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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후계자는 네가 해
작가 : 박시인
작품등록일 : 2020.8.4

묻혔던 비밀과 얽히고설켰던 사연들이 드러난다. 그 엉킨 매듭을 풀어내라고 등 떠밀렸는데, 맞서는 대적자가 전혀 뜻밖의 인물이라.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으니……. 이 검왕의 아들과 그를 제자로 삼았던 천마의 후예는 결국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음모에 빠졌을 때에도 갖가지 기연을 만나게 되는 제법 운이 좋은 사내. 또 고난을 겪을지라도 끝까지 의리와 헌신의 관계성을 발전시켜 나가려 애쓰는 올곧은 의식의 소유자, 그런 주인공의 이야기.

 
#1. 의혹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작성일 : 20-08-04 12:08     조회 : 449     추천 : 0     분량 :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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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혹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무더운 여름에 접어든 날씨였다.

  네 명의 젊은 남녀가 무림명가(武林名家) 상관보 앞에 도착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위풍당당한 협명이 무림에 쩌렁쩌렁하던 곳이었다.

  “사형. 듣던 것과는 다른데요? 풍경이 기괴합니다,”

  정말로 보(堡)는 폐허에 가까웠다. 바깥벽이 다 낡았고 군데군데 허물어진 곳도 보였다.

  눈가에 우울한 기색을 띄운 젊은이가 말했다. 그 용모가 준수했고 음색의 공명이 깊었다.

  “사제야, 사람이 찾아왔다는 신호를 저쪽에 보내 보아라.”

  보 앞에서 서성거리던 소년이 냅다 돌조각을 걷어찼다. 쏜살같이 날아간 돌조각이 건너편 벽에 부딪혔다.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대문이 열렸다. 검은색 복장의 무사 둘이 빠르게 튀어나왔다.

  “검왕부의 귀인들께서 왕림하셨군요.”

  “우리가 검왕부에서 왔다는 것은 어찌 아셨소?”

  일행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젊은이가 나섰으나 일방적 답변이 돌아왔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노부인(老婦人)과 아가씨께서 젊은 영웅들을 기다리십니다.”

  “노부인과 아가씨? 귀공들은 상관보주의 수하가 아니었소?”

  그때 문에서 또 다른 인물들이 몰려나왔다.

  “자세한 사정은 아가씨께서 말씀하실 거외다. 어서 들어오시오.”

  “알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소.”

  나중에 나온 황금색 복장의 사내가 말투를 거칠게 바꿨다.

  “젊은것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그래서 어떻다는 거요?”

  “권주를 마다하면 벌주를 맛보일 수밖에.”

  그러자 젊은이의 어깨에 앉아있던 흰 앵무새가 쏜살같이 날아가며 지껄였다.

  “감히 대공자께 무례를? 너는 뭐 하는 종자냐?”

  황급히 피했으나 날개에 왼뺨을 얻어맞은 사내가 좌락, 검을 뽑아 들었다. 제법 그 기세가 등등했다.

  “어? 오른뺨도 때려달라고?”

  한낱 미물이 아닌가? 흰 앵무새의 지껄임은 방자하기 짝이 없었다.

  “이놈이 뭐라고?”

  그러나 화난 음성으로 소리 지른들, 장검을 휘둘러본들 이 날짐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철썩! 오른뺨도 얻어맞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 위력의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주춤 반걸음 물러서야만 했다.

  사내는 얼떨떨해졌다.

  찾아온 인물들과는 아직 손속을 맞닥뜨려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한낱 날짐승에게 먼저 망신을 당하다니!

  퉤, 꼴 보기 싫게 침을 내뱉는 입술과 뺨이 벌겋게 물들었다. 수치심인지, 다시 따귀를 맞았다는 충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흰 앵무새는 오직 날갯짓만으로 자신을 상대했다. 만약 부리였거나 발톱으로 후려쳤다면 양쪽 뺨이 걸레처럼 찢겼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을 다시 휘둘러야 할지, 물러서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때 처음 입을 열었던 어린 소년의 눈이 반짝였다. 얻어맞은 사내는 쳐다보지도 않고 앵무새의 날갯짓만 관찰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묘한 움직임의 기미를 포착했다. 그건 분명 일반 날짐승들의 날갯짓과는 진퇴의 방법이 달랐다.

  갑자기 한 생각이 뇌리에 꽂혔다.

  자기도 사문의 자랑인 연자창운(燕子蒼雲)의 경공술은 배웠으나 늘 미진하다는 느낌이었고 만족스럽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그 부분이 확연히 깨우쳐졌다.

  제비가 구름을 뚫고 창공으로 비약할 때는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날개를 바짝 접어서 솟구친다. 하강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멈춰야 할 때는 날개를 활짝 펴 하중을 나눠서 싣는다.

  그 미묘한 연결고리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자득(自得: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됨)한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 서 있는 자기 사형 주유곤과 앞에 나셨던 이문세는 여전히 무심하고 도도한 표정이었다.

  흰 앵무새가 상대의 뺨을 두 번씩이나 후려쳤어도 그게 뭐 별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기만 했다.

  소년 등운룡은 그걸 거만한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문세는 아직 많이 겪어보지 않았지만 자기 사형은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또 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금의위사는 뒤로 물러서라!”

  자색 겉옷을 걸친 자였다.

  “과연 영물이오! 주인은 더 영걸이시겠지?”

  주유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고 이문세는 그 작자를 힐끗 한 번 쳐다봤을 뿐이었다.

  ―겨우 그 정도로 주인을 영걸이라고 치켜세워? 터무니없는 놈이네.

  이런 어법을 쓰는 자는 대체로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술수가 음흉한 작자이기 일쑤다.

  “귀공들은 왜 보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망설이셨소?”

  여전히 아무 대꾸가 없자 자색 옷을 걸친 사내가 다시 물었다.

  “왕림하신 까닭은 무엇이오?”

  이문세는 상대의 입맛대로 놀아주지 않았다. 혼자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존부(尊父: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관보가 아예 내려앉아 버렸단 말인가?”

  “무슨 말씀이시오?”

  그러나 이번에도 혼자서 중얼거렸다.

  “저 작자는 누구이며 왜 또 저리 무례한가? 상관보의 주인이 어엿하다면 있을 수 없었을 일이다!”

  “방금 뭐라 하셨소?”

  그때야 고개를 돌려 사내를 쳐다본 이문세의 눈빛이 서릿발 같았다.

  “당신은 자격이 없어! 주인이 나오라 하시오.”

  “내가 자격이 없다고?”

  이문세의 어투가 더 강경하게 바뀌었다.

  “너보다 더 윗대가리가 나와도 똑같은 수작일 테니 아예 꼭대기 대가리가 나와서 해결하라는 뜻이다.”

  백면서생(白面書生: 방 안에서 공부만 하느라고 얼굴이 하얗고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모를 것 같은 선비를 일컬음)이 뒷골목 건달들의 용어로 반말을 내뱉자 사내가 당황했다.

  ―내가 이래 봬도 강호에서 좀 굴러먹은 인물이다, 수작 부리지 마라!

  뭐 그런 시늉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 실제는 알 수 없었다.

  자기에게 한 단계, 두 단계 위의 상관들이 있는 것도 알아챈 눈치였다. 조금 켕겼다. 그러나 호락호락할 수는 없었다.

  한 걸음 나서며 손을 들자 도검으로 무장한 십여 명의 사내들이 빠르게 튀어나왔다. 자색 옷 사내의 앞에 막아섰다.

  “아무래도 맛 좀 보여준 다음 끌고 들어가야겠구나.”

  등운룡이 픽 웃었다.

  뒤에 서 있는 자기 사형을 돌아다봤다. 손 써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주유곤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길 가운데 거름이 쌓였다고 걷어차면 어찌 되느냐?”

  “제 발에 묻겠지요.”

  “그러니 어쩌랴? 귀찮더라도 쓸어내고 지나가야지.”

  “깨끗이 쓸어낼까요?”

  “거름을 손에까지 묻히려느냐?”

  방금 사내가 자기들에게 했던 말처럼 맛 좀 보여주면 그만이지, 피를 볼 정도로 심하게 다루지는 말라는 뜻이었다.

  등운룡이 끄덕이며 장검을 뽑아 들었다. 유성검(流星劍)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주유곤이 입을 열었다. 음성이 예상보다 컸고, 공명의 여운은 멀리 퍼져나갔다.

  “매화 분분(紛紛)하여 점점(點點)이라! 누가 이 화우(花雨: 꽃비)를 피할 수 있으랴?”

  이상하게도 이 발성의 억양에는 숨은 가락이 섞여 있었다.

  마치 등운룡이 펼칠 초식의 무슨 지침처럼 들렸다. 도발이거나 충동질 같기도 했다.

  수하들을 내세워서는 서로 피곤하기만 하지 않겠나? 그러니 이곳의 노부인이거나 아가씨라는 사람이 직접 나서라!

  이문세가 했던 표현처럼 이런 꼭대기 대가리들의 수 싸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래 대가리 중 하나인 자색 옷 사내가 소리쳤다.

  “쳐라!”

  도검을 뽑아 들고 달려든 똘마니 사내들이 손짓, 발짓하기도 전이었다.

  등운룡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연자창운의 경공술이었다.

  그 순간 주유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음이 뿌듯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우의 신법이 확 달라졌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사내들 머리 위에서 장검을 아래로 한 번 휘둘렀다. 이어서 다시 한번 찔렀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매화검법 중에서 매화분분(梅花紛紛)과 매화점점(梅花點點)의 두 초식이 펼쳐진 것이었다.

  장검을 한번 휘두르자 허공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난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 꽃잎이 심한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검광이 사방에 뿌려졌다.

  그다음 한 번 찌른 초식에서는 꽃비가 쏟아지듯 검광이 촘촘했다. 피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지면 누구든 손으로 휘저어 그걸 막으려 든다.

  사내들 꼴이 꼭 그랬다. 도검을 휘둘러본 것 역시 궁여지책이었다. 칼 부딪는 소리도 겨우 몇 번 들렸을 뿐이었다.

  이 착한 소년 등운룡은 손속의 막바지에 검날을 뒤집었다. 상대에게 타격을 줄지라도 살상은 피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십여 자루의 도검만 멀찌감치 날아가 나뒹굴었고.

  그 위력에 놀란 자색 옷 사내의 말투가 달라졌다.

  “소, 소협은 누구시오?”

  등운룡이 또 픽 웃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눈에 두지 않는 소년이었다.

  대꾸도 제멋대로였다.

  “나? 우리 사형의 동생이지.”

  “성함은?”

  “당신은 알 자격이 없어.”

  자색 옷 사내는 어리둥절했다.

  사형의 손아랫사람이면 사제라는 호칭이 맞는데 동생이라고? 이름조차 안 가르쳐줘? 게다가 어린놈이 반말까지?

  은근히 성질이 났다. 그렇다고 섣불리 나설 자신도 없었다. 방금 이 소년의 검술 솜씨를 봤기 때문이었다.

  등운룡이 다시 돌조각을 걷어차며 투덜거리듯 내뱉었다.

  “이 작자들은 도대체 왜 이리 무식한 거야? 남의 이름을 굳이 알려면 자기 이름부터 밝혀야 하는 거 아닌가?”

  머쓱해지는 자색 옷 사내를 쳐다보며 또 말했다.

  “하긴, 내가 무명소졸의 이름을 알아서 어디에 쓰랴?”

  그러더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사내에게 마지막 한 방을 먹이듯 비웃었다.

  “이건 확실히 알겠다. 이 인간들은 모두 속이 시커멓다는 거!”

  같이 온 일행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특히 일행 중 유일한 소녀 냉추하의 표정이 아주 흥미롭다는 듯 변했다.

  평소 이 소년은 자기 사형의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를 본받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발끈하기를 잘했고 때론 천진하기도 했다. 그 성격의 특징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까칠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런 풍자도 할 줄 알다니!

  냉추하가 생각하기에 이건 분명 검왕부의 총독 엄낭랑의 영향이었다.

  자신의 대사백고를 떠올리다 보니 등운룡에게 더욱 정겨운 생각이 들었다. 은근슬쩍 편을 들어줬다.

  “이왕자(二王子), 저것들은 정말 속이 시커먼 것들이죠?”

  소년이 환하게 웃으면서 호응했다.

  “냉 누님이 보신 그대로입니다. 에이, 시커먼 것들!”

  모두 웃는 표정을 주고받았다.

  이들이 이런 대거리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서 이곳의 책임자가 얼굴을 보이라는 요구였다.

  과연 한 음성이 들렸다.

  “그럼 정말 시커먼 것의 손맛도 좀 보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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