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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봄과 늑대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20.7.31

부왕이 살해됐다.
나라도 빼앗겼다.
공주의 신분도 추락했다.
죽이려 달려드는 자들을 피해 얼음의 땅으로 도망쳤다.
이제 곁에 남은 자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경멸하는 남자 그라위스.
하지만 불같은 그를 붙잡기 위해 결혼을 감행한다. 빼앗긴 나의 왕국을 되찾기 위해서!

작가 이메일 : koveteran1@naver.com

 
2화. 그 여자
작성일 : 20-08-03 20:02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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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찬 레프리의 낯빛을 보자 논나는 보람을 느꼈다.

 타인의 호기심은 언제나 논나를 활기차게 채워주는 에너지니까.

 논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일을 전달하는 밀사처럼 레프리의 귓가에 과장되게 속삭였다.

 

 

  “왕녀님. 지금 이대로 왕세자 전하의 내실로 가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방심하다가 큰 코를 다칠 수 있어요.”

 

 

 방심하다 큰 코를 다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레프리가 기어이 호기심에 굴복하고 말았다.

 

 

  “러스크 자작부인.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지?”

 

 

 논나는 공작처럼 뽐을 내듯 양옆을 살피며 뜸을 들였다.

 정말이지 이런 시간은 그녀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들었다, 물론 상대방은 답답함으로 속이 터질 지경이지만.

 

 레프리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유모! 무슨 일이냐니까!”

  “왕녀님. 그렇게 갑자기 버럭 하시면 어떡해요. 제가 너무 놀랐잖아요.”

 

 

 논나가 손부채질을 하며 유난을 떨자 레프리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

 그리고 사나운 눈길로 으르렁거렸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유세 떨 생각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그 혀를 뽑아버릴 꺼야.”

 

 

 헙! 아까부터 팔짱 끼고 서있던 그라위스가 얼결에 실소했다.

 기가 막혔다.

 지난 한달 동안 왕녀를 호위하는 내내 그 성정이 사나운 것은 익히 목격했지만 오늘은 그중 최악이었다.

 

 

  '사람의 혀를 짤라버리다니. 제게 품위 없고 무례하다고 늘 딱딱거리면서 정말이지 되먹지 못한 왕녀군!'

 

 

 그러거나 말거나 레프리는 그를 한번 휙 째려보더니, 다시 논나를 맹렬히 노려봤다.

 논나는 재빨리 답했다, 이 이상 왕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되니까.

 

 

  “그 여자가 있어요, 왕녀님.”

  “그 여자?”

  “예, 왕녀님. 전하는 지금 혼자가 아니세요!”

  “혼자가 아니라니? 부왕의 내실에 손님이라도 와 계신단 말이냐?”

  “아이 참. 그 여자라니까요 왕녀님!!”

 

 

 순간 레프리가 눈을 확 치떴다.

 그러자 레프리 곁에 있던 하녀 미세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실 성안에는 어제부터 이미 그 여자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번져 있었다.

 그래서 미세리아는 논나 자작부인과 왕녀가 오늘만큼은 마주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아. 하지만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이 이상은 왕녀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야 할텐데 제발!'

 

 

 하지만 논나는 왕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든 말든 자신이 물어온 소문을 충실히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천박한 여자가 감히 지금 전하의 침실에 있다구요! 누군 누구겠어요? 전하의 열세 번째 정부죠. 무식하고 천한 출신 주제에, 어떻게 지까짓게 그레이트챔버에 발을 들여놓습니까? 아무리 법도를 모르는 떠돌이였다 해도 웨르에서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논나는 그야말로 침을 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저는 정말 왕세자 전하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주제도 모르는 그 천한 여자를 본성에 데리고 들어오다뇨! 그런데 그것뿐이 아니지 뭐예요?”

  “또 뭐냐?”

  “어젯밤에 그 여자가 감히 왕세자 전하의 침실에서 잠까지 잤답니다.”

 

 

 레프리는 경악했다.

 아버지에게는 지금까지 열두 명의 정부가 있었지만 그들을 그레이트챔버에 데리고 들어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 천한 떠돌이 출신의 여자를 왕실 안에 데리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 내실에서 함께 잠을 주무시다니!

 

 

  “아직 놀라시긴 일러요, 왕녀님.”

 

 

 또오??

 

 

  “그 천한 여자가 하인을 불러서, 내실로 아침을 대령해 먹었대요! 하! 기가 차서 더 이상 말도 안 나오네요. 지금 왕실 안에 소문이 파다합니다. 왕세자 전하가 제 정신이 아니라...!”

 

 

 아뿔싸. 논나가 남은 말을 주워 삼켰다.

 레프리가 매섭게 저를 흘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사이 나쁜 부녀지간이지만 왕녀는 왕세자 전하의 딸이었고 논나는 자신이 망발을 했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왕녀는 금세 딴 생각에 빠져 버렸고 논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미세리아가 원망스런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자 입을 삐죽였다.

 

 레프리는 미간에 주름을 모았다.

 가뜩이나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해온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버지께서 그레이트챔버에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시다니.’

 

 

 충격적이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 걸까.

 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자일까.

 그렇겠지.

 그러니 한시라도 따로 두실 수 없어 데리고 들어온 거겠지.

 그렇다면 아바마마는 그 여자를 사랑하는 걸까?

 

 레프리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아버지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늘 음산하고 우울했다.

 그는 망령된 자처럼 멋대로 살아왔고 수시로 정부를 바꾸고 잔인하게 버렸다.

 그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으며 할머니나 레프리에게 조차 정다운 말 한마디 걸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당신 곁에 그 여자를 두다니.’

 

 

 이제껏 아버지의 태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그 여자는 아버지에게 각별한 것이 틀림없었다.

 

 레프리는 우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여자와 함께 있는 부왕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미세리아. 아무래도... 내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예?? 왕녀님, 왕세자 전하의 문안을 어찌하시려고요?”

 

 

 깜짝 놀란 미세리아가 반문했다.

 아침 내내 한껏 공들여 치장한 왕녀였는데 이대로 되돌아간다 하니 제가 다 속상했다.

 

 내내 심드렁한 표정이었던 그라위스도 눈썹을 움찔했다.

 좀 전까지 거만했던 왕녀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우울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이 낯설었다.

 

 레프리는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다음에... 다음에 가자꾸나.”

 

 

 그런데 논나가 갑자기 막아서는 게 아닌가.

 

 

  “왕녀님. 이대로 물러나면 안 됩니다. 왕녀님은 왕세자 전하의 고귀한 따님이세요. 그 천한 것에게 본때를 보여주셔야죠!”

 

 

 레프리가 한숨을 내쉬며 기운 없이 말했다.

 

 

  “논나. 부왕께서 그 여자와 함께 계신다잖아. 내가 가면 싫어하실 거야. 만약 화라도 내시면 난...”

  “왕녀님! 이게 다가 아녜요! 왕실 조리장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더 있다구요!”

  “하. 논나 그만해. 그 여자에 대한 소문 따위는 더 듣고 싶지 않아.”

  “왕녀님. 그 천한 여자가 주방에서 절인 살구와 설탕을 유리병 째로 빼돌리고 있다구요!”

 

 

  * * *

 

 

 마주한 그의 눈빛은 숨 막히도록 음산했다.

 좀 전까지 머릿속을 뱅뱅 맴돌았던 살구절임과 설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레프리의 머릿속은 이제 하얗게 변해버렸다.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에 늪처럼 새까만 눈동자.

 수은중독에 걸린 듯 창백한 피부에 보랏빛 입술.

 마귀처럼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

 

 그는 팔걸이에 나른하게 앉아 반년 전보다 더 무섭게 레프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시력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17년 전 레프리의 어머니인 잉게와 결혼했고 그날 왕세자 책봉식도 치렀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엄청난 열병으로 앓아누운 뒤 점차 시력을 잃어갔다.

 하지만 그를 눈앞에 마주하게 되면 그 형형한 눈빛에 온몸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는 잘 보이지도 않는 그 눈빛으로 매번 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한참을 응시하던 퀴르케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반년 만에 비쩍 곯았군.”

 

 

 레프리는 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건강이 나빠져 서궁 별장으로 피접을 갔던 아버지의 입에서 반년 만에 들은 소리가 비쩍 곯았다니.

 다이어트에 성공한 레프리는 아버지가 저를 예쁘다고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역시나 그는 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도 지금도.

 

 

  ‘이게 다 저 여자 때문이겠지?’

 

 

 레프리는 아버지의 발치에 앉아있는 열세 번째 정부의 뒤태를 원망스레 쳐다봤다.

 석양처럼 붉고 굵은 머릿결이 바닥에 깔린 러그를 뒤덮었고, 여자는 아버지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아버지는 강아지를 보듯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정히 쓸어주고 있었다.

 

 

  ‘내게는 단 한 번도 저리해준 적이 없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서러움에 숨이 막혔다.

 역시 오늘 문안은 건너뛰어야만 했다.

 아버지에게 비쩍 곯아빠진 취급이나 받는 저가, 무슨 용기로 살구절임과 설탕을 빼돌리는 정부를 탓할 수 있을까.

 논나가 뭐라 지껄이든 두 눈과 귀를 꽉 막고 제 방으로 돌아가야 했었다.

 아버지의 여자는 뒷모습조차도 행복해 보였다.

 레프리는 그 뒷모습에도 질투가 나고 서글펐다.

 

 

  ‘아버지의 눈동자도, 초상화속 어머니 눈동자도 모두 까만색인데 왜 나만 초록색일까. 나는 왜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은 것일까.’

  “그래서?”

  ‘그래서? 뭐가 그래서일까?’

 

 

 레프리가 서글픈 상념에서 깨어나 초록빛 눈동자를 굴리며 제 아버지를 힐끔 올려다봤다.

 눈가에 그렁그렁했던 눈물은 어느새 쏙 들어가 버렸다.

 

 아버지가 몽롱한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며 픽, 맥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제 앞에서 여전히 겁먹은 레프리 모습이 썩 마음에 든 눈치였다.

 

 

  “그래서 요즘은 뭘 하고 살았느냐?”

  ‘아 또 저 질문을 하시다니.’

 

 

 레프리는 절망했다.

 그는 여전히 저를 조롱하고 놀리고 싶어 했다.

 무려 반년이나 딸자식과 떨어져 살았지만 그의 짓궂은 성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웨르의 대공 퀴르케는 왕세자 지위에 있었다.

 어머니 마그누스 여왕이 여전히 집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세자에 대한 소문은 아주 부정적이었다.

 이를 테면 마그누스 여왕이 장자이자 후계자인 퀴르케를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

 웨르의 빛이 잘못 발현해 건강까지 나쁜 퀴르케는 여왕보다 먼저 죽을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웨르의 빛이 잘못 발현되었다는 그 소문이 사실일까.’

 

 

 레프리는 종종 자문해보았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소문에 일부 동조했다.

 엄격하지만 공정하게 웨르를 다스리는 할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음산하고 삭막하고 방탕해서 온종일 정부를 껴안고 뒹굴며 향락의 시간에 탐닉하는 게 전부였다.

 

 레프리와 마그누스 여왕은, 사시사철 푸르고 인간과 짐승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마물조차 공격하기 어려운 축복받은 형지를 가진 웨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백성들은 풍요와 부귀를 가져온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하지만 퀴르케는 웨르가 어떻게 굴러가든 상관치 않았다.

 

 그는 피병 중에도 떠돌이 극단의 여배우를 열세 번째 정부로 맞아 향락에 빠졌고, 환궁 후에도 변함없이 방안에 틀어박혀 음탕하게 먹고 마시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허흇 참. 당신은 참 이상하셔.”

 

 

 레프리의 눈이 커졌다.

 아버지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던 열 세 번 째 정부의 콧소리 때문이었다.

 그 말투도 기이했지만 더 기가 막힌 건 아버지와 제 대화에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다다다 당신???

 

 그때였다. 여자가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난 듯 기지개를 켜며 몸을 반쯤 돌렸다.

 그 순간 레프리는 또 한 번 화들짝 놀랐다.

 

 

  ‘피부가!’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하얀 얼굴에 앵두빛 입술을 가진 여인이라 상상했다.

 저 같은 건 감히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가졌으리라 짐작했다.

 그래서 레프리는 그녀의 뒷모습만으로 주눅이 들었다.

 그런데 여자의 모습은 예상을 확 뒤집고 있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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