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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8)
작성일 : 20-08-04 16:31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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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햇살이 온 세상을 비춘다. 1이 살고 있는 집에서는 그가 만든 음식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다. 그 냄새에 잠에서 깬 94가 나와서 식탁에 앉았다.

  “로봇한테 음식 만들게 하지 귀찮게 직접 만드네.”

  그는 자동으로 섞이는 냄비 앞에 서서 지켜보다가 간을 보고 말했다.

  “로봇한테 요리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명령하는 것도 귀찮아. 게다가 설정도 잘못하면 음식도 영 이상하고. 기존 설정대로 만든걸 먹자니 지겹기도 하고.”

  그는 요리를 접시에 담았다. 접시는 음식에 맞게 색깔이 예쁘게 바뀌었다. 그리고 시계를 슬쩍 보더니 “이제 나올 때 쯤 된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9의 방의 문이 열리고 9는 바퀴가 달린 의자에 입을 크게 벌리며 잠든 채로 있었고 그 의자는 식탁으로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1과 94는 키득키득 웃었다. 1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침에 자동으로 일어나게 해주는 기계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효과가 직방이네.”

  94가 9를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그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내가 왜 여기 있어? 아까 누가 나를 들어 올리는 꿈을 꿨는데 꿈이 아니고 너희들이 한 짓 이였어?”

  1은 9의 자리에도 음식을 내어주며 말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의자가 한 것이지. 어때? 괜찮지 않아? 돈도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팔까도 생각해봤는데.”

  “안 부수면 다행이지. 억지로 깨서 그런지 몸만 더 뻐근하다.”

  “그러지 말고 밥이나 먹어.”

  94는 음식을 오물오물 씹더니 맛있다고 1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9도 한마디 덧붙였다.

  “네가 처음에 음식 만든 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정말 그 때 먹었던 음식 맛을 생각하면 아직도 토할 것 같은데.”

  “그건 요리책이 이상해서 그랬던 거야. 그나저나 오늘 252 집에 갈려고 했잖아. 미리 연락은 했어?”

  9는 식사를 하려고 뜬 숟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뭐 어차피 오늘 갈 건데 연락할 필요가 있나?”

  “그래도 미리 연락하고 가야지. 집에 없을 수도 있잖아.”

  자꾸 말을 걸어서 9는 식사를 하려고 뜬 숟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집에 없어도 뭐 근처에 있으니까 좀 있다가 천천히 전화해보면 되겠지. 뭐 걔가 가봐야 어딜 가겠어? 휴일이라서 어디가진 않았을 텐데?”

  “너는 매일 휴일처럼 살면서 언제가 휴일인지는 알고 있나 보네. 그리고 나는 걔 집 이사 가서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는데 미리미리 알아봐야지.”

  “내가 가는 길 아니까 걱정 말어. 그리고 자전거에 예전에 갔던 기록이 있으니까 길은 찾을 수 있어. 그보다 중요한 건 밥 좀 먹자.”

  9는 숟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그에게 계속 말 걸면 숟가락을 던질 것 같아서 더 이상 말을 걸지는 않았다.

  식사 후 그들은 252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 아침이라 옅은 그림자가 그들의 발밑에 동그랗게 드리웠다. 9는 252의 집에 전화를 걸었지만 고요함만이 흘렀다.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다시 되돌아갈까 했지만 아직 아침이라서 아직 자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여 도착한 그 집은 평범했다. 이 도시의 건물이 공공시설을 제외하면 누가 봐도 이상하고 특이한 집 없지만 그 집은 흰색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진 평범함 그 자체였다. 집을 선택하는 건 보통 어렸을 때 고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알록달록하고 구조가 특이한 거나 커다란 집을 선호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선호하지 이렇게 외딴 곳에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문 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을 두드렸다. 고요한 이곳에 노크 소리가 사방에 퍼졌지만 집 안에도, 집 밖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들리는 거라곤 멀찍한데서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를 줍는 로봇의 삐걱거리는 소리뿐이었다.

  1은 문고리를 돌려서 열어봤다. 94가 남의 집 함부로 여는 게 아니라고 말리려고 했지만 문은 아무런 잠금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힘없이 열렸다. 아무리 외딴 곳이고 도둑 같은 것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지문 인식 장치뿐만 아니라 문조차 안 잠근 것은 너무 조심성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해가 떴는데도 불구하고 깜깜하고 스산함이 감도는 집안에 천천히 들어가서 252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벽에 반사된 자신의 목소리 밖에 없었다. 커튼을 쳐서 빛이 들어오게 했더니 방 안은 먹다가 치우지도 않은 음식과 헝클어진 이불더미가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퀴퀴한 냄새도 불쾌함을 더했다. 보통 로봇들에게 명령하면 알아서 다 치워주는데 그것마저 명령하기 귀찮았던 것인지 의문만 들었다. 1은 다급하게 방 안을 돌아다니면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처음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걸 말리던 94도 이 모습을 보고는 멍하니 서 있었다. 9는 로봇을 호출해서 집을 치우라고 명령했다. 한 사람이 한 번에 두 대 이상의 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추가 요금을 내야 되어서 94하고 1에게도 로봇들을 불러달라고 부탁하려고 하는데 1이 방에서 급하게 나오더니 빨리 252를 찾자고 말을 했다. 하지만 9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뭐 어디 갔겠지 일단 나가기 전에 로봇 불러서 여기 좀 치우라고 해두자. 친구끼리 이 정도는 도와줘야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이 집에 흔적이 뭔가 이상해. 마치 임시거처처럼 이 집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

  “후, 아무 일 없겠지? 나도 찜찜한 게 있었는데 애써 부정하고 있어서.”

  그들은 일단 집을 나서서 예전에 같이 살던 집으로 찾아갔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에 지칠 만도 한데 입은 꾹 다물고 있었다. 1이 앞장서서 걸어가다가 걸음을 늦추면서 말했다.

  “아 맞다, 에덴에 전화해보자. 아마 우리에게 도움을 줄 거야.”

  9는 에덴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 모습을 보던 94가 9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찌르며 말했다.

  “으이구 멍청아. 전에 인류위원회가 이름이 길어서 바꾼 거잖아. 그 모임에서 활동영역이 늘어나니까 자주 불려서 바꾼 거지.”

  “걔들 그냥 인류멸망 원인 따위나 찾던 사람들 아닌가?”

  그 말을 듣고 살짝 기분 나쁜 듯한 1이 대답했다.

  “인류멸망 원인 따위나 라니. 그게 우리가 가장 해결해야 가장 중요한 건데.”

  쓸데없이 말다툼을 계속 할 것 같아서 94가 그 둘 사이에 들어가서 그들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에덴에서 법도 제정하고 돈도 모아서 사회에 기여하는데 몰랐어? 너도 매주 하는 법률 제작 회의에 참석하고 법안에 투표하자.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라도 가지는 게 중요하잖아.”

  “아 전에 그거 말하는 거구나? 갔더니 졸리는 말만 해서 다음부터는 안 갔었는데.”

  “그래 그 때 네가 코골면서 졸고 있어서 다신 안 불렀지.”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자 1은 옆에서 조용히 에덴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1인데요. 사람을 좀 찾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나요?”

  둘은 대화를 멈추고 그가 하는 대화를 집중했다. 곧 그의 낯빛이 어둡게 변하였다.

  “아 그럼 혹시 그건 언제 연락 왔는지 아시나요?”

  1은 손톱을 깨물며 초조해했다.

  “알겠습니다. 혹시 찾게 되면 연락 주시길 바랄게요.”

  1은 9와 94를 바라보다가 “뛰어”라고 말했다. 1의 진지한 표정에 영문도 모르고 뒤따라갔다.

  9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말을 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라서 그렇게 급하게 뛰는 거야?”

  체력이 9보다 부족한 1은 점점 속도가 느려지며 또박또박 말을 했다.

  “252 실종 때문에 전화를 걸었는데 안 그래도 실종신고가 접수됐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252가 아니라 220이더라고 제발 안 좋은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뭔 소리야 얼마 전에 결혼까지 해놓고 실종이라니. 그리고 여기가 넓은 것도 아닌데 실종될 수가 있나?”

  “일단 252가 안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자.”

  불안한 생각이 그들 머릿속에 감돌았지만 최대한 지워내려고 했다. 그리고 220이 살던 곳에 도착했다. 문에 노크를 하자 거의 1초 만에 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284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 듯 기운이 빠져있었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것을 손짓으로 말했다. 그녀의 집에는 결혼식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결혼을 축하한다고 붙은 꽃다발이 구석구석에 있었다. 그녀가 인도한 소파로 가서 앉았다. 4명이 앉기에는 좁았지만 끼어서 앉았다. 1이 그녀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며 말했다.

  “220이 실종됐다며?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에 신고했는데 이렇게 주변에서 빨리 알게 될 줄 몰랐네. 에덴이 일을 잘하긴 하구나.”

  사실과는 조금 다르긴 한데 말이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사실대로 말해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자신의 말을 계속 했다.

  “그래서 252는 어제부터 안 보인거야?”

  284는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고는 1을 한 번 곁눈질로 보다가 머리에 돌이 얹힌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보며 말했다.

  “어제 저녁인가? 일이 있어서 나간다고 했었어. 내가 어디 가냐고 물었는데 잠깐 일 좀 생겨서 라는 말만 하고 다른 말은 없었어. 밤까지는 연락했었는데 그 이후엔 내가 피곤해서 먼저 자고 있겠다고 말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안 올 줄 몰랐지. 게다가 연락도 안 되고. 배터리가 벌써 다 소모 되었을 리도 없고...”

  그 말이 끝나고 그들은 220을 찾아보겠다면서 그녀의 집을 나섰다. 초점이 없는 눈동자로 바닥을 보고 있던 94가 입을 떼었다.

  “나는 너희들보다 220하고 252와 안 친해서 그런데 말이야 지금 내가 짐작하고 있는 게 그들을 잘 몰라서 하는 과한 생각이겠지?”

  1과 9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힐끗 쳐다보며 눈을 꿈뻑꿈뻑거리며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손목밴드에는 에덴에서 220을 발견하면 연락해달라는 문자가 왔고 현재 경과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정보가 에덴의 인터넷 공지사항에 올라왔다. 공지사항을 클릭하니 지도에서 현재 에덴의 보안관이 수색하고 있는 구역의 정보가 나왔다. 도시의 시내 중심에서부터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1은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220과 252를 찾으러 간다. 모두들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설정을 켜고 효율적으로 행동해. 94 너는 드론을 이용해서 주변 좀 확인하고 9는 나 좀 따라와. 그리고 발견하게 되면 무조건 나한테 먼저 연락해.”

  평소와 다르게 박력적인 1의 말에 9와 94는 아무런 물음도 없이 그 말에 따랐다. 1와 9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작은 창고에 도착했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창고에 구석구석 가득 차있었다. 그들이 만들다가 방치해놓은 물건들이었다. 1이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오토바이에서 시선이 멈췄다.

  “야, 이거 타자.”

  9는 그 오토바이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팔꿈치의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이거 설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오토바이 아니지? 고장난줄 알았는데.”

  이 오토바이로 말할 것 같으면 1이 고속 자전거를 만든 이후 좀 더 좋은 이동수단을 위하여 만든 오토바이였다. 다만 초기모델이라 안전장치를 부실하게 만들었는데 처음 테스트를 한다고 9가 사용하였을 때 나무에 부딪히는 사고가 나서 방치해놓은 것이었다. 1은 다시 주위를 살펴보고는 창고 구석에 있는 등에 메는 가방을 9에게 힘껏 던졌다.

  “이 가방을 메면 다치진 않을 거야. 걱정 마. 그건 내가 건들이지 않고 원본 그대로 생산한 거니까.”

  9는 그 가방을 한 손으로 받으려다가 생각보다 묵직해서 넘어질 뻔 했다. 그 가방은 일반 가방과는 다르게 특수한 금속재질이었다. 그리고 그 가방을 등에 메었더니 가방에서 외골격이 뻗어 나와서 9의 팔과 다리를 감쌌다.

  “뭐야 이거 가방에서 나와서 내 몸에 붙어버렸는데?”

  그리고 그 말을 하고 거울 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고들을 많이 만들어서 안전 때문에 최근에 생산해 놓은 거야. 만약 네가 넘어지려고 하면 거기 외골격에서 스프링처럼 팔이 튀어 나와서 덜 다칠 거야.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안전을 위해...”

  “와, 이거 완전 멋진데? 왜 진작 안 만들었던 거야?”

  그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거울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설계도를 만드는 연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완성돼있던 건 만들고 싶지 않았어. 아무튼 지금 급하니까 긴 말은 다음에 하자. 먼저 가봐 나도 자전거를 타고 도시외곽을 수색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 알겠어, 근데 다음부턴 네가 만들지 마. 디자인부터 차원이 다르네.”

  9는 1을 놀린 것 때문에 웃으면서 도망치듯 창고를 빠져나갔다. 다시 실종인원을 찾기 위해 전력으로 달렸다. 속력을 내니까 예전의 기억이 나서 무서웠지만 1이 준 충격완화가방을 믿고 속도를 더 올렸다. 한참 달리다가 1이 하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지금 그 말은 오토바이는 9에게 맡겨놓고 자기는 비교적 안전한 자전거를 타겠다는 것이었다. 9가 되려 한 방 먹은 것 같아서 자신의 이마를 살짝 한 대 쳤다.

  반면에 94는 하늘에 4대의 드론을 띄워 4방향으로 날려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건 평범한 사람들뿐이었다. 혹시 도시 밖으로 빠져 나갔는지 싶어서 멀리 띄워 보냈지만 나무가 많아서 잘 보이지 않았고 신호가 점점 약해져서 조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중에 도시외곽에도 기계를 조작하기 위한 전파 타워가 설치되어 있으면 신호가 멀리까지 갔을 텐데 라고 아쉬워했다.

  1은 창고에서 발견한 자외선 생체 탐지기를 자전거 뒤에 설치해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건물 내의 생체신호를 탐지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해서 정확하게 구별은 하지 못해서 시간이 걸렸다.

  9는 오토바이의 속도를 너무 빨리 올려서 그런지 도시의 끝에 도달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다가 문득 예전에 220이 하던 말이 떠올라서 오토바이에 붙어있는 내비게이션에 핸드폰과 연동시켜 예전에 적어놨던 좌표를 입력했더니 자전거 끝에서 나온 화살표 불빛이 도시 바깥의 땅을 비쳐주었다. 오토바이는 도로에서 벗어나더니 숲으로 향했고 나무들은 점점 울창해졌다. 오토바이의 바퀴가 땅의 모양에 맞게 변형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았지만 나무가 점점 많아져서 위험할 수도 있어서 산 중간에 두고 걸어서 올라갔다. 지도는 스마트폰에 나와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었다.

  울창한 산. 도시에서 봤을 때 그저 식사 접시에 올라간 브로콜리처럼 짙은 초록빛이 나는 작은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바라본 숲은 온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게 했다. 나무의 냄새는 몸을 관통하듯 상쾌했다. 9가 급하게 올라간다고 힘들어서 다리가 떨릴 때쯤 먼발치에서 보이는 푸른빛의 호수가 보였다. 작은 호수지만 그 분위기가 동화 속에서만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뭔가 최근에 왔다간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다. 호수 주변에 사람이 밟은 듯한 눌려진 잡초들이 그 심증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9는 1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252가 이 근방에 있는 것 같은데 여기에 와줄래?”

  “있는 것 같다는 정도로는 시간을 낭비하긴 아까운데. 거기에 252가 있을 확률이 몇 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하지?”

  “99퍼센트”

  “지금 갈 테니까 위치 표시 장치 끄지 마.”

  9는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막상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무서웠다. 야생동물 소리도 나는 것 같았다. 호수를 따라 걷다보니 오솔길 같은 것이 보여서 쭉 따라갔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길처럼 길이 중간중간 끊어진 것도 많이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 길의 끝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고 조립형 텐트와 그 가운데 모닥불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모닥불 옆에 간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바로 252였다. 9가 얼마나 찾아다는지도 몰랐던지 252는 담담하게 말을 했다.

  “어때? 여기 좋지?”

  252는 9에게 굽고 있던 생선을 내밀었다. 9는 오른손으로 뛰는 심장을 부여 쥐며 숨을 돌렸다.

  “야.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한참이나 찾았잖아.”

  “도시에서 사는 게 싫증났거든. 그래서 그냥 다 비우고 여기로 왔어.”

  “그래도 다행이다. 네가 옛날에 여기에 놀러오자고 했던 게 기억이 나서.”

  “그래도 내 말 기억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네. 너라면 언젠가 여기에 올 것 같았지. 오늘일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모닥불의 나뭇가지가 탈 때 나는 자작자작 거리는 소리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이런데서 살면 무슨 재미냐? 우리랑 같이 가서 우리 집에서 살자. 같이 밥도 먹고 같이 게임도 보고 같이 농구도 하고 같이...”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아니, 난 조용한 곳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그럼 우리가 도시 외곽으로 이사가줄게. 그건 내가 1과 94한테 설득할 수 있어. 또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여기 있으면 밥도 먹기 힘들고 아프면 낫기 힘들잖아.”

  그 때 호수방향에서 빠른 속도로 오는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다.

  “말하기가 무섭게 1도 오는 것 같네. 내가 방금 전에 불렀거든 같이 이야기 해보자.”

  그 말을 듣던 252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이미 늦...”

  그 말을 하려는 순간 숲에서 나는 소리를 내며 오던 누군가가 9의 눈앞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더니 252의 멱살을 잡고 땅에 끌어서 강철 끈으로 몸을 포박시켰다. 9가 타고 온 오토바이보다 더 빠른 것 같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9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9는 주춤거리며 뒤로 숙인채로 눈을 비비고는 다시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온 몸이 검은색 특수 합금으로 뒤덮인 사람이었다. 9는 진정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지금 내 친구한테 뭐하는 거야?”

  그 의문의 사람은 9를 쳐다보았다. 9가 두려움에 뒷걸음칠 치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의 검은 갑옷과 헬멧이 등에 메고 있는 가방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사건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넌 도대체 누구야?”

  “천여 명 밖에 안 되는데 아직 저를 모르시다니 섭섭하군요. 아니지 이젠 한명 줄었다고 해야 하나?”

  9는 눈을 뜨고 그의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정확히 누군지는 가물가물한데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생각해내려고 고민하고 있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

  “뭐,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노력해야죠. 저는 에덴의 보안관 대장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에덴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거친 행동에 비해 점잖은 말투에 9는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키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252를 찾으러 온 사람이군요. 그건 그렇고 거기서는 실종자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나요?”

  보안관 대장은 한 쪽 눈썹을 지켜 올리며 말했다.

  “실종자라뇨? 살인자겠죠.”

  9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에게 다가갔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분명히 252가 실종되었다고 연락했는데! 실종자와 살인자도 구별 못해? 전화 받은 사람 누구야?”

  보안관은 설설 웃으면 말했다.

  “실종신고는 220밖에 안 왔고요. 그리고 220은 방금 전에 여기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때 뒤에서 에덴의 보안관 대여섯 명이 걸어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1이 있었다. 9는 1에게 달려가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 그 답지 않게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음 그게 나도 네가 불러서 이곳에 왔었는데. 그 뭐지 그 에덴에서 온 사람들이 호수에서 시체를 건져 올렸더라고. 그리고 시체를 검사하던 한 사람이 이쪽 오솔길 따라서 급하게 달려가더라고. 그래서 나도 보안관들과 같이 이곳에 왔지.”

  9는 주저앉으며 말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 거야? 그래야만 지금 상황이 모두 들어맞는데.”

  1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

  “그래 그거 우리가 최악으로 생각했던 게 맞는 것 같아. 우리가 너무 안일했던 걸까? 하루만 일찍 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9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수차례 가격했다.

  “이런 일이 이곳에서 발생할 줄은 몰랐는데. 믿을 수가 없어.”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 못 했는데...”

  그 둘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진 채로 숲을 가로질렀다. 보안관들은 그들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할 일을 했다. 그 후 220의 시체는 공동묘지로 옮겨졌고 252는 에덴의 보안관 시설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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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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