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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30화 <탐색>
작성일 : 20-08-05 00:46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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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녁 7시. 2층의 레스토랑은 저녁 손님들로 한창 붐빌 시간이었지만, Bar Bz는 아직 한가했다. 야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두어 팀의 손님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지원의 얼굴에도 여유가 넘쳤다.

 

 [딸랑]

 “어서오세요, Bar Bz입니다.”

 

 밝게 인사를 건네며 출입문을 바라보는 지원의 눈빛이 한순간 반짝였다.

 

 “앉아도... 되나요?”

 

 쭈뼛거리면서 들어온 사람은 바로 유진이었다. 지원은 씨익 웃으며 오랜만에 보는 VIP를 카운터석으로 안내했다.

 

 “그럼요. 이리로.”

 

 능숙하게 유진을 안내한 지원은 자신의 휴대폰을 ‘톡’소리가 나도록 바 테이블에 올려놨다. 순간, 실리콘 속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러게요.”

 “건강하고 밝은 모습 보니, 잘 지내신 것 같아요. 그죠?”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뭘로 드릴까요?”

 “어... 혹시, 크림브륄레 되나요?”

 

 의외의 주문이었다. 미간을 찌푸려가며 더듬더듬 주문하는 모양이 본인에게 익숙한 메뉴는 아닌 듯 했다.

 

 “안타깝게도 저희 메뉴에는 없는데요.”

 “아... 그래요...”

 

 멋쩍은 듯 웃어보였지만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메뉴엔 없지만, 만들어드릴 순 있어요. 마침 손님도 별로 없겠다, 저희 VIP께 서비스 해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호들갑 섞인 지원의 선심에 유진이 쑥스럽게 웃었다. 여전히 웃는 모습에서는 소년티가 남아있었다.

 유진의 앞에 비스킷과 커피슈가를 세팅한 지원이 오픈주방으로 들어가 2층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었다. 머지않아, 주방엘리베이터를 타고 커스터드 크림이 올라왔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도자기잔을 꺼낸 지원은 커스터드 크림을 잔에 담고, 그 위에 설탕을 가득 뿌렸다.

 

 “크림브륄레 나왔습니다.”

 

 자신의 앞에 놓인 크림브륄레를 보며 유진의 눈이 반짝거리면서 빛나기 시작했다. 뭔가를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지원은 모른 척 토치를 꺼내 설탕에 불을 붙였다. 잔 위에 수북이 얹혀 있던 설탕이 달콤한 냄새와 함께 지글거리며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로 엉겨 붙으며 갈색 막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나오자 지원은 토치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유진을 흘낏 살폈다. 그런데 뭔가 기대와 달랐던 모양이다. 또 다시 실망하는 표정인 것을 보니.

 

 “맛있게 드세요.”

 “네...”

 

 잔을 정리하는 척 뒤돌아선 지원의 귀에 유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사기잔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줄 알았다. 지원은 다시 뒤돌아 유진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홱 돌아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원의 모습에 유진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었다.

 

 “무슨...”

 

 지원의 손이 잔 옆에 있는 스푼을 거침없이 집더니, 크림브륄레의 설탕막을 톡 하고 깨뜨렸다.

 

 “이렇게 설탕막을 깨고 스푼으로 떠드시는 거예요.”

 “아...”

 “처음 드시는 거 같은데, 어떻게 알고 주문하신 거예요?”

 “어... 그게... TV에서 봤어요. 신기해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을 느낀 유진이 얼른 스푼을 들어 커스터드 크림과 설탕막 조각을 한 입 떠먹었다. 달콤한 맛이 입에 가득 들어왔지만 지금의 유진에겐 맛 따위 느껴지지도 않았다.

 

 제 딴에는 머리를 굴린다고 굴렸다. 경자가 자신에게 내민 라이터가 진짜 지원의 것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맞다면 경고를 해 줄 셈이었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 있을 것 같다고. 그러니 조심하시라고.

 그를 위해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던 유진이었다.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핀다고 해볼까, 라이터를 사고 싶은데 어떤 게 좋겠냐고 물어볼까... 그러다가 인터넷을 뒤져가며 찾아낸 게 칵테일 잔에 불을 붙여주는 슈터 칵테일이었다. 나름 좋은 생각인 듯 했다. 유진이 술을 못 마신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다 TV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크림브륄레를 보게 되었고, 이거다 싶어서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을 애써 외웠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짜낸 전략이었는데, 라이터가 아닌 토치를 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안 그래도 치밀하지 못했던 자신이 창피해 죽겠는데, 거기다 먹는 법도 모른다는 걸 들켜버렸으니, 그야말로 발가벗겨진 채로 나앉은 심정이었다.

 

 “그냥 솔직히 말해 봐요. 괜찮으니까.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혼자 자책하던 유진에게 들어온 확인 사살에 유진이 지원을 바라봤다.

 

 “오늘 여기 처음 들어올 때부터 유진씨 계속 내 눈치만 보고 있었던 거 알아요? 어차피 물어봐야 할 거, 그냥 속 편히 물어봐요. 대답할 수 있는 건 해줄 테니.”

 

 사실, 지원에게 용건이 더 있기는 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또 위험한 용건이.

 

 “제가 잘은 모르지만... 바텐더님은 이것저것 아는 게 많으시죠?”

 

 이것도 의외의 주문이었다. 지원은 주위를 휙 돌아봤다. 지배인은 없었다.

 

 “그냥 형이라고 불러요.”

 “아, 네. 형.”

 “그리고 어떤 것인지에 따라 다르죠. 내용의 깊이도 다르고,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도 다르고.”

 “그럼 혹시요... 감옥에 있는 사람과 관련해서도 알아낼 수 있어요?”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 누굴 말하는 걸까?”

 “저희 아버지요.”

 

 내내 웃음을 띠던 지원의 얼굴이 일순간 차가워졌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진에게는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지원은 자신의 앞에 있는 유진을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인경자와 인경식의 비호를 받고 있는 세상물정 모르는 소년이자,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범인의 아들을.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았다. 귀여운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가 젊은 혈기에 임신 먼저 했고, 아직 군복무도 마치지 못했던 아버지는 나름 가장 노릇을 해보겠다고 직업군인으로 들어갔고,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 두 분 다 살해당하고 말았다는 것이 그가 아는 다였다.

 나중에 안 것이었지만, 부모님은 어떤 높은 분들의 정치 싸움에 어쩌다 휘말렸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입막음으로 청부 살인을 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청을 받아 자신의 부모님을 살해했다는 사람이 바로 유진의 아버지인 강경식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앞에 있는 요 작은 머리통을 수십 번도 더 내려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을 꾹 참고 있는 것은, 부모님의 죽음 뒤에 드리워진 Bz의 그림자를 파헤쳐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지원은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보드카를 잔에 따라 단숨에 넘겨 버렸다. 뜨거운 알콜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목까지 차올랐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대신 짓궂은 장난기가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저 머리통을 내려치는 것은 지금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혼란으로 뒤엉키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그 정도의 자격은 있지 않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고아원을 전전하며 힘들게 자라다가, 그 배후였던 Bz를 파헤치기 위해 직접 호랑이 굴로 기어들어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지원이었다. 세상을 알수록, 사건의 진실을 알수록 두려움과 억울함에 악몽을 꾸는 지원이었다.

 그런데 저 아이는, 살인자 아버지를 둔 저 아이는, 아버지가 감옥에 갇힌 뒤로 인경자와 인경식의 후원을 받으며 편하게 먹고 살았다. 그런 주제에,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니, 진실은커녕 세상에 문을 완전히 닫고,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 알며 편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자신에겐, 저 아이를 괴롭힐 자격이 손톱만큼이나마 있지 않을까?

 

 “아버지라면... 강경식씨를 말하는 거죠?”

 

 단번에 튀어나온 아버지의 이름에 유진의 눈이 커졌다.

 

 “저희 아버지를 아세요?”

 “안다기 보다는 들은 게 있을 뿐이죠. 저기 서울 외곽에 있는 교도소에 계셨잖아요.”

 

 유진의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그 일렁임 속에서 지원의 모습도 같이 일렁이고 있었다.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라고 물으시면... 글쎄요. 어떻게 답해드려야 할까요?”

 

 지원이 입을 삐죽거리며 짐짓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지난번에 오셨을 때 기억나세요? 자정 넘어 들어와서는 마티니 시키셨잖아요.”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유진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패기있게 마티니를 시켜놓고는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셨죠.”

 “네, 맞아요.”

 “그래서 어떤 여자분이 모히또를 사주셨는데... 기억나요?”

 “그럼요. 당연히 기억나죠.”

 “성안나 교수님이라고 심리학 교수이신데... 그 성 교수님이 담당했던 재소자였거든요. 강경식씨가.”

 

 심장이 땅에 떨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불안했던 예감이 정확하게 적중하고 말았다.

 유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지원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위를 향했다. 지원은 유진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사실 거기에는 사연이 좀 있는데요.”

 “사연... 이요?”

 “강경식 씨가 실은 성 교수님의 부모님을 살해했거든요. 그래서 성 교수님이 어른이 되자마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감옥에 처넣고는 지독하게 괴롭히셨죠.”

 

 쨍그랑.

 유진의 손에서 스푼이 밑으로 떨어졌다.

 

 “물론, 지금은 다 끝난 이야기예요. 감옥 안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하면서 더 이상 괴롭히고 싶어도 괴롭힐 수 없으니까요. 그러고보니 유진씨와 성 교수님도 나름 인연이라면 인연이네요.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어떻게 그렇게 만날 수가 있죠?”

 

 

 지원의 공격은 성공적이었다. 유진의 얼굴이 더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참담했던 것이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유진의 눈에 고인 눈물이 뚜렷이 보이는 걸 보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야 모른 척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온 마음고생에 비하면, 저 마냥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소년도 이 정도는 겪어도 된다.

 

 혼란에 빠진 유진을 남겨둔 채, 지원은 비상구계단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멍하니 있던 유진을 깨운 것은 휴대폰 진동 소리였다. 바테이블에 놓여진 것을 보니 지원의 휴대폰인 듯 한데... 액정에 발신자로 안나가 떠 있었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초록색 통화 표시를 누르려다 이내 멈추고 말았다. 유진의 손 위에서 계속 울리던 전화는 다시 검게 변한 액정과 함께 잠잠해졌다.

 고민 끝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유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방금 지원이 나갔던 비상구계단을 발견하고는 문을 열었다. 가까이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계단에서 휴식이라도 취하는 모양이었다.

 

 “저...”

 

 그리고 그때, 무언가가 풀썩하며 유진을 덮쳤다. 그 무게를 버티지 못했던 유진도 뒤로 나동그라졌다.

 

 “아야...”

 

 겨우 몸을 일으킨 유진은 자신을 덮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넋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피투성이가 된 지원의 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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