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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5)
작성일 : 20-08-04 16:28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7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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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인공태양이 작동하기 시작한지 16년

  방 안에 자명종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울리기 3분 전부터 1은 침대에 걸쳐 앉아서 잠을 깨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명종 소리는 멈췄다. 그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라디오로 음악을 틀었다. 잠시 후 94가 거실로 나와서 다른 소파에 앉았다. 양육로봇이 음식을 다 만들었는지 오라고 해서 둘은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뒤늦게 9가 눈을 비비며 나와서 식탁에 앉았다. 오늘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학기라고 해도 딱히 평소와 다른 건 없었다. 94가 소스로 버무려진 양상추 샐러드를 포크로 집어 먹으며 말했다.

  “이거 맛있네.”

  그 말을 듣고 1도 포크를 집어서 먹었다.

  “맛있긴 하네. 그나저나 너희들은 어떤 공부를 하려고?”

  94는 포크로 샐러드를 다시 집으면서 말했다.

  “내가 그동안 컴퓨터, 전자 쪽으로 공부했는데 이어서 심화 공부 쪽으로 하려고.”

  잠을 깬 9도 말을 했다.

  “나는 의학 좀 만 더 공부하다가 다른 전공 하려고”

  1이 비몽사몽해서 포크질도 제대로 못하는 9에게 말했다.

  “예전에 그만 둔다 뭐다 하더니 아직까지 하네.”

  9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음식은 먹지도 않으면서 포크로 휘휘 돌리고 있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근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의학을 공부하긴 하지만 아프면 병원에서 로봇들이 치료해주고 니들이 하는 공부도 이미 로봇들이 더 잘 알고 있잖아. 아무리 공부해도 여기 있는 천 명이 예전에 몇 천 년 동안 수 억 명의 사람들이 만든 축적된 지식을 능가할 수 없어.”

  1과 94는 그 말을 듣고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사실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공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먼저 식사를 마친 1이 수저를 식탁에 탁 내려놓고는 대답했다.

  “언제까지 로봇에 의지할건데? 그리고 넌 로봇을 감정 없는 철 덩어리라고 무시하면서 필요할 땐 의지하는데 너무 이중적인 거 아니야?”

  1은 자신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부정하니 자신도 모르게 억양이 높아졌다. 94도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1과 9의 등을 치면서 말했다.

  “자, 아침부터 싸우지 말고 빨리 학교나 가자.”

  1은 사전에 공지 받은 교실로 향했다. 그는 학교에 갈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학교는 보면 볼수록 커다란 것 같았다. 층수도 높은데 지하까지 있어서 규모가 상당했다. 그는 한참을 걷다가 교실에 도착했다. 길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수업 시작 전에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 한명만이 있었다. 그는 1000이었다. 1은 그가 있을 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업을 들었을 때 대부분 같이 있었고 전에 이야기 했을 때 같은 과목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많이 친하기도 했다. 판박이 정도는 아니라도 낯선 사람이 보면 서로 닮았다고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누가 죽이기라도 한다고 들은 것처럼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1도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하지만 1000이 하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1을 보자마자 반겼다.

  “야 반갑다. 역시 같은 수업일 줄 알았다.”

  1은 교실을 슬쩍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 수업은 우리 둘만 듣는 건가?”

  1000은 빈자리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이 과목이 어렵다고 포기하는 애들이 많은가 보네.”

  그는 1을 보며 다시 표정을 펴며 말했다.

  “그래도 너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은 과학과 같이 연구하는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1은 1000의 옆의 빈 책상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너는 다른 수업도 듣잖아. 안 피곤해?”

  “이것 끝나면 화학 수업도 있긴 한데 거기도 요새 사람이 적어.”

  곧 수업은 시작되었다. 둘은 진지하게 수업을 들었다. 사람이 적어서 좋은 점은 교육로봇과 질문을 주고받기 쉽다는 점이다. 수많은 수식들이 그들의 눈앞을 지나간 후에야 수업은 끝났다. 둘은 복도를 나와서 걷고 있었다. 창 밖에는 운동부에서 운동하는 것이 보였다. 거기엔 9도 있었고 인원이 상당히 많았다. 1000은 그 모습을 보면서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말이야. 사람들은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것 같아.”

  1도 그 말을 듣고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말에도 어느 정도 수긍하긴 하지만 배우는 것에 중요도가 뭐가 필요하겠어?”

  1000은 고개를 획 돌려 1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잘 생각해봐. 쟤들은 자기들 재미있으려고 하는 거잖아. 미술, 음악, 운동부터 시작해서 디자인이나 요리 같은 건 인류의 발전에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야.”

  1은 여기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자신들의 의무를 잊었었다. 자신이 공부를 하는 이유도 잊고 있었다. 어느새 눈 떠보니 정해진 일과대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인류 멸망 이후 자신들이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과거 인류의 유산은 여기 안에 있는 신인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과거 인류들이 쌓은 지식을 능가할 수 없어. 여기 로봇이 가르쳐주는 것만 해도 벅찬데.”

  1이 말을 내뱉고 보니 9가 말했던 것과 비슷하게 말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더욱 단합 되어서 지식을 탐구해야 하는 거야.”

  1은 1000과 논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생각도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94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지정된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에는 대여섯 명 남짓 사람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업을 같이 듣던 사람이라 알고 있던 사람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단 한 사람만 빼고. 그는 다른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교실 구석에서 음침하게 있었다. 그 작고 왜소한 몸집은 누군가 지나가다 그와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는 건지 쑥스러움이 많은 건지 아님 둘 다 인건지 알 수는 없었다. 94도 처음에는 그와 친해지려고 말을 걸었는데 대답이 없어서 그 뒤로는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과는 대화하는 건 본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가 우연히 로봇들하고는 정답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그에 대해 새로움을 느끼긴 했지만 그것이 끝이었고 더 이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정시에 선생로봇이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했다. 뒤늦게 온 학생들도 합쳐서 10명가량 됐다. 94는 수업에 집중이 안 되었다. 자신도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몰랐다. 그저 적성검사를 통해 이쪽 분야가 가장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측정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나름 재미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상당한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이유가 있는가? 그 질문에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펜을 떨어트린 후에야 잡생각을 잊고 다시 수업에 집중하였고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갔다.

  “오늘 수업은 이쯤에서 하고 다음엔 메모리 칩에 대해 수업을 할 테니 간단하게 예습해오면 좋겠습니다.”

  94도 기지개를 피면서 찌뿌듯한 몸을 풀었다. 그녀는 교실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문득 고개를 돌려 뒤를 살짝 바라보니 교실에는 선생로봇과 그 학생이 로봇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94는 아무 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다시 자기 갈 길을 걸어갔다.

 

 [2]

 1)

  인공 태양이 작동한지 20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성장하고 많은 걸 배웠다. 인공지능은 이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간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오늘 모든 사람들이 학교로 향했다. 무슨 영문인지 부르는 건지는 모르지만 처음 학교로 도착했을 때 느낀 분위기와 비슷했다. 옛날과 다른 점은 구체내의 로봇들이 그들과 함께 모여 있다는 점이다. 학교 강당은 소란스러웠다. 1과 9와 94는 나란히 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귀를 파던 9가 말했다.

  “뭐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을 다 부른 거지? 옛날에 학교 입학 때문에 부른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1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곁눈질로 주변을 돌아봤다. 뭔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거운 공기가 자신을 짓눌렀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머리를 굴려도 알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94는 자신의 집에 있던 양육로봇이 저만치 먼 거리에 있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지만 로봇은 그녀를 못 본 건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94는 실망한 채 손을 내렸다.

  “저기 우리 집에 있는 양육로봇 맞지? 왜 반응이 없지?”

  1은 94가 말해준 곳을 보니 그 로봇이 있었다.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니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전력이 다 된 것도 아니다. 초조함, 불안함. 로봇이지만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다른 로봇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사람들이 강당에 모였다. 단상에 로봇이 하나 올라와서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렇게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게 되는 건 오랜만이군요. 그 때 이후로 여러분은 많이 성장한 것을 보니 무척 기쁩니다.”

  그 로봇은 강당의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구체가 작동된 지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우리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이제 여러분의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제 그만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세대를 부탁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그의 짧은 연설이 끝났다. 그 로봇에게서 더 이상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다. 그들은 모두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큰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고 좌절했는지 바닥에 쓰러진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서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은 그 로봇의 말에 놀라서 동공이 떨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양육 로봇에게 뛰어가다가 로봇 바로 앞에서 넘어졌지만 몸을 일으켜서 무릎을 꿇은 채로 로봇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갈 데가 어디 있어?”

  양육로봇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1은 그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지만 다음 한 마디가 그를 절망에 빠트렸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말투에서 딱딱함이 느껴졌다. 정말 그것은 고철이 되었다. 1은 어깨에 올렸던 손을 놓았다. 로봇들은 단순히 사람들과의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다. 무엇이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마치 영혼이 사라진 것 같았다. 로봇이란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이 사라져서 가면만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었다. 로봇의 그림자는 1은 덮었다. 1은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했다. 9와 94가 다가와서 양육로봇의 상태를 보고는 같이 놀랐다. 그들도 지금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 1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왜 사라지는 거냐고!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우리보고 열심히 살라는 말만 남겨놓고.”

  9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 로봇 없이도 살 수 있잖아. 너무 상심하지 마.”

  1은 그 말을 듣고 버럭 했다.

  “우린 아직 부족해! 로봇 없이는 살 수 없어!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구체 바깥이 어떤지도 알려주지 않고 사라지는 건 너무 무책임하잖아!”

  “아직 공부 자료는 남아 있으니까 그걸로 혼자 공부하면 되고 바깥은 뭐 언젠가 나갈 거니까 그 때 알 수 있겠지.”

  한편 로봇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던 94는 로봇의 형식적인 대답만 계속 듣고는 무엇인지 이제야 파악돼서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도 20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작별 인사할 시간은 줘야지...”

 

  혼란스러운 학교를 뒤로하고 세 사람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고요한 걸음걸이가 조용히 퍼졌다. 그들은 소파에 앉았다. 소파 안의 공기가 빠져나가서 앉는 곳이 푹 꺼졌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공기와 같이 당연히 있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인공지능 로봇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로봇자체는 작동하긴 한다지만 명령대로 단순노동 일하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1은 엄지와 검지로 눈 사이를 비빈 후에 말을 했다.

  “그럼 이제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정상적이라면 다음 주에 개학인데.”

  9는 그 말을 듣고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잠시만, 너 지금 이 상황에도 학교에 갈 생각 하는 거야? 잘 생각해봐 이제 여기서 우리에게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야.”

  94는 그 말을 듣고 못마땅했다.

  “아무리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하지 않을까? 배워야지 우리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선생로봇은 없을지 몰라도 학문자료는 많으니까 스스로 공부할 수 있어.”

  94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괜히 이곳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여기의 모든 사람들은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멸망한 인류를 다시 부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늘 그 임무를 인지하고 있지만 애써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그런 걱정스러운 일 없이 지금의 안락함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더 이상 회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인공지능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20년이 지나서 사라진 것을 보면 애초에 계획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전에도 로봇들이 계속 스스로 독립할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식사시간이 되자 그들은 허기가 졌다. 거실 구석에 양육로봇이 있었다. 1은 그것을 힐끔 처다 보았다. 원래 휴일이면 이 시간대쯤에 알아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어야 했지만 미동도 없었다.

  “어이.”

  1은 그 로봇을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간단하게 불러봤다. 그러자 그 로봇이 반응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대를 했지만 역시 인공지능은 사라진 상태였다.

  “지금 식사시간이니까 요리 좀 해봐.”

  “무슨 요리를 해드릴까요?”

  “아무거나 해!”

  1은 갑자기 짜증나서 소리를 질렀다. 인공지능이 없다는 것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옆에서 보던 94는 로봇과 1의 대화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지금 로봇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하는 것도 인공지능일 수도 있는데 인공지능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는가? 그녀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초기의 인공지능의 형태를 띠고 있었을 뿐이었다. 인공지능의 지능을 조절할 수 있다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과거의 기억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녀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비록 인공지능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 했더라도 아직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이러한 의문들은 그녀의 학문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9는 창문으로 다가가서 밖을 바라보았다. 이 집에서 인공지능이 없어진 사건에 대해 가장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었다. 오히려 불안정한 해방감에 기분이 살짝 들떠 있을 정도였다. 창밖은 집들이 있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멀리 태양이 있고 주변에는 자연이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것과 같이 느껴졌다. 이 안에서 무엇을 하든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방해할 수 없고 막을 수 없었다. 더 이상 학교 때문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 구체 내의 모든 것이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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