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직 하며 울리는 기계음.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마이크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보자… 이렇게 하면… 후… 됐다.”
귀를 괴롭히던 기계 소리가 멎었다. 곧이어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린다.
“약 한달 전 태양이 빛을 잃었어요. 전기가 끊기고, 전세계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죠.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길거리는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어요. 얼마 전 라디오를 통해 돔 바깥에서 에너지를 공급해오던 파이프가 끊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어요.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현실이예요.
치직 하며 잠시 소리가 멎었다. 이내 다시 마이크 잡음이 들린다.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햇빛을 받지 못한 지 너무 오래 됐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지금 이렇게 녹음을 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본 것들 혹은 찾은 일기들을 가지고.”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저는 지금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있어요. 혹시라도 제가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녹음으로 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 게요.”
그렇게 첫 번째 녹음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