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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류멸망회의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인류가 멸명한 미래, 인공 지구에서의 신인류들의 이야기

 
인류멸망회의(1)
작성일 : 20-08-04 16:24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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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류는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가지 못하였고 모든 인류가 지구상에서 절멸했다.

 

 2)

  [인간생체신호 감지... 반응 없음]

  인간이 만든 로봇이 하염없이 지구 위를 돌아다닌다. 길을 잃는 강아지마냥 방황한다. 그건 철로 만든 기계지만 고도의 기술이 담겨있어서 하나의 생명체와 유사했다.

 

  인류가 만든 가장 커다란 산물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의 이름은 다양했다. 인류 인큐베이터, 거대 지하 벙커, 인공 지구, 거대 구체.

  인류는 그것이 작동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것을 만든 것도 이런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으니 그들의 예측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할 만 했다.

  지구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수십km의 거대한 인공 구체. 풍선처럼 내부는 비어있고 그 가운데엔 인공태양이 있다. 내부 표면에는 인공중력이 있어 지구 중력과 같은 힘이 구체 표면에 작용한다. 그래서 내부에서 벽을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내부에는 산이 있고 바다가 있다. 강이 있으며 호수도 있다. 비가 내리며 눈도 내린다. 도시도 있고 논과 밭고 있다. 사막도 있으며 정글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순수 인간이 만든 기술이었다. 과연 그것이 인류의 과학기술의 집대성이라고 불릴 만 했다.

  수백 년 동안 꺼져 있던 인공태양의 빛이 들어왔다. 그 빛으로 인해 얼어있었던 구체 내부의 모든 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구가 창조되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중요한건 여기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는 것이다.

  과거, 인류는 번창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움이 있었다. 자신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두려움. 가진 게 많을수록 버리기는 더 아까운 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수천 년간 축척된 인류와 그 지식을 보존하기로 했다. 바로 이 구체를 통해서 말이다. 그들의 지식을 저장하고 인간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천개의 세포를 배양했다. 그 세포는 지구상에 있었던 위대한 인물들의 세포들이었다. 이 기계가 작동하는 순간 그곳에 에너지가 공급되어 과거의 인간과 모습은 같지만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태양이 켜짐과 동시에 그들은 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 하나의 세포가 분열하여 두 개가 되고 다시 분열하여 네 개가 된다. 손과 발이 생기며 얼굴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천여 개의 배양관에서 그들이 일제히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인공태양은 24시간 주기로 12시간 동안 환하게 밝혀져 있다가 천천히 어두워져서 밤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밝아져서 아침이 된다. 낮에는 어디서든 태양이 보인다. 지구 표면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모든 장소에서 밤과 낮이 동시에 시작된다. 땅에서는 새싹이 자라며 강에서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토끼가 들판을 돌아다니며 물고기가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하늘은 맑고 청량하며 가끔씩 비가 내린다. 비는 식물에 물을 주고 식물은 인공지구에 산소를 공급한다. 동물들은 풀을 뜯어먹고 산소를 들이쉰다. 그야말로 이곳은 하나의 생태계나 다름없었다. 물론 생태계가 불안정하게 될 수 있다. 가령 비가 너무 오지 않아서 식물이 죽어버릴 수도 있다. 그런 것은 기계들이 미리 감지해서 비를 더 내릴 수 있도록 조절하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게 한다. 이 거대한 구체가 부서지지 않는 이상 생태계는 자동으로 유지될 것이다.

  인공태양에 빛이 나오기 시작한지 10달이 지났다. 그동안 구체 내부는 빗소리가 가장 큰 소리일 정도로 고요했다. 빗물이 풀잎에 떨어져 흘러내린다. 정적을 깨고 그 옆을 로봇이 지나간다. 그 로봇은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원뿔모양의 몸통이 달려있다. 그리고 팔이 달려있지만 다리는 없다. 하지만 구체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조절하여 공중에 떠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여기에 있는 로봇들은 그저 기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그 로봇들은 바로 신인류들의 부모님이다. 이 작은 지구에서 새로운 인류들을 키워줄 양육로봇이다. 그것들은 모든 인류의 생각과 지식이 담겨있는 또 하나의 인류의 걸작이었다. 그와 같은 로봇은 아마 다시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눈을 감고 그 로봇들과 대화 한다면 인간인지 로봇인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로봇들은 서로 거미줄처럼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 생각을 공유한다.

  수많은 로봇들이 일제히 인류배양실로 모여든다. 투명한 액체가 담긴 유리관 안에 태아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로봇들이 신기한 듯이 이리저리 그것들을 쳐다본다. 태아의 움직임이 격해졌다. 로봇들은 그 움직임에 모두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작은 팔다리가 물을 휘젓고 유리관을 쳤다. 그러자 안의 있던 액체가 배관을 따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액체가 거의 다 빠져나갈 때 쯤, 태아의 울음소리가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구체의 모든 곳에 울려 퍼졌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울음소리였다. 그 태아의 번호는 1번으로 정해졌다. 다른 유리관에서도 그 울음소리를 듣고 힘을 낸 것 마냥 액체가 빠져나가면서 태아의 울음소리가 건물 안을 가득 채웠다. 다른 태아들이 줄줄이 태어났고 로봇들은 신속히 그 아기들에게 천을 감싸서 신생아실로 옮겼고 그들을 요람에 재웠다. 로봇들은 아기들의 모습을 보며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2일간 인류배양실과 신생아실에는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 태아가 신생아실로 옮겨지고서야 인류배양실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곳이 다시는 시끄러워질 일은 없었다. 유리관에 영양분 공급을 조절했기 때문에 비슷한 시간에 모두 태어날 수 있었다.

  신생아실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다.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모든 방의 공통점이었다. 로봇들은 어미 새가 먹이를 주듯 바삐 움직이며 아기에게 우유를 주며 우는 아기들을 달랬다.

 

 3)

  인공태양이 작동하기 시작한지 7년

  그동안 신인류들은 성장하였다. 그들은 걷을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 대화를 할 줄 알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뛰어난 유전자들인 만큼 배움의 속도가 빨랐다. 그들은 로봇의 교육과 지도와 통제 하에 성장하였다. 오늘은 새로운 성장을 하는 날이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서 귀를 찌르는 것 같은 자명종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1이 눈을 부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에게 1번부터 시작해서 번호가 매겨져있다. 사람의 이름 대신 번호로 서로를 구분한다. 물론 별명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별명이 놀림거리와 같이 대체로 안 좋은 면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보통은 번호로 부른다. 숫자이름이 이상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1번이 침대에 앉아서 손을 올려 기지개를 폈더니 그제야 자명종 소리가 꺼졌다. 그가 아직 피곤한지 침대에 다시 누우려고 하자 다시 자명종 소리가 다시 울렸다.

  “알았어, 알았다구 잠 다 깼어.”

  그는 듣지도 못하는 자명종에게 괜한 신경질을 내고는 거실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로봇이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엄마, 다른 애들은?”

  이곳에서는 양육하는 로봇들을 엄마라고 부른다.

  “음 아직 자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이 끝나자 94가 하품을 하면서 내려왔다.

  “뭐야 먼저 왔었네? 그래도 9는 아직 안 일어났겠지?”

  1은 9의 방으로 걸어가서 그의 방의 문을 열었더니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가 귀를 진동시켰다. 일어나지 않으면 자명종 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1은 이정도로 큰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1은 이 시끄러운 소리에도 자고 있는 9에게 다가가서 그가 덮고 있는 이불을 잡고 거세게 흔들었다.

  “야 빨리 일어나!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알아! 그러니까 그만 흔들어 3분만... 3분만 더 잘게.”

  그 세 명은 성격이 많이 달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같이 친하게 지내다보니 같은 집에 배치되었다. 1과 3은 남자아이이고 성격이 달라서 가끔씩 부딪히지만 또 그게 가끔씩 장점이 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고, 2는 여자아이인데 1과 3이 다툴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10분이 지나서 9가 내려왔다. 두 명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1은 9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넌 자명종 소리가 시끄럽지도 않아? 너무 시끄러워서 밖에까지 들리겠다. 내일부터는 매일 울릴 텐데 어떻게 하냐?”

  9는 아직 잠이 덜 깨서 혀가 살짝 꼬인 채로 말을 했다.

  “몰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가끔씩 울릴 때도 짜증났는데... 아 모르겠다. 밥이나 먹자 오늘 반찬 뭐야?”

  세 사람은 나란히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양육로봇은 그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며 말을 걸었다.

  “얘들아 맛 어떠니?”

  세 사람은 대답했다.

  “엄마가 해준 건 다 맛있어.”

  그 후 그들은 미리 알려 준대로 학교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곳에 와 있어서 북적였다. 익숙한 얼굴도 있고 낯선 얼굴들도 있었다. 학교 건물은 커다란 도넛 모양이며 다른 건물에 비해 큰 편이었고 건물의 유리가 많으며 하얗고 반짝였다. 구체 내의 도시의 많은 건물들의 생김새가 비슷했는데 몇몇 건물만 유난히 특이한 것을 보고 뭔가 다른 시설이겠구나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물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이 구체의 도시구역은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중심으로 갈수록 건물들이 대체로 커진다. 이곳의 인구가 1000명인데 불구하고 건물의 수는 상당히 많아서 빈 건물들이 많이 있다. 빈 주택들은 먼저 가서 생활하면 자기 집이 되는 것이다. 도시 곳곳에는 행정구역을 하는 건물과 상업건물들이 있는데 로봇들이 관리하며 행정구역 근방에는 아직까지는 사람이 적어서 인적이 드물다. 사실 행정구역이 아니더라도 주거지역을 제외하면 거리가 휑하다. 그 다음으로 사람 많은 곳은 놀이터와 오락시설과 극장 같은 곳이었다.

  “여러분 모두 주목해주십시오.”

  학교 건물에서 로봇의 얼굴이 화면이 띄워졌고 운동장에 모든 사람들이 들릴 만큼 큰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다 같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냈을 겁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학교라는 곳을 다니며 수많은 지식들을 습득하게 됩니다. 필수교육과정이 최소 5년이며 졸업하게 되면 심화교육과정이 있으며 심화교육과정은 자신이 선택하여 수업을 들으시면 됩니다. 각 과목마다 시험을 쳐서 합격하게 되면 이수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무슨 과목이 있는지 수업은 어떻게 신청하는지와 같은 자세한 내용은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면 알 수 있습니다.”

  학교를 관리하는 로봇이 계속 학교생활에 관련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목소리를 조금 깔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들 중에는 아마 이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겁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의 이곳에 관한 질문에 회피를 하며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었는데 오늘 그것에 대해 조금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어릴 때는 생각 없이 놀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집중력이 흩어져서 조금씩 떠들던 아이들도 그 말에 다시 집중했다.

  “알만한 분들은 알겠지만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이곳은 세상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 구체 밖에는 이곳보다 수백 수천 배 커다란 지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엔 진짜 숲이 있고 진짜 산이 있고 진짜 바다가 있고 그 커다란 지구보다 수만 배 더 큰 진짜 태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담겨있고,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우주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있는 이 구체는 실제 지구를 표방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컴퓨터로 정보공개가 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놀란 사람도 있고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9는 팔꿈치로 1의 허리를 툭툭 치면서 조용히 말을 했다.

  “야 너는 저런 거 알고 있었냐? 컴퓨터 많이 하잖아.”

  1은 9를 힐끗 보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들어본 적은 있었는데 그것들이 실제가 아니라 소설 속 이야기인줄 알았었지...”

  1은 로봇의 말을 듣고 그것들이 모두 사실인 것에 놀랐는지 침을 꼴깍 삼켰다. 9는 계속 말을 붙였다.

  “뭐야 왜 우리한테 안 알려줬어?”

  1은 계속된 질문에 살짝 짜증난 듯 대답했다.

  “니가 궁금해 하지도 않았잖아. 니가 관심 있었으면 먼저 찾아봤겠지. 그리고 좀 조용해봐 말하는 거 잘 안 들리잖아.”

  9는 궁시렁대며 말했다.

  “화면에 자막 보면 될 거 가지고...”

  그들은 다시 집중하여 로봇의 말을 들었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들은 여러분이 처음 듣게 되는 말이며,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양육하는 로봇은 여러분들의 실제 부모님이 아닙니다. 과거 인류가 만든 기계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을 만든 것은 여러분들과 똑같은 인간입니다. 과거의 인류들은 자신들이 예측하지 못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여 자력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모든 인류가 멸종하게 될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멸종하게 되더라도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도록 원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만든 산물이 바로 이 구체내의 세상입니다. 이곳은 인류의 모든 기술을 집약하였습니다. 이곳은 외부와 차단되어 있으며 외부에서 엄청 강한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이 구체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체는 무사했던 것입니다. 외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여 인간이 멸종되었는지는 스스로 알아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도 여러분 스스로 알아내셨으면 합니다.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일단 학교에서 교육을 배우셨으면 합니다. 아직 어린나이에 제가 하는 말들을 이해하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러분이 새로운 인류의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상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학교 앞 운동장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대부분은 로봇의 말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94가 지금 상황에 대해 이해가 잘 안 되는지 1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어. 엄마가 실제로 우리를 낳은 게 아니라는 거야? 그리고 또...”

  1도 이해를 잘 못했는지 바닥에 주저앉아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잠시만 나도 이해를 못하겠어. 잠시만 있어봐. 요약 좀 해보자. 일단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끝이 아니라는 거고 여기는 과거의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라는 거지?”

  94는 머리를 천천히 끄덕였다.

  “응... 난 그렇게 들었는데.”

  “그리고 그... 우리가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이 실제로 우리를 낳은 것은 아니라는 거고?”

  94는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1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그건 상관없어 실제로 우리를 만든 건 아니라도 엄마는 바뀐 게 없으니까.”

  94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1은 말을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9가 부른다.

  “야, 저기서 사람들을 부르고 있는데 빨리 가보자.”

  1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벌써 사람들이 학교 입구 방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1은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사람들을 따라갔다. 로봇이 사람들을 100명 단위로 끊어서 커다란 교실로 인도했다. 교실은 반원 모양이며 의자가 정면을 향해 둘러있었고 정면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다. 1, 9 94는 같은 교실에서 선생 로봇이 하는 설명을 들었다. 선생 로봇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학교 시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와 같은 설명을 했다.

  “제가 오늘 말해드린 것은 개인 메일로 보내 드릴 테니 참조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첫날이라서 이쯤에서 끝내고 내일부터 힘들 테니 집에서 푹 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질문 있으신 분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손을 들고 지금 학교 놀이시설에서 놀아도 되는지 학교 식당에 가도 되는지와 같은 사소한 질문들을 했고 로봇들은 바로바로 친절하게 대답했다. 1도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입맛만 다시고 있다가 용기를 내서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 로봇이 1이 손든 것을 보고 질문하라고 했다. 1은 일어서서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말을 했다.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이 시설이 과거 인간들이 만든 시설이잖아요. 과거의 사람들이 이 정도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있다면 왜 그들이 멸종했을까요?”

  선생 로봇은 다른 질문과는 다르게 조금 뜸 들였다.

  “어린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많은 학생이군요. 무엇이든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참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답변은 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것과 관련된 건 스스로 알아내길 바랍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1은 원하던 답변을 얻지 못해 불만을 가진 채로 의자에 푹 앉았다. 어차피 지금 계속 궁금해봐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천천히 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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