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무협물
천마, 환생하다.
작가 : 아이쉬
작품등록일 : 2020.8.2

우연한 기회에 평행우주를 알게된 천마.
10여년의 노력으로 평행우주로 넘어가는 주술을 완성한다.
평행우주로 넘어가 군림이 아닌 동행의 길을 걷고자 하는 천마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2화. 환생하다.
작성일 : 20-08-02 21:32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40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격체전공을 마치자 몸이 휘청거렸다.

  300년이나 되던 내공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현기증과 함께 무기력감이 밀려든 탓이었다.

  겨우 쓰러지지 않게 버티며 천천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등당은 운기조식에 몰두하고 있었다.

  300년이나 되는 내공을 수습하려면 최소한 이틀은 더 운기 해야 할 것이다.

 

  “나 대신 고생 좀 하게나.”

 

  내가 사라지면, 등당은 여러 도전자를 상대해야 할 것이다.

  등당은 도전자들을 물리치며 스스로 강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나는 품속에서 미리 적어 두었던 서찰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가 떠난 후 고생할 등당을 위한 일종의 유서였다.

  나를 추종하던 몇 명에게 등당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을 적었다.

 

  서찰을 내려놓고 벽에 걸려 있는 귀혼마검을 바라보았다.

  나의 애검인 귀혼마검은 20년 전, 섬서성 상남현의 천가장에서 얻었다.

  당시 천가장은 화산파와 함께 섬서성 정파 연합에 참여하여 나에 대행해 싸웠었다.

 

  나는 천가장을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초토화했다.

  나에게 도전한 대가였다.

  그 과정에서 지하의 비밀장소가 발견되었고 비밀장소에서 귀혼마검을 발견했다.

 

  “귀혼마검. 너와도 이제 이별이구나. 내가 떠난 후에는 내 친구를 잘 지켜다오.”

 

  우우웅.

  말을 알아들은 귀혼마검이 스스로 공명음을 만들었다.

  귀혼마검을 모르는 사람은 놀라 까무러칠 장면이었다.

  하지만, 108 영혼이 봉인된 검에게 저 정도는 애교수준에 불과할 뿐이었다.

 

  귀혼마검에서 시선을 거둔 나는 등당을 잠시 보다가 눈을 감았다.

  환생경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환생경은 구유영파라는 상단전의 기운을 이용하여 펼친다.

  정신을 상단전에 집중하자 구유영파가 상단전을 휘돌았다.

  구유영파의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환생경을 읊었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며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있음은 없음과 같고 없음은 있음과 같다.”

 

  구결이 이어지자 신기한 현상에 벌어졌다.

  주변의 색이 조금씩 탈색되며 서서히 흑백으로 변한 것이다.

  더 놀라운 건 눈을 감고 있음에도 그 모든 변화가 훤히 보인다는 점이었다.

  놀라서 구결을 멈췄지만 탈색된 현상은 그대로였다.

  이대로 구결을 진행해도 될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결심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구결을 이어갔다.

 

  “모든 이치가 이와 같으니 흘러가는 것은 멈춰있는 것과 같고 멈춰있는 것은 흘러가는 것과 같다.……”

 

  구결은 주변의 색이 완전히 탈색되어 마치 수묵화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때쯤 끝났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정지했다.

  시간도, 공간도.

  그 속에서 움직이는 건 오직 구유영파와 내 의식뿐이었다.

 

  잠시 후,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나를 감쌌다.

  동시에 이마 높이에 있는 10개 혈도에서 구유영파가 뿜어졌다.

  각 혈도를 빠져나온 구유영파는 좌우로 퍼져 서로 이어졌고 곧 머리 주변으로 둥근 띠를 형성했다.

  내 몸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구유영파의 띠가 완성된 직후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헉!”

 

  나도 모르게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눈에 여전히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랬다.

  떠 오르는 건 몸이 아니라 영혼이었던 것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물론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 하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눈을 떴지만, 시야는 감았을 때와 똑같았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이대로 평행우주로 가는 거야.’

 

  마음을 진정시키자 공포와 두려움 대신 흥분과 기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억수로 퍼붓던 비가 정지한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사이로 번개 한 줄기가 절묘하게 갇혀 있었다.

  내 몸은 그 속을 뚫고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솟구쳤다.

 

  눈을 감았다.

  물론 시야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의식은 조금씩 희미해져 점점 더 검은 심연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대로 죽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 × ×

 

  뽀롱. 뽀롱.

 

  이름 모를 새의 귀여운 울음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때마침 불어온 상쾌한 바람은 몸을 안마하듯 감쌌다가 부드럽게 흘러갔다.

  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상쾌한 바람을 맞는 아침.

  너무도 멋진 기상이지 않은가?

 

  ‘뭐? 기상?’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다.

 

  “아우 머리야.”

 

  하지만 곧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로 쓰러졌다.

  이건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숙취를 느낄 때 전해지는 뇌가 쪼그라드는 듯한 통증이었다.

  물론 젊었을 때 이후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고 했다.

  잠시, 머리를 감싸고 두통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너무나도 익숙한 그렇지만 절대로 적응하고 싶지 않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건 피 냄새인데?”

 

  그랬다.

  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는 전장을 구르며 지겹도록 맡아온 피 냄새였다.

  머리를 감싼 채 한쪽 눈을 떴다.

  눈에 익숙한 천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중원의 어느 객잔에 투숙하든 보이는 나무판자로 마감된 천장이었다.

  피 냄새는 바로 옆에서 풍겼다.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

 

  파리한 안색의 여자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풀려있는 동공, 핏기없는 얼굴 그리고 느껴지지 않는 호흡.

  여자는 이미 죽어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놀라 까무러쳤겠지만, 워낙 많은 시체를 봐온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제야 내가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벗은 몸을 가려야 했다.

  주변을 살필 것도 없이 침대 옆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옷가지가 보였다.

  침대에서 내려와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옷을 주워 몸에 꿰었다.

  짐작대로 몸에 딱 맞았다.

  바닥에 남은 옷가지는 기루에서 몸을 파는 기녀들이 즐겨 입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것으로 하나는 확실해졌다.

 

  “이곳은 기루고 죽은 저 여자는 기녀로군.”

 

  생각을 정리한 나는 기녀를 살폈다.

  기녀는 속옷까지 모두 벗고 있었고 심장에 단검이 박혀 있었다.

  심장에서 뿜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침대 위에 흥건했다.

  잠깐 여자를 살피다가 문득 환생경을 사용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여긴 평행우주의 또 다른 중원인가?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상황으로 환생한 거지?”

 

  환생경을 사용했고 저승이 아니라면 이곳은 평행우주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평행우주의 누군가로 환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상황에서 깨어나야 하냔 말이다.

 

  “조금 더 우아하게 환생할 수는 없었을까?”

 

  나는 투덜거리며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가로 2장 세로 3장의 제법 커다란 크기였다.

  한쪽에는 침대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8인용 원형 탁자와 의자 4개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문가를 그린 것 같은 화선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방에 딸린 창문은 2개였는데 각각 침대 앞과 탁자 앞에 하나씩 있었다.

  그 사이의 벽 앞에는 허리 높이의 장 3개가 선반처럼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동경이 놓여 있었다.

  나는 동경 앞으로 다가갔다.

  누구로 환생했는지는 몰라도 얼굴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응?”

 

  동경을 들여다본 나는 깜짝 놀랐다.

  동경 속에는 20살쯤의 내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나는 머리를 강하게 울리는 생각에 서둘러 창문을 열었다.

  창밖은 새벽안개가 고즈넉하게 흐르고 있었다.

  먼 산의 뒤로는 여명이 트고, 산 뒤에 숨은 태양이 부챗살 같은 빛의 장막을 만들고 있었다.

 

  “아닌데?”

 

  고개가 절로 꺄웃 기울었다.

  조금 전 나는 이곳이 천마신교 내에 있는 기루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20살쯤의 나는 천마신교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이 천마신교라면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어야 했다.

  잠시 창밖을 살피던 나는 다시 동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나와 닮은 사람인 거야?”

 

  나는 동경에 바짝 다가가 꼼꼼히 얼굴을 살폈다.

 

  “분명 20살 전후의 내 얼굴인데. 그렇다면 여기는 왜 천마신교가 아닌 거지?”

 

  그때, 바람이 살랑 불며 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나는 피 냄새를 쫓아 침대 위에서 죽어있는 여자를 돌아보았다.

  “상황이 어떻건 간에 영락없이 범인으로 몰릴 판이네?”

 

  그랬다.

  지금 이 광경을 누군가 본다면 내가 여자를 죽이고 창밖으로 도망가려는 모습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

  그리고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방문이 조용히 열렸다.

  나는 침착하게 탁자 쪽으로 걸어가며 문을 주시했다.

  방문이 열리며 하얀색 속치마 차림의 여자가 모습을 보였다.

 

  “누구냐?”

 

  안으로 들어서려던 여자는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놀랄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시 멈칫하던 여자는 기녀 특유의 교태 섞인 웃음을 지었다.

 

  “어머! 천 공자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죄송해요. 저는 아직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

 

  여자는 애교 섞인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천공자?’

 

  귀에 익은 호칭이었지만,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주춤하던 여자는 나를 지나쳐 침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엉덩방아를 찌었다.

 

  “에구머니. 저게 뭐야. 꺅!”

 

  여자의 눈은 침대 위, 여자 시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는 여자를 향해 구유영파를 쏘아 보냈다.

 

  “조용히 해라.”

 

  구유영파의 특징은 구결을 알고 있다면 별다른 수련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단전의 내공처럼 쌓이지는 않는다.

  대신 사용하면 할수록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구유영파의 양이 늘어난다.

  물론, 지금은 처음 사용하는 것이니만큼 극히 작은 양이었다.

  그렇다 해도 무공도 모르는 여자 한 명을 제압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구유영파에 영향을 받은 기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비명을 멈췄다.

 

  그때 누군가가 복도를 쿵쾅거리며 달려왔다.

  여자의 비명을 듣고 달려오는 것이리라.

  잠시 후, 배가 불룩 나온 비대한 몸집의 남자가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그의 뒤에는 검은 무복의 남자가 한 손에 칼을 들고 버티고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초앵아.”

 

  배불뚝이 남자는 엉덩방아 자세로 앉아 있는 여자를 보며 소리쳤다.

  여자의 이름이 초앵인 듯 했다.

  초앵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저……저기”

 

  남자의 고개가 초앵의 손을 따라 침대로 향했다.

 

  “애……앵화야!”

 

  침대를 돌아본 남자는 사색이 된 채 소리쳤다.

  남자는 침대 앞까지 다가가 소리치다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놈. 네놈이 앵화를 죽이다니. 죽고 싶은 게로구나.”

 

  남자는 내 멱살을 틀어쥐고 소리쳤다.

  나는 침착하게 남자의 손을 잡았다.

 

  “이 손 놓아라. 아니면 죽는다.”

 

  남자는 서늘한 내 목소리에 몸을 움츠리며 잡았던 멱살을 풀었다.

  구유영파의 영향이었다.

 

  구유영파와 내공은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이었다.

  물론 두 기운 사이에 차이는 있었다.

  내공이 실질적인 목숨의 위협이라면 구유영파는 공포심을 자극한다.

 

  구유영파의 구유(九幽)는 아홉 땅의 땅속을 말하며 저승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나는 평행우주로 가는 방법을 저승의 기운에서 찾으려고 했고 그 결과 구유영파에는 귀기가 서려 있다.

  보통 사람이 구유영파에 몸을 움츠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누구냐?”

 

  내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2화. 환생하다. 2020 / 8 / 2 240 0 5409   
1 1화. 서장. 2020 / 8 / 2 386 0 554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