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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12)
작성일 : 20-08-04 16:3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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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비상상황 지금 센터구역 경찰들은 모두 경찰본부로 집합하도록 한다.”

  그 말에 경찰모를 빳빳히 세우고 있던 마그는 경찰본부로 달려갔다. 사회가 안정된 이후 마그는 돈을 벌기 위해 경찰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보안관이라고 했지만 규모가 커지고 조직적으로 바뀌고 여러 업무도 같이 하기 때문에 이름도 바꿨다. 그곳에는 옛날 보안관 대장, 지금은 경찰대장이 커다란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 화면에는 구체 내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는 CCTV가 비춰주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경찰 대장이 말했다.

  “방금 카지노 시설에 불이 발생했었는데 누군가가 방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범인을 찾도록 한다.”

  그 말에 경찰들은 “네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수색을 시작했다. 경찰대장이 구역을 나누고 지시를 했다. 범인이 CCTV에 잡혔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버려서 찾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도시 밖에 에너지 감시탑이 범인의 열에너지를 감지해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마그와 다른 경찰들이 합심해서 순식간에 체포했다.

 

  일렉이 잠에서 깨서 거실로 나왔다. 거기엔 피곤해 보이는 마그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일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만날 늦게 일어나더니 경찰 되고 나서는 일찍 일어나네? 오늘 휴일인데도.”

  마그는 눈을 감고 잠꼬대하듯 말했다.

  “내가 휴일이 어디 있냐? 교대로 일하는 거지. 그리고 비상사태 나면 시간 상관없이 출동해야지. 하긴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사람이 뭘 알겠냐?”

  “누가 보면 네가 어지간히 많은 일 하는 줄 알겠다. 간만에 사건 하나 일어났다고 생색은.”

  포트가 방에서 걸어 나와서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침부터 싸우고 있네? 오늘 284의 집에 같이 가기로 했잖아. 얼른 씻고 가자.”

  마그가 TV를 켜서 구체에서 만든 뉴스 채널을 틀고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284는 숫자 이름 그대로 쓰는 거야?”

  포트가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며 말했다.

  “뭐 자기가 그 이름이 좋다니까 굳이 새로운 이름을 안 만드는 것 같아.”

  소파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마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사건 일어난 지도 1년 가까이 되었네.”

  실내는 일시적인 침묵이 흘렀다. 포트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오늘 284의 아기 보러 가는 건데 우울한 이야기는 하지말자.”

  220은 죽었지만 그의 핏줄은 세상에 태어났다. 그들은 구체의 새 생명을 보기 위해 그녀를 찾아가는 것이다.

  세 사람은 284의 집에 들어갔다. 집 안에는 아기울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웠다. 284의 품에 안겨있는 아기가 낯선 사람을 보더니 울음을 그치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에 세 사람이 우르르 달려가서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284가 정신없으니까 일단 자리에 앉으라고 말해서야 진정되었다. 로봇이 탁자에 과자와 음료수를 두었다. 포트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

  “여기서 혼자 살면 심심하지 않아? 우리랑 같이 살 생각 없어?”

  “전에도 말했지만 이 집이 난 좋아. 게다가 이젠 혼자도 아니야.”

  그녀는 그 말을 하며 아기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마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그가 귀 아래에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마그가 갑자기 짜증을 내었다. 포트가 그 모습을 보고 말을 했다.

  “마그 너 표정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마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또 무슨 일이지. 지금 당장 구체내의 모든 경찰들 다 집합하라고 하네. 이 집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넌 오늘 휴가면서 운도 없다. 온지 10분도 안 됐는데.”

  “보통 때는 휴가자는 잘 안 부르던데... 오늘 휴가자가 유난히 많은데다가 좀 큰 사건 인가봐. 빨리 가서 처리하고 올게 내가 먹던 것 치우지마.”

  마그의 짜증내는 모습을 보고 일렉은 큰 웃음소리를 내었다. 마그는 그 모습을 보고 장난으로 일렉을 향해 주먹으로 때리려는 시늉을 하고는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그는 허겁지겁 경찰본부에 도착했다. 이미 안에는 많은 경찰들이 도착해있었다. 경찰대장의 표정은 좀 안 좋아보였다. 마그가 옆의 있는 동료 경찰을 툭 치며 소곤소곤 말했다.

  “지금 무슨 일이야?”

  “감옥에 있던 글라도스라는 사람이 탈옥했어. 근데 장비들이 군데군데 고장이 난건지 그가 CCTV에 잡히지 않아.”

  “탈옥이라니 말이 돼? CCTV는 우리가 설치한 거라서 고장 날 수 있어도 감옥시설은 과거 사람들이 만든 건데 그게 고장이 날 수가 있어?”

  “전에 구체에서 폭발한 적도 있었잖아 과거 사람들이 만든 것도 완벽하지는 않아.”

  경찰들이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표정이 점점 굳고 있는 경찰대장이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했다.

  “모두들 조용히 하길 바랍니다. 사건 시간은 어젯밤에서 오늘 새벽 사이쯤 된다. 감옥에 있던 시설들이 일시적으로 정전된 그 순간을 틈타 탈옥한 것으로 보인다. 글라도스는 컴퓨터 해킹 실력에 뛰어나므로 우리가 만든 CCTV를 무력화 할 수 있으니 CCTV에 너무 의존하지 말도록 한다.”

  마그가 그 말을 듣다가 질문을 했다.

  “그럼 혹시 글라도스가 해킹 기술을 이용하여 감옥의 있는 모든 시설을 정전시킬게 아닐까요?”

  경찰대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구체내의 과거 사람들이 만든 시설들이 고장 난 적은 없어. 게다가 감옥 내에는 해킹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것도 없어.”

  마그는 방금 전에 경찰 동료한테 들었던 말을 기억하고는 질문했다.

  “작년에 구체 폭발 사건도 있었는데 과거 사람들이 만든 시설이 고장 난 적이 없다는 것은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경찰대장은 마그를 잠시 동안 노려보다가 잠시 생각하며 말했다.

  “폭발은 그 지역의 에너지가 불안정해서 발생한 것이지 감옥이 해킹을 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말이야.”

  마그는 그의 말이 조금 바뀐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또 생기는 의문점에 대해 물었다.

  “그럼 CCTV도 과거 사람들이 사용한 설계도를 사용해서 만든 물건인데 왜 해킹 당할 수도 있다고 하는 거죠?”

  “CCTV 자체는 과거 사람들이 만든 설계도로 복제한 것이 맞지만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만든 네트워크는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지금 이런 이야기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글라도스를 찾도록 한다. 지금부터 수색 구역을 나누겠다.”

  경찰 대장은 체계적으로 명령했고 경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그는 지정된 구역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글라도스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색을 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많은 건물들을 하나하나 수색하기도 힘들었다. 한참이나 수색하다가 지쳐서 근처 벤치에 앉았다.

  마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CCTV의 화면을 바깥으로 드래그 해서 공중에 띄워놓고 보고 있었다. 과거 글라도스가 감옥의 있을 때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저 하루 종일 책만 보고 있었다. 전혀 탈옥의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아서 주거지역의 실시간 CCTV 화면을 보았다. 대부분의 화면은 멈춘 듯 아무것도 특이한 점이 없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화면에 눈에 들어왔다. 그 화면에는 284의 집이 한쪽 귀퉁이에 보였다. 문득 화면에 나온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서 화면에 나온 시간을 과거로 돌렸다. 3명이 나란히 그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언제 나오는지 4배속으로 넘겨서 보고 있다가 짜증을 내며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다가 문득 지나간 시간을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함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은 들어 간지 10분 만에 나온 것 같은데 CCTV에서는 4배속으로 봤을 때 4분 정도 지났으니 결국 16분 만에 나온 셈이 되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잘못 생각했나 싶어서 1배속으로 천천히 보았는데 역시 16분이 넘었다. 그럼 자신이 그 집에 있던 시간이 16분인데 착각을 해서 10분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분명히 포트가 그 집에 들어간 지 10분도 안 돼서 돌아 가냐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짐작되는 게 있는데 확신을 하기 위해서 포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포트가 이런 쪽은 잘 알기 때문이다. 잠시 통화음이 들리더니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내용 중에 범인이 알게 되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게 되면 페널티를 받게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포트야 혹시 CCTV의 시간의 흐름이 잘못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CCTV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무슨 일이야?”

  “그게 지금 범인을 찾는다고 CCTV를 보고 있는데 내가 분명 그 집에서 10분 만에 나왔는데 CCTV에서는 16분이 지났더라고.”

  “음? 그게 말이 돼?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야? 그 영상 파일 좀 보내줄 수 있어?”

  CCTV 영상을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되지만 중요한 데이터는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보냈다. 그녀는 영상을 다 보았는지 말을 했다.

  “음, 영상을 보니까 화면이 잠깐 멈춘 것 같은데. 근데 워낙 정적인 영상이라서 확신하진 못하겠어.”

  “혹시 비슷한 장면을 끼워 넣거나 화면을 늘릴 수 있어?”

  전화기에서 그녀가 “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차피 CCTV는 멈춰 있는 사진 같은 장면이 대부분이니까 그 영상을 멈춰서 늘린 다음에 나중에 움직이는 영상을 끼워 넣은 것 같아. 늘어난 시간은 다시 나중에 그 만큼 줄이면 되고. 물론 영상을 세심하게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수도 있겠지. 근데 이게 네가 오늘 나간 것과 관련 있는 거야?”

  더 이상 정보를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아서 마그는 말을 돌리려고 했다.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리고 오늘 늦을 것 같으니까 아까 내가 먹던 것 다 먹어도 돼.”

  “이미 일렉이 네 것까지 다 먹고 없는데?”

  “오늘 집에 돌아가면 가만 안 둔다고 전해줘.”

  마그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고 벤치에서 일어나 범인을 찾으러 갔다. 아마 CCTV 화면이 멈춘 틈새 그 구역을 지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구역 근방을 조사하기 위해 등에 메고 있던 원반을 땅에다가 던진 후에 그것을 타고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경찰대장에게 연락해서 지금까지 알아낸 내용에 대해 보고했다. 경찰대장이 알겠다고 하며 대답했다.

  그 후 많은 경찰들이 그 근방을 수색하러 왔다. CCTV끼리 서로 관측지점이 겹치는 지점의 같은 시간대에 다른 영상이 나오는 곳을 중심으로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왜냐하면 범인이 구체내의 모든 CCTV에 그런 짓을 해서 어디로 도망갔는지 추측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글라도스를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도시 밖으로 도망간 것으로 추측했다. 더 이상 단서도 나오지 않고 지명수배를 내렸으니 도시로는 못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수사는 마무리했다.

 

 13)

  마그는 오늘도 정해진 구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사건만 없으면 그게 바쁜 날은 없었다. 아마 글라도스에 대한 단서가 다시 나오면 바빠질 것이다. 고요한 구체를 돌아다니며 평소와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경찰을 하고 난 후에는 사람들과 많이 마주쳐서 사람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순찰을 끝나고 점심을 먹으려고 돌아가려는데 경찰대장이 자신에게 오라는 연락이 와서 경찰본부로 들어갔다. 거기엔 경찰대장이 있었고 그가 마그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얼마 전에 글라도스가 CCTV를 어떻게 조작했는지 알아낸 건 칭찬한다. 덕분에 수사가 잘 진척되고 있어.”

  마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별 것도 아닌데요. 뭘.”

  경찰대장이 표정이 굳더니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CCTV 데이터를 민간에게 유출했다는 기록이 나왔더라고.”

  그 말에 마그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리며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침묵만 흘렀다.

  “우리는 규정을 준수해야 해. 잘한 건 잘한 거지만 잘못한 건 처벌을 받아야겠지?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내려졌어. 이것도 네가 수사에 기여한 것 때문에 적게 받은 거야. 그럼 2달 동안 쉬면서 반성 좀 하길 바랍니다.”

  마그는 처벅처벅거리며 경찰본부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모를 소파위에 던져놓고는 소파에 몸이 쓰러질 듯 기울여서 누워있었다. 그 때 포트가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왔다.

  “너 왜 집에 돌아있어? 점심은 경찰서에서 먹는 것 아니었어?”

  “뭐, 일이 좀 있어서. 근데 너는 오늘 집에서 점심 먹는 거야?”

  “작업장에 있다가 요즘엔 별로 안 바빠서 오늘은 집에서 먹으려고 왔지.”

  포트의 작업장은 집과 조금 떨어져서 도시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컴퓨터 관련 지식을 이용해 사람들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거나 그들이 사용하는 기계의 소프트웨어를 제작, 수정, 보안 일을 해준다. 예를 들면 식당을 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식당의 문을 열고 닫는 시스템이나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이 뜨게 하는 장치를 설정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만들어져 있는 설계도만 있으면 포트에겐 정말 쉬운 일이었다.

  포트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파스타 만들 건데 너도 먹을 거면 하나 더 만들까?”

  “그래 좋지. 앞으로 두 달 동안 같이 점심 먹을래?”

  “음... 내가 하는 일 봐서.”

  둘이 같이 점심을 먹은 후 포트는 다시 작업장으로 갔고 방 안에는 마그 혼자 남아있었다. 집 안에는 고요함만 감돌았다. 그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도심으로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가게를 차려서 옛날보다 활발해졌다.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북적했다. 주거지역에 사람들이 없는 이유가 다들 여기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는 정직당해서 기분이 우울했는데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가 계속 걸어가다가 건물 주변을 전광판으로 둘러싸서 건물자체가 빛나 보이는 것이 있었다. 입구에는 카지노라고 크게 적혀있었다. 마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바깥보다 훨씬 휘황찬란했다. 영상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과거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사방을 수놓았고 벽과 천장에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했고 카지노 중앙에는 작은 집 크기의 분수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는 특이한 소리가 나는 오락기들이 사방에 가득 차 있었다. 마그는 워낙 볼게 많아서 주변을 보느라 목이 빠질 뻔 했다.

  마그가 비어있는 기계 하나에 앉았다. 화면에는 여러 가지 그림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계 아래에 돈을 넣으라는 표시를 보았다. 얼마 넣는지 적혀있지 않아서 1코인을 넣었더니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뭘 하는지 잘 몰라서 아무거나 눌렀더니 화면에 같은 그림이 일렬로 멈추더니 돈이 10코인으로 늘어났다. 그제야 그 오락기는 자신이 돈을 넣고 운이 좋으면 돈을 따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돈을 잃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돈을 걸고 하니까 일반 오락기보다 더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첫판에 10배나 되는 돈을 따니 실력도 있는 것 같아보였다.

  그가 정신없이 게임 하느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하다가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저녁 먹을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손과 로봇의 손에는 도넛과 과자, 옷과 신발들이 가득했다. 집에 있던 포트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말을 했다.

  “너, 무슨 일 있어? 손에 그 가방들은 뭐야?”

  “갑자기 돈이 생겨서 말이야. 이것들 좀 먹어봐. 맛있더라고. 그리고 니들 선물도 준비했어. 하나씩 가져가.”

  그 때 씻고 나온 일렉이 머리도 아직 덜 마른 상태에서 그에게 말했다.

  “너 경찰모 소파에 있던데 오늘 출근 안 했어?”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분이 풀렸던 마그가 다시 기분이 상했다.

  “그냥 두 달간 휴가 냈어. 아까 포트한테도 말했는데.”

  “방금 와서 몰랐지. 근데 왜 휴가 낸 거야? 넌 돈도 많이 쓰면서 휴가 내면 안 될 텐데.”

  마그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할 말만 했다.

  “이 옷 너한테 맞으려나? 디자인 전공한 사람이 만든 거라고 하던데.”

  마그는 옷 하나를 꺼내서 포트의 몸에 대보았다. 포트는 옷이 마음에 드는지 예쁘다고 하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마그는 또 옷을 하나 꺼내서 일렉에게 던졌다.

  “너도 어두운데서 연구만 한다고 아무 옷이나 입지 말고 옷이라도 사람답게 입어.”

  마그가 굳이 선물로 준다는데 마다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마그가 아침에 늦게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왔다. 두 사람은 먼저 일을 하러 간 것 같았다. 휴가를 냈다고 해서 깨우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냉장고에 있던 쥬스를 꺼내서 한 잔 마시고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리고 그는 카지노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너무 빨리 가서 혼자인가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그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카지노에 갔다. 그는 거의 매일 카지노에 살다시피 했다.

  며칠이 지났다. 마그는 피폐해진 얼굴로 집으로 한 밤중에 돌아갔다. 집 안에는 TV를 보고 있던 일렉이 있었다. 일렉이 과자를 먹으면서 그의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휴가라면서 요즘 자꾸 늦게 집에 들어오네?”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눈동자만 일렉을 향해 돌려서 한 번 보고는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일렉이 자신이 먹던 과자를 탁자에 올려두고 그를 향해 다시 말했다.

  “야 요즘 무슨 일 있냐? 왜래 기운이 없어.”

  마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슬쩍 돌아보더니 대답을 했다.

  “혹시 돈 좀 있어? 금방 갚을게.”

  “이럴 줄 알았다니까 휴가 취소하고 다시 일 하러가. 돈은 뭐 빌려줄 수 있어.”

  “너 돈 얼마정도 있어?”

  “음 돈이야 좀 있긴 한데 대체 얼마나 필요해서 그런 걸 묻는 거야?”

  “가지고 있는 돈 다 빌려줘. 이자까지 붙여서 갚을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일렉이 그를 소파에 앉히게 하고 진지하게 그에게 말을 했다.

  “잠시만 너 좀 수상한데? 뭐 이상한거 하고 있지?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려달라는 거야? 합당한 이유면 내가 빌려줄게.”

  마그는 입을 파르르 떨며 바짝 바른 입으로 말을 했다.

  “내가 도심에 생긴 카지노에 갔는데...”

  “잠시만 카지노? 그거 도박하는 장소 아니야?”

  “내 말 끝까지 들어봐. 내가 거기 있는 슬롯머신을 해봤는데 내가 게임에 재능이 있었나봐. 처음에 돈을 엄청 많이 땄거든...”

  일렉은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그의 말을 끊었다.

  “나한테 돈 빌릴 생각 하지 마! 그리고 네가 네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상관없는데 생각이 있으면 그런 곳에 돈 낭비하지 마! 옛날 축제 때도 그런 곳에 돈 쓰더니...”

  일렉은 그 말을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그는 말할 기운도 없어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어제 입은 옷 그대로 소파에서 눈을 뜬 마그가 카지노 앞을 지나갔다. 돈이 없어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구체에서 매달 주는 돈을 받는 날도 아직 많이 남았다. 그 주변을 빙빙 거닐다가 대출을 하는 곳을 발견했다. 마그는 그곳으로 들어갈지 말지 한참이나 서성거리다가 들어가려고 결심하는 순간 골목에서 누군가가 손짓을 하며 불렀다. 아무 생각이 없던 마그는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변조를 한 건지 목소리가 칼칼했다.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카지노에서 돈을 다 쓴 건가?”

  마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나? 아무런 통제가 없던 시절로?”

  그는 그 말까지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적어도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지는 않나 보군. 날 따라와 볼 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뭔가 지금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따라갔다. 골목을 따라 갔더니 평범하지만 커다란 건물이 나왔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서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다시 방이 있었고 벽인 줄 알았던 곳의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 안은 상당히 어두워서 사람을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누군가가 마그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 전에 CCTV 외부 유출로 정직을 받고 남은 돈까지 카지노에 모조리 탕진하다니... 안타깝군.”

  마그는 자신의 모든 것이 까발려진 것 같아서 놀랐다.

  “누구야! 너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있는 거야!.”

  “그런 정보를 모으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에덴에서 하고 있는 일이지. 난 그저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보고 있어.”

  마그는 에덴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이젠 사람들은 에덴이니 뭐니 그런 걸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구체에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수집하는 거지 네가 마음대로 보라고 모으는 게 아니야. 내가 경찰인 걸 알고도 이러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했지.”

  마그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살짝 두려움이 들었다.

  “잠시만 혹시 너희 예전에 반 에덴 조직 그런 건가? 다 사라진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니.”

  어둠 속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반 에덴 조직이라니. 아직도 그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나 본데 우리가 그런 허수아비 같은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하는 건가? 우리는 그들과 전혀 달라.”

  “그럼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야?”

  “에덴에 대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지. 지금 이 나라의 돈이 많은 상위 20퍼센트가 모든 돈의 80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나? 그런데도 에덴에서는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고 있지.”

  “더 이상 날 속이려고 하지 마! 그렇다고 사람들이 정당하게 번 돈을 뺏을 수는 없잖아.”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만 네가 지금 돈을 얼마나 쓸모없는 곳에 쓴지 알았으면 좋겠군. 마지막으로 말하겠는데 에덴이 결코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군. 그들은 우리를 감시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종하려고 하지. 그리고 우리에게 합류할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도록.”

  그 말을 하고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마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불빛이 있어서 그곳을 향해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는 대부업체와 카지노를 쳐다도 보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해 돌아갔다. 그들은 지금 이곳에 대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은데 마그는 왠지 그들을 신고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깊은 생각에 빠지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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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류멸망회의(12) 2020 / 8 / 4 222 0 10806   
11 인류멸망회의(11) 2020 / 8 / 4 229 0 8201   
10 인류멸망회의(10) 2020 / 8 / 4 230 0 15249   
9 인류멸망회의(9) 2020 / 8 / 4 213 0 7587   
8 인류멸망회의(8) 2020 / 8 / 4 219 0 9834   
7 인류멸망회의(7) 2020 / 8 / 4 209 0 12325   
6 인류멸망회의(6) 2020 / 8 / 4 239 0 6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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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류멸망회의(4) 2020 / 8 / 4 214 0 7693   
3 인류멸망회의(3) 2020 / 8 / 4 231 0 8171   
2 인류멸망회의(2) 2020 / 8 / 4 234 0 6046   
1 인류멸망회의(1) 2020 / 8 / 4 372 0 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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