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엘레노어 III
작성일 : 20-08-03 10:08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0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엘레노어 16_

 르포틴의 밤은 고요하다. 여정에 오른 첫 날은 한뎃잠이었다. 낮의 햇빛이 아직 식지 않은 초원 위에 우리 셋은 누웠다. 틀림없이 셋이다. 뤼귀와 나, 그리고 이니스다.

 오늘 낮 뤼귀와 난 닷테일에서 꽤 오랜 시간을 지체해야 했다. 신사다운 행색으로 탈바꿈한 뤼귀가 말 두 마리를 끌고 왔을 때였다. 이니스는 제 아비 몰래 우리와 동행하기로 내심 결심을 먹은 상태였다. 나로선 소녀의 방랑벽은 막을 이유가 없었고 기쁘게 그녀를 반겼다. 그러나 뤼귀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이니스의 작은 봇짐을 보자마자 닷테일 주인장을 찾아가 그녀의 결정을 일렀다. 주인장은 독녀를 둔 아비답게 애를 태웠다.

 

 - 이니! 이 아비는 도저히 널 이해할 수가 없구나. 우리가 뤼귀 어르신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그새 잊은 것이야?

 

 알고 보니 이니스는 종종 가출을 했던 것인데, 몇 달 전 뤼귀가 강간범들에게서 이니스를 구해냈던 날도 그녀가 가출을 했던 날이었던 것이다.

 

 - 전 도어테일즈 밖의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어요. 아버님께서 제가 가진 이 답답함을 아실리가요.

 

 부녀는 한동안 입씨름을 했다. 뤼귀는 이니스가 남길 바라는 것 같았다.

 

 - 말은 두 마리 뿐이고 내 말엔 짐들을 몽땅 실어야 하네. 이이오르는 숙녀를 태울 실력이 못 될 걸세.

 

 주인장은 뤼귀의 말에 잠시 힘을 입었으나 그마저도 얼마 가지를 못했다.

 

 - 아버님, 전 이번이 아니어도 언젠가 바깥세상을 돌아보고 올 거예요. 하지만 그때는 뤼귀 어르신 같이 든직한 동행이 없을 지도 모르지요. 그럼 그때에 가서야 후회하실 건가요?

 

 실랑이는 더 이어졌지만 결국엔 딸이 이겼다. 아비가 져준 셈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뤼귀는 고개를 내둘렀다. 주인장은 여관 뒤뜰에 있던 자신의 하얀 준마를 이니스에게 내어줬고 그렇게 이 여정에서의 우리는 셋이 된 것이다.

 뤼귀가 정한 목적지는 루완의 수도이자 여왕의 도시인 브리테니엄이었다. 셰펄드는 피게르 강 상류로 뱃머리를 향했었고 그곳이 우리가 가는 방향이었다. 뤼귀 그가 말 위에서 처음으로 한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옷차림과 말의 출처에 대한 이야기였다.

 

 - 힐렘포 부두에 있을 적에 말이야, 한 번은 강도들에게 머리채를 잡고 끌려가던 여인을 구해서 그녀가 지내는 종마장에 바래다 준 적이 있지. 마침 오늘 아침에 그 여인이 생각나더군. 이름이 베스티아던가 그랬지.

 

 베스티아라는 여인은 뤼귀에게 고귀한 의복을 주었고, 그녀의 아비는 뤼귀에게 말 두 마리를 내어줬던 것이다. 뤼귀는 자신이 구해낸 여인에게 목숨 값을 받아낸 것 같다며 뒤늦게야 언짢아했다.

 

 - 그들은 내게 이 옷과 말을 진심으로 선물했지만 난 이 여정이 끝나는 대로 이것들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겠어.

 

 우린 북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이니스의 준마는 힘이 넘쳤고 그녀 또한 기마에 소질이 있었다. 뤼귀가 방향을 일러주면 이니스는 빠르게 질주해 나아가 먼 앞에서 우릴 기다렸다.

 도어테일즈의 북쪽 경계엔 잉나바르 숲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버드나무 두 그루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잉나바르 숲은 도어테일즈의 북쪽 경계에서부터 르포틴의 남서쪽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고, 브리테니엄이 목적지인 우린 자연스레 그 숲길에 올랐다.

 숲에 들어서자 뤼귀는 이니스에게 앞서 나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잉나바르 숲의 짐승들은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뤼귀가 걱정한 것은 바로 사냥꾼들이었다. 도어테일즈와 르포틴의 어설픈 사냥꾼들은 잉나바르에서 주로 사냥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서 튕겨져 나간 화살은 간혹 짐승 외의 것들에 박히곤 했다.

 

 - 숲길이 다듬어지지 않아 해 질 녘 이전에 르포틴 시내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이겠군.

 

 말들은 뤼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속력을 늦췄다. 난 무료한 마음에 나뭇잎 점을 쳐보려 품종도 모를 나무의 잎을 한 장 뜯었다가 뤼귀에게 혼이 났다.

 

 - 잎을 가만히 두게. 아무 잘못도 없는 나무를 괴롭히면 쓰나.

 

 - 뤼귀 어르신께선 이 나무들이 사람의 괴롭힘을 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니스가 물었다. 그러나 뤼귀는 날 보며 대답했다.

 

 - 잎을 뜯을 때 줄기가 주는 힘을 보고도 모르겠나?

 

 결국 나뭇잎 점은 보지 못했다. 대신 뤼귀는 무료해하는 내게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그롯테의 여섯 국가 중 가장 땅이 넓은 국가는 루크룸이라는 곳이네.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도 이니스도 들어보지 못한 지명이었다. 우린 그롯테에 대해 아는 것이 적었다.

 

 - 루크룸의 왕은 라귈라라는 자일세. 이 숲에 있는 노목들이 딱 그와 닮았어.

 

 이니스는 호기심도 질문도 많은 여인이었다.

 

 - 그만큼 늙은 왕이라는 건가요?

 

 - 아니. 실제로 곯은 나무처럼 생겼단다. 이니 너라면 아마 라귈라의 기괴한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것이야.

 

 뤼귀는 인퀴스토 디토스들의 생김새에 대해 더 말해줬다. 그들 중 사람과 형상이 완전히 닮은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내가 본 인퀴스토 디토스가 둘 뿐이고 둘 모두 완벽한 사람의 모습이었던 지라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 인간들은 야경의 생김새를 보고 괴물이라 말한다네. 아, 그롯테에선 인퀴스토 디토스라는 말 대신 야경이란 말을 쓴다네.

 

 야경이란 말은 옛 기록에서 본 적이 있었다. 옛사람들은 야경이라고 불리던 존재들을 마치 불가사의한 신들처럼 묘사해놓곤 했었다. 때문에 난 야경이라는 존재가 정확히 어떤 종족을 가리키는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 신의 광채가 땅 위에서 사라지고 인간의 어둠이 몰려왔으니 이는 밤의 시대라. 우린 그 가운데 야경의 이름으로 빛을 지킨다. 누가 지어낸 말인지는 아무도 모르나 그 말이 수 세기 전 우리에게 야경이란 이름을 붙였다네.

 

 - 인간의 어둠이라뇨?

 

 이니스는 뤼귀의 비유가 틀렸다 생각하여 물었다. 신들의 광채란 보통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선한 마음에 비유됐기 때문이다.

 

 - 이니. 야경들은 탐욕이란 것을 두고 인간의 어둠이라 말한단다. 허나 내가 보기엔 지금의 야경들은 대부분 인간과 다를 게 없어. 사실 잉코아 어디에서도 신들의 선량은 남아있지 않지.

 

 그때 난 이니스에게 잉코아란 말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린그노르와 그롯테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 앞에서 난 말을 똑바로 뱉으려 매 순간 신경 썼다. 그녀는 말더듬이의 설명이 싫진 않은 듯 내게 더 많은 이야기를 바랐다.

 막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평지로 이어지던 숲길은 거대한 바위언덕에 가로 막혔다. 좁은 숲길도 간신히 지나오던 말들은 그 언덕을 오를 수가 없었다. 우린 말들이 필요했기에 언덕 둘레를 돌아서 나아가야 했다.

 말들이 우회로에 굽을 내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가장 앞서던 뤼귀는 바위언덕 아래로 이어진 커다란 동굴을 발견하곤 갑자기 말에서 내렸다.

 

 - 저 안에 사람들이 있군.

 

 나와 이니스가 느낄 수 없었던 기척을 뤼귀 그는 느꼈다. 동굴 안에는 실제로 활과 칼로 무장한 장정 셋이 있었고, 뤼귀는 홀몸으로 동굴에 들어가 한참 후에 그들을 밖으로 인도해 나왔다. 뤼귀를 따라 동굴 밖으로 나온 셋은 조금 격양되어 있었다.

 

 - 선생께서 결정을 내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남자들은 뤼귀를 선생이라 부르며 그에게 고분 거렸다. 그들은 나와 이니스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자신들의 성품을 뽐냈다. 그들의 겉모습은 영락없는 산적의 모습이었으나 오히려 예의가 바르고 결백한 이들이었다.

 

 - 미안하지만 난 자네들 사정에 관심이 없네. 아까도 말했듯이 동굴 안에서 사람 피 냄새가 나서 확인하려 했던 것뿐이네. 계속 날 붙잡을 생각이려거든 차라리 저기 저 말 위에 있는 두 청년에게 물어보게나. 그동안 난 이 일대에 나있는 숲길을 좀 봐둬야겠군.

 

 뤼귀의 말에 세 남자는 우리 앞으로 다가왔고 뤼귀는 바위언덕 위를 올랐다.

 그들은 르포틴의 발투스라는 이름의 대장을 따르던 용병들이었다. 그들의 본래 직업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냥꾼들이었으나, 잉나바르 숲을 통달한 뒤부터 그들은 상단이나 농부들을 호위하는 일도 맡게 됐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그들의 대장 발투스는 오랜만에 사냥 의뢰를 받아왔다고 한다. 잉나바르 숲의 늑대 무리가 늘어나 르포틴의 목장주들이 그들을 고용한 것이었다. 발투스는 늘 의뢰를 마치면 보수를 혼자 독차지한 뒤, 후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보카르로 부하들에게 삯을 나눠줬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사냥에서 일이 있어났던 것이다. 발투스는 늑대들의 수를 잘못 헤아린 나머지, 숨어있던 늑대 한 마리에게 기습을 당했고, 부하들이 그를 구하러 갔을 땐 이미 그의 뒷목의 살점이 모두 뜯겨져 나간 상태였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대장을 동굴로 옮겨 사냥꾼의 예에 맞는 장례를 치렀고, 그 차에 우리가 동굴 앞에 도착한 것이었다.

 

 - 어린 그대들에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우린 대장 집 열쇠를 두고 의논 중이었네. 우리 셋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우의가 깊지만 그 열쇠는 곧 새로운 대장을 의미하는 것이니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네. 지금은 우리 모두 삼자에게 결정을 맡기기로 동의했다네. 이제 결정권은 그대들에게 있겠군.

 

 셋은 그때부터 각자 자신의 업적과 장기를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제각각 말이 많던지 뤼귀가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유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수많은 말들을 간신히 간추려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힘이 가장 센 남자, 잉나바르의 늑대를 가장 많이 죽인 남자, 우리 앞에서 조리 있게 말을 잘한 남자. 이니스는 늑대를 가장 많이 죽인 남자에게 한 표를 주었고, 난 우리 앞에서 조리 있게 말을 잘한 남자에게 표를 주었다.

 일대를 모두 둘러본 뤼귀가 바위에서 내려올 때쯤 그들의 논쟁은 끝이 났다. 그들은 늑대를 가장 많이 죽인 남자를 새 대장으로 뽑았고 나머지 둘은 떨떠름하게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들과 헤어져 다시 숲길을 나아가면서 이니스는 그들과의 만남을 즐겁게 되새겼다.

 

 - 마치 어린 사내아이들 같았습니다. 뤼귀 어르신께서도 그들 사정을 들으신 것이지요?

 

 - 그래. 듣기야했지.

 

 뤼귀는 대답하며 말을 몰아 더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이니스는 내 옆에 붙었다.

 

 - 어르신께선 제가 봐온 그 어느 누구보다 현명하신 분이신데 왜 저희에게 결정을 넘기신 걸까요?

 

 이니스는 날 보고 물었으나 그녀의 말은 뤼귀에게도 들렸고, 거기서 뤼귀는 내 서사에 올릴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이니, 어째서 나약한 인간들이 동부의 야경들과 비등하게 맞서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니?

 

 - 글쎄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들을 나약하다고 할 만큼 어르신네 종족이 강성한가요?

 

 - 강성하냐고? 이니 넌 가두의 셰펄드에 대해 도는 소문을 듣지 못 하였나보구나. 루완의 코옵스꾼 중엔 그롯테 출신의 검객이 하나 있는데 그는 녹슨 철검 한 자루로 록를린의 일백 강병과 맞설 수 있다!

 

 뤼귀가 이야기꾼이 되어 그 의기를 흉내 내자 이니스는 까르르 웃었다.

 

 - 그것은 도어테일즈 시객들이 지어낸 뜬소문이 아닌가요?

 

 - 네 옆에 있는 셰펄드의 친구에게 물어보렴. 그가 셰펄드의 기예를 직접 두 눈으로 봤을 테니.

 

 난 뤼귀의 말을 받아 이니스에게 셰펄드의 솜씨에 대해 말해줬다. 내가 에다움에서 본 그대로를 말이다.

 

 - 정말인가요? 검을 그토록 빨리 놀렸다고요?

 

 이니스는 끝끝내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셰펄드의 능력은 내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들 지경이었으니 난 그녀를 이해했다. 뤼귀는 자신이 본래 하려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인간들이 잉코아에서 이만한 세력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왕을 잘 뽑았기 때문이란다. 물론 그롯테의 내분이 더 큰 이유이긴 하겠다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 발투스 무리를 빗댔다.

 

 - 방금 전의 세 사내 가운데 누가 그들의 대장이 됐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들이 그롯테의 야경들이었다면 논쟁의 여지조차 없이 가장 힘이 센 자가 대장이 됐을 것이야.

 

 이니스는 뤼귀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구했다.

 

 - 인간은 지혜로운 자나 덕망 높은 자를 왕으로 세워 그 기질을 계승시키며 왕가를 이어가는 반면 그롯테에선 힘이 강한 자가 곧 절대적인 왕이 된단다. 야경에게 있어 강자에 대한 섬김이란 본능에 가깝고 거기에 야경의 수명은 무강하니 왕좌가 바뀌는 일 또한 거의 없지.

 

 거기에서 난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루완 내에서 절대적인 무용을 자랑하는 셰펄드가 어쩌면 레인웜의 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난 내 생각을 곧바로 질문으로 옮겼고 뤼귀는 한바탕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셰펄드는 왕도 왕족도 아닌 그저 레인웜 출신의 인퀴스토 디토스였다.

 

 - 그럼 레인웜이란 나라의 왕은 검을 바람처럼 쓴다는 그 셰펄드라는 분보다 용맹하다는 건가요?

 

 - 그런 셈이지.

 

 이니스가 묻자 뤼귀는 짧게 대답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그 뒤론 별 특별할 일 없이 해가 졌고, 우린 르포틴 시내에 들어왔다. 난 그 길에서부터 조금 전까지 마치 무언가를 잊은 듯 머릿속이 편치 않았는데, 서사를 정리하려 비망록을 들추고 나서야 그것이 생각났다. 뤼귀가 언급했던 그롯테의 내분에 대한 의문. 언젠가 그것에 대해 그에게 물어봐야겠다.

 르포틴 시내엔 눈이 닿는 곳곳마다 코옵스꾼들을 찬양하는 시들이 걸려있었다. 난 그 시 가운데 바람에 날려 바닥 위를 뒹구는 한 편을 주워서 가져왔다.

 

 코이눔 옵스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은 우리의 친구이자 은인이오.

 보잘 것 없는 보상을 대신하여 우린 이렇게 그대들을 노래하오.

 우리는 죽는 날까지 기억하고 죽어서도 룬다르님 앞에서 고할 것이오. 그대들의 아름다운 수고를!

 

 루완의 하층민들은 대부분 린그노르어를 잘 구사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글 솜씨는 그다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다른 시들을 보면 르포틴에 왜 그런 찬양의 바람이 불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잉나바르 숲과 가까운 르포틴 시내엔 짐승의 피해와 아이들의 실종이 잦았다. 그리고 코옵스꾼들은 그 문제들을 해결해주었던 것이다. 거친 성미의 사냥꾼들과 부리는 값이 비싼 용병들은 대부분의 농민들에겐 큰 부담이었기에 코옵스꾼들이 설 자리가 많았던 것이다.

 이 초원에서 오늘의 서사를 마무리하려다 보니 가난한 우리들의 삶이 발아한다. 린그노르의 하층민들에겐 보카르라는 재화가 자식처럼 귀하다. 그러나 어느 가정에나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있는 법이다. 용맹한 방랑자들 중 일부 베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런 하층민들의 사정을 잘 알았다. 그 동향은 코옵스꾼들을 만들어냈다. 위의 시 속에서 드러나듯 코옵스꾼들은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정과 예가 넘치는 루완 땅에선 더욱이 그렇다. 나 또한 셰펄드에게 정이 든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었다. 그가 단순히 신비한 능력을 가진 인퀴스토 디토스라서가 아닌 그의 근성에 도사리는 됨됨이 탓에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네냐 VIII 2020 / 8 / 23 238 0 10347   
23 네냐 VII 2020 / 8 / 22 256 0 12654   
22 네냐 VI 2020 / 8 / 21 258 0 4717   
21 네냐 V 2020 / 8 / 20 236 0 7805   
20 네냐 IV 2020 / 8 / 19 241 0 8653   
19 네냐 III 2020 / 8 / 18 251 0 12175   
18 네냐 II 2020 / 8 / 17 247 0 4678   
17 네냐 I 2020 / 8 / 16 253 0 6634   
16 나가 VI 2020 / 8 / 15 243 0 4947   
15 나가 V 2020 / 8 / 14 261 0 5026   
14 나가 IV 2020 / 8 / 13 234 0 8509   
13 나가 III 2020 / 8 / 12 251 0 7021   
12 나가 II 2020 / 8 / 11 254 0 4802   
11 나가 I 2020 / 8 / 10 259 0 8461   
10 엘레노어 IX, J 5 2020 / 8 / 9 257 0 5063   
9 엘레노어 VIII, J 4 2020 / 8 / 8 260 0 4894   
8 엘레노어 VII 2020 / 8 / 7 269 0 4877   
7 엘레노어 VI 2020 / 8 / 6 259 0 4064   
6 엘레노어 V, J 3 2020 / 8 / 5 248 0 7960   
5 엘레노어 IV, J 2 2020 / 8 / 4 246 0 5539   
4 엘레노어 III 2020 / 8 / 3 269 0 7052   
3 J 1 2020 / 8 / 2 270 0 7013   
2 엘레노어 II 2020 / 8 / 1 272 0 5506   
1 엘레노어 I 2020 / 7 / 31 451 0 1344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