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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13)
작성일 : 20-08-04 16:35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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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4)

  구체 내부는 점점 계발이 되었다. 과거 사람들이 만든 것들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구체의 사람들의 입맛대로 바꾸고 있었다. 산의 나무들을 깎아서 휴양림을 만들기도 했고 바다 근처에도 놀이시설들을 지었다. 게다가 도심에서 바다까지 가는 하이퍼 레일을 설치해서 순식간에 바다로 갈 수 있게도 만들었다. 만들어야 하는 것이 늘어남에 따라서 공장들은 늘어났다. 밤에는 불꽃놀이를 하며 기념한 만한 일이 있으면 파티를 했다. 사람들은 매일 생기는 즐거움에 일을 하는 힘듦도 잊고 있었다.

  해가 방금 진 저녁이었다. 일렉과 마그와 포트는 그들의 집 옥상에 올라가서 누울 수 있는 의자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옛날과 다르게 도시 중심가에서는 많은 불들이 켜져 있었다. 그곳에 있으면 너무 밝아서 언제 밤이 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잠시 후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세 사람은 나란히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포트는 그것을 보며 말을 했다.

  “오늘은 장미 모양 불꽃이네 예쁘다.”

  마그는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데 일렉은 뭔가 불만이 있으니 투덜거렸다.

  “요즘 사람들이 너무 이곳에 안주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인류는 번영하기 위한 임무가 있는데...”

  일렉이 분위기를 망치려고 하자 마그가 그의 말에 토를 달았다.

  “과거 사람들이 멸망한 건 그들이 잘못했기 때문이지. 그들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줄 필요는 없어.”

  일렉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말을 했다.

  “그들은 우리를 만들게 해준 사람인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들이 멸망했는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을 할 순 없지.”

  “어떻게 멸망했어도 그들 잘못이야. 46년 동안 멀쩡했던 지구가 문명이 생긴지 1만 년 만에 멸망한 건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빙하가 녹아서 수면이 올라간 것도 인간 잘못이고 대기오염이 되어서 숨을 못 쉬게 된 것도 그들 잘못이야.”

  마그는 인류멸망회의에서 들어봤던 내용들을 참고하며 말했다. 그들이 또 싸우려고 하자 포트가 헛기침을 크게 하며 머리 아프다고 그만 하라고 하자 두 사람은 조용해졌다. 잠시 후 불꽃놀이가 끝났다. 포트는 피곤한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는 최근에 몸이 안 좋은지 잠이 잦았다. 일렉이 그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과거 사람들을 위해 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멸망이 되지 않으려면 과거를 보고 배워야 한다니깐.”

  마그도 조용히 말을 했다.

  “그럼 과거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왜 인공지능이 멸망 이유를 안 알려 주는 건데? 멸망한 이유가 창피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건 잘 모르겠는데 곧 세 번째 인류멸망회의 때 조사한 내용들을 말해줄게. 재미있게도 방금 네가 말한 인류멸망 이유랑 연관이 있어.”

  “그래 거기서 말해. 우리끼리 이런 말을 해서 뭘 하겠냐?”

 

  회의는 예년처럼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일렉이 먼저 조사한 것을 발표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 일렉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인류멸망에 대해 다른 접근을 해보겠습니다. 과거 인류가 한 때 급하게 성장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사람들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죠. 그것은 바로 환경입니다. 그들은 급하게 발전해서 환경을 신경 쓰지 못했죠. 그 때문에 지구의 대기는 오염이 되었고 쓰레기들이 사방에 가득 찼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에 남아 있던 자원고갈이 되어서 자연에너지를 쓰려고 했지만 환경이 오염되어서 그걸 이용하는데도 상당히 힘들었죠. 한동안 발전이 정체되었습니다. 다행히 세계 각국에서 합심해서 해결은 했어요. 근데 후에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되어서 멸망을 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구체내의 에너지는 한정되어있고 환경오염이 되면 그건 즉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따라서 우리들도 발전을 제약하는 것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누구나 생각 가능한 것이었고 그런 걸로 인류가 멸망했다고는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별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렉도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끝냈다.

 

  며칠 뒤 연구소에서 일렉은 의자를 기대 있었다. 인류멸망회의가 끝나고 멍해져 있던 시간이 많아졌다. 사람들의 반응이 안 좋은 것에 대해 실망해서 그런 것 같았다. 컴퓨터 소리만 들려오는 그 조그마한 방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는 바로 딕타였다. 그는 구체내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못 보았었다. 일렉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옛날엔 동등한 위치였던 것 같은데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그를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딕타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굳이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돼. 편한 데로 있어.”

  그런 말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인류 멸망회의에서 네가 최근 발표한 것들 좀 실망이었어.”

  “나름 열심히 연구 한다고 했는데 그 정도 반응까지 나올 줄은 몰랐지.”

  “우리가 사람들한테 세금을 거두면서까지 연구비를 투자하는데 그 정도 성의 없는 대답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기분 나쁠 법한 말이지만 사실이기 때문에 뭐라 반박할 수는 없었다.

  “인류멸망원인은 취미로 찾아보고 구체를 위해 연구를 하는 것에 도와주지 않을래? 구체는 아직까지 미완성이지. 우리가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어.”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 난 내가 하던 걸 계속 하고 싶어.”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안타깝군. 사실 우리 재정부에서 예산 중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데 너에게 지출되는 연구비가 있다고 해서 말이지.”

  “그래도 이렇게 네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이제 연구비는 줄 수는 없지만 연구실은 쓰고 싶으면 그냥 쓰도록 해. 그리고 마음 바뀌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그럼 난 가볼게.”

  그는 그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일렉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옛날에는 그와 편하게 말했었는데 이제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업무의 위치 때문인지 예전만큼 대하기 힘들었다. 그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서 소파에 앉아있던 마그와 포트를 불러서 말을 했다.

  “우리 오랜만에 바닷가에 놀러갈까? 옛날에 자전거 타고 간 적 있었잖아. 하이퍼 레일 이용하면 금방 도착한다던데.”

  포트는 그 말에 찬성하는지 박수를 치고 기뻐하며 찬성했다. 마그도 좋은 생각인지 좋아하다가 갑자기 말을 툭 던졌다.

  “그러고 보니 너 얼마 전만 해도 환경오염이니 뭐니 하더니 사람들이 만든 걸 사용하려고 하네? 본인부터 실천해야 하는 거 아냐?”

  “회의 끝나고 환경오염 규제 법안도 냈는데 늘 보이던 사람만 보이고 보통 사람들은 오지도 않더라고. 내가 낸 법안도 부결됐고. 알게 뭐야. 그깟 환경오염.”

  “박박 우길 땐 언제고... 그래도 바다에 놀러가는 건 찬성.”

  그들은 며칠 뒤 바다로 향했다. 예전에 바다에 한 번 가는 건 도전적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쉬러 가는 느낌이었다. 하이퍼 레일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빨대로 빨아올리는 것처럼 탑승 공간이 길을 따라 쑥 이동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걸렸던 그 길이 지금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일렉은 어지러운 듯 비틀거렸다. 출구에서 얼마 안 가 해변 백사장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해변 백사장에는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튜브를 타고 놀고 있었고 일반 사람들은 모터보트를 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뒤에는 식당과 숙박시설이 있었고 바다로 이어진 슬라이드도 있었다. 예전과 다른 모습에 생소함을 느꼈다. 마그는 백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탈의하고 백사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이미 수영복을 옷 안에 입고 있었다. 포트도 근처에 있던 탈의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는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일렉은 정신을 차리고 해변 의자를 설치한 후 그곳에 누워서 언제 샀는지 모를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바다에서 놀던 마그가 그를 향해 소리 질렀다.

  “야 바다에 안 들어갈 거야? 빨리 와.”

  일렉은 그에게 손을 휘젓고는 조용히 바닷소리를 즐겼다. 시원한 바닷소리와 산뜻한 바다냄새가 그의 복잡했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일렉이 반쯤 눈이 감긴 채 주변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떠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마그와 포트가 그의 양 팔과 다리를 잡고 바다로 빠트렸다. 그들은 도망갔고 일렉은 그들을 잡으려고 뛰어갔다가 아까 생각하던 것이 떠올라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을 불러 세웠다. 그들은 속이려고 하는 건줄 알고 다가가지 않고 도망갔다. 한참이나 실랑이 한 끝에 세 명이 백사장에 지쳐서 쓰러져 있었다. 일렉이 드디어 하고 싶던 말을 했다.

  “예전에 올 때 바다 근처 숲에 간이 작은 집이 있지 않았어? 왜 안 보이지?”

  그 말을 듣고 둘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봤는데도 보이지 않자 마그가 대답했다.

  “어차피 안 쓰는 건물이라 미관상 안 좋으니 없앤 게 아닐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모터보트 빌려서 놀자.”

  일렉은 이제부터 돈에 쪼들리겠지만 이왕 놀러온 것 신나게 놀기로 했다.

 

 15)

  일렉과 마그는 소파에 앉아서 나란히 TV를 보고 있었다. 마그는 과자봉투를 뜯어 안에 있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일렉이 그가 먹고 있는 과자 봉투에 자연스럽게 손을 넣고 먹으려고 하자 마그가 그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

  “야, 그만 먹어. 너 요새 자꾸 내 과자 뺏어먹는데 네가 좀 사먹어라.”

  “요새 돈이 좀 부족해.”

  “예전에 내가 돈 빌려달라고 할 때는 돈 많은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네.”

  “내가 안 빌려준 덕분에 카지노 끊은 거 아니야? 내가 빌려줬어 봐. 넌 아직도 나한테 빚 갚고 있을 걸?”

  일렉은 자신의 월급이 끊긴 걸 숨기고 있었고 마그는 자신이 대출까지 하려고 했다는 걸 숨기고 있었다. 그 때 포트가 커피를 태워서 가지고 왔다.

  “또 무슨 일로 싸우고 있는 거야?”

  마그가 과자를 자신의 쪽으로 휙 돌리고는 말했다.

  “우리가 무슨 만날 싸우는 줄 알아? 싸우는 거 아니야. 얘가 내 과자 뺏어먹으려고 하잖아.”

  “보통 그걸 보고 싸우는 거라고 하지.”

  그 때 마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마그는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네? 돈이요? 빌린 적이 없는데? 아 그 축제 때요? 그 때 그렇게 많이 빌리지 않았는데요? 이자가 그렇게 많다고요? 잠시 만요.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할게요.”

  일렉은 과자를 먹던 손을 털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5년 전인가 예전에 돈 빌린 적 있었는데 이제 와서 갚으라고 하잖아. 게다가 이자가 매달 5퍼센트 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갚아야 할 돈이 10배나 늘어났어. 이거 사기 아니야?”

  “내가 이래서 돈 함부로 빌리지 말라니까. 낮은 이자율이라도 오래되면 누적되잖아. 너 돈 빌릴 때 설명 잘 안 들었어?”

  “듣긴 했지. 근데 그 땐 어렸을 때잖아.”

  “어쨌든 돈을 갚긴 해야 할 것 같아. 얼마 전에 돈을 안 갚고 버티던 사람이 재판까지 갔는데 꽤 큰 징역을 받았더라고.”

  “너무 짜증난다. 난 돈을 모울 운명이 아닌가보다.”

  일렉은 손을 팔짱을 끼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요즘 전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지 않아? 옛날에는 과자들이 이렇게 안 비쌌는데.”

  포트가 말했다.

  “그거야 매달 주는 돈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돈이 늘어나니까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우리가 전부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네. 내가 한 번 조사해봐야겠어.”

 

  며칠 뒤 일렉은 거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옆에서 사과를 먹고 있는 포트가 그에게 한 마디 했다.

  “뭘 그래 심각한 표정을 지어?”

  “아무래도 여기 경제구조가 이상해. 상위 20퍼센트가 구체내의 상업건물의 70~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

  마그는 그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어서 생각하다가 알아내고는 예전에 카지노 근처에서 봤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했었다. 일렉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도시의 교통수단과 새로 지어진 콘도 등 상당수의 대규모 시설들이 소수의 개인이 가지고 있어. 아무리 시장경제라고는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너무 빈부격차가 심해진 거 아니야? 그들은 거의 법적으로 규제를 피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있어. 정부와 관련된 인물 중에 누군가와 커넥션이 있는 것 같은데? 의심하면 안 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의심할 수밖에 없어.”

  마그가 근질근질한 입을 떼고 말했다.

  “너 정부 연구소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런 걸 의심 하는 거야?”

  마그는 그를 살짝 간을 보기 시작했다. 일렉도 월급이 끊기기 시작한 후 부터는 정부에서 하는 일들을 탐탁치 않아했다. 처음에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자더니 이제 와서는 다른 말을 하니까 싫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언제나 중립이야. 누구든 상관없이 잘못했다면 잘못한 거야.”

  “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처럼 정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충분히 그런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 근데 우리가 중요한 건 내가 의심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증거가 없어. 사실인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도 침묵만하고 있을 뿐이겠지.”

  “혹시 우리가 그들과 힘을 합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렉이 뭔가 이상한 걸 느낀 듯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뭔가 수상한데? 뭐 알고 있는 거 있지?”

  “아니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전에 카지노 다닐 때 돈을 탕진한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야.”

  조용히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포트가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어, 그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 간의 이용하는 거래내역을 해킹으로 그들의 돈의 흐름을 알 수 있어. 만약 정부 관계자들과 고소득자간의 수상한 돈이 오고 간다면 그것이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돈을 마음대로 늘리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거래내역 정도는 내가 해킹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마그가 그녀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정부의 정보를 해킹하다니 그건 정말 중범죄야. 게다가 정부에는 뛰어난 실력자가 있어서 흔적도 없이 해킹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마그의 말에 포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은 평범한 일을 하고 있지만 학교 다닐 때는 세 손가락 안에 손에 꼽힐 정도로 컴퓨터 실력이 뛰어났는데 쉽게 걸릴 것 같아?”

  일렉이 한참동안 고민을 하다가 말을 했다.

  “역시 그런 건 하지 않는 게 좋은 듯 해.”

 

  다음날 아침 일렉이 몸이 아프다며 포트에게 간병 좀 해달라고 했다. 마그는 그를 한 번 보더니 별로 아프지도 않은 것 같은데 꾀병부리지 말라고 하며 경찰 업무를 보러 출근했다. 포트가 물을 끓여서 차를 만들고 있는데 일렉이 거실에 나와서 노트북을 만지고 있었다.

  “뭐야, 너 몸 아픈 거 아니었어?”

  “그 해킹 말이야. 내가 만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시킬 수 있어?”

  “시간 좀 걸리겠지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제 그런 거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야 걔는 입이 싸니까 그렇지. 이번 일은 내가 단독으로 할 거야. 너도 프로그램만 만들어 주고 내가 하는 일은 무시 해. 일이 잘못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주지는 않을 거야.”

  “벌을 받더라도 같이 받는 거지. 너 혼자 책임지려고 하지 마.”

  일렉은 차를 한 입 천천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언제는 해킹실력이 뛰어나니까 안 걸릴 수 있다고 하더니.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자신 없나 보네?”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말이지.”

  “그럼 안 걸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

  며칠 뒤 포트는 일렉의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간단히 조작만 하면 작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렉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조용히 노트북을 들고 도심 근처의 빈 건물에 들어갔다. 약간 긴장한 듯 손바닥을 비비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정부 관계자와 고소득자간의 수상한 거래 흔적을 찾아서 대중들에게 공개한 다음 그들을 처벌받게 하는 것이다. 일렉은 지금 빈부격차가 심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정부에서 구체의 발전만 신경 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적당히 하라는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것을 알면 적어도 눈치라도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렉은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의 정보부터 알아보았다. 그는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777번이었다. 그의 공식적으로 등록된 다른 이름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편하게 빌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걸 알아냈다. 좀 더 조사를 하니 그가 최근에 어떤 경로로 돈을 벌게 되었는지 자료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돈이 그에게 흘러 들어갔다. 몇몇 사람들의 돈이 특히 많이 그에게 들어간 기록이 있어서 그들에 대해 조사해보았지만 정부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다.

  계속해서 정부에서 경제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애덤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법과 관련된 리브라에 대해 조사를 했다. 일렉은 그들의 자산을 보고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렀다. 왜냐하면 그들의 재산은 일반인들과 별 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의심스러운 돈이 들어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일렉은 점점 초조해졌다. 그들이 정말 정당하게 번 돈인데 괜히 의심만 하게 된 것이었다.

  일렉은 떨리는 손으로 계속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근데 갑자기 더 이상 정보검색이 되지 않았다.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해킹 프로그램이 멈추더니 강제로 꺼졌다. 그는 놀라서 노트북을 땅에 떨어트렸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잠시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노트북을 포맷시키고 구석에 숨긴 다음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 그 앞에 경찰 대장이 있었다. 그는 놀라서 숨이 멎을 뻔 했다. 경찰대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저를 따라 오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침착하게 대답했다.

  “친구하고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가도록 할게요.”

  일렉은 경찰대장을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를 스쳐 지나갔다. 경찰대장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발뺌해도 소용없습니다. 일 크게 벌이고 싶지 않으시면 조용히 따라 오시죠.”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그의 말투. 모르는 척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용히 따라갔다.

  그는 경찰대장의 인도에 따라 경찰본부 근처에 있는 작은 건물의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사람들의 정보를 해킹하였습니까?”

  “빈부격차가 심해서 수상한 돈의 흐름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제 와서 숨기는 거 보다야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상한 돈의 흐름이 있었습니까?”

  일렉은 입을 콱 다물다가 힘겹게 말을 했다.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범죄인 건 알고 있었습니까?”

  “네, 알고 있었습니다.”

  “범행은 단독으로 했습니까?”

  그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 혼자 했습니다.”

  “방금 건 거짓말이군요.”

  그는 놀라서 손을 사방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부 저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한 것입니다.”

  “솔직하게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거짓말시 형량이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공범도 말이죠.”

  그는 이제 모든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질문했다.

  “공범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까?”

  “아니요.”

  “공범은 마그입니까?”

  “아니요.”

  “공범은 포트입니까?”

  “아니요...”

  “네, 잘 알겠습니다. 컴퓨터를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이런 해킹 실력을 어디서 배웠는지 했더니 이제 이해되는군요.”

  “그게 무슨 뜻이지?”

  “일렉과 포트를 개인정보 해킹과 국가 정보 해킹 혐의로 입건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정에서 보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경찰들이 와서 그의 양 팔을 속박하고 그를 유치장에 집어넣었다. 곧이어 몸이 묶인 채로 포트도 유치장에 들어갔다. 심신이 지친 일렉이 조용히 그녀에게 말을 했다.

  “미안, 경찰이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가 한 걸 모두 알고 있더라고.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겐 피해주고 싶지 않았는데...”

  “괜찮아. 다 이해해.”

  그녀의 말에 일렉은 눈물이 흐를뻔 하였다.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경찰이 그들에게 대화하지 말라고 하며 소음기를 켜서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했다. 잠시 후 놀란 듯 급하게 뛰어온 마그가 숨을 헐떡이며 유치장의 철장을 잡고 입을 뻥긋뻥긋 거렸다. 소음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마음은 전해졌다.

  일사천리로 재판이 시작되었다. 마그는 재판장에 들어가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서 입술만 꽉 깨물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무죄라는 버튼밖에 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작은 외침은 묻힐 수밖에 없었다. 재판을 진행하는 리브라의 입에서 징역 10년이라는 말이 나왔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형량에 마그는 리브라를 째려보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일렉이 경찰에게 끌려가면서 마그를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과 살고 있어. 10년 뒤에는 행복하게 잘 살자.”

  포트도 마그를 보며 지긋이 웃음을 지었다. 평소답지 않은 일렉의 말에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서 손을 꼬집다가 현실인 것을 깨닫고 재판장에 혼자 남아서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몰랐던 경찰대장이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했다.

  “자신의 집에 같이 살고 있던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는 줄도 몰랐다니 한심하군.”

  마그는 충혈된 눈으로 경찰대장을 째려보았다.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건 좋지 못한 생각인데? 네가 우리 경찰들을 위해 좀 더 기여한다면 그들의 출소일도 당길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나의 특권으로 말이지.” 마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를 지켜보았다. 경찰대장은 마그의 등을 툭 치며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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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류멸망회의(16) 2020 / 8 / 4 229 0 6371   
15 인류멸망회의(15) 2020 / 8 / 4 231 0 8620   
14 인류멸망회의(14) 2020 / 8 / 4 231 0 9254   
13 인류멸망회의(13) 2020 / 8 / 4 226 0 10703   
12 인류멸망회의(12) 2020 / 8 / 4 221 0 10806   
11 인류멸망회의(11) 2020 / 8 / 4 229 0 8201   
10 인류멸망회의(10) 2020 / 8 / 4 230 0 15249   
9 인류멸망회의(9) 2020 / 8 / 4 213 0 7587   
8 인류멸망회의(8) 2020 / 8 / 4 219 0 9834   
7 인류멸망회의(7) 2020 / 8 / 4 209 0 12325   
6 인류멸망회의(6) 2020 / 8 / 4 239 0 6966   
5 인류멸망회의(5) 2020 / 8 / 4 232 0 7477   
4 인류멸망회의(4) 2020 / 8 / 4 214 0 7693   
3 인류멸망회의(3) 2020 / 8 / 4 231 0 8171   
2 인류멸망회의(2) 2020 / 8 / 4 234 0 6046   
1 인류멸망회의(1) 2020 / 8 / 4 372 0 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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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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