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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방구석 영웅들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7.31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영웅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기 짝이없다.
히어로 이지만 소심한 그들의 이야기.

 
3화 첫대면
작성일 : 20-08-04 12:09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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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한 리라.

 교실문을 벌컥 열자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조우현 없어?"

 

 "아.. 아직 안온 것 같은데"

 

 리라의 질문에 구석에 있던 아이가 대답한다.

 금세 시무룩해진 채로 자리로 돌아가는 리라.

 

 "언제 오는 거야.

 정말 답답해 미치겠네."

 

 이내 지루해진 듯

 책상에 턱을 괴고 밖을 내려다 본다.

 

 아침 햇살이 내려쬐는 운동장엔

 모래들이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고

 그 위에 먼지를 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남자 아이들이 있다.

 

 "에효.. 아침부터 왜저렇게 힘을 빼는 거야.

 하여튼 이해가 안돼"

 

 경치 감상따위는 적성에 맞지 않은 듯

 이내 고개를 책상에 숙인다.

 아침 일찍 학교는 영 재미가 없다.

 

 "어이 찐따!!!!!!!"

 

 찐따라는 말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리라.

 그리고 조르르 달려가

 복도 창문에 붙는다.

 

 "왔다!!"

 

 뒷문으로 뛰어가

 문을 벌컥 열었다.

 

 "조우현!!!!"

 

 복도에 떡하니 서서 우현을 부르는 리라.

 그녀의 표정에 설레임마저 가득했다.

 

 우현을 둘러싸서

 괴롭히고 있던 아이들이

 리라의 모습을 보고선

 머리를 긁적거리며 뒤로 물어선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리라를 바라보는 우현.

 

 리라는 미소를 지으며

 우현에게 다가간다.

 

 "니들. 앞으로 우현이 괴롭히면

 나한테 다 죽는다. 알겠어?"

 

 리라의 선전포고.

 주변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당황한 표정이 가득했다.

 

 "하하하하.. 저 미친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

 

 옆반 문에 기대 있던 소혜가

 배꼽을 잡으며 웃는다.

 소혜는 평소 리라를 아니꼽게 보던

 유일한 아이었다.

 

 천천히 걸어나오는 소혜.

 어느덧 아이들은 반으로 갈라져

 양쪽 벽에 뻘쭘하게 서있었고

 그 사이로 소혜가 다가왔다.

 

 방금전까지 웃고 있던 리라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김리라.

 너 미쳤구나? 응??

 조우현이 뭐 니꺼라도 되냐?

 그리고 갑자기 왜 저 찐따를 감싸도는 거야?"

 

 "내마음이야.

 니가 알 필요없어"

 

 우현을 뒤에 숨긴 채

 소혜와 나름 숨막히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리라.

 

 그 상황이 제일 이해가 안되는 건

 우현 본인이었다.

 

 '얘는 뭐지? 갑자기 왜이러는 거야.

 아... 정말 조용히 살고 싶은데.'

 

 "아무튼 난 얘기했다.

 누구든 우현이 건들이고 싶으면

 나한테 와.

 아주 그냥 박살을 내줄테니까.

 자. 일어나 조우현"

 

 리라가 웃으며 우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저기..

 나혼자 일어날 수 있어"

 

 "너.. 다리 무겁잖아.

 내 손잡고 일어나.

 어서!"

 

 우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자신의 비밀을 들켜버린 것처럼 긴장한다.

 그리고 혼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의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우현은 주변을 의식한 듯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살피다가

 절룩거리며 교실안으로 들어간다.

 

 리라는 벌쭘해진 손을

 이내 주머니에 찔러넣고

 우현이 들어간 교실로 따라들어갔다.

 

 소혜는 그런 리라의 모습이

 더욱더 못마땅한 듯

 욕설을 날리다가 이내 자신의 교실로 갔고

 구경하던 아이들은 더이상 구경거리가 사라지자

 각각 뿔뿔이 흩어졌다.

 

 자리에 앉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있는 우현.

 그의 땀은 점점 더 심하게 흘러내렸다.

 

 '뭐지. 꼭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저 말투는...

 절대 들키면 안돼...

 그럼 난.... 아니야.. 절대 안돼'

 

 "조우현.

 너랑 할 얘기가 있어"

 

 "으악"

 

 깊은 생각에 잠긴 탓에

 리라가 온 걸 미쳐 눈치채진 못한 우현이

 깜짝놀라 소리를 지른다.

 

 놀란 건 리라도 마찬가지였다.

 

 "노.. 놀래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아.. 어.. 미안. "

 

 "너 오늘 수업 다끝나고 나랑 같이 가자.

 나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수업 끝나면 학원.. 가야되는데.."

 

 "내가 같이 가줄께"

 

 "아니.. 그게..

 갑자기 왜그러는 지 물어봐도 될까?"

 

 우현의 물음에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리라.

 

 "넌.. 내 영웅이 될지도 모르거든"

 

 한마디를 하고 돌아서는 리라.

 리라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우현은

 알수 없는 의미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는 표정이야.

 얘기를 해야겠어'

 

 ---

 

 "자. 곧있으면 중간고사다.

 다들 준비 잘하고 있지?

 이번에 전교 꼴찌 나오면

 전체다 기합 받을 줄 알아. 알겠어?

 김리라!! 공부해라"

 

 담임의 갑작스런 리라 호출에

 아이들이 피식피식 웃는다.

 리라는 지난번 기말고사때

 전교 꼴찌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 쌤.

 그런 건 둘이 있을때 얘기하세요"

 

 "이놈아.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뭔..

 아무튼 공부들 해. 공부.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자. 수업 끝. 조심히들 가라"

 

 담임이 교실을 나가자

 아이들은 일제히 가방을 싸며

 신이 나 있다.

 

 "픗. 김리라 공부좀 해라 .

 ㅅㅂ 큭큭. 존나 웃겨.

 공부좀 해"

 

 "아.. 진짜. 담임쌤

 존나 맘에 안들어.

 쪽팔리게"

 

 "맞는 소리 했구만. 뭐.

 심심한데 노래방이나 가자"

 

 책 한권 들어있지 않는 가벼운 가방을

 등에 맨 지유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안돼. 나 조우현이랑 가기로 했어"

 

 "뭐?? 뭔 개소리야.

 니가 저 찐따랑 집엘 왜가"

 

 "넌 몰라도 돼.

 내일 보자"

 

 가방을 둘러맨 리라가

 우현의 자리로 걸어간다.

 지유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리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조우현"

 

 "어. 가자"

 

 의외로 쉽게 대답하는 우현.

 그리고 먼저 걸어나가자

 놀란 리라가 우현의 뒤를

 졸졸 쫓아나간다.

 

 "헐... 야.. 쟤 김리라 맞지?"

 

 지유가 옆에 있던 친구를 툭툭 치며

 동그래진 눈으로 리라를 바라본다.

 

 ---

 

 "그렇게 당당하게 나가더니

 겨우 여기야??"

 

 리라는 도착한 장소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현은 자리를 잡았고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손으로 따라오라는 표시를 한다.

 

 "말로해 뭔.."

 

 "아.. 시끄러워"

 

 도서관을 처음 와본 리라는

 조용히 하면 안된다는 것을 몰랐고

 우현은 급히 리라의 팔을 붙잡아

 밖으로 나갔다.

 

 "너 도서관 처음 와봐?"

 

 "이런 델 뭐하러 와"

 

 "하긴.. 전교꼴찌...

 아.. 미안. 음료수 마실래?"

 

 뾰루퉁해진 리라.

 괜시리 기분이 상했다.

 

 "아니. 됐고.

 나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어"

 

 "얘기해"

 

 "어제... 강아지... 봤어"

 

 "에효. 조심한다고 했는데

 너무 급해서...

 그래서.. 얘기할거야?"

 

 예상치 못한 우현의 반응에

 리라의 눈이 동그래진다.

 

 "뭐?? 뭔...말도 안되는 소리를.."

 

 "어차피 얘기하고 다녀봤자

 아무도 안믿을거야.

 누가 믿겠어.. 안그래?"

 

 "야 조우현.

 너 앞서나가지 마라.

 난 그냥 확인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우현이 생각에 빠졌다.

 리라는 그런 우현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잔잔한 바람에 살랑이는 검은 머리.

 두꺼운 안경뒤로 반짝이는 눈동자.

 

 순간 리라의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어후.. 미쳤나봐.

 정신차려 김리라.'

 

 "난 걸음마를 늦게 뗐대.

 근데 서기 시작하면서 이 증상이 나타났어.

 부모님은 혹여나 나한테 안좋은 일이 생길까봐

 내 발목에 무거운 걸 달아주셨지.

 어린 내가 실수라도 하게 될까봐.

 다른 사람 눈에 띄면.. 분명 좋지 만은 않을테니까"

 

 "그렇게 하면 좀 나아?"

 

 "어릴 때는 컨트롤이 안됐지만

 지금은 괜찮아."

 

 리라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겪어볼 수 없는 일들이라

 공감은 되지 않았지만

 그냥 뭔가 그랬다.

 가슴속이 간질간질해졌다.

 

 "리라야. 나... 정말 조용히 살고 싶어.

 그래서 괴롭힘 당하는 것도

 다 참고 있는거야. 어차피 학교는

 졸업만 하면 끝나는 거니까.

 나만 견뎌내면 되니까"

 

 "걱정마. 누구한테 말할 생각도 없고

 그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아.

 그냥 확인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니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거야"

 

 "고맙다"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리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론 애들이 너 못괴롭히게

 내가 막아줄께. 걱정하지마"

 

 "왜... 그렇게 까지 하려는 거야?"

 

 "음....

 그냥... 심심해서??"

 

 우현이 피식 웃는다.

 

 "너.. 생각보다 되게 괜찮은 애구나.

 되게 생각없어 보였... 아니..

 그게 아니고.. "

 

 "너.. 죽는다 진짜"

 

 "흠.. 얘기 끝났으면 난 들어갈께.

 공부 해야되서"

 

 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안으로 들어갔다.

 

 우현이 사라지고 난 뒤

 곰곰히 생각을 하던 리라.

 

 그러더니 다시 얼굴이 붉어진다.

 

 "아. 왜이래 진짜. 미쳤나봐"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몸을 배배 꼬던 리라.

 그때였다.

 다시 그녀의 귀에 들리기 시작하는 목소리.

 

 "나 좀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리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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