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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찔한 동거
작가 : BungAri
작품등록일 : 2020.8.2

<<내용 수정 중>>
불타는 주말, 술에 취해 친구들과 간 클럽에서 '그 남자'에게 팔려갈뻔(?)했다.
돈많은 양아치같은 그 남자, 어째 그 날 이후로 이곳저곳에서 자꾸만 마주친다.
하다하다 이제는 회사 본부장이라고?
"어떻게, 지금이라도 내가 너 사버릴까?"
"제가 본부장님한테 왜 팔려가요!"
"나는 좋으니까 괜찮아, 나랑 살자."
"제가 왜요!"
"나랑 잘래, 나랑 살래?"
"그게 그거잖아요!"
막무가내인 이 남자와의 동거, 괜찮을까?
// 작가 이메일 : ysssi1724@naver.com

 
#4 옆에 앉히고 싶었어. 어떤 수를 써서라도.<수정본>
작성일 : 20-08-05 03:15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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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로의 약속이 적힌 계약서 두 장에 서로 지장을 찍고, 어찌보면 예리에게는 불공정한 계약이 시작된다.

 이곳에서의 소원이라는 것은… 모두의 생각보다 더,

 소원의 주인에 따라 사악하고, 일방적이며, 야릇하기까지 한 것이니까.

 그 주인이 백진우라는 남자라면 더 더욱….

 어찌되었건 양쪽의 지장은 찍혔다.

 그냥 종이 한 장뿐인 계약서라도, 사내에서의 이런 계약은 지키지 않을 시 한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큰 후폭풍이 다가오는 것이기에, 둘 중 누구도 다른 생각을 품지는 않았다.

 

 "오늘은 어쩔 수 없으니 오늘까지만 1팀에 있어. 내일부터는 부서 변경 해줄테니."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소원, 잘 쓸게."

 

 진우가 배시시 웃으면서 예리에게 말하자, 예리는 얄미움과 동시에 그의 미소에 잠시 멈칫한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고개를 까딱 숙이며 본부장실을 나간다.

 예리에게는 길고 또 긴 첫 출근 날이 어느덧 끝나간다.

 

 **

 

 다음 날 아침, 본부장실이 시끌벅적하다.

 

 "아니, 제가 부서를 옮겨달랬지 언제 여기서 일하게 해달라고 했나요?"

 "여기도 회사야. 부서를 옮긴 것도 맞고."

 "하필이면 이곳에서 본부장님을 만난데다가 서로 불편한 사이끼리 하루종일 얼굴 맞대고 일하자는 말씀이세요?"

 

 예상보다 더 반발이 심한 예리의 반응에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며 말하는 진우.

 

 "그럼 전예리 인턴은 디자인 부서를 포함해 다른 팀들에 T.O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아니, 갑자기 왜 존댓말하면서 사람 불편하게 하세요!"

 "더 이상 말대답하면 부서이동은 없던 일로 하죠. 없는 자리 꾸역꾸역 만들어서 이동 시켜주려했다가 까마득한 부하직원인 전예리씨의 짜증을 받아줄 정도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

 "제가 언제 짜증을…!"

 "계속 애처럼 징징거릴 예정이라면 본부장실 문은 전예리씨가 열 일이 없어질겁니다. 난 오래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열 셀테니까 정하고 말해요. 물론 진심이 담긴 사과도 전예리 인턴이 꼭 해야할 일이니 참고하시구요. 하나, 둘…."

 

 정말로 열을 세고 있는 진우를 보며 예리는 머리를 감싸쥔다.

 여기서 나가면 다시 그 경멸의 늪으로 들어가서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한다.

 여기에 머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저 변… 아니, 본부장과 하루의 반을 붙어있어야한다.

 어느쪽이 조금이나마 덜 절망적일까, 라는 주제로 저울질을 해보는 예리.

 

 "일곱, 여덟, 아홉…, 열…!"

 "보, 본부장님이랑 있을래요!"

 

 시간에 급박해져 빠르게 내뱉은 말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거라는걸 예리 본인이 깨닫는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예리는 바로 수습하려 입을 열지만, 진우의 말에 묻히고 만다.

 

 "그래요, 내 옆에 있어."

 "아…. 네, 본부장님…."

 

 예상치 못한 그의 무덤덤한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예리는 그저 조용히 이 상황을 수긍하는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본부장실은 넓고, 밖에 비서도 있는 상태니까 당장은 조예리 인턴이 할 일은 없을겁니다. 공과 사는 구분하면서 대해줄테니, 알아서 눈치껏 행동해주세요."

 "…네, 본부장님."

 "아, 한시간 뒤에 거래처 미팅 잡혀있는데 같이 갈래?"

 "필요하시다면 따라 가야겠죠…?"

 "그래, 그럼 준비하고 있어. 나도 겉옷만 갈아입고 나올테니까."

 

 공과 사는 구분해서 대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자기 마음대로 존대와 반말을 섞어서 해버리는 탓에, 예리는 혼란스러운듯 하다.

 잠시 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나온 진우를 보고 예리는 잠시 그를 멍하니 쳐다본다.

 

 "왜, 할 말 있습니까?"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예리를 보고 묻는 진우의 말에, 예리는 화들짝 놀라 말한다.

 

 "아, 아닌데요!"

 "…그래요, 출발하죠."

 

 애매한 분위기에 말없이 회사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간 그들은 조용히 진우의 자동차 앞까지 걸어간다.

 예리는 진우의 자동차 앞에 멀뚱히 서서 어디로 타야할지 고민하다 운전석쪽으로 향한다.

 

 "전예리 인턴, 거기서 뭐해요?"

 "아, 그…. 운전해야하지 않을까…해서요."

 "내가 전예리 인턴의 뭘 믿고 운전을 맡깁니까?"

 

 진우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꼭 말을 저렇게까지 해야할까…하고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드는 예리.

 

 "그, 그렇죠…."

 "면허 있어요?"

 "네, 있습니다."

 "자차 있어요?"

 "제가 그럴 능력까지는 아니라서…."

 "그럼 면허는 있는데 경력이 없겠네요. 그런데 운전대를 잡으시겠다?"

 

 진우는 계속해서 공격적인 말투로 예리를 괴롭힌다.

 '아무리 개떡같아도 상사다…. 상사야…. 상사야 예리야….'

 예리는 속으로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고 진우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본부장님. 제가 첫 직장이라 모르는게 많네요. 잘 가르쳐 주세요."

 

 진우는 자신의 예상과 다른 예리의 반응에, 또 그녀의 미소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운전석에 탄다.

 예리는 총총 뛰어서 진우의 차 조수석에 탄다.

 조수석 의자가 꽤 많이 뒤로 밀려있는 상태. 예리는 의자를 당겨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가 않는다.

 

 "아, 이런. 어제 누굴 좀 태웠었어서."

 

 진우는 그대로 예리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닿지만 않았지 거의 안은듯한 자세로 의자를 당겨주는 진우.

 예리는 괜히 숨을 멈추고 정면 만을 응시한다.

 

 "이정도면 괜찮죠?"

 

 아직 상체가 돌아가지 않은 상태에서,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묻는 진우.

 예리는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그제서야 진우가 자리로 돌아가고, 예리는 참던 숨을 내쉬고 안전벨트를 맨다.

 

 "출발할게요, 시간 넉넉하니 가면서 천천히 미팅내용 훑어보고 숙지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아 커피 마실래?"

 

 신호대기중에 보이는 카페에 진우는 예리에게 커피를 제안한다.

 

 "저는 괜찮…."

 "저기 앞에 세울테니까 이 카드로 전예리씨 마실거랑 그거랑 같은거로 내거까지 두 잔 사와요."

 "…네. 아, 그리고 본부장님. 부탁드릴게 하나 있는데…."

 

 드디어 계속 무언가 불편했던 부분을 얘기하려는 예리.

 

 "뭔데요?"

 "그게, 말을 좀... 일관성있게 해주셨으면 해서요."

 "일관성? 아, 말을 높이던 내리던 하나만 해달라는건가?"

 "보, 본부장님이 지금 편하시면 그냥 그대로 하셔도…!"

 

 진우는 마침 카페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예리를 쳐다본다.

 그것도 궁금함이 가득한 어린 아이같은 눈빛으로.

 

 "전예리 인턴은 어떤 쪽이 마음에 드는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클럽에서도, 입사 첫 날에도 변태같기도 하고 양아치같기도 하고, 가끔은 엿을 먹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분명히 싫었는데….

 '왜 자꾸 쳐다보게 되고, 신경쓰이지? 미운 정?'

 

 "대답해봐요. 취향대로 해줄게."

 "제 취향은 적당히 나쁜…아니, 이게 아닌데? 그, 그냥 말 놓으세요! 직급도 나이도 저보다 높으시잖아요."

 "음, 그럴까. 그보다 나는 나쁜 남자쪽이 아니라 너무 착해서 문제인데."

 "그건 좀…."

 

 진우는 예리의 반응에 재미있는듯 웃고, 예리는 괜히 민망함이 드는지 차 문을 열고 카페로 달려들어간다.

 차에 혼자 남은 진우는 카페로 들어가는 예리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한다.

 

 "큰일이네. 자꾸 저런 표정, 말투하면 본부장실에서 못나갈텐데…."

 

 의미를 알 수 없는 진우의 말.

 예리는 전혀 듣지 못한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잠시 후 양 손에 커피를 들고 카페를 나오는 예리가 보이자, 진우는 차에서 내려 그녀를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예리가 자리에 앉고 문까지 닫아주고서야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오는 진우.

 다시 그들을 태운 차가 출발하고, 거래처와의 미팅까지 확실히 끝내고 나니 어느덧 애매한 시간대가 되어버렸다.

 

 "회사까지 돌아가서 업무보다가 점심식사하기는 좀 애매한데, 점심 먹고 들어가자."

 "본부장님 편하실대로요."

 "일식 괜찮아?"

 "저는 음식 안가려요."

 "좋네, 단골 집 있는데 거기로 가자."

 

 차 안에서 시시콜콜한 점심얘기를 나누던 둘은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한다.

 길지 않은 시간을 달려 도착한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했지만 웅장한 분위기의 일식집.

 진우가 먼저 들어가고, 예리가 뒤따라 들어가자 진우를 자주 본듯한 주방장이 그를 반기며 주방에서 뛰쳐나온다.

 

 "진우야, 오랜만이네!"

 "오랜만이네, 형."

 

 지극히 정상적인 지인과의 대화를 보며 예리는 저런 정상적인 대화도 가능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나야 잘 지냈는데, 요즘 왜 이렇게 안왔어? 데려올 여자가 없었냐?"

 "혀, 형! 누가 들으면 내가 꼭 여자생기면 데려오는 데이트코스인줄 알겠어."

 "앗,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뒤에 아리따운 여성분은 누구? 애인이야?"

 "아니요…! 헛…!"

 

 예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방장의 질문에 자신이, 그것도 큰 소리로 대답해버린다.

 예리 본인도 너무 강경하게 부정했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멋쩍어하는 진우.

 

 "하, 하하…. 아니시군요. 하기야, 이렇게 예쁘신 분을 백진우 녀석이 만날 수 있을리가…."

 "아, 형!"

 

 주방장의 유쾌한 말들로 다시금 풀어지는 분위기.

 그는 진우와 예리에게 가장 좋은 자리로 그들을 안내해주고, 곧 음식을 준비해주겠다며 떠난다.

 좌식 룸에 남겨진 둘은 잠시간 정적이 흐른다.

 

 "어, 그…. 조금 아까 아니요, 하고 소리친거는…."

 

 예리는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는지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 말을 꺼낸다.

 

 "뭐야, 사과하면 괜한 사람 바람맞은거처럼 되버리는거 알지? 그냥 지나가. 나도 아무 상관없으니까."

 "아, 네…. 상관없으시구나…."

 

 예상보다 더 덤덤하게 말하는 진우를 보고 예리는 이번에도 괜시리 서운한 마음이 든다.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싫어하는 마음에 미운 정이 들었다고 판단했던 예리는 그게 진심인가에 대해서는 그저 단순하게 자기합리화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듯하다.

 예리가 괜한 감정에 앞에 놓인 티슈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진우가 다시 입을 연다.

 

 "남자친구, 있어?"

 "네? 아, 아니요. 없은지 꽤 됐어요. 3년정도?"

 "3년전이면…. CC였겠네?"

 "맞아요. 그 놈이 저 몰래 클럽가서 원나잇한걸 알게되고 다음 날 바로 뻥, 차버렸죠."

 "아, 클럽…."

 

 클럽이라는 단어가 두어번 나왔을뿐인데, 괜시리 둘의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어찌되었건 둘의 첫 만남은 클럽에서, 돈으로 여자를 품으려는 남자와, 그로인해 싸움을 내걸었던 여자.

 그렇게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말하는데, 클럽에서 너한테 얼마냐, 뭐 그런 이야기했던거…진심은 아니었어."

 "…그런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인가요. 그 위치나 지금 회사에서의 본부장님과 제 위치가 다를게 없는걸요."

 "옆에 있던 놈들과 어느정도 어울려주려 했던거지, 나 정말 원래 그렇게 돈으로 몸섞고 그런 놈 아니야."

 "네, 뭐…. 알겠어요."

 

 예리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답들이 진우를 괜시리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어버린다.

 

 "정말이라니깐. 그거는 정말로 믿어야 해. 너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건 아닌데. 그렇다고 너랑 잘생각…도 없었던건…."

 "네? 저랑 본부장님을 어디까지 상상하셨던거에요?"

 "아,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은데. 클럽 안에 있던 여자들중에 네가 제일 돋보인건 사실이라…."

 "말 흐리지 마시고 평소처럼 말하세요. 이 문제는 얘기 나온김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진우는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잡아와서는 말한다.

 

 "네가 제일 예뻤고, 앞서 온 12명 여자들한테는 없던 소유욕이 생겨서 말야. 옆에 앉히고 싶었어, 어떤 수를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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