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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쇠말뚝(STEEL PILE)
작가 : 아손
작품등록일 : 2020.7.31

미국에서 역사학박사가 된 [황철수]는 대학교수의 제의로 한국에 들어오던 날 강원도 철길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금신 산업(일본_카네가미가문)의 문양이 타이어에 타들어 간 자국과 [쇠말뚝]이 관련돼 있음을 알고 비밀을 추적하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금신산업과 문화재 카르텔 관계를 유지해오던 금일 그룹의 협박으로 포기한 채 고물상에서 살아간다.

17년 후, 쇠말뚝을 가지고 고물상에 나타난 공무원 [김준우].
철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00번째 쇠말뚝을 뽑고 시공간이 깨지자 1912년의 조선으로 가게 된다. 안중근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사는 독립군 대장 [겸재]의 몸에 빙의되어 조선총독부 2대 정무 총감인 주조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쇠말뚝을 하나 뽑으면 과거로!
과거에서 잠들고 깨면 현재로!

 
05.☆STEEL PILE_05-[퇴마사]2
작성일 : 20-08-02 15:57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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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 못 들었나? 귀신이 보인다는 말을 장난으로 하진 않을 테구?

 

 “응? 나리야 다시 한번 말해줄래? 내가 잘못 들었나 봐?”

 “맞아요…. 저 귀신이 보여요.”

 

 수현은 온몸이 오싹하는 전율을 느꼈다.

 그게 사실이라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아무 생각도 안 났다.

 하지만, 나리가 말하기 전에 약속한 게 있으니 오빠답게 뭐라도 말해줘야 이 상황이 끝날 거 같았다.

 

 “음…. 내 생각엔 네가 요즘 과제 때문에 바빠서 몸이 힘든 거 아닐까? 사실 이제 곧 중간고사도 시작하고…. 그전에 과제가 좀 많냐? 하하”

 “아니요…. 저 진짜 귀신이 보여요.”

 

 수현은 당황스러웠다.

 나리의 눈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이왕 이야기를 듣기로 한 거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 말이 맞는다고 치고 그럼 귀신은 어떻게 생겼어?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서 하하 그 처녀 귀신 이런 이미지만 떠올라? 실제로 그런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하하”

 

 수현은 지금 분위기가 어색하고 갑자기 불편해졌지만, 그래도 태연한 척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그녀가 잘못된 걸 인지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귀신은요…. 어디에나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어디에나 있다? 그럴듯한데? 왜냐면 먼 과거부터 잘 생각해보면 사고는 어디에나 났으니까…. 사고가 나서 죽은 귀신들이 그 자리에 있다면 그럴듯한데…. 하하”

 

 수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이끌어 갈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힐끔 나리의 눈을 보자 그는 진실과 두려움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서 하는듯했다.

 일단은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리가 어디서부터 그런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나리야 괜찮아…. 오빠 생각에는 가끔 몸이 너무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그랬니?”

 “오빠 제가 수영장 다니는 거 알죠?”

 “그래~알지 그래서….”

 “몇 달 전 수영장에 갔는데…. 저녁에 늦게 간 거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평소와 똑같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자유형으로 물에 들어갔어요.”

 

 나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수현은 몇 분 전부터 의도하지 않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오빠…. 레인의 중간쯤 갔을 때 물속 바닥에 어떤 여자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잠수를 하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갔죠.

 근데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풀의 바닥에는 아무것도 걸릴 게 없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는 한쪽 발이 바닥에 무언가에 걸린 듯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요.”

 

 수현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는 버스 안의 정적을 깰 만큼 크게 들렸다.

 갑자기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 말해봐”

 

 이야기를 꺼낸 후부터 나리의 모습은 안정을 찾아갔다.

 

 “수영을 잠시 멈췄어요…. 떠 있는 상태로 뒤를 돌아 아래를 다시 보았어요. 그 순간 제 눈에 보이지 않던 게 보였어요. 그것도 아주 분명하게 보였어요. 발버둥 치는 여자의 아래에 다른 사람이 더 있었어요. 그것도 제가 알던 사람이었어요….”

 

 수현의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

 

 “알던 사람? 그럼 물 안에 두 명이 있었어?”

 “아니요…. 아니…. 네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사람의 눈을 보자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

 “왜? 혹시 그 사람이 귀신? 네가 잘못 본건 아닐까?”

 

 “아니요…. 발버둥 치는 여자 아래에 있던 사람은 제가 수영장을 막 다니기 시작할 때쯤 그곳에서 죽은 수영강사 선생님이었어요.

 심지어 그 선생님의 몸은 보이지 않고 바닥 위로 올라온 얼굴과 오른손만 보였어요.

 그 손은 벗어 날려고 발버둥 치는 여자의 다리를 강하게 꽉! 잡아당기고 있었어요.”

 

 집중하고 듣고 있던 수현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친다.

 

 “야! 거짓말하지 마. 그게 말이 돼!?”

 

 나리가 조금 놀라 실망한 눈빛으로 수현을 본다.

 

 “아…. 오빠 미안해요…. 안믿기죠?”

 

 그제야 수현은 자신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 지 사과를 한다.

 

 “나리야…. 오빠가 흥분했나 봐…. 미안해…. 나도 모르게….”

 “아니에요…. 제가 오빠 입장이었어도 쉽게 믿지 못할 거 같아요….”

 “아…. 오해하지마…. 나리 너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니고…. 이런 얘기를 직접 듣는 건 처음이라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내맘알지?”

 

 나리의 얘기를 믿기도 안 믿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수현은 솔직히 점점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리야 좋아…. 네 말이 다 맞다 치자.

 그래도 그거 한 번으로 네가 귀신을 본다고 단정 짓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그렇지않아?”

 

 나리는 다시 뒤를 힐금 돌아보고 수현을 바라본다.

 그 행동이 반복되자 수현은 나리와 잡은 손을 조심스레 놓는다.

 

 “오빠…. 이 버스…. 안에도 보여요…. 버스 안에도 귀신이 있어요….”

 

 수현은 심하게 몸이 수축하는 걸 느낀다….

 예고 없이 차가운 물 속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야아~~그건 좀…. 무섭게 왜 그래? 하하”

 “오빠…. 아직도 안 믿기죠?”

 

 수현의 얼굴은 이미 조금씩 떨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빠 두 손을 줘보세요….”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수현은 조심스레 나리에게 두 손을 내민다.

 

 나리는 수현의 두 손을 살포시 포개고 그를 진지하게 바라본다.

 

 “버스 안에는 우리 둘밖에 없죠? 이제 곧 누군가가 내릴 거예요.”

 “나리야…. 이건 좀 무슨 말이야? 끝까지 왜 그래? 하.”

 

 수현은 애써 태연한 척 해보려 하지만 심장은 이미 터져버릴 만큼 크게 뛰고 있었다.

 

 그때였다.

 

 -삐이이익!

 

 버스 하차 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놀라 수현은 버스 안을 앞뒤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버스 기사님과 자신들 세 명만이 분명히 타고 있었다.

 그럼 누가 벨을 누른 것인가?

 머리에서 쥐가 나고 세상이 멈춰 버린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말도 생각도 정지되어 버렸다.

 그 순간 버스는 정거장에 도착하였다.

 뒷문이 열리자 습한 바람이 수현의 볼을 스쳤다.

 열렸던 뒷문이 다시 닫히려고 할 때 자동문은 뭔가에 걸린 듯 멈췄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고 문은 닫혔다.

 수현은 믿기 힘들었지만, 나리의 말에 이미 빠져있어서 누군가가 내렸다는 상상을…. 확신을 했다.

 그때 짜증 섞인 버스 기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뒤에 학생들…. 그런 장난치면 안 돼! 내리지도 않을 거면서 벨은 왜 눌러?!”

 

 그 버스 안에서 벨을 누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확하게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눌렀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나리는 그 후로 수현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비밀은 평생 혼자만 간직하기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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