게 무척 특별한 존재가 될 수밖에.

 

 그래서일까. 산 자와 대우를 똑같이 해주는 우현과 눈이 몇 번 마주친 것만으로도 분노만이 가득했던 영체들은 유순하게 변해갔다. 분노와 한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와 함께 몇 달을 살다가 이세의 미련을 버리고 성불한 영체는 그 수를 셀 수가 없었다.

 

 [잘 자라, 혼백 공자야. 오늘도 참 고-마웠다. 깔깔!]

 

 20년째 한 자리에서 집으로 찾아오는 죽은 손님을 맞이하는 혼백 공자. 찾아오는 이들에게 어떤 죽음을 맞았는지 묻지 않았고, 또 어떤 형체를 하고 있더라도 허물없이 지내는 우현은 명백한 죽은 자들의 보물이었다.

 

 

 ***

 

 [현아, 우현아! 산책하러 가자. 산책할 시간이야!]

 

 야심한 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우현은 유매가 성화를 부리는 통에 스르르 감은 눈을 떴다. 산책하러 간다는 소문이 벌써 돈 건지, 주변이 몹시도 소란스러웠다. 그는 잠시 뚫린 지붕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바라보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건 이상해. 네가 있는데, 없다. 산자가 사자(死者)가 되는데! 너는 또 사자의 친구니까 그게 썩 나쁘지만은 않다.]

 “유매. 어제부터 저 놀리시는데 아주 재미 붙이셨나 봅니다?”

 [덮지 않는 것이 좋은데, 현이 너는 덮는 게 좋다는 말이다! 깔깔!]

 

 제가 한 말이 웃긴 모양인지 우현을 깨운 영체, 유매는 깔깔거리며 허공을 날아다녔다. 상반신만 있는 몸에서 길게 흘러나온 창자가 너울너울 춤을 췄다.

 

 “음, 잘 때는 그럭저럭 쓸만한 것 같은데.”

 

 우현은 제 몸 위에 덮여 있는 얄따란 까만 천, 암영사를 보며 빙긋 웃었다. 이것만 덮고 자면 몸이 한결같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우현이 느낀 것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암영사는 보물이라 불릴 만큼, 멸마단이 20년째 포기하지 못했을 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사람뿐만이 아닌 귀신까지도 속일 수 있을 만큼 감쪽같이 기척을 숨겼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 온도를 차단하면서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범한 기능도 있었다. 암영사만 있다면 설산에서 눈을 덮고 잠을 잘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숙면에 최적화 되었다고 말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세기의 보물을 그저 자는데 활용한다는 사실을 무림인이 알게 된다면 땅을 치고 한탄할 것이 분명했다.

 

 [혼백 공자, 이제 산책하러 가오?]

 

 우현이 자리에서 기지개를 켜자 영체가 하나, 둘 모여들었다. 우현은 찌뿌둥한 다리를 툭툭 치며 나갈 채비를 했다.

 

 “네. 심마니 할아버지가 용안도 봐두셨다고 하고. 같이 가실래요?”

 [예끼, 그럼! 물어서 뭐 하나? 물론 가고말고! 이보게 들! 산책 시간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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