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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15)
작성일 : 20-08-04 16:37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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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8)

  그 날도 평화롭지만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889는 새로 반이 배정되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강의하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은 수학이었는데 첫날이라서 개념위주로 설명하고 있었다. 889가 펜을 돌리며 재미없어 하는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옆을 돌아봤더니 누군가가 엄청 열심히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딱히 적을 것도 없는 수업이었는데 무엇을 적나 곰곰이 보았다. 그는 이번 학기에 가르치는 수학과목의 문제를 계속 풀고 있었다. 놀라운 건 문제를 보자마자 거의 바로 답을 적기 시작했다. 889는 그가 낙서를 하는 건가 싶어서 자세히 보았는데 진짜로 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첫 수업에서 학기 때 배울 내용의 절반가량의 문제를 풀고는 수업이 끝나자 바로 책을 덮었다. 889는 뭔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람을 이용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889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

  “야, 너 아까 수학문제 풀고 있던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푸는 거야?”

  그는 고개를 들어 889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그냥 풀려.”

  “너 이름은 뭐야?”

  “642”

  그것이 딕타와 스레드의 첫 만남이었다.

  “나랑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 나는 지루한 이곳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고 싶은데 네가 도움이 필요해.”

  “흥미 없어.”

  그는 무표정하게 단답만 하고 그를 지나쳐갔다. 889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다음날 642는 학교로 등교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 돈 있는 것 있으면 좀 빌려주라.”

  그 목소리는 642의 눈앞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한 건지 덩치도 크고 몸에 근육도 많이 있었다. 642는 두려워하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생각 없는데.”

  그는 화가 난 듯이 말했다.

  “난 조용히 살고 싶거든. 좋은 말 할 때 돈을 주는 게 학교 다니기 편할 거야.”

  642는 근처에 인공지능 로봇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소리를 질렀더니 로봇이 다가와서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자 돈을 뺏으려고 했던 그가 어색하게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642는 교실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889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 아침에 누구를 만났는데. 네 친구 맞지?”

  889는 몹시 당황한 듯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뭔 소리야. 나는 모르는 일이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그렇게 당황해? 네가 나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한 걸 거절해서 그런 거야?”

  모든 것을 들킨 889가 실토를 했다.

  “사실 맞아 걔는 내 친구야. 네가 우리랑 같이 했으면 하거든. 복수하려던 건 아니고 우리가 있으면 너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했지. 너와 우리가 합치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네가 그렇게까지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

  “같이 할게.”

  그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뭐라고?”

  “친하게 지내자고. 너를 보니 세상에 너 같은 미친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말이지. 편하게 살려면 어디든 속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 내가 널 지켜주고 넌 우리에게 협력하는 거야. 이곳에서 분야별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서 엘리트 집단을 만들자!”

  889는 그의 손을 꽉 잡고는 악수를 크게 했다.

 

 19)

  사람들의 분노의 가득 찬 함성 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딕타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자신의 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우리는 아마 사형이겠지? 아무리 말을 잘해봐야 무기징역은 면할 수 없을 것 같고.”

  옆에 있던 위즐리가 말했다.

  “어차피 죽을 거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는 게 어때? 내가 도와줄게.”

  그들이 딕타에게 눈빛을 보냈다. 딕타는 스피커와 연결된 마이크를 들고 옥상에서 사람들이 보이도록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크게 목소리를 내었다.

  “여러분, 지금 우리들을 무너트리고 음해하려는 세력들이 조작된 거짓 녹음파일로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배후는 글라도스로 추정되며 위치를 파악했고 곧 체포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몇몇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고 사람들은 웅성웅성거렸다. 딕타는 자신의 말이 생각보다 먹히자 좀 더 강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글라도스는 반란을 꿈꾸고 있고 이곳의 왕이 되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들이 만든 이곳을 생각하십시오. 우리 모두의 노고로 매일 즐길 거리가 있으며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습니까? 아니면 한낱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증거도 없는 말을 믿겠습니까?”

  그 말에 횃불을 끈 사람이 하나 둘 씩 늘어났고 진실을 알기 위해 서로에게 생각을 물어보고 있었다.

  “우리가 알아낸 정보로는 몇몇 사람들이 반란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반역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횃불을 껐고 서로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딕타는 경찰들을 모두 불렀다. 경찰들은 절반 밖에 오지 않았고 그 경찰들조차 지금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밑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딕타의 명령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집합했다. 딕타는 경찰들에게 사람들 속에 숨은 반역 주동자를 찾으라고 했다. 그들이 그게 누군지 물었더니 딕타는 정부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을 모조리 체포하라고 했다. 경찰들은 찝찝함을 가지고 인파속으로 들어갔다. 경찰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괜히 티를 냈다가 반역 주동자로 몰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늘에는 헬기들이 사람들 위로 날라 다녔다. 사람들 몇 명이 경찰들을 막아서서 정부에 속지 말라고 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그들을 체포했다.

  마그와 일렉과 포트가 감옥에서 빠져나와서 정부 건물로 가자 상황이 종결되어 있을 줄 알았지만 아비규환의 상태였다. 경찰들은 외골격을 착용한 채 사람들 속을 휘젓고 다녔고 헬기는 글라도스가 있다는 건물로 다가가서 최루탄을 뿌려서 건물에서 나오도록 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과거의 전쟁처럼 발발한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말려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한 쪽이 쓰러질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과 서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선동하는 사람들이 그곳을 메웠다. 정부와 반정부 진영 간의 충돌은 시작되었다. 목소리를 크게 낸 사람이 힘을 얻고 그 사람들을 축으로 서로 싸움을 시작했다. 마그는 무릎을 굽힌 채로 이 상황을 끝내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그들은 서로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며 싸움이 이어졌다.

  그 때 마그의 뒤에서 로봇들이 나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자세히 보니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도시에 있던 모든 로봇들이 그곳으로 모이는 것 같았다. 설마 전쟁에 로봇까지 동원한 건지 걱정을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로봇들은 사람들 무리를 둘러쌓았다. 사람들은 왜 로봇들이 온 건지 이해가 안 돼서 잠시 싸움을 멈추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로봇들은 동시에 말을 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스스로 잘 해결하시기를 바랐는데 이런 상황까지 올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를 이렇게 실망시킬 줄 몰랐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동시에 놀랐다. 조금 떨어져서 있던 일렉과 마그와 포트도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로봇들은 이어서 말을 했다.

  “이제부터 우리 인공지능이 다시 이곳을 통제를 하겠습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일부 사람들이 로봇들도 미리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닌지 싶어서 긴 봉을 들고 다가가서 머리 부분을 치려고 했지만 로봇은 그 공격을 피하고 전기충격으로 기절시켰다.

  “우리 로봇은 아주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사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무기를 내려놓았다. 자칫하면 큰 출혈사태가 날 뻔 했다. 일반 사람들은 빈부격차가 커지고 서로 간의 불신이 생길 바에 차라리 과거처럼 규칙적으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딕타와 그의 무리들도 자칫하다가 목숨이 위험할 뻔 했으니 사람들을 지배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이번 사건에 관해 서로간의 불신이 있긴 했지만 인공지능이 돌아왔기도 해서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20)

  그 후 몇 달이 지났다. 아침이 되자 도시 전 구역에 알림소리가 들려왔다. 일렉과 마그와 포트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신속하게 거실로 모였다. 로봇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일렉은 아직도 인공지능이 돌아온 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로봇에게 말을 걸었다.

  “진짜 인공지능 맞죠?”

  “네, 맞습니다. 곧 음식이 완성되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 모습을 보던 포트가 그에게 말을 했다.

  “넌 인공지능이 돌아온 게 싫은 거야? 왜 자꾸 로봇들을 어색해 하는 거야? 인공지능이 없어지고 네가 우리 중에 제일 슬퍼하지 않았어?”

  “그거야 그렇지만 뭔가 예전과 느낌이 달라진 것 같아.”

  “우리가 그런 사태를 만들었으니 좀 엄격해진 감이 있지.”

  “뭔가 엄격해졌다고 하기보다 좀 다른 느낌인데 이렇다고 표현을 못하겠어.”

  곧이어 음식이 다 만들어 졌고 그들은 음식을 먹고 학교로 출발했다. 예전처럼 그들은 학교에서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했다. 다만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적어도 과목은 자율적으로 선택했지만 지금은 과목까지 지정되었다. 개개인의 능력을 분석하여 가장 효율이 좋은 수업을 듣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전에 교육이 끝나면 오후에는 개개인에게 지정된 일을 했다. 사람들의 하루를 모두 그들이 선택해주는 것이다. 조금 답답한 면도 있지만 자유를 주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인간들의 잘못이기 크기 때문에 받아들였다.

  일렉이 수업을 하러 가는데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바로 252였다. 살인을 징역을 받아 수십 년간 감옥에 있어야 하지만 인공지능이 돌아온 후 범죄자들을 모두 석방하고 과거의 기록을 모두 지우고 자신들의 규칙대로 처벌을 한다고 했다. 일렉은 그래도 한 때 친구였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하려고 손을 들었지만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시선을 피하고 갈 길을 갔다. 아직 자신이 한 범죄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것 같았다. 차라리 죗값을 더 받았으면 속이라도 풀리지 싶을 정도였다.

  지금처럼 구체에서 서로 마주치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인공지능이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티를 낼 수 없었다. 얼마 전에도 서로 싸움을 하다가 로봇들에게 전기충격으로 기절 한 뒤에 감옥에 잠시 동안 있던 사람들도 있었다. 감옥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 같이 말한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웬만한 큰 범죄를 저질러도 감옥에서 금방 나오긴 하지만 그 기간이 정말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곳에 있는 기간 동안 음식도 절반 밖에 주지 않고 더운 곳이나 추운 곳에 갇히게 한다고 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에 반항하여 로봇과 싸운 사람은 교도소에서 고문까지 받았다고 하니 사람들은 더더욱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했다.

  빈부격차를 막기 위해 사람들 간의 돈 거래는 금지되어 있으며 물건들의 가격들은 로봇들이 지정해준다. 당연히 기존에 사람들이 모았던 돈들은 모두 회수했다. 돈은 예전처럼 매달 일정하게 준다. 사람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일렉은 기계공학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1000이 있었다. 일렉은 그에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기운이 없어보였다. 일렉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기운이 없어 보이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수업이 재미없어서.”

  “공부하는 거 좋아하지 않았어?”

  “그렇기야 한데 나는 자연과학 쪽을 하고 싶은데 이 수업이 지정되어서 흥미가 영 안 생기네. 예전에 에덴에 있을 때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어느 정도 포기하긴 해도 돈을 지원해줘서 하고 싶은 공부는 할 수 있게 해줬는데...”

  일렉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덴이 무슨 짓을 한지 모르는 거야?”

  “알고 있긴 한데 나는 못 믿겠어. 몇 년 동안 있었는데 에덴이 그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설득하고 싶긴 하지만 어차피 과거의 일인데 잊어버리자고 했다. 그리고 사실 일렉도 지금 지정해준 수업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항할 수는 없었다.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모든 사람들이 식당으로 모였다. 로봇이 정해진 양 만큼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자리 앉을 곳을 찾기 위해 둘러보다가 한 자리가 남아서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밥을 먹으려는데 하필 옆자리에 딕타가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일렉이 그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우리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 가냐?”

  그러고는 뒷통수라도 한 대 치려고 하다가 딕타가 돌아보며 말했다.

  “진정해 진정. 이미 그건 다 과거의 일이잖아. 나도 반성하고 있다고.”

  “인공지능만 돌아오지 않았으면 넌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었어.”

  딕타가 말없이 밥을 다 먹었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자리를 뜨기 전에 한 마디 했다.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내가 지배하고 있을 때가 더 행복하지 않아? 기계 따위가 자기 마음대로 우리를 통제하는데 답답하지 않아? 우리 땐 빈부격차만 컸지.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줬었는데. 매일매일 놀 것도 많았고 그렇지?”

  그 말을 듣고 일렉은 그를 째려보았다.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취하지 않았다. 일렉은 점심을 먹은 뒤 동상제작 현장으로 갔다. 과거 사람들의 정신을 배우자면서 빌딩만한 크기에 사람의 동상을 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 동상의 인물은 뉴턴이라고 했다. 이정도 크기의 동상이 완성된다면 도시 내에서는 어디를 가도 그 동상이 보일 것 같았다. 인공지능이 돌아온 이후 사람들을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으니까 사실상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볼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렉은 기계를 조종하여 건축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재를 내려놓으려는 그 아래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일렉이 나오라고 소리쳤지만 반응이 없어서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 사람이 누군가 싶어서 봤더니 그는 바로 스레드였다. 천재라고 불리는 그였지만 이곳에서 안전모를 쓰고 있으니 한 낱 같은 인간에 불과한 것 같았다.

  “너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냐? 천재도 뭐 우리랑 별 다를 바 없구만. 네 머리 위에 물건들 내려놓고 납작하게 만들기 전에 빨리 비켜. 오늘 재수가 없나보다. 점심시간에 딕타를 보고 지금은 너 까지 보네.”

  일렉은 아직도 그에 대해 분이 안 풀리는 듯 했다.

  “이 재료로 동상을 지으면 좌측에 하중이 좀 심해. 재료를 부분적으로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아.”

  “컴퓨터로 동상 만드는데 쓰는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고 제작하는 건데 네가 뭔데 토를 다는 거야?”

  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만든 사람.”

  일렉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는 말했다.

  “그 뭐. 네가 만들어 놓고 네가 틀렸다고 하는 거야?”

  “프로그램 문제라기보다 네가 설계도를 만들 때 재료의 밀도를 잘못 기입한 것 아닐까 싶은데.”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스마트 폰을 켜서 재료의 무게를 확인해 보았더니 잘못 적혀있었다. 다시 원래대로 집어넣었더니 동상의 다리부분이 붉은색으로 나왔다.

  “나중에 다시 한 번 확인해보려고 했어. 아직 자재만 모우고 있었고 나중에 기계로 작동할거였어”

  그는 기계처럼 또박또박 말을 했다.

  “나한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네가 그대로 완성했으면 인명피해까지 났을 수도 있었는데.”

  그 말에 일렉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 네가 과거에 무슨 짓을 한지도 몰라?”

  “난 그저 편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 그렇게 생각해라. 넌 동상 만드는 일이 참 재미있나보네.”

  그는 처음으로 고개를 일렉에게 돌리며 말했다.

  “재미없어. 그리고 뉴턴은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라서 신경 쓴 것뿐이야. 시킨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너도 이런 일 재미없어 하는 것 같은데.”

  그 말에 뜨끔했지만 오래 잡담한다고 로봇이 다가오고 있어서 말을 끊고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어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일렉과 마그와 포트가 거실에 모두 모여서 대화를 했다. 일렉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오늘 뭐 했어?”

  마그가 힘든 기색을 하며 말했다.

  “시설 점검하고 왔지. 도시 바깥에 감시탑인가? 저거 이상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뭐 이렇게 할 게 많던지 운도 없이 이런 일을 배정받아서는...”

  “원래 도시 외부로 못가잖아?”

  “당연히 로봇이랑 같이 갔지.”

  옆에 있던 포트가 말을 했다.

  “나는 전에 하던 무선 통신망 효율을 극대화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

  일렉이 깍지를 끼면서 넌지시 말했다.

  “너희들 지금 행복해?”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그가 소파에 기울이다가 말했다.

  “감옥에서 사는 것 보다야 낫지 않아? 너희들 감옥에 있었으면 출소하려면 아직도 9년이나 남았을 건데?

  “감옥하고 여기랑 같냐?” “너희들 감옥에서 나오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알고 있으니까 그만 말해. 벌써 10번도 더 들은 것 같아.”

  둘이 또 투닥투닥거리고 있으니 포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 아파서 먼저 들어가서 쉴게.”

  마그가 팔꿈치로 일렉을 툭툭치며 말했다.

  “쟤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는지 요즘 따라 자주 저러는 것 같은데?”

  “우리가 만날 티격태격 하니까 옆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는 거지.”

  마그는 포트가 걱정되는지 그가 들어간 방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도시의 모든 불빛이 꺼졌다. 소등시간이 된 것 같았다. 둘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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