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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10)
작성일 : 20-08-04 16:33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1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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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8)

  첫 재판이 있은 후 몇 달이 지났다. 그 후로 폭행이나 사기죄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많이 나서 여러 재판이 열렸었다. 첫 재판이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그 후로는 사람들의 관심은 많이 줄어들었다.

  1과 9와 94는 교도소에 252의 면회를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9의 양 손에는 과자가 잔뜩 있었다. 1이 그 모습을 보면서 한 마디 핀잔을 했다.

  “너는 돈 받는 건 매달 자동으로 받는 기초 월급 밖에 없으면서 무슨 과자를 그렇게 많이 사냐? 혼자 다 먹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돈 아끼려고 로봇이 들지 않고 내가 직접 물건을 들고 있잖아. 그리고 대화 해보니까 다른 친한 죄수들도 생겼다고 해서 걔들도 좀 줘야 되지 않겠냐?”

  인공지능이 사라진 이후 구체로 부터 돈을 버는 방법이 줄어들어서 추가로 돈을 벌려고 하면 사람들에게서 돈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9처럼 별 다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돈이 부족해진다. 게다가 전기나 식자재 같은 것을 사는 것도 예전에는 그냥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사용한 만큼 월급이 줄어든다. 그래서 돈을 다 쓰게 될 경우 매우 귀찮아 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1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이 멍청아 미쳤어? 무슨 다른 죄수들한테까지 신경을 쓰냐? 걔들은 범죄자라고! 이곳의 규율을 어긴 사람들이야. 252는 원래 친구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죄수한테까지 그렇게 해 줄 필요가 뭐가 있냐?”

  9는 멍청이라는 소리에 살짝 화가 났다.

  “멍청이라니 네가 이름 새로운 붙여 줘놓고 왜 다른 이름으로 불러?”

  “처음 들을 때는 별로라더니 이제 와서는 불러달라고 하네? 그래 실컷 불러줄게 멍청한 마그네틱아.”

  1이 에덴과의 활동이 많아지자 얼마 전에 그들처럼 숫자 말고 다른 이름을 만들자고 했었다. 숫자 이름은 부르기도 힘들고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헷갈린다고 했었다. 그 점에는 9와 94는 동의를 했었는데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몰라서 먼저 제안한 1보고 알아서 지어달라고 했었는데 그런 이상한 이름을 지어줄 줄은 몰랐었다. 하지만 딱히 다른 이름이 생각나서 그대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묻는 건데 왜 내 이름은 마그네틱으로 짓고 너 이름은 일렉트릭으로 짓고 옆에 있는 쟤는 포톤이라고 지었냐? 네가 물리학을 배웠다고 좀 으스대는 것 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그 이름들은 그냥 책에서 본 용어라고 붙인 게 아니야. 혹시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알고 있어?”

  9는 그것에 대해 배운 적은 있었지만 잘은 몰랐다.

  “아, 뭐 됐어 거기 나왔던 것 같긴 해 맥스웰 대단한 사람이지 그래.”

  “그리고 그 때 하도 불평해서 이름을 짧게 일렉, 마그, 포트라고 부르자고 했잖아.”

  “아이고 알겠습니다. 일렉씨.”

  그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휙 돌리고는 옆에 있던 94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말 좀 해봐. 너 포트라는 그 이름 그거 맘에 들어? 네가 한 번 지어봐.”

  1과 9가 말다툼 때면 한 걸음 뒤에서 웃던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와서 당황스러움에 막 말을 했다.

  “새로운 이름? 음... 내가 다이오드 하고 너희 둘은 애노드 캐소드 어때?”

  9는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것도 네가 배우는 것에서 쓰는 용어잖아? 요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나를 진짜로 바보인 줄 아나? 나도 니들 메스, 석션, 링거라고 부를까? 그리고 애노드 캐소드는 이름 비슷해서 헷갈리잖아.”

  94는 9가 진짜 모를 줄 알았는데 알고 있어서 흠칫했다.

  “그럼 그냥 일렉이 지어준 이름 쓰자. 짧게 줄이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게 떠들다가 교도소에 도착했다. 교도소는 커다란 원형으로 파여진 바닥 아래에 있었고 위에는 특수 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깥에서는 안이 보인다. 하지만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이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은 아니고 처음부터 있던 건물이었다. 그들은 옛날에는 이 건물이 무슨 목적으로 지어진지 몰랐는데 죄수를 넣을 곳을 찾다보니 여기밖에 없는 것을 보고 이것이 교도소를 목적으로 지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었다.

  그들은 파여진 원형 외곽을 따라서 걸어갔다. 그러고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하고 그것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아직까지 죄수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교도소 안은 한산했다. 면회 때문에 온 에덴의 보안관은 그들을 인도해서 교도소 내의 면회실에 들어가게 했다. 그러고는 252가 나왔다. 그는 생각보다 표정이 어둡지 않았고 양쪽 다리에는 족쇄라는 검은색 띠가 있었는데 족쇄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상당히 가벼워보였다. 하지만 실은 그 장치는 수감자가 도망치려고 하면 바닥과 인력이 발생해서 못 움직이게 한다.

  252는 처벅처벅 걸어 나와서 수척하게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렇게 나쁜 짓을 했는데 면회까지 올 줄 몰랐다. 이렇게 와주니 고맙다.”

  그는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마그는 252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이 녀석아 그런 일 있었으면 혼자 풀려고 하지 말고 우리 불렀어야지. 어? 우리가 10년 넘게 본 사이인데 꼭 그런 일을 저질렀어야 했냐?”

  일렉은 뒤에 서서 팔짱을 낀 채로 둘의 대화를 묵묵히 지켜봤다. 252는 꺾일 듯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그건 뭐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됐어. 뭐 이 녀석아 지나간 일인데 어떡하겠냐? 말 들어보니까 여기서 문제없이 지내면 감형 된다고 하니까 50살에 나와서 남은 70년 동안은 같이 지내자.”

  252는 어이없어서 실소를 했다.

  “내가 50살이라. 그날이 오긴 할까?”

  “당연히 오지. 어때? 교도소 생활은 할 만해?”

  “생각보다 시설이 좋더라고. 여기 생각보다 넓어. 그리고 저 중간에 있는 곳에는 빛도 잘 들어오는데 농작물도 키울 수 있어. 농사일은 늘 기계들이 해줘서 몰랐는데 직접해보니까 힘들더라고 근데 식물들이 크는 걸 보니까 나름 뿌듯하더라. 또 저기로 가면 도서관도 있는데 재미있는 책들도 많이 있고 하더라고. 가끔 내가 아는 분야인데도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책도 있긴 하지만 말이야.”

  마그는 자신이 들고 온 과자를 그에게 보여줬다.

  “교도소에서는 매일 빵하고 밥만 먹으니까 질리지? 내가 과자 가져왔으니까 먹어. 여기 교도소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나눠먹어.”

  그 말을 듣고는 252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눈알을 주변에 굴리고는 보안관이 없는 것을 보고 소곤소곤하게 말을 했다.

  “여기 죄수들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여기 사람들 에덴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사소한 사건들은 사람들이 적게 오는 편인데 그 때문에 재판에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처벌 수위를 조작했다고 하더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일렉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런 일 때문에 법을 수정하고 있어. 유권자의 수가 적을수록 투표로 적용되는 처벌의 비율이 줄어들지. 뭐 그런 면에서는 너는 다행으로 볼 수 있지.”

  252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에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걔들이 결과를 조작하더라도 비밀투표의 원칙상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지.”

  일렉이 그 말에 대해 또 반박을 했다.

  “투표자들은 투표할 때 임시로 난수 코드를 받게 되는데 그건 자신만 알 수 있고 투표 결과가 공지되는데 그 때 자신의 코드가 찬성인지 반대인지 알 수 있어서 조작은 못 해. 만약 나는 찬성을 했는데 거기에 반대라고 적혀있으면 선거가 조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잖아.”

  252는 눈을 껌뻑이며 생각을 해보니 그의 말이 타당한 듯 했다.

  “그래도 죄수들이 에덴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건 사실이야. 구체는 우리 모두의 공간인데 그들이 여기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 같잖아.”

  에덴에서는 법이나 재판 같은 것도 모든 사람들과 같이 하려고 하기 때문에 죄수들이 에덴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까지는 바꿀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더 이상 반박을 한다면 252와 싸우자는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제한된 면회시간이 끝났다. 252와 마그의 과거 이야기를 하던 대화가 대부분이었지만 시간 더 있었어도 대화 내용은 별만 차이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은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일렉은 마그를 툭 치며 말했다.

  “너는 에덴 싫어하지?”

  “당연히 싫어하지. 너 때문에 가입해서 내 돈까지 더 뜯기잖아.”

  에덴에서는 보안관 월급같이 활동비용을 위해 가입한 사람들에게 세금처럼 돈을 거둔다. 대신 가입하면 그들이 조금 더 신경을 써준다. 도움 받은 적이 많아서 별로 아깝다고는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마그처럼 남 도움 안 받고 사는 사람은 아까워 할만 했다. 그가 에덴의 도움을 받은 건 다쳤을 때 긴급하게 치료가 필요할 때 한 번 말고는 없었다.

  일렉은 목소리를 깔고 다시 말했다.

  “장난으로 말고 진심으로 말이야.”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를 하는 말에 마그도 눈알을 위로 한 번 올리고는 고민을 하며 말했다.

  “내가 에덴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야. 특히 252의 사건 때 보안관 대장의 강압적인 모습을 보고 왠지 에덴의 간부들이 대부분 저런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그들이 없으면 안 되긴 할 것 같아.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여긴 통제할 사람이 없어서 정신 나간 사람들이 활개 칠 수 있을 것 같거든.”

  그 대답을 듣고 일렉은 다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포트는 질문의 의도가 궁금해서 그에게 말했다.

  “근데 그런 질문을 한 이유가 뭐야? 아까 252가 했던 말이 신경 쓰여서 하는 말이야?”

  “꼭 그런 건 만은 아니고 에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있었어.”

  “그러고 보니 다음 달이면 종합 회의를 할 시간이네. 바쁘게 살아서 그런가? 저번 회의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년 가까이 지났다니. 너는 인류멸망 부분에 대해 회의할 것 준비하고 있어?”

  그 말에 일렉의 진지했던 목소리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는 과거 사람들을 분석하면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자신들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누차 이야기 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런 것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

 

 9)

  시작은 단순한 장난이었다. 글라도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에덴의 소속이 아니지만 진작부터 숫자이름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포트와 예전에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던 사람인데 컴퓨터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특히 해킹/보안 분야에서는 포트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다. 많은 해커들이 그렇듯 그도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 싶었다. 과거 사람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여기 자체에서 만든 프로그램들은 해킹이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그래서 에덴의 발표회에서 발표자 뒤의 전광판에 에덴의 간부인 발표자의 우스꽝스러운 영상이 나오도록 했다. 그 영상도 집의 CCTV를 해킹해서 나온 것이다. 그 발표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글라도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아무도 이 짓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이게 그의 계획이었다. 그 우스꽝스러운 영상은 도중에 꺼졌다. 그는 전원을 뽑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자리에서 뜨려고 하는 순간 보안관 대장이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저를 따라 오시길 바랍니다.”

  글라도스는 매우 당황했다. 자신이 세상에서 해킹실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해킹이 걸릴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발뺌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죠? 저는 일이 바빠서 집으로 갈 겁니다.”

  보안관 대장의 억지웃음이 조금씩 일그러지고 있었다.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발뺌해도 소용없습니다. 조용히 따라오시면 큰 소란은 없을 겁니다.”

  보안관 대장이 그의 손목을 낚아채려고 하자 글라도스는 손목을 뿌리치고 뛰어서 도망갔다. 하지만 보안관 대장의 힘과 스피드를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글라도스는 바닥으로 뒹굴어졌고 몸은 강철 끈으로 속박되었다. 발표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았다. 강압적인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킹에 대한 그의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그는 징역살이를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에덴에 대해 반발감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 구체는 우리 모두의 것이고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는데 왜 에덴이라는 조직이 자신들을 통제 하냐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에덴이 통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은 에덴에 대해 반감을 품고 사람들을 동조시키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하기 시작하자 에덴에서는 한 발 물러나서 자신들의 활동을 줄이기로 했다. 그에 대해 에덴의 소속된 사람들은 반발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에덴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에덴의 해체를 요구하였다.

  일렉은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의 관한 뉴스를 보고 있었다. TV 채널은 과거 인류가 만들어낸 방송만 나왔었지만 에덴이 자신들의 채널을 새로 만들어서 방송하고 있었다. 그 채널은 별 재미없는 내용뿐이었지만 이곳에서 생활할 때 유익한 점이 많이 있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일렉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포트는 과일을 가져와서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에 올렸다. 그리고 소파에서 자고 있던 마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쳤더니 깜짝 놀라서 소파에서 떨어질 뻔 했다.

  “무슨 너는 대낮부터 자고 있어? 어제 늦게까지 게임하더니...”

  마그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 녀석이 지루한 에덴 채널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당연히 잠이 올 수밖에 없지.”

  그런 말을 해도 일렉은 아무 반응도 없이 TV에 집중하고 있었다. 포트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니 거기에선 반 에덴 사람들의 모습들이 나오고 있었다. 또 거기선 그들과 인터뷰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나왔다. 일렉이 잠잠히 있다가 한 마디 했다.

  “에덴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에덴의 채널에 내보내기도 할 정도로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인데 왜 그들은 에덴의 해체를 원하는지 이해가 안 돼. 반 에덴 세력이 점점 늘어나다니.”

  옆에서 하품을 하던 마그가 한 마디 했다.

  “너도 처음에는 에덴 싫어했잖아? 그 축제 때 말이야. 우리가 장사하려고 하니까 그들이 자리 옮기라고 이야기 했었잖아. 그 땐 에덴이 아니었나?”

  “에덴의 모태이긴 하지. 근데 그 때는 인공지능이 있는데 왜 따로 통제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그랬었지.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서로에게 좋았잖아. 축제도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그러니까 에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그는 그 말을 하면서 양팔을 들어 기지개를 뒤로 펴다가 자신이 앉아 있던 소파가 뒤로 넘어졌는데 그 소리에 맞춰 어딘가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포트는 놀라서 뒤로 넘어지면서 말했다.

  “깜짝이야. 누가 소파에다가 폭음기를 설치했어? 이것도 마그 네가 한 장난이야? 놀라서 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미쳤어? 내가 이런 장난을 하게? 아파 죽겠는데 무슨.”

  일렉은 창가로 다가가서 바깥을 확인하고 놀라서는 폭음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그는 손으로 자신의 아픈 어깨를 붙잡으며 바깥을 확인해보고는 놀라서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 난거야? 설마 에덴하고 반 에덴 조직이 싸우는 건 아니겠지?”

  마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살던 많은 사람들도 폭음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폭음이 일어난 장소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는 검은색 연기가 나고 있었다.

  “아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옆에서 쌍안경을 끼고 연기가 나는 곳을 바라보던 일렉의 목소리였다. 그는 쌍안경을 이리 저리 누르고는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일단 연기가 발생한 지점이 황무지 쪽이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지. 반 에덴 조직과는 상관없는 것 같고 일단 무슨 일인지 확인해봐야겠어.”

  그들은 오토바이에 캐러밴을 연결해서 자동차처럼 만들어서 그곳을 향해 출발했다. 예전에 자전거를 타고 구체 반대편인 바다로 갔을 때는 한참 걸렸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떨어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금세 도착했다. 그들은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오토바이를 멀리 주차하고 내려서 구체에 조금씩 다가갔다. 폭음이 난 지점은 연기는 이제 잠잠하지만 아직 메케한 냄새는 남아있었고 거기엔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상당히 큰 구덩이에 그들은 살짝 겁이 났다. 거기엔 이미 에덴의 보안관들이 벌써 도착해있었다. 일렉은 근처에 있던 보안관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아직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대답했다. 일렉은 별 수확 없이 주변만 맴돌다가 구덩이 안 쪽에서 프로세스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면서 크게 말했다.

  “프로세스야 거기 뭐하고 있어?”

  그가 못 들은 것 같아서 일렉이 조심스럽게 구덩이의 완만한 곳을 따라 내려갔다. 그 모습을 뒤늦게 본 프로세스가 그에게 조심하라며 손으로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걷다가 넘어졌다. 일렉이 옷의 묻은 먼지를 털고 있는데 프로세스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무 장치도 하지 않고 오면 위험할 텐데.”

  프로세스의 말을 듣고 일렉이 눈을 비비며 그의 모습을 보니 그는 온 몸에 금속으로 된 외골격이 있었다. 보안관 대장이 사용하던 것 보단 뼈대가 가늘고 색깔이 밝아서 한 번에 못 알아봤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무슨 일이야 왜 폭발이 일어 난거야?”

  “나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서 시료 같은 걸 모으고 있어. 돌아가서 에덴의 과학자랑 의논해봐야겠지.”

  “나도 에덴의 과학자야.”

  “너는 화학은 안 배웠던 것 같은데? 시료 분석기 사용할 줄 알아?”

  “사용할 줄은 모르는데 이론은 알아.”

  프로세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보이는 걸로는 이곳에 있던 폭발물이 터진 것 같아. 폭발형태를 보면 알 수 있지. 자세한 건 알아봐야 하고 결과가 나오면 알려줄게.”

  일렉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혹시 반 에덴 연합과 관련된 건 아니지?”

  “그건 아닐 거야. 폭발물 같은 건 과거 사람들이 정보를 지워놔서 만들 수도 없고 이정도 규모의 폭발물을 만들 만한 실력자는 현재로써는 에덴이 아니면 없거든.”

  “그럼 지금 그 말은 이 짓은 에덴에서 했다는 뜻이야?”

  “그게 의문점이지. 에덴에서 이정도 폭발물을 만들 만한 화학실력을 가진 실력자는 나를 빼면 얼마 없는데 나는 폭발물을 연구한 적이 없거든. 다른 연구원들도 내가 없으면 만들기 힘든데다가 이런 건 들어본 적도 없고.”

  “아니면 우리가 모르던 사람이 연구를 할 수도 있잖아.”

  그 때 위에서 에덴의 보안관들이 위험하다면서 빨리 나오라고 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곳이 더 폭발할 수도 있으니까 멀리 떨어지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더 있어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일렉은 평소처럼 에덴의 연구소에서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데 누군가 노크를 하고 불쑥 들어왔다. 그는 바로 프로세스였다.

  “우리 이제 좀 바빠질 것 같아. 어제 그 폭발 말이야. 구체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잠정 결론 내렸어. 이 구체가 워낙 복잡한 시설이라서 에너지원이 곳곳에 있는데 워낙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불안정해져서 폭발했다고 하더라고.”

  의자에 앉아서 말을 듣고 있던 일렉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구체에서 폭발한 거라고? 네가 외부에서 폭발한 것 같다고 했잖아.”

  프로세스는 표정이 좀 안 좋아졌다.

  “사람이 항상 맞을 수는 없잖아.”

  프로세스은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면도 있었는데 틀린 것에 대해 수긍하는 면이 낯설었다.

  “근데 왜 에덴에서 폭음사건에 대해 연구회의 할 때 왜 나는 부르지 않았어?”

  프로세스는 잠시 뜸들이다가 말을 했다.

  “아직 너는 에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잖아. 그리고 괜히 일 많아봐야 좋을 것 없어. 나 봐. 항상 바쁘잖아. 나는 오히려 네가 부럽다. 하고 싶은 연구 할 시간도 많고.”

  “그래도 에덴에 소속된 지 1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그는 더 캐물으려고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일렉은 진정하고 그에게 다시 말을 했다.

  “그래 그럼 구체에서의 발생한 내부폭발이 맞는다고 한다면, 지금 구체 안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야? 갑자기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거야?”

  “그거는 좀 더 조사해봐야겠지. 일단 간략히 요약된 자료는 줄게. 그리고 오늘 저녁에 TV와 인터넷에 폭발에 관해서 보도될 거니까 그것도 보면 좋을 거야.”

 프로세스가 준 자료에는 전문용어들이 많고 쓸데없이 복잡한 말들을 많이 적어놔서 이해하긴 힘들었다. 예를 들어 구체 내부에 존재하는 에너지원으로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과 그에 따른 지반의 형태에 따른 폭발의 크기가 일치한다는 말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수식까지 복잡하게 적혀있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연구했다니 놀라움도 들었다. 그 연구회의에 일렉을 끼워주지 않은 이유를 알 법도 했다. 그렇게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프로세스도 회의가 끝난 후에는 자신이 틀렸다고 시인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는 늦게까지 있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시간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모르게 허탈감이 들어서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집 안에서 마그가 뛰어나와서 일렉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야, 방금 뉴스 봤어? 지금 그게 사실이야?”

  일렉은 기운이 없어서 양 어깨가 잡히니까 종이인형처럼 흔들렸다.

  “무슨 뉴스... 넌 뉴스도 안 보잖아...”

  “하도 주변에서 오늘 뉴스에 중대한 발표가 있다고 하니까 봤지. 구체 내부에서 폭발한 거 사실이냐고? 너도 에덴에서 연구하고 있잖아.”

  그는 오늘 저녁에 폭발에 대한 뉴스를 한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재빨리 소파로 달려가서 TV를 보았지만 이미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다 알고 있어서 상관은 없었다.

  “하 모르겠다. 요새 하도 여러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니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쉬면 안 될까?”

  마그가 갸우뚱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포트가 마그의 옷을 잡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힘들어 보이는데 그냥 두자고 소곤거렸다.

  다음날 늦은 아침 마그가 잠에서 깨어나서 비틀비틀 거리며 거실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직도 일렉이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제일 먼저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던 사람이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해했다. 마그가 진짜 자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의 눈 위를 손바닥으로 흔들었는데 전혀 미동도 없었다. 그래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소파에 자신의 무릎이 툭 부딪혀서 큰 소리가 나서 일렉이 잠에서 깼다. 마그는 당황해서 말을 생각나는대로 말을 했다.

  “야! 오늘 휴일도 아닌데 연구소 안 가? 만날 일찍 일어나던 놈이 웬일로 늦잠을 자?”

  일렉은 눈을 비비다가 시간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냥 오늘은 쉬려고.”

  “다다음주 통합 회의 한다며 준비 안 해?”

  “그건 그렇고 인터넷 게시판 보니까 어제 폭발에 관해 상당히 논란이 많던데 한번 봐봐.”

  마그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공중에 띄워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탈출해야 한다-

 작성자:500

  얼마 전 폭발로부터 구체 내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된 건지 전혀 단서가 없는 입장에서 이 시설들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다. 그것이 아니라도 내부의 에너지는 유한하기 때문에 언젠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영원히 살 수 없다. 우선 구체의 취약한 곳을 작게 뚫어서 외부 탐색을 해야 한다...

  ...만약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학교 10번 건물의 3번 회의실에서 모였으면 한다. 나는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다.

 

  이 글이 게시판 메인에 나왔고 사람들의 반응도 많이 뜨거웠다. 글쓴이는 이전에도 많은 생각을 했는지 그 설득과 앞으로의 계획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그 글의 댓글에는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었다.

  그 글을 본 일렉은 놀라서 다시 소파에서 일어났다.

  “지금 구체를 탈출해야 한다니 무슨 소리야. 밖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보던 마그가 그를 진정 시킬 겸 한 마디 했다.

  “그래도 구체에서 폭발한 거라면 위험하더라도 빨리 탈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예전에 인공지능이 인류가 왜 멸망했는지 아무리 물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말해준 단서 하나는 있잖아. 과거의 인류는 그들 한계 이상의 문제에 닥쳐서 멸망했다고. 새로운 인류는 앞으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잖아. 인공지능의 말하는 느낌으로 봤을 때 인류가 왜 멸망한지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 해결하라는 건 우리가 아직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지.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이 사라진 이후 과거 인류의 기술과 지식만 빌려 쓰고 있을 뿐 아직까지 진보된 건 없어.”

  “그런데 인공지능 말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나? 그것들은 과거 인류가 입력한대로 움직이는 로봇에 불과하잖아. 걔들이 인류가 스스로 해결하라느니 이런 것도 그저 새로운 인류가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인 듯한데. 그런 말을 해야 사람들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할 거 아니야?”

  일렉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저었다.

  “넌 인공지능이 단순히 컴퓨터 신호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걸 컴퓨터 그 이상으로 생각해. 난 겉모습만 아니면 인공지능이랑 인간이랑 구별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들은 기쁨을 느끼고 슬픔도 느껴.”

  마그는 한 쪽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난 그것도 과거의 기술로 기쁨인 척, 슬픔인 척 연기하는 걸 만들 수 있다고 보는데.”

  “과거의 인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뭔가 느낌이 있어 다른 느낌이.”

  그는 그 말을 하고 옷을 주섬주섬 고쳐 입고는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을 찾으러 가야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마그도 편한 옷으로 급하게 갈아입고 뒤따라갔다.

  “네가 과거의 향수 때문에 인공지능에 무슨 대단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되지 않겠어? 그게 네 특기잖아.”

  일렉은 뒤에서 따라온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말을 흘려들었다.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학교까지는 거리가 얼마 안 되어서 금방 도착했다. 그는 마그를 쳐다보았다.

  “인공지능에 대해 의견이 다른 건 알겠는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너는 지금 당장 구체를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찬성이야? 아니면 반대야?”

  “그것에 관해 오래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나는 여기서 계속 사는 것도 좋은데 에덴에서 발표한 것이 사실이라면 여기서 탈출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그냥 들어가서 그냥 가만히 있어.”

  둘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한 사람을 둘러싸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500임이 확실했다. 일렉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500이란 사람이 낯이 익었다. 가까이 좀 더 다가가자 그는 에덴에서 본 사람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자주 본 사람은 아니라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몰랐었다. 일렉은 그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끊고 자신의 말을 했다.

  “저기요. 저 아시죠? 같은 에덴 소속인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하프라고 합니다. 오며가며 스쳐지나가면서 몇 번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제대로 인사를 나누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네요.”

  그의 이름이 하프라는 것을 듣고 자신의 번호가 500이라서 그렇게 지었나? 특이하다는 생각을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일렉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 당장 구체에서 빠져나가야한다고 했는데 아직 우리는 준비가 안 됐다고 봅니다.”

  “세상은 우리가 준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탈출해야 합니다.”

  처음 한 마디를 주고받으면서 이 두 사람의 의견이 쉽게 좁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일렉은 억양을 조금 올리며 말했다.

  “출구도 없는데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입니까? 제가 예전부터 심심할 때면 우리집 옥상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구체 구석구석 관찰했는데 출구라고 보일만한 건 없었습니다.”

  “출구가 없으면 당연히 만들어야죠. 인공지능이 말한 인류의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은 바로 이곳을 탈출하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새끼 새가 알에서 깨고 나오듯 우리도 이곳에서 부화해야 합니다.”

  번지르르한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동조를 해서 빨리 탈출하자고 웅성웅성 거렸다.

  “그건 인공지능이 한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구체 벽을 뚫고 나간다는 수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구체 벽을 뚫는 것이 엄청 간단한 것처럼 이야기 하시는데 이 커다란 곳의 벽을 뚫는 것이 쉬운 건 아니라고 봅니다.”

  “조금 논지가 어긋난 것 같은데 말하자면 이곳에서 탈출하는 건 확신이 들었을 때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확신은 언제 느낄 수 있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지나요? 저는 폭발을 보고서 지금 탈출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폭발이 신경 쓰이는 건 이해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전기도 잘 들어오고 인공태양도 변함없이 우리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런 안일한 생각이 위험을 초래하는 겁니다.”

  둘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프의 말이 좀 더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말에 환호를 해줬다. 애초에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서 어쩔 수 없긴 했다. 마그는 아무런 동조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

  “안일하다고요? 지금 구체 밖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게 더 안일한데요? 여기가 바닷속 일수도 있고 혹은 용암처럼 뜨거울지 아니면 방사능이 가득할지 누가 압니까?”

  “그러니까 조그맣게 구멍을 뚫어서 파이프 안에 카메라를 연결한 뒤 밖을 보자는 겁니다.”

  “그 구멍을 뚫는 것도 문제에요. 작은 구멍이라도 뚫으려고 했다가 진짜 구체에서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모두 죽는 겁니다. 먼저 인공중력부터 사라진다면 우리 모두 이곳에서 꼼짝없이 몰살당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 이곳을 나가야 하는데 탈출구가 없으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잖아요? 당신이 말한 탈출해야겠다는 확신이 될 때는 여기에 구멍을 뚫지 않고 나갈 수 있나요?”

  둘은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그들의 첫마디에서 예상했듯 그들의 의견은 절대 좁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 둘의 대화로 인해 주변인들까지 감정이 격양되었다.

  “그건 그렇고 에덴 소속이면서 이렇게 독자적으로 행동하면 제제가 들어올 텐데요?”

  하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저는 에덴에서 일개 일반 회원일 뿐이고, 얼마 전 반 에덴 세력의 시위로 인해 에덴에서 이제 별 제제 안 합니다. 그것도 모르셨나요?”

  “알고 있지만 이건 그래도 관망하기만 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둘은 서로 감정만 상하고는 헤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변 사람들의 일렉에 대한 안 좋은 분위기로 인하여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어서 빠져나간 듯 했다. 일렉은 괜히 화가 나서 옆에 있던 마그에게 성질을 냈다.

  “너는 옆에 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해?”

  “네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마그는 어이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일렉도 막상 화를 내니 무안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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