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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방구석 영웅들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7.31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영웅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기 짝이없다.
히어로 이지만 소심한 그들의 이야기.

 
4화 운명을 보는 소녀
작성일 : 20-08-04 15:02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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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디야. 어디서 나는 소리야!!"

 

 리라는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고개를 쉼없이 두리번 거렸지만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씨.. 존나 찝찝하게"

 

 리라는 학교를 향해 뛰었다.

 누군가가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 목소리를 따라

 뛰고 또 뛰어간다.

 

 ---

 

 하교후 조용한 교실 안.

 아이들이 남기고 간 먼지만 가득한 곳에

 조용히 앉아있는 한 소녀.

 

 이내 천천히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맨다.

 그리고 책상에 기대어 놓았던

 긴 막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천천히 몸을 돌린 뒤

 막대로 바닥을 짚어가며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옮긴다.

 

 더듬거리며 교실문을 잡고 열고 나간다.

 아무도 없는 텅빈 복도를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타닥. 타닥

 막대 짚는 소리가

 온 복도를 가득 채운다.

 

 "허억.. 허억.. 어디야 시발!!"

 

 그때였다.

 정신을 놓고 달려오던 리라가

 그만 그 여자아이와 부딪히고 말았다.

 

 "꺅"

 

 철푸덕.

 

 리라와 여자 아이는 반대쪽 바닥으로

 떨어져 넘어졌다.

 

 깜짝 놀란 리라가

 급하게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여자에게로 향했다.

 

 "헉헉.. 미안해.

 많이 놀랐지?"

 

 여자아이는 리라와의 충돌로

 검은 안경이 벗겨지고 막대도 저 멀리 떨어져 버렸다.

 

 "아... 내가 주워줄께"

 

 그때였다.

 

 그 둘이 정신 없어 하는 사이 한 여자아이가

 그 옆을 지나갔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뜨던 여자 아이가

 깜짝 놀란다.

 

 "저 여자애. 위험해"

 

 "뭐라고??"

 

 여자애가 가리킨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돌린 리라.

 고개를 푹 숙인채 걷던 여자아이는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저 아이를 막아야해"

 

 "무슨 소리야. 너 앞 안보이는 거 아냐?"

 

 "맞아. 근데 저 애를 따라가. 얼른.

 막아야 해. 빨리"

 

 리라는 정신이 없었지만

 일단 그 여자아이를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쾅.

 

 옥상문이 열리고 헐떡거리던 리라는

 옥상 난관에 서 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하곤

 소리친다.

 

 "멈춰!!!!"

 

 여자 아이는 흘깃 시선을 돌려

 리라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다시 아득한 바닥을 내려다본다.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리라.

 천천히 손을 내밀며 아이에게 향한다.

 

 "저.. 난 2학년 1반에 김리라 라고 해.

 너... 넌.. 이름이 뭐야. 뭐하려고 하는거야.

 위험해. 이리 내려와"

 

 "이미 늦었어.

 난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가녀린 몸을 하늘거리고 있는 아이.

 리라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움켜잡고선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간다.

 

 "나랑 얘기하자.

 내가 들어줄께. 응?

 이리 내려와. 위험해"

 

 리라의 말에 잠시후

 흐느끼기 시작하는 여자 아이.

 난간에서 아주 느리게 신발을 벗는다.

 

 "제발.. 이리와. 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다 말해.

 그러지마."

 

 휙.

 

 짧은 바람이 일어 리라의 머리가 흩날렸고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치우자

 바닥에 앉아있는 여자 아이가 보였고

 그 옆에 숨을 몰아쉬고 있는 우현이 있었다.

 

 "조우현"

 

 리라는 바닥에 앉아 우는 아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 앉았다.

 

 "하아.. 다행이다.."

 

 "흑흑... 난 죽어야 해.

 이렇게 살.. 고 싶지 않아"

 

 "난 내가 할일을 다 했으니까

 그만 갈께.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아"

 

 우현은 여자 아이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울고 있는 걸 확인하고

 빠르게 옥상에서 사라졌다.

 

 우현이 사라지자

 리라는 엉금엉금 기어서

 여자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울고 있는 두 어깨를

 양팔로 꼬옥 안았다.

 

 "하아... 하아...

 그래 일단 울어. 울고 나서 얘기해.

 울고 싶은 만큼 울어"

 

 하늘엔 어느덧 붉게 노을이 퍼지고 있었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리라의 젖은 머리를 살살 말려 주었다.

 

 리라의 뛰던 가슴도

 서서히 진정이 되어 가고 있었다.

 

 ---

 

 한참을 울고 난 뒤

 나란히 벽에 기대 앉아있는 두사람.

 

 리라는 여자아이가 입을 열때까지

 아무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2학년 2반에 이소은이라고 해..

 넌 리라 맞지?"

 

 "어. 맞아"

 

 "되게 불량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의외네. 니가 날 구해줄 줄은 몰랐어"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구한건 아니야.

 니가 정신이 없어서 못봤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제 왜그랬는지 말해줄수 있니?"

 

 리라의 말에

 아이는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몇일전이었어.

 학원이 끝나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

 

 귀에 이어폰을 끼고 걸어가는 소은.

 이어폰에서는 끊임없이 영어문장들이

 쏟아져 나왔고 소은은 그 문장들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서 듣고 있다.

 

 집앞 어두운 골목길에 다다랐을때,

 다른 좁은 골목길에 모여있는 남자아이들을 발견했다.

 

 소은은 괜히 겁을 먹고

 들키지 않으려고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그때.

 

 "야 너 거기 서봐"

 

 모여있던 남자애들 중 한명이

 소은을 불렀다.

 소은은 아차 싶었지만 이내 못들은 척

 가로등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야 ㅅㅂ년아. 거기 서보라고"

 

 남자는 큰 목소리로 다시 한번 소은을 불렀고

 소은은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이내 소은의 머리카락을 잡아챘고

 소리지를 틈도 없이 입을 막은 채

 어두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퍽.

 

 "꺅"

 

 "조용해라 뒤지기 싫으면"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은에게

 다가가는 한 남자 아이.

 

 "사람이 부르면 재깍재깍 튀어와야지.

 어딜 토껴. 더운데 뛰어서 땀나잖아"

 

 "왜... 왜그러세요... 살려주세요"

 

 "푸하하하. 누가 너 죽인대??

 난 살인은 못해. 쫄탱이라.

 하지만 살인 빼고 다른 건 다 하지"

 

 남자의 손이 소은의 얼굴에 향했다.

 소은은 눈물까지 흘리며 벌벌 떨었다.

 

 "이야... 가까이서 보니까 예쁘네.

 영상 잘 팔리겠는데???"

 

 남자의 말에 뒤에 서 있던 남자애들이

 낄낄 대며 웃기 시작한다.

 

 "자. 오빠들 바쁘니까 가만히 있어.

 그럼 살려줄께. 소리 지르면

 바로 목 딴다??"

 

 소은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천천히 끄덕였다.

 

 "야. 골목 입구가서 망보고

 넌 최대한 잘 보이게 촬영해. 알겠어?"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한명은 망을 보러. 한명은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소은은 거의 기절 직전까지 다다른 듯

 심하게 몸을 떠며 울먹였다.

 

 "가만히 있어~~

 그럼 금방 끝나. 알겠지??"

 

 남자가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소은의 입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소은의 교복을 벗겼다.

 

 "읍... 읍...흐으으으으윽...흑.."

 

 "조용해.. 마지막이야."

 

 그렇게 소은은 아무도 없는 좁은 골목길에서

 공포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잠시후 정신을 잃고 만다.

 

 "어이.. 학생.. 정신차려봐."

 

 누군가가 소은을 흔들어 깨웠고

 정신이 든 소은이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아이고. 소은이 아니여??

 왜 여기 쓰러져 있어. 어디 아파??

 엄마 불러줄까? 옷은 왜이렇게 더러운겨..

 넘어졌어?"

 

 소은은 동네의 작은 슈퍼앞에 있는

 정자에 누워있었고

 옷은 흙투성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안녕히 계세요"

 

 얼른 인사를 하고 소은은 집을 향해 뛰어갔다.

 

 쾅.

 

 현관문을 닫고 나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는 소은.

 눈물이 쉴세없이 흘러나왔다.

 

 "흑... 흑...

 어떡해... 흑..."

 

 한참을 울어대던 소은은

 잠시후 주머니에서

 단추 하나를 꺼내들었다.

 

 밝은 곳에서 자세히 보니

 소은의 학교 교복이었다.

 다시한번 절망에 빠진 소은은

 단추를 손에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

 

 "어떤 미친새끼들이....

 하아.... "

 

 소은의 말을 가만히 듣던 리라는

 화가 날 대로 난 듯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긴 한숨을 쉬며

 머리를 한번 쓸어넘겼다.

 

 "난.. 이제 살수가 없어.

 아마... 내 영상을 찍었을테고

 그건 어딘지 알수 없는 곳에

 막 퍼지고 있을텐데...

 흑... 흑.. 죽고 싶어.."

 

 "우리 학교라고 했지?

 걱정마. 내가 찾아줄께.

 그 단추는 나한테 줘.

 반드시 찾을거야.

 그러니까 나쁜 생각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겠니?"

 

 소은이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올려

 리라를 바라본다.

 눈물 범벅이 된 가여운 소은의 얼굴을 보자

 리라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알수 없는 뭔가가 치밀어 올라왔다.

 

 "꼭 기다리고 있어.

 내가 어떤 씹새끼인지 몰라도

 잡아서 꼭 니앞에 무릎꿇게 할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리라가

 소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소은이 손을 잡고 일어난다.

 

 "당분간은 일찍 집에가.

 그쪽 골목길로는 다니지 말고. 최대한 피해.

 몸 조심하고."

 

 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옥상을 내려간다.

 

 "개새끼들.. 내가 죽여버리겠어.

 아.. 맞다..아까 그 여자애는 또 누구지?

 그리고.... 쟤가 위험하다는 걸.. 어떡게 안거야."

 

 리라는 후다닥 뛰어 옥상을 내려간다.

 

 

 

 

 
작가의 말
 

 세번째 능력자가 나왔네요.

 아 첫번째 능력자는 리라입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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