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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7)
작성일 : 20-08-04 16:31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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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은 책상에 있던 자료들을 주섬주섬 모았다. 노트북의 자료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손바닥만 하게 접어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시계를 확인하고 천천히 거실로 걸어갔다. 소파에는 누워서 반쯤 졸린 눈을 하고 있는 9가 있었고 옷을 다 갈아입은 94도 방에서 나왔다. 1은 소파에 다가가서 말했다.

  “준비 다 했으면 가자.”

  그 말을 듣고 9는 자신의 옷을 털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으윽, 귀찮게 뭔 회의야.”

  9는 94가 팔짱을 끼면서 째려보고 있는 걸 확인하고 조용히 문 밖을 나섰다.

  그들은 회의장에 들어섰다. 회의장은 옛날 대규모 강연을 할 때 쓰던 곳이었다. 실내는 반원 모양이며 계단식으로 되어 있었다. 이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모임에서 며칠 전부터 공지사항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회의를 한다고 알려서 그런지 구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석한 것 같았다. 간만에 느껴보는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1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9가 근처에 자리에 앉아서 여기에 앉자고 불렀다. 1과 94는 그동안 연구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889가 무대 앞으로 나와서 마이크에 대고 회의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했다. 회의는 여러 회의가 있으며 연속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간단한 차례를 말한 후에 다른 사람이 나와서 자신의 소개를 했다. 그는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어가게 해서 단정하게 만들었고 옷도 검은색으로 단정하게 입었다.

  “안녕하십니까. 경제학을 전공으로 배운 애덤이라고 합니다.”

  그가 인사를 하자 박수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1은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누군지 알아챘다. 그는 옛날 축제 때 주사위 놀이 장사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 축제 때 9도 같이 있었는데 9는 지금 발표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는 말을 이어서 했다.

  “우리는 예전에 인공지능이 시장경제를 조절하여 물가를 조절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합니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쪽과 관련된 분야를 배운 사람들이 질문과 대답을 하며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누었다. 1과 94는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지만 엥겔지수라던가 인플레이션이던가 하는 경제학적인 건 자세히 몰라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것에 관한 토론이 끝나자 곧이어 이어서 법학을 배운 사람도 나왔다. 그 후로도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길어질 것 같은 부분은 나중에 따로 이어서 토론을 한다고 했다. 회의가 길어져서 몸이 뻐근해지자 1과 94는 목을 꺾으며 풀어줬다. 9는 피곤한지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 때 무대에 익숙한 누군가가 걸어 올라갔다. 1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는 1과 같이 수업을 자주 들었던 1000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 분야의 과학을 전공한 프로세스라고 합니다. 회의가 길어서 지친 분이 많은 것 같은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서 살 수 없습니다. 구체 내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언젠간 고갈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곳은 너무 좁습니다. 인류가 다시 번영하기 위해선 우주로 나가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지구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그걸 대비하여 나가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인류 멸망의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에 관해 의견이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그 말이 끝나자 멀리 앉아 있던 누군가가 손을 들고 말을 했다.

  “과거의 인류가 고도의 기술로 번영했는데 그 모든 인류가 죽었다면 대규모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지구에서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를 들면 운석충돌이라던가.”

  그 말을 듣고 다른 사람이 손을 들고 말을 했다.

  “아니요. 운석충돌은 가능성이 낮습니다. 제가 천문학 관련 전공을 배웠는데 과거의 인류는 1만년 후까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운석을 추적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록에는 인류가 모두 사라질만한 크기의 운석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커다란 운석이 다가온다고 해도 과거의 인류라면 운석을 지구와의 충돌에서 비끼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대화들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지금까지 한 회의 중에 가장 열띤 토론이었다. 가장 흥미 있는 주제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1도 이것에 관해서는 할 말이 있기 때문에 기회를 보며 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에 대해 이야기 한 후 잠시 소강상태 일 때 1은 손을 들었다.

  “저는 여러분과 관점을 달리 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주로 인류 외부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내부의 원인으로 멸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쟁 같은 것 때문에요. 그리고 저는 정말 인류가 멸망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말이 끝나자 입이 근질거리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그들은 전쟁을 했으면 전쟁에서 이긴 사람들은 지구에 생존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 가설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구체내부에서의 정보는 신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지구의 인류가 멸망했다고 적혀있다면 멸망했다고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구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했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정보들이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구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대부분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러 논란을 일으켰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인류가 스스로 자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1은 그들과 할 말들이 상당히 많아서 다음에 따로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이번 회의에서 결론은 내진 못했지만 이 주제에 대하여 사람들의 흥미유발을 일으키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1은 옷걸이에 재킷을 던져놓고 소파에 앉아서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 모습을 본 94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 그냥. 준비한 건 많았는데 내 생각을 다 말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래도 회의는 좋은 것 같아. 다른 사람 생각을 들어 볼 수 있어서 말이지.”

  “내가 배운 전자공학하고 인공지능학 같은 걸로는 인류멸망에 대해 연구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도움은 못 주겠어.”

  “세상에 필요 없는 학문은 없어. 혹시 모르지 그게 인류멸망의 원인일지.”

  그 말을 들은 94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빈 소파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아까 자료는 엄청 많이 준비한 것 같던데 넌 인류가 무엇 때문에 멸망했다고 생각해?”

  잠시 정적이 거실 안에 감돌았다. 1이 목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말을 했다.

  “그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 무엇을 생각해도 인류가 전멸했다는 것이 말이 안 돼. 지구위에 운석이 충돌해서 인류가 전멸했다면 지금 있는 이 구체도 그 충격에 의해 손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 흔적은 전혀 없어.”

  “혹시 이 구체가 지구 위에 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럴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지구 위가 아니라 우주에 있다면 우리가 여기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죽게 되겠지. 그리고 이 거대한 시설을 지구 밖에 설치하긴 힘들지 않을까?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회의에서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도 나왔잖아. 그건 가능성 있어 보여?”

  1은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이번 회의에서 그나마 제일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 게 그거이긴 해. 물론 내가 그 방면으로는 지식이 별로 없어서 확신은 없긴 한데 뭔가 찝찝한 게 있어.”

  94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까딱 거리더니 왜라며 질문했다.

  “왜 우리에게 멸망의 원인을 알려주지 않았는가라는 거야. 우리가 멸망한 이유는 바이러스면 바이러스라고 기후변화면 기후변화라고 우리에게 알려줬다면 우리가 좀 더 이곳에서 나가기 쉽지 않았을까?”

  “우리가 스스로 알아내는 걸 원해서 그랬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거지. 여기 사람이 1000명밖에 안 되는데 다 같이 한 분야에 집중해도 모자라고 게다가 인공지능이 사라진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학문의 길에서 이탈했어. 지금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도대체 그들이 뭘 의도한 건지 모르겠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들은 왜 인류멸망에 관한 건 알려주지 않았을까? 우리들이 여기서 다양한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길 바라서 그런 건 아닐까? 네가 전에 구체내의 에너지를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최소 몇 백 년은 작동한다고 했잖아. 그래서 급하게 탈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지.”

  “구체를 처음 만들 때야 인류가 무엇 때문에 멸망할지 몰랐으니까 몇 백 년 정도의 에너지를 비축한 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과거 인류들이 우리들이 구체 내에서 목적 없이 살라고 할 정도로 태평하진 않았을 것 같아.”

  옆에서 정수기에서 컵에 물을 붓고 마시려고 하고 있던 9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말을 했다.

  “아니. 난 94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과거 인류들은 우리들이 여기서 계속 살아가는 걸 원할 수도 있어. 왜냐하면 여기 바깥은 지금 우리들이 절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일지도 몰라. 바깥이 불바다일 수도 있고 꽁꽁 얼어붙을 수도 있어. 그래서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알려주지 않는 거지.”

  1은 9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언젠가 탈출하지 않으면 새로운 인류도 멸망할게 분명하잖아.”

  9는 물을 마시면서 소파로 다가와서 앉았다.

  “그러니까 체념 한 거지. 옛날에 병원에서는 환자가 불치병에 걸리면 당사자한테 알려주지 않고 가족들에게만 알려주었다고 해. 왜냐하면 남은 생이라도 편안하게 살다가 가라는 의도였지. 우리들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시한부 인생이니까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 거지.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행복하게 살라는 뜻이라는 거야.”

  1은 별 관심도 없어하던 그가 지금까지 회의에서 나왔던 것과 전혀 다른 관점을 말했다는 게 놀라웠다.

  “넌 뭐 불치병이니 뭐니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네.”

  9는 다 마신 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다리를 꼬며 이야기했다.

  “야, 이래봬도 내가 의학을 수 년 동안 배웠는데 이런 이야기도 모르겠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생각한 가설 그럴 듯 하지 않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향이라서 당장 이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도 뭔가 걸리는 게 있긴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은 것 같긴 하네.”

  “네가 말한 전쟁으로 인한 멸망보단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1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발끈했다. 그 모습을 본 9는 킥킥댔다. 94도 조용히 입을 막고 웃었다. 회의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지만 다 듣고 있긴 했었다. 1은 말은 전쟁으로 인한 내부적 자멸이라고 말은 했지만 전쟁 말고는 마땅히 내부적으로 자멸할게 떠오르지 않아서 예시로 말한 거지 전쟁이라고 단정 지은 적은 없었긴 했다. 그래서 이래저래 말을 하며 의견을 나누고 싶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관뒀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9도 인류멸망에 대해 관심이 약간이나마 있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함께 하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기 때문이다.

  1은 그동안 혼자 연구를 많이 하는 탓에 모임에 자주 가지 않았지만 오늘 회의를 계기로 이젠 자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9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94도 회의를 오랫동안 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1만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서 회의에서 정리한 내용들을 한 번씩 보았다. 회의에서는 인류멸망 뿐 아니라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했는데 자신의 분야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그것들도 알아봐두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피곤한지 하품소리가 멀리 울려 퍼졌다.

 

 4)

  1과 9와 94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자신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9가 1이 입은 옷을 보며 피식거리며 웃었다. 1은 파란색 바지에 약간 헐렁한 줄무늬 상의를 입고 있었다.

  “야, 너 영화도 안 봤냐? 아무리 결혼식에 처음 간다지만 옷이 그게 뭐냐?”

  9는 상하의 모두 검은색이며 단정한 차림이었다. 1은 영화를 자주 보는 편도 아니었고 결혼식을 하는 장면이 있는 걸 본 적도 없어서 특별한 복장차림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 말을 들으니 부끄러웠지만 감추기 위해 오히려 화를 내었다.

  “옛날 사람들이 결혼식 때 무슨 옷을 입든 우리랑 상관없잖아. 또 옛날 사람들은 지역마다 문화도 달라서 복장도 다를 거야. 우리야 뭐 편하게 입으면 그걸로 됐지. 그리고 또...”

  “나한테 비슷한 옷 한 벌 더 있는데 빌려줄게.”

  “...그래”

  1은 9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대답했다. 9가 몸집이 더 크기 때문에 옷이 헐렁했지만 조절하니까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 94도 옷을 입고 나왔는데 영화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잘 꾸며 입고 나왔다. 1과 9는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94는 그들이 계속 응시하고 있어서 좀 창피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꾸민 게 좀 과한가?”

  1과 9는 더듬거리며 괜찮은 것 같다고 했지만 시큰둥한 대답을 듣고 옷의 장식물을 때내었다.

  “이정도면 됐겠지? 가자.”

  94는 1과 9의 등을 밀고 집 밖으로 몰았다. 그리고 1은 손목 밴드에 청첩장을 열라고 말을 하니 홀로그램이 나왔다.

  「220과 284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이 말로 시작된 청첩장은 날자와 장소가 적혀있고 옛날 사람들이 쓴 책에서 따온 듯한 글귀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위치를 알려달라고 표시했더니 레이저로 화살표가 나와서 길을 알려주었다.

  이 청첩장은 일주일 전에 220이 보낸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에 그것을 받고는 깜짝 놀랐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결혼식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놀랐던 건 그 결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친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서로 사이가 좋긴 했었지만 결혼까지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그들은 결혼식장을 향해 한참동안 걸었다. 9가 문득 결혼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하였다. 그는 그 자리에 멈춰 그 돌을 바라보고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결혼식장은 커다란 장식물이 있는 공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첫 결혼식이다 보니 뭔가 싶어서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 사람들도 언젠간 결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꽃으로 만든 장식물들이 사방을 수놓아서 주변이 알록달록했고 한 쪽 편엔 하얀 요리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그릴에다가 고기를 굽고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아마 요리를 전공으로 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하루 동안 고용한 모양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1의 코 속으로 들어와서 침샘을 자극했다. 1은 9와 94를 끌고 음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1은 옆에 있던 손바닥 보다 조금 큰 크기의 접시에 음식을 담고는 한 입 먹고는 맛있어서 감탄을 했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 이런 맛은 오랜만에 느껴봐. 니들도 먹어봐.”

  인공지능이 사라진 이후로 1이 로봇에게 명령한대로 만든 음식은 맛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계속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음식 맛이 별로 없었는데 이건 배운 사람이 만들어서 그런지 맛이 확실히 달랐다. 옛날 인공지능이 만든 음식의 향수가 느껴질 정도였다. 94도 그의 말을 듣고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한입 베어 물고는 같이 감탄했다. 하지만 9는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음식을 쳐다보지도 않고 결혼식장 메인 무대 뒤편에 슬쩍 보이는 사람들만 응시했다. 94는 음식을 먹어보라고 포크로 찍어서 9에게 내밀었다.

  “자, 이거 먹어봐. 맛있어.”

  9는 그걸 보고 한 입 물고는 말없이 오물거리기만 했다.

  “근데 뭘 보고 있는 거야? 평소랑 너답지 않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9가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라서 화낼 만도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9는 고개를 빠르게 휘저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단 말이야.”

  1이 그에게 다가가서 입에 음식을 다 삼키고 눈을 껌뻑이며 말을 했다.

  “혹시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9는 1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뭔데?”

  “252.”

  그 말을 듣고 9는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았다.

  “그래, 맞아. 내가 왜 252를 생각 못 했지. 최근에 본 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 있는 건가? 자신의 집에 살던 두 명이 결혼하는데 왜 아무런 말이 없지.”

  1은 포크로 음식을 찍으며 말했다.

  “나도 252가 안 보여서 걱정되긴 했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252인데 뭐 별일 없겠지. 걔가 성격하나는 호탕하잖아.”

  1은 포크에 찍은 음식을 입으로 삼켰다. 9는 1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252가 성격이 좋은 건 맞아. 근데 말이야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몰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속에 쌓인 게 더 많은 거지.”

  1은 평소답지 않게 말하는 9를 보며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너 뭐 무슨 일 있었냐. 왜 이렇게 감성적이야? 오늘 같이 결혼식 날 축하해야지 여기 구경이나 하자. 252도 어딘가 있겠지. 나도 아까 찾아봤는데 안 보이긴 했는데 뭐 잠깐 다른데 갔겠지.”

  그 말을 하고 1과 94는 9를 뒤로하고 음료를 한잔 들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결혼식이 무엇인지 구경하였다. 둘은 새로운 인류의 최초의 결혼식이라 신기해했다.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새로운 것이 있으면 자세히 알아보는 걸 좋아해서 한참동안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반면에 9는 누군가를 찾듯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220과 284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둘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주변에는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9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220이 먼저 9를 발견하고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와줘서 고맙다.”

  “친구가 파티에 초대하는데 와주는 건 당연한 거지.”

  9는 대화를 천천히 나누고 싶었지만 소란스럽기도 하고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근데, 252는 어디 갔어?”

  220은 그 말을 듣자. 9가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 마냥 표정이 싹 굳고 고개를 틀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여기 안 왔어. 몸이 아프대.”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데? 내가 좀 봐줄 수 있는데.”

  “나도 잘 몰라.”

  “같은 집에 살면서 그런 것도 몰라?”

  계속되는 질문에 220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같이 안 산지 좀 됐어. 그리고 지금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

  1은 220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의아했고 더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은 물러났다. 그리고 252가 그들과 같이 안 산다는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결혼한 사람 사이에서 살기 껄끄러우니까 독립한 것 같아서 그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데 친하다고 생각했던 자신한테 이사 갔다는 말을 해주지 않은 것이 의아했다. 말이라도 해줬다면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었을 것이다. 1과 94도 그와 나름 친하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줬을 것이다. 9는 소란스러운 결혼식장을 뒤로 하고 220과 252와 284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집은 그대로였지만 왠지 모를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252가 다른 곳으로 간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손목밴드에 전화 기능 버튼을 누르고 252에게 전화를 하라고 말을 했다. 길고 긴 통화음 소리가 9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이 잠긴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래 무슨 일이야?”

  기운 없는 목소리가 9까지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대답해서 일단 안심은 했다.

  “아니 뭐 그냥 오늘 220하고 284 결혼식인데 네가 안 보여서 어디 있나 싶어서 전화했지.”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9는 초조하게 252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좀 안 좋아서.”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220에게 들었던 말과 일치해서 다시 한 번 안심을 했다. 정말 1의 말처럼 쓸데없는 생각에 시간 낭비한 건가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대화를 더 해보기로 했다.

  “어디가 아프냐? 내가 좀 봐줄 수 있는데. 내가 의학 좀 배웠잖아.”

  그 말을 하자 피식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의학 잠깐 배우다가 때려친 걸로 몇 년째 우려 먹냐? 내 위치 보내 줄 테니까 알아서 찾아와”

  평소랑 다름없는 대화였다. 9도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보내준 위치를 활성화 누르니까 바닥에 화살표 빛이 비춰졌다. 그리고 화살표 옆에 적혀있는 떨어진 거리를 봤는데 거리가 좀 되었다. 그래서 집으로 가서 자전거를 꺼내 그곳을 향해서 갔다. 자전거를 타고 바다에 간 이후 이것저것 개조한다고 자전거에 덕지덕지 부품이 붙어서 흉물이 되었지만 타고 다니는데 이상은 없었다. 자전거에 붙은 기능 하나 말하자면 브레이크를 잘 되게 하기 위해 ABS시스템을 장착했는데 브레이크가 너무 잘되는 바람에 탑승자가 튀어 나가서 자전거 앞쪽에 에어백을 장착했다. 예전이 1이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모습을 9가 본 적이 있었는데 모양이 너무 처참해서 절대 과속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과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지않아 표시된 장소에 도착해서 화살표 빛이 멈췄다.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서 9는 잠시 진정하고 자전거에 내려서 괜히 그걸 발로 찼더니 알아서 세워져서 근처에 주차를 했다. 자전거에 얼마나 많은 기능이 있는지 이젠 무서울 지경이었다. 252의 위치는 도시외곽에 있는 집이었다. 그 집은 아담해서 혼자 살기 딱 좋아보였다. 문에 다가가서 문을 쓱 밀자 문이 힘없이 열렸다. 안에는 252가 소파에 기대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자전거에 제트엔진이 달려 있는지 몰라서 처음에 페달을 좀 쌔게 밟았더니 미친 듯이 속도가 올라가더라고 그래서 벽에 부딪힐 뻔 했는데 다행히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자동 조절 센서가 먼저 반응해서...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너 뭐 몸 아프다며?”

  9는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온 일을 말하느라 이 집에 왜 왔는지 까먹을 뻔하였다. 그는 252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외적으로는 아픈 점은 없어 보였다.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뭐야? 벌써 다 나은 거야? 어디가 아팠었는데?”

  “알 필요 없어 자식아. 그나저나 늦었지만 와준 건 고맙다.”

  “살다보니 네 입에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볼 일도 있네.”

  “내가 한 번도 고맙다고 한 적이 없었던가? 예전에 그 때 있지 않았던가...”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옛날이야기를 했더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9는 시계를 보더니 일어나서 252의 어깨를 툭 쳤다.

  “다음에도 무슨 일 있으면 나불러.”

  252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마 없지 않을까?”

  그는 고요한 집에 252만 남겨두고 집을 빠져나간 후 결혼식장으로 급하게 돌아갔다. 결혼식장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수선한 느낌만 남은 그곳에는 로봇들이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남은 음식들도 이미 치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듯 몸을 돌려 집으로 가려는데 1과 94와 눈이 마주쳤다. 멀리 있어서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손짓을 보니 오라하는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1이 한쪽 눈썹을 지켜 올리면서 말했다.

  “뭐 어디 갔다가 온 거야? 결혼식 이미 끝났어. 252 만나러 간 거야?”

  “뭐야 나한테 위치추적기 붙어놨어? 어떻게 안 거야?”

  “위치추적기는 무슨. 그런 장치는 공적이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타인이 특정 사람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 불법이라고 예전에 제정했잖아. 그냥 아까 내가 252 말 꺼낸 뒤부터 안 보여서 어디 갔는지 대충 짐작을 했는데 진짜였네. 뭐 걔는 별일 없지?”

  “보니까 그 녀석 이사 갔더라고. 그리고 아프다고 들어서 새로 간 집에 찾아갔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더라. 빨리 돌아오고 싶었지만 와줘서 고맙다고 하니 옛날에 있었던 일이나 하며 옆에서 오래 있어줬지. 뭐 별 일 없는 것 같더라.”

  1은 턱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음. 걔가 아픈 적이 있었나? 그리고 뭔가 느낌이 생각보다 전반적으로 이상한데? 나중에 한 번 같이 찾아가보자.”

  “내가 이상하다고 할 땐 네가 별 일 아닐 거라고 하더니, 내가 별 일 아니라고 하니까 네가 이상하다고 하네. 뭐 나한테 쌓인 것 있냐?”

  1이 웃으며 양손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내 생각대로 말한 건데 어쩌다보니 너랑 의견이 갈린 거지.”

  옆에서 둘의 이야기를 지켜보던 94가 가려놨던 음식이 담긴 접시를 꺼내서 9에게 내밀었다.

  “자, 싸움은 그만하고 네가 하도 안 와서 너 먹으려고 음식 좀 싸놨으니까 이거나 먹어.”

  9는 눈앞에 음식을 보고 자신을 생각해준 것에 기뻐서 94를 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음식이 쏟을 것 같아서 그를 뿌리치고 밥이나 먹으라고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동으로 따라와 주는 자전거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떠먹었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자전거 기능들이 영 쓸모없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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