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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3)
작성일 : 20-08-04 16:26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8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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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람들은 학교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사뭇 진지했다. 그들의 발자국엔 무게감이 있었다. 사람들이 입구로 들어가자 수많은 로봇들이 그들을 한 명씩 인도했다. 각각의 사람들을 좁은 방으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의자와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리고 로봇이 문제를 내고 사람이 대답을 하거나 전자종이에 답을 써내는 형식이다. 사람들은 몇 번의 시험을 해봤기 때문에 이젠 익숙했다. 시험시간이 되었는지 칠판에 문제가 나오면서 로봇이 그 문제를 읽어줬다.

  “첫 번째 문제. 22세기 중반, 어떤 국가에서 범죄자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냈다. 여기서...”

  로봇들이 문제를 말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통하여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답을 말했다. 명확히 답이 있는 문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들도 있었다. 이렇게 그들은 시험시간 동안 로봇들과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졸업시험이니만큼 평소보다 긴 시간동안 시험을 쳤다.

  1은 지친 기색으로 집에 들어갔다. 1층 소파에 9하고 94가 있었다. 9는 지쳤는지 소파에 드러누워서 반쯤 자고 있었고 1이 집에 돌아온 것을 보자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어, 이제 왔네. 왜 이래 오래 걸렸냐.”

  1은 겉옷을 걸어놓고 천천히 걸어와서 소파에 앉았다. 소파는 1의 피곤함을 아는 듯이 그가 앉자마자 푹 꺼져서 몸의 체형에 맞게 바뀌었다.

  “좀 생각할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거실에 3명이 있었지만 정적이 감돌았다. 양육로봇이 다가와서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지만 모두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로봇은 쓸쓸히 방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새에 전부 잠들었다. 잠시 후 먼저 일어난 9가 손으로 눈을 비비고 목을 몇 번 까딱거리고는 다른 사람들을 보았더니 여전히 잠들고 있었다. 밖은 태양이 세상을 밝게 드리우는 중이었다. 9가 헛기침을 하면서 목을 가다듬고 씨익 웃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침이다. 모두 일어나자!”

  1과 94는 갑자기 귀를 울리는 소리에 발작하듯 꿈틀거렸다. 1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보니 9가 있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랐잖아.”

  “오늘은 자명종 대신 내가 그 역할 했다. 상쾌한 아침이지?”

  1과 94는 소파 근처에 있던 쿠션을 9에게 던지고 동시에 말했다.

  “상쾌한 아침은 무슨.”

  9는 실실 웃었다. 1과 94는 그래도 아침이니까 잠을 깨기 위해 기지개를 폈다. 당분간은 방학이라서 학교에 갈 일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긴 휴일이라 뭘 할지 고민했다. 멍하니 있는 그들을 바라보던 9가 말을 걸었다.

  “우리 바다에 가보는 건 어때?”

  그 말을 듣자 94는 신나는 표정을 지었고 1은 흥미를 느꼈는지 턱에 손을 만지며 눈을 깜빡였다. 도시 외곽을 넘어가면 근처에 들과 산이 있는데 그들은 딱 거기까지만 가보고 더 멀리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해서 그 이상으로는 가지 않았다. 사실 이 구체에서 어디에 있던 모든 곳이 다 보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 일은 없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가 야생동물이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뻐하던 94는 잠시 멈칫 하다가 대답했다.

  “근데 엄마가 멀리 가는 건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어?”

  9는 팔을 허리에 대고 말했다.

  “그건 옛날이잖아 우리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준비만 잘 하고 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뭐?”

  9는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로봇들은 실제 우리 부모님이 아니잖아. 입력한대로 움직이는 로봇의 말을 전부 다 지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순간 정적이 흘렀다. 94는 그 말을 듣고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1이 말을 했다.

  “로봇이 실제 우리를 낳아준 건 아니라도 키워준 건 맞아. 그리고 이때까지 로봇의 말이 틀린 적은 없었잖아.”

  이런 주제에 관해 더 이야기 해봐야 바뀌는 건 없다고 생각하여 1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바다까지 가는 계획이라도 있어? 거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 줄 알고?”

  9는 바닥을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고 대답했다.

  “어제 밤에 대충 생각해둔 건 있는데 구체적인 건 같이 의논해봐야지. 그리고 거리는 뭐 대충 3시간 정도 걸으면 될 것 같은데.”

  1은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 여기가 엄청 작다고 생각하는구나? 눈앞에 보인다고 가까운 건 아니지. 사람이 1시간에 4km정도 걸을 수 있고 음...”

  1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가 어딘가의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패드에 사진을 띄웠다.

  “여기가 학교 근처에 있는 네모난 건물인데 우리 집에서 보니 높이가 약간 다르게 보이지?”

  9는 뭘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육안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여기 세상이 구형이니까 네모난 건물을 떨어진 곳에서 보면 세로의 길이가 줄어들게 보인단 말이지. 따라서 이 차이를 계산하면 태양으로부터 학교와 우리 집의 각도를 구할 수 있는 거지.”

  옆에서 보고 있던 94가 이제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하 그러면 여기서 바다까지 각도를 알 수 있는 거네.”

  “맞아. 그렇지.”

  9는 이해가 잘 안 됐지만 이해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1은 전자패드에 숫자를 끄적거리다가 금세 답을 구했다.

  “이곳의 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바다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이정도면 걸어서 가기 힘들 것 같은데.”

  “그럼 다른 방법 있어?”

  “물자공급 열차에 올라가는 방법도 있고 로봇에게 자동차로 운전해달라고 할 수도 있긴 한데.”

  이 구체에는 여러 가지 운송수단이 있다. 정기적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열차도 있으며 부상자들을 옮길 때와 같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도시에서 사용하는 자동차들도 있다. 9는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끼리 여행인데 우리가 해결해야지. 중간에서 자고 가는 일이 있더라도 걸어가야겠다.”

  1은 입꼬리를 조금 올려서 미소를 보였다. 옆에서 곰곰이 듣고 있던 94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애들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럼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건 어때?”

  9가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했고 1은 일반 자전거를 개량해서 가자고 했다. 그들은 말이 나온 김에 다 같이 프린터기가 있는 인쇄소로 갔다. 여기 인쇄소는 단순히 글자를 인쇄하는 곳이 아니라 원하는 모양을 입력하여 사물을 출력할 수 있는 장소이다. 예를 들어 철로 된 공을 만들고 싶으면 컴퓨터에 공 모양과 재질을 입력한 후에 프린터로 출력하면 그것이 출력된다. 그들이 인쇄소에 들어가니 불이 켜졌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은 없어 보였다. 그들도 집에 있는 작은 프린터기만 썼지 인쇄소에 와서 커다란 것을 인쇄한 적은 없었다. 1번이 중간쯤 되는 프린터기에 손바닥을 올려 살짝 기대면서 말했다.

  “뭐 다들 알겠지만 이게 우리 집에 있는 프린터기보다 훨씬 커다랗기만 할 뿐 크게 다른 건 없을 거야.”

  9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까닥이다가 말했다.

  “그래, 전에 바퀴달린 신발 만들 때 쓰던 거 그거 말하는 거잖아. 근데 우리가 여기서 왜 이걸 사용하는 거지?”

  “생각해봐 아까 여기 오는 길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바다에서 하루 자고 올 건데 그러면 식량도 있어야 하고 텐트도 있어야 하잖아? 그럼 그걸 담기 위해 자전거를 개조하여 수레를 자전거와 연결해야지. 또 자전거를 끄는데 힘이 많이 드니까 전기장치를 장착하여 그 힘으로 자전거를 굴리는 거지.”

  “그걸 네가 전부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전부 다는 못 만들고 수레나 배터리 같은 건 기존에 나와 있는 설계도가 있으니까 그걸 차용해야지. 그리고 자전거에 그것들을 합칠 수 있도록 설계도를 조금 수정해서 출력 하는 거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할게 말만 해!”

  컴퓨터에는 프린터를 할 때 용이한 설계도들이 많다. 잡동사니부터 복잡한 물건까지 있어서 그것들만 적절히 조합하면 웬만한 것들은 만들 수 있었다. 94도 설계도를 만들어 본 적이 있어서 1과 함께 설계도를 제작했고 9는 재료들을 운반하고 조립하는 것을 도왔다. 그들은 이틀간 고생을 하여 드디어 완성했다. 이륜 자전거 뒤에 바퀴 달린 수레가 연결된 형태로 조잡해보였지만 처음 스스로 만든 물건을 감안하고 보면 잘 만든 축에 속했다. 세 사람은 그것을 수레자전거라고 이름을 붙이고 뿌듯한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근처에 사는 친구들도 신기한지 한 번씩 쳐다보고 뭔지 물어보고 갈 정도였다. 수레부분에 짐을 실고 출발 준비를 했다. 양육로봇이 걱정이 돼서 조심하라고 했다. 그들은 괜찮다고 하고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전화하겠다고 말하고 도시를 벗어나는 길로 향했다. 길은 상당히 큰 편이라서 자전거 3대가 옆으로 나란히 가도 공간이 많이 남았다. 길은 거미줄처럼 이 구체에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9가 앞장서서 가며 말했다.

  “우리가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곳을 탐험하다니 너무 흥분된다.”

  그 말을 하며 9는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세게 밟았다. 그러자 뒤에서 쫒아가고 있던 94도 이빨이 보이도록 웃고는 페달을 세게 밟으며 추격했다. 뒤쳐져 있던 1이 애들이 안 들릴까봐 크게 말했다.

  “너무 빨리 가면 나중에 지쳐서 전기로만 가야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전기 소모량이 심하니까 천천히 가!”

  9와 94는 그 말을 못들은 건지 아니면 못들은 채 한 건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1도 씨익 미소를 짓고는 속도를 올려서 추격했다.

  잠시 후 그들은 지쳐서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두고 도로 한복판에 쓰러졌다. 그들은 어깨가 축 쳐진 채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고는 간식과 물을 꺼내며 조금씩 먹었다. 간식을 먹던 94가 1의 어깨 뒤편에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보였다. 그걸 보고 놀라서 다른 사람들의 무릎을 치며 손가락으로 도시를 가리켰다.

  “야 저기 좀 봐 우리가 살던 곳이야!”

  그 말을 듣고 1과 9는 뒤로 돌아보고는 감탄을 했다. 1은 손을 펼쳐 손바닥을 도시로 향하게 했다. 도시가 손바닥만 한 게 신기한 듯 했다. 주변을 바라보니 한 쪽 편은 도시가 보이고 그 반대편은 바다가 보이며 나머지는 산과 나무가 많아서 초록색이 보였다. 저 멀리 있는 지역에는 황금빛이 비치는 사막으로 추정되는 곳도 있고 회색빛이 비치는 바위가 많은 지역도 보였다. 주변의 경치가 도시에서 보던 모습과 달랐다. 그들은 뭔가 모를 흥분감이 느껴졌다. 어느새 지쳐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9가 손으로 옷을 털고 일어나서 어서 출발하자고 말했다. 1과 94는 좀 더 쉬고 싶었지만 9가 그들의 팔목을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우고 강제로 자전거에 올라타게 한 뒤 다시 출발했다. 나머지 구간은 힘들어서 전기를 많이 이용했다.

  눈앞의 푸른빛이 점점 가득 채우다가 마침내 바다의 수평선이 보였다. 모래가 점점 많아져서 자전거가 헛바퀴를 돌자 근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모래사장으로 세 명이 뛰어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그들은 신발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그고는 신기한지 나란히 서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돗자리를 펴고 양육로봇이 싸준 샌드위치와 도시락을 먹었다. 94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조용히 말을 했다.

  “영상으로 지구에서 본 바다와 비슷하네. 파도도 치고 모래사장도 있고.”

  9가 입에 빵을 문 채로 맞장구를 쳤다. 1은 오렌지 주스를 한 입 먹고 입 안을 비우고 말했다.

  “그런데 바깥에서처럼 붉은 바다는 볼 수 없을 거야. 태양이 머리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니까. 그리고 여기에는 달도 없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차가...”

  1은 계속 말을 했다. 9는 말하는 것을 듣지 않고 가방에서 망원경을 꺼내서 주변 경치를 좀 더 자세히 보았다. 94도 그걸 보고 망원경을 꺼내서 보았다. 망원경으로 주변을 보던 9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바다에 관해 설명하고 있던 1은 놀라서 9에게 말했다.

  “갑자기 뭐야 깜짝 놀랐잖아.”

  9는 망원경을 때서 눈을 비벼서 맨눈으로 보다가 다시 망원경을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해안가를 가리켰다.

  “저기 뭔가 집 같은 것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도 망원경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멀어서 분명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숲에 집과 같은 형태가 있었다. 그들은 그것이 뭔지 확인하기 위에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조금 걷자 작은 키 정도 되는 나무들이 있는 곳이 나왔고 그 사이에 어설프게 나무로 지어진 조그만 집이 있었다. 형태로 봐서 원래 있던 집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원래 이곳에 있던 시설들은 건물이 아주 단정하고 모난 곳이 없는데 이 집은 허름하고 어설프게 지어진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마치 동화 속에 보던 마녀가 사는 집 같았다. 94가 약간 두려워서 침을 꼴깍 삼키며 9에게 말했다.

  “너 눈 쓸데없이 엄청 좋다. 이렇게 나무 사이에 있는 집도 보고...”

  그 말 속엔 쓸데없는 걸 찾았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9는 그 말의 숨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칭찬인 줄 알고 한 쪽 입 꼬리를 올리고는 웃었다. 그가 경계자세를 취하며 문으로 다가갔다. 오른쪽 발을 앞으로 천천히 내딛고 문을 똑똑 두드렸다. 이상한 것이 나오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태세였다. 문을 살짝 두드려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서 더 쌔게 두드렸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금장치는 없었다. 아마 외부인이 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집 안은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들었다. 기름과 쇠가 섞인 냄새가 났다. 바닥은 삐걱삐걱 거렸다. 세 사람은 안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봤다. 바닥에는 철로 된 여러 잡동사니들이 있었다. 1은 책상 위에 여러 가지 책이 있는 것을 보았다. 제일 위에 있던 책은 <인공지능의 역사>라고 적혀 있었다. 책 뒤에 있는 마크로 보았을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종이로 된 책은 상당량이 학교 도서관에 있긴 했다. 다른 마크가 있는 책들은 원래 있던 위치를 알리는 마크가 따로 붙어 있었다. 이런 표시가 있어야 원래 위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마크가 없는 책이 하나 있었지만 종이책을 읽는 사람도 얼마 없어서 그 책이 없어져도 신경 안 쓸 것 같았다. 보통 전자책을 쓰는 게 편하긴 하겠지만 이렇게 도시와 먼 곳이라면 전기가 다 소모되면 충전하기 힘드니까 종이로 된 것을 빌린 것 같았다. 1도 종이로 된 책을 자주 빌리는데 종이책은 전자책과 다르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읽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한 장씩 손으로 넘길 때마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있다. 여기 집 주인도 그런 취향일 수도 있었다. 집 안은 그것들만 제외하면 휑했다. 집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9는 자신들이 바다에 온 것이 최초가 아니라는 것에 약간 실망했다.

  “바다에 다른 사람이 먼저 온 것 같은데. 집까지 지은거 보면 좀 되지 않았을까?”

  집 안에 별다른 것이 없는 걸 보고 안심을 하던 94가 대답했다.

  “그런데 누가 여길 먼저 와서 이런 걸 지었을까?”

  “글쎄 잘 모르겠는데?”

  책상위에 있던 여러 책을 만져보던 1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했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인지는 알 것 같아.”

  94는 만지던 잡동사니들을 제자리에 두고 1이 서있는 곳을 바라보고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인데?”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 같아. 여기 있는 책들이 과학에 관련된 서적이야.”

  두루뭉술한 대답에 9와 94는 실망했다. 1은 마음만 먹으면 더 조사해서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남의 집에 이렇게 와서 뒤져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만 나가자. 그리고 만졌던 건 모두 원래대로 돌려놓자.”

  세 사람은 다시 자전거가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태양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급하게 텐트를 가져와서 해안가에 쳤다. 날이 따뜻한 편이라서 텐트의 천장에 벌레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그물망으로 막아놓고 세 명이 나란히 누웠다. 곧 태양의 빛은 사라졌다. 그러자 하늘 가운데에 별이 보였다. 그들은 벌떡 상체를 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감겨지지 않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그들이 살고 있는 여기에 별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별은 실제 지구에서만 볼 수 있고 그들은 영상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별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1은 손으로 눈을 비비며 다시 하늘을 보았다. 별들은 하늘 중앙에 원 형태로 모여 있었다. 게다가 상당히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1은 그제야 그것들의 정체를 깨닫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네.”

  9와 94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끔뻑끔뻑 거리다가 몇 초 뒤에 동시에 별들의 정체를 깨닫고는 자리에 누워서 바닷바람을 느끼며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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