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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3.2
작성일 : 20-08-05 22:54     조회 : 218     추천 : 1     분량 : 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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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프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긴 후 태영이 말했다.

 “괜찮아.”

 “잘 못 먹던데. 양고기 입에 안 맞았어?”

 “안 먹어 본 음식이어서 그렇지 뭐. 사이드메뉴가 맛있어서 잘 먹었어.”

 음료가 나왔다는 진동알림이 왔다. 내가 다녀오겠다는 손짓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픽업 테이블로 가서 음료를 받아 돌아섰다. 태영은 통화 중이었다. 누구랑 통화하는지 궁금했지만, 자리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얼핏 본 이모티콘이 다시 떠올랐다. 음료 두 잔이 놓인 검정색 쟁반을 다시 내려놓고, 냅킨 몇 장을 더 올렸다. 뒤돌아서 태영 쪽을 바라봤다. 차갑고 무심해 보이는 빨간색이 머리 위에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통화를 끝내는 걸 보고 다시 쟁반을 들었다.

 “잘 마실게.”

 “응, 나도 저녁 잘 먹었어.”

 “거짓말. 다음엔 메뉴 네가 정해라.”

 “괜찮았다니까. 새로운 경험이었어.”

 미소를 머금은 입에 커피를 더했다. 태영의 붉은 색은 통화할 때보다는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유리잔을 양손으로 잡았다. 얼음이 잔뜩 든 유리컵을 통해 전해 오는 차가운 기운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쥐어 주었다. 픽업 테이블에서 바라본 태영의 차가워 보이던 붉은 색은 누군가의 색을 연상시켰다. 몇 년 전 헤어진 그 사람은 깊은 바다가 생각나는 짙은 남색을 가졌었다. 태영이 여전히 ‘남태평양’이었다면 이름과 잘 어울릴 만한 그런 색이다. 태영의 색과는 전혀 다른데도 그가 떠오른 것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그 사람에게서 본 차가운 움직임을 오늘 태영에게서 느꼈기 때문이다. 눈도 오지 않았던 12월이었고, 우리가 자주 만나던 거리에 새로 생긴 커다란 카페에서였다. 마주 앉은 채로 말없이 한참을 있다가 다 식어 버린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의 머리 위를 보았다. 심해가 떠올랐다. 아주 고요하고 차가운 깊은 바다. 그리고 그의 바다를 따뜻하게 비춰 줄 태양이 다시는 될 수 없을 거란 걸 깨달았다. 아마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여기 커피 참 맛 없다.

 이었던가. 그 후론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물론 그 카페에도 다시 가지 않았다. 그러곤 함께 했던 천 일이 넘는 시간이 무색하게 시작보다 자연스레 이별을 맞았다. 그 때 내가 더 평범했다면, 이상한 걸 보지 않았다면, 그와의 마지막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난 무슨 색이야?”

 다시 양손에 한기가 느껴졌다. 커피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커진 눈에 힘을 살짝 풀고,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문질러 커피를 닦아냈다. 분명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시켰는데 평소보다 썼다.

 “응? 무슨 소리야?”

 일단 시치미를 떼고 이미 닦아낸 입술을 다시 한 번 냅킨으로 찍었다. 손이 가늘게 떨렸다. 들키지 않으려고 얼른 왼손으로 잡아 양손 모두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컬러리스트라며? 이런 질문 많이 받지 않아?”

 “보통은 자기한테 잘 어울리는 옷 색깔 같은 걸 묻지.”

 “뭐 아무거나. 난 어떤데?”

 “너는 뭐, 바다색? 남태평양 색.”

 “전문가 맞긴 하냐?”

 웃음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좀 더 과장되고 길게 웃었다. 태영도 마지못한 듯 웃어 주었다. 무릎 위에 있는 왼손은 얼음 한 조각을 쥐고 일부러 녹인 것 같았다. 오른손으로 냅킨 한 장을 집어 무릎 위로 가져갔다.

 “뭐 묻었어?”

 “아니야.”

 대충 닦아내고 태영을 바라봤다. 태영의 붉은 색은 생기 있게 움직이고 있다. 호기심 많고 장난기 가득한 아이 같았다.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어?”

 “한참. 근데, 남친 있냐는 질문이 먼저 아냐?”

 “없어 보여.”

 “그거 실례야.”

 “반지도 없고, 전화도 없고. 금요일 저녁에 남자 동창 만나게 해 줄 남자가 어디 있어. 거짓말 하고 나왔다면 모를까, 이보라는 그런 캐릭터는 아닌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남친만 없는 게 아니라 눈치도 없구나.”

 “그러는 너는? 만나는 사람 없어?”

 “나 아직 질문 안 끝났어.”

 “뭐?”

 “내가 헤어진 남친이랑 닮았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한 눈에 나를 알아본 게 이상하잖아. 아는 사람인 것 같다는 건 핑계고, 다른 이유로 나를 찾은 것 같았거든.”

 침을 한 번 삼켰다. 말라서 갈라져버린 입술을 입술끼리 문질렀다.

 “아니,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

 “그럼 역시 첫 눈에 반한건가.”

 “너 내일 꼭 병원 가. 연차 내서라도 가.”

 “놀라긴, 그만 가자. 여기 커피 별로네.”

 

 이제 막 9시가 지났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버스정류장은 한산했다.

 “몇 번 버스 타?”

 “버스 안 타.”

 “집 어딘데?”

 “걸어갈 수 있는 거리야.”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거야? 안 그래도 되는데.”

 “겨우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준 걸로 감동 받는 거냐?”

 태영은 웃으면서 도착알림 전광판을 가리켰다.

 “몇 번?”

 “700번이나 707번. 어, 저기 온다.”

 “저 뒤에 오는 버스? 저게 보여?”

 “응, 나 시력 좋아.”

 “나도 시력 좋은 편인데. 신기하네. 그럼 난 이만 간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잘 가.”

 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태영도 손을 들어 흔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 머리 위로 가져갔다. 머리를 쓰다듬을 것 같아 잔뜩 긴장했는데,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뭐 해?”

 “궁금해서.”

 “뭐가?”

 “안 보이는 거.”

 태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며 저만치 걸어갔다. 그 때 700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섰고, 나는 첫 번째로 올라탔다. 마침 하차문 근처 자리가 비어 있어 앉았다. 버스가 출발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메시지가 와 있었다.

 -조심해서 들어가고 조만간 또 보자. 안보라.

 -안보라는 또 뭐야. 너도 조심해서 들어가.

 문득 태영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하면 바로 물어보고 하고 싶은 말은 곧장 내뱉는 제멋대로인 성격을 빌리고 싶었다. 딱 한 사람 앞에서만 태영과 같으면 되는 거였다. 살짝 열려 있는 창문을 바라봤다. 바로 옆으로 태영이 걸어가고 있다.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태영을 만났으니까, 오늘이 다 가기 전에는 나도 태영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차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서둘러 가면 가게 문 닫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가 멈췄다. 서둘러 내리고는 봄의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찾았다. 지갑에서 조심스레 회색 명함을 꺼냈다. 전화를 먼저 걸어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막 솟아난 이 이상한 기운이 전화를 거는 순간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양손으로 명함을 잡고 요정이라도 나오길 바라듯 비볐다.

 

 안에 있는 사람이 이상우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쁜 숨을 입 밖으로 내쉬지 않으려고 하니 어깨가 들썩였다.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계산대 앞에 섰다.

 “아직 문 안 닫았죠?”

 “어서 오세요. 이제 막 마감하려던 차였어요.”

 목소리를 듣고 기뻤다. 똑바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눈빛에

 “궁금해서요.”

 라고 소리 내어 답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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