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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5. 암영사
작성일 : 20-08-05 23:12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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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암영사

 

 “그랬구나······. 누나가 너를 무척 아꼈었던 모양이구나.”

 

 우현은 불현듯 이리로 오던 중 무료함에 지쳐 장익삼을 건드리며 얻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이번에 엽구가 출동하는 곳은 20년 전, 사파의 잔재가 숨어 있는 바람에 두 부부와 식솔, 그리고 딸까지 모두 멸문당한 곳이라고 했다.

 

 ‘9살 난 아들 하나만 어디로 도망친 건지, 도통 그 소재를 알 수 없다지 아마? 어째서 멸마단이 여기를 또 헤집는지 통 영문을 모르겠다만.’

 

 장익삼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어째서 멸마단이 20년 전 멸문당한 장원의 터 위에 자리를 잡은 촌락을 대상으로 삼았는지, 그도 연유를 몰랐다.

 

 [그러니까 형!]

 “응?”

 

 동이 터옴과 동시에 아이의 몸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거의 반투명해진 아이를 우현은 잠자코 바라보았다.

 

 [나 대신 형이 좀 전해줄래? 누나가 이걸 찾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덕분에 난 잘 숨었다고 말도 좀 전해주면 더 좋고!]

 

 반투명한 꼬마가 그에게 새까만 천을 내밀었다. 누나에게 전해달라니. 그러자 우현은 20년 전, 모두 척살 당했다는 장익삼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응? 아, 아니. 그건······.”

 

 꼬끼오.

 산속 저편에서 야생 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벽에 들려온 첫닭울음 소리에 아이의 몸이 한층 더 투명해졌다.

 

 [형! 얼른! 나 이제 곧 가야 한다니까.]

 “아, 아니. 그건……. 그러니까.”

 [빨리!]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현은 어쩔 수 없이 꼬마에게서 천 조각을 받아들었다.

 

 “……그, 꼬마야.”

 

 사실을 고하려는 우현의 안색이 급하게 어두워졌다. 아이는 그의 누나와 가족이 죽임을 당했단 사실을 아직도 몰라서 이리 구는 게 틀림없었다.

 

 “형은……. 형은 그럴 수가 없어.”

 […….]

 “너희 누나는, 너희 누나는 그러니까-.”

 

 우현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우물쭈물했다.

 

 [형아.]

 

 그러자 우현의 허리만 한 아이가 제게 가까이 오라며 그에게 손짓했다. 우현은 잠자코 무릎을 꿇어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착한 형아 구나.]

 

 아이는 우현에게 팔을 뻗었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반투명한 손을 뻗어 우현의 얼굴을 매만지듯 움직였다.

 

 꼬끼오!

 그때 두 번째 닭의 울음소리가 났다. 이제 닭이 한 번 더 울면 아이의 유체는 사라져 버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늦는다.

 우현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쫓겨 힘겹게 아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 너희 가족은. 그러니까 네 누나는-.”

 [바보 같으니!]

 “어, 어?”

 [형아! 내가 말 했잖아! 이래 봬도 나, 20살이 넘었다고!]

 

 아이는 후후,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참으로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누나가 꼭 찾으러 온다고 하고는 오지 않았거든. 20년 동안이나. 살아있으면 안 찾아올 리가 없잖아.]

 “······미안해.”

 [형이 왜? 이제 괜찮아. 내가 찾으러 가면 되니까. 나는 이제 누나가 어디 있는지 아는걸.]

 

 아이는 잠자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꼬옥-끼오! 세 번째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현은 점차 사라지는 아이의 몸을 보며 눈을 감았다.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스르륵 사라지는 형체를 소중하게 안듯이 팔을 둘렀다.

 

 [마침내 형이 날 찾아주어서. 참 다행이야.]

 

 아침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미명을 밝혔다.

 

 아이가 사라진 후에도 바람결을 타고 들려오는 아이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우현은 20년을 저를 기다린 폐가에 심어놓은 화약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폐가를 나서는 우현의 팔에는 작고 까만 그물과도 같은 천 하나가 걸쳐 있었다.

 

 ***

 

 오로지 달빛에만 의지한 채로 우현은 길도 없는 으슥한 야산을 오르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싶은 그곳에도 자그마한 언덕 너머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이 보였다. 우현은 익숙한 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자 수북이 쌓인 먼지가 허공에 나부꼈다. 우현은 켈룩대며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 사는 곳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낡은 오두막은 문마저도 잠겨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부는 천장이 뻥 뚫려있어 휘영청 뜬 달빛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어이구 깜짝이야! 혼백 공자 왔니?]

 [현이다!]

 

 우현은 짐을 내려놓으며 산을 오르느라 흘린 땀을 훔치며 숨을 골랐다. 오늘따라 저를 반겨주는 이가 하나도 없어 의아해하던 차에, 우현의 등장과 동시에 사방에서 야단법석 난리가 났다.

 

 [현아!]

 [우리 현이 어디 좀 보자! 두 발 다 있고, 두 팔 다 있고! 눈동자도 멀쩡하구나!]

 

 우현의 등장과 함께 땅 밑에서 스멀스멀 희뿌연 기운들이 솟아올랐다. 사방팔방 쏘아진 공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우현의 주변을 맴돌았다.

 

 허공에서 제멋대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몹시도 괴상한 장면이었다.

 

 “하하. 사지 멀쩡히 돌아왔으니까요. 그렇게 위험한 일 아니라고 몇 번을 설명해드려요.”

 

 우현의 오두막이 있는 곳은 힘도, 돈도 없는 천민들의 안식처였다. 묘비 하나 세우지 못한 이들의 종착지, 이름도 붙지 않은 한 야산의 공동묘지였다.

 

 추울 때는 동사자가 실려 오고, 더울 때는 무더위 짜증으로 홧김에 맞아 죽은 불쌍한 이들이 이리로 왔다.

 

 관아에서는 아침 순찰을 돌다가 삼사일에 두어 명꼴로 넝마에 둘둘 말린 사체를 던지고 갔다. 뒷골목에서 비명횡사한 이들을 장례의 목적이 아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실어다 이곳에 버렸다.

 

 그렇게 을씨년스러운 곳에 우현의 집이 있었다.

 

 [너 뭐야? 왜 기척도 없이 문을 열고 와?]

 [네가 귀신이니, 우리가 귀신이지?]

 

 흥분해 날뛰던 영체들은 진정이 되었는지 이리저리 날뛰던 속도를 멈추고 우현의 주위를 배회했다.

 

  영체가 사람에게 우르르 몰려드는 모습은 참으로 기괴스러웠으나 우현은 마치 가족을 대하듯 하나하나 눈인사를 했다.

 

 [대체 뭐지? 우현아, 너 무슨 짓을 한 거니?]

 “유매?”

 [기척이 없다! 귀신처럼! 깔깔깔!]

 

 그때, 머리를 산발한 상반신만 있는 여인이 벽을 불쑥 뚫고서 달려들었다. 이를 오 년 넘게 보아온 우현도 볼 때마다 눈을 끔벅일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너 산 것이 죽은 것이랑 신나게 대화하더니만, 정작 귀신이라도 되어 버린 거야, 뭐야?]

 “네? 하하! 유매는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예요? 살날이 창창한 젊은이한테.”

 [깔깔! 야! 볍씨도 맛있어, 얘!]

 

 우현을 중심으로 영체들이 신기한 듯 주변을 맴돌았다.

 

  영체들은 우현의 좌우로 둥글게 돌기도, 그의 몸을 쓱쓱 통과하기도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다. 오늘따라 괴상한 영체들의 반응에 우현도 영문을 몰랐다.

 

 [꺄하! 찾았다! 얘 때문이네, 얘! 이 요사스러운 것 때문에 우리 우현이가 있는데, 없었다!]

 

 두 팔로 천장을 기어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던 유매가 우현의 머리 위로 뚝 떨어졌다.

 

 머리 위에 있는 유매에게서 흐른 창자가 우현의 이마 위로 척 달라붙었다. 그 모습을 본 유매가 유쾌한 듯 크게 웃어 재끼는 바람에 우현은 귀를 막아야만 했다.

 

 “유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있는데, 없다뇨?”

 [어허! 이게 다 무어냐, 현아! 어디서 이따위 걸 주워온 게야!]

 “아, 할머니. 이거요?”

 

 얼굴 한쪽이 다 녹아 없어져 백골이 허옇게 드러난 노파 영체가 그에게 다가와 야단법석을 떨었다. 우현의 이마에 둘린 새까만 두건에 하나밖에 없는 눈알을 대고는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디 가서 이상한 거 함부로 주워오지 마! 귀신이라도 씌어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깔깔깔! 그게 귀신이 할 소리니?]

 [그거 당장 벗어라! 이런 불길한 거 당장 벗으란 말이다! 우현이 넌 귀 따위 되면 안 된다! 너는 혼백 공자다!]

 “아, 그게. 어휴.”

 

 잠깐 진정되었다 했더니만, 영체들은 다시금 흰 공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날뛰었다. 우현은 결국 영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머리에 두른 두건을 풀러 내려놓았다.

 

 [그래! 아주 잘했다! 이제야 우현이가 도로 사람이 되었다!]

 “네? 이게 대체······.”

 

 머리에 두른 것은 우현이 아이에게서 받아온 암영사였다. 직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질감은 우습게도 금속이었다. 그물처럼 촘촘히 짜인 탓에 비단 같이 흘렀다. 과연 사람이 만들었을까 의구심이 드는 물건이었다.

 

 ‘누나가 나보고 숨어 있으랬어. 이거, 이거 주면서 덮고 있으면 아무도 못 찾는다고 했어.’

 

 멸문지화를 당한 곳에서 9살 난 아이는 이것을 뒤집어쓰고 멸마단에게서 살아남았다.

 

 아궁이를 열고 아이의 유골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던 우현은 아이가 죽은 사유가 살수도, 아궁이의 열기도 아닌. 굶주림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대체······.”

 

 머리에만 두르고 있었음에도 영체마저도 우현의 존재를 몰라보다니. 우현은 목젖을 크게 꿀렁이며 마른 침을 삼켰다.

 

 ***

 

 [보름이나 어디를 갔다 왔니?]

 “조금 멀리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걱정하셨어요?”

 [아니다! 너, 그럼 당장 쉬어야겠다! 어서 이리, 이리 와서 눈 좀 붙이거라!]

 

 상체만 있는 유매가 두 팔을 빠르게 놀려 마른 짚을 깔아놓은 곳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청소하는 모양을 본 떠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반투명한 몸은 먼지 한 톨 날려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아휴, 이 먼지! 너는 산 것이 이런대서 대체 어떻게 사니?]

 “치워도 어차피 매일 쌓이는데 뭐 어때서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지 말고! 먼지떨이 좀 가져다 놔라. 응? 내 청소 좀 하게!]

 “에이. 빙의 힘들게. 그러지 마세요. 제가 나중에 청소할게요.”

 

 우현은 에구구 소리를 내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날리는 먼지를 보며 콜록거리는 그를 걱정하며 영체들이 중구난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자 청소가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은 내심 들긴 했지만, 당장에 오랜 여정에 지친 우현은 너무나도 피곤했다.

 

 “어? 처음 보는 아저씨네요?”

 

 그가 마른 짚에 털썩 엉덩이를 깔고 앉자 맞은 편 그늘진 구석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가 보였다. 우현이 아는 척을 하자 남자는 고개를 돌리더니 눈인사를 살짝 건넸다.

 

 [응, 응! 곽 아저씨야! 배고파서 떨어진 음식을 먹었는데, 글쎄! 누가 쥐약을 풀어놓았다지 뭐니! 깔깔!]

 

 유매가 웃겨 죽겠다는 듯이 바닥을 뒹굴었다. 창자에 얽힌 두 팔을 신경질적으로 빼내다가, 결국 줄넘기를 하며 통통 튀어 다녔다.

 

 “곽 아저씨? 처음 봬요. 저는 우현이라고 합니다.”

 [우-으.]

 

 곽 아저씨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초록색이었다. 길게 밖으로 나온 혀가 보라색인 바람에 극명하게 대비됐다.

 쥐약보다는 독살에 가까운 모양새였지만, 우현은 곽 아저씨를 보며 빙긋 웃어주었다.

 

 [우어어어-!]

 [깔깔깔! 곽 아저씨는 저 말밖에 못 해. 나는 뒈질 때 혀 하난 잘 붙여둬서 다행이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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