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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2. 입학식에서 만난 이사님?
작성일 : 20-08-01 17:29     조회 : 78     추천 : 0     분량 : 5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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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는 그를 마주하자 자연스레 예전 호칭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 하 이사님.. 여긴 어떻게.."

 

 그는 피식 싱거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아들 늘찬을 철제 의자에 앉힌다.

 

 "회사도 아닌데, 뜬금 없이 이사 놀음은...

 

 어제 꿈자리가 좋더니 정 팀장을 여기서 다 보네?"

 

 "?!"

 

 당황한 그녀는 복잡 난해한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때, 의자에 앉아 그들을 빤히 올려다보던 아이들이 대신 상황을 정리하는데...

 

 "엄마, 입학식 언제 시작해?"

 

 "이.. 이제 곧 시작할 거야, 시아야."

 

 "아빠, 저 앞에 선생님들 쭈욱 서 있어."

 

 "그러네. 늘찬이 담임 선생님은 누굴까? 궁금하네."

 

 "울 엄마 말대로.. 이쁘고 착한 선생님이 우리 반으로 올 거야."

 

 아빠의 말에 대신 대답하는 시아를 보고..

 

 '이 여자애는 누구야?'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늘찬.

 

 그런 아이들을 보고 슬며시 웃음을 내비치는 이수와 태오.

 

 "그럼 엄마는 저 뒤로 가서 기다릴게. 의자에 앉아서 얌전히 있어야 돼."

 

 "늘찬이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저 뒤에서 다 보고 있을 테니,

 

 괜히 아빠 찾는다고 두리번거리고 뒤돌아보면 안 된다. 알았지?"

 

 "네!"

 

 아이들은 고개를 반쯤 돌린 채 괜한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함께 대답을 한다.

 

 (저희들도 이제 다 컸다구요. 어엿한 8살 어른이한테 뻔한 잔소리하지 마세요..)

 

 초등학교에서 새로운 출발을 눈앞에 둔 아이들의 속마음은

 

 부모의 불안한 마음과는 다르게 때 이른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지도 모른다.

 

 "딸이 엄마 닮아서 그런지 이쁘네?"

 

 딸 칭찬에 이수는 자신도 모르게 길게 늘어진 옆머리에 손가락을 넣어 귀 뒤로 넘기며 밝은 웃음을 짓는다.

 

 "뭘요.. 친가 쪽에서는 남편 닮았다고 하던데.

 

 아드님도 이사님 닮아서 잘 생겼어요."

 

 "그런가? 늘찬이 날 닮아서 저리 미남인가 봐."

 

 이사님이란 호칭에 잠깐 움찔한 그였지만..

 

 엄마들끼리 인사치레로 오가는 자식 칭찬에 강당 내부가 울리도록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예나 지금이나 하태오, 이 인간..

 

 의례적인 뻔한 칭찬에 과잉 반응하는 건 여전하구나.... 쯧쯧)

 

 넓은 강당 뒤에 무리 지어 늘어선 몇몇 엄마들은 그들의 뭔가 서먹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대화와 표정을 눈여겨보며 속닥이기도 하고, 하태오의 속없는 웃음에 눈을 흘기기도 한다.

 

 그가 앞장서서 학부모들 무리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뒤따라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이수.

 

 길을 가로막은 몇몇 엄마들이 살짝 그를 훔쳐보곤 홍해 물길이 좌악 갈라지듯 좌우로 비켜선다.

 

 (여전히 저 높은 하늘.. 꾸욱 찌를 듯한 자신감은 여전하네...)

 

 

 그도 그럴 듯이 10여 년 전, 잘 나가는 인터넷 서비스로 유명세를 떨치던 T사에서

 

 쟁쟁한 여직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그였으니까...

 

 당시 T사는 임직원 30여 명의 게임 벤처로 시작하여

 

 차세대 검색 서비스로 잭팟을 터뜨려 젊은 인재들이 돈 냄새를 맡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태오 이사는 T사의 창업 멤버로서 갖은 고생을 겪으며, 30대의 젊은 나이에 기술대표이사(CTO)라는 직함에 올라선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내가 이 회사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한 사람이야.

 

 바닥 타일 하나하나 반질반질 닦아서 광 냈다고.."

 

 그가 회식 자리에서 수하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결정적으로 친가 쪽이 전국의 금싸라기 땅을 포함한 수천 억 대 자산을 가지고 있어

 

 몇몇 재벌들과 정치인들의 사윗감 후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인기와 호감도는 더욱 더 급상승했다.

 

 

 그런 하태오 이사를 여기서 마주칠 줄은 그녀는 상상도 못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메이크업에 좀 더 힘을 주고 나올 걸' 하는 괜스런 후회도 든다.

 

 어제 단골로 들리는 동네 미용실에서 염색도 하고,

 

 짧은 커트에 어울리는 컬을 주었기에 헤어 스타일은 큰 문제가 없으리라.

 

 주위에 서 있는 엄마들을 보니 평소와 다르게 진한 화장에, 장롱에 고이 모셔져 있던 명품백도 들고 나오고,

 

 몸매가 드러나는 커리어우먼 스타일의 단색 스커트도 걸치는 등 '엄마들'의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학부형들 뒤로 빠져나와 강당 벽에 등을 대고 비스듬히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수.

 

 시아는 짝꿍 늘찬과 벌써 친해졌는지 고개를 기울이고 뭔가를 속삭이느라 정신이 없다.

 

 키득키득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뒤를 돌아보는 아이들.

 

 대체 무슨 비밀 수다를 저리 떨어대는 건지...

 

 두리번거리는 딸과 용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쭉 손을 뻗어 가볍게 흔든다.

 

 엄마 여기 있으니 안심하라는 의미로...

 

 저 앞에..

 

 뭇 엄마들 사이에 섞여 삐죽 머리가 솟아있는 태오를 유심히 바라본다.

 

 학창 시절부터 수영과 각종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답게 감청색 슈트를 걸친 뒷모습은

 

 승모근과 광배근이 우람하게 불거져 듬직했고, 양 어깨 라인과 완벽한 역삼각형을 이루어 우뚝 서 있었다.

 

 소매를 뚫고 나온 손목의 힘줄은 구석구석 뿌리를 내렸고, 두툼한 손가락은 키보드만 두드린 다른 사내들과 다르게

 

 잔뼈가 굵어 악력이 상당해 보였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향하자 다소 타이트한 네이비 실크 재질의 바지가 도드라진다.

 

 불룩 튀어나온 터질듯한 엉덩이는 더할 나위 없이 탄탄하고, 양손으로 가득 움켜쥐면 딱 좋을만한 그런 사이즈였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 서 있는 다른 엄마들도 뭇 아빠들과 레벨을 달리하는

 

 그의 돋보이는 몸매를 눈여겨보고 흘깃 흘깃 훔쳐보는 게 아닌가?

 

 역시나 우월한 수컷 냄새를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건 아이 하나둘 낳은 엄마들이 제일이리라.

 

 (어이구, 쌩여시같은 년들. 다 보인다 다 보여..,)

 

 (태준 엄마, 늘찬 아빠 뒤태 훔쳐보는 거 너무 티 난다. 티나...)

 

 어느새 '이사님'보다 '늘찬 아빠'라는 호칭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 놀라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마주치면 누구누구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편할 거야.

 

 주위에서 듣기에도 어색하지 않을 테고...)

 

 어느새 연단 위에 올라선 교감의 식순 소개가 끝나고

 

 아이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부른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뒤에 선 학부모들도 아이들과 입을 맞추어 애국가를 부른다.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그의 매끈한 턱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목젖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밤,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남편과 꿈속에서 극적인 정사를 벌인 탓인지,

 

 일 년 넘게 슬픔에 가득 차 애도를 하는 기나긴 터널을 가까스로 통과해

 

 뭇 사내들의 품이 그리워진 탓인지...

 

 그녀의 머릿속은 과거의 기억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 오똑한 콧날과 살이 베일 듯한 턱선...

 

 입술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이목구비...

 

 그래, 그 날이 벌써 12년 전이던가?)

 

 강당 벽에 기대어 선 그녀는 불두덩이가 저릿저릿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가벼운 한숨을 내지른다.

 

 *****

 

 12년 전... T사 CTO 기술전략실 회의실

 

 모두들 퇴근하고 불이 꺼진 사무실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는 정이수 팀장.

 

 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글로벌 핵심 서비스를 총괄하는 선행기술팀의 수장으로서 신입 사원 시절..

 

 사용자 주도형 검색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여 잭팟을 터뜨리고,

 

 이후 메신저, 쇼핑 등 런칭하는 서비스마다 대박이 터져

 

 사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리더 겸 멘토로 인정받는 엘리트이다.

 

 "폰트 크기 맞추고, 오브젝트의 오와 열 정렬하고, 구구절절 긴 문장은 짧게 잘라내고..."

 

 PPT 문서 작성이 한두 번도 아니건만 확인 사항을 입으로 되뇌며 확실히 체크한다.

 

 "내일 하 이사님 상반기 업무 계획 발표 건이 있으니 확실히 마무리해야 돼."

 

 멀리 엘리베이터 룸의 자동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저벅저벅 다가온다.

 

 어둠을 헤치고 다가오는 사내는 다름 아닌 이사님이 아닌가?

 

 회의실 문이 덜컥 열리고 불콰한 얼굴을 들이밀더니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임원들끼리 회식만 했다 하면 끝장을 보니 이거 원...

 

 식당 주방에서 양푼 그릇 가져다가 소주에 맥주, 양주 섞어서

 

 돌려 마시는 거 보고 몰래 도망쳐 나왔어."

 

 "그래도 멀쩡하시네요.. 사무실로 돌아오실 정도면..."

 

 "한 시간 넘게 부어라 마셔라 한 거치곤 멀쩡하지.

 

 인사 부문 박 이사가 막판에 맥주에 와인 섞어서 주는데 마다할 수가 있어야지..."

 

 "와인 섞어 마시면 뒤끝 안 좋을 텐데요?"

 

 "그렇긴 해. 회식 전에 컨디션 마시긴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어."

 

 어휴. 멀쩡한 술을 왜 그리 섞어 마시는지.

 

 와인까지 섞어 마셨으면 내일 머리 깨질 듯한 두통은 100% 예약이로다.

 

 이수는 스크린에 비친 파워포인트 문서를 바라보며 천천히 페이지를 넘긴다.

 

 "정 팀장, 문서 가독성 체크하게.. 여기 조명 좀 꺼 줄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밝히는 LED 등을 끈다.

 

 주위가 어두워지고 문서가 띄워진 스크린만 밝게 빛난다.

 

 이사님은 천장에 달린 프로젝터의 설정이 마음에 안 드는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회의실 창에 길게 설치된 블라인드를 끝까지 내린다.

 

 회의실 안은 더욱 더 진한 어둠이 드리워지고, 바깥과 완벽히 격리된 공간으로 변했다.

 

 "전체 페이지가 몇 장이지?"

 

 "15장 정도 됩니다. 별첨까지 하면 5장 더 늘어나네요."

 

 "5분 내에 PT 할 수 있도록 줄여봐.

 

 너무 길어지면 대표이사가 하품하고 난리 나거든."

 

 "네, 이사님"

 

 "자, 잠깐만, 이전 페이지 좀 볼 수 있을까?"

 

 문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오타라면 할 말이 없지만,

 

 5번 넘게 교정을 거친 문서라 그런 실수를 저지를 리 없다.

 

 "여기 문장 좀 쳐내고, 여기는..

 

 파이 그래프로 데이터를 비교해주면 한 눈에 들어올 거 같은데.."

 

 그녀의 찰랑거리는 생머리 옆으로 바짝 다가서며 수정 사항을 지시하는 하태오 이사.

 

 술기운에 거리 조절이 되지 않았는지..

 

 긴 머릿결 사이에 그의 콧망울이 살짝 묻힌다.

 

 정 팀장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의자를 끌어 더욱 더 거리를 좁히며 다가서는데..

 

 "당신 샴푸 향기는..

 

  아침이나 밤이나 여전하네.

 

 내 사무실 화병에 꽂힌 붉은 장미꽃처럼 말이야.

 

 괜스레 남자들 술냄새 풍겨서 미안.."

 

 (이 남자.. 술은 취했어도..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네...)

 

 이수는 희미한 술냄새를 풍기는 사내에게서 한 발짝 멀어지려다,

 

 한 치 앞으로 바짝 다가선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동그란 이마와 뒤통수가 튀어나온 머리형은 그의 얼굴을 입체적이고, 조그맣게 보이게 한다.

 

 숱이 많은 풍성한 머리와 짙은 눈썹은 최고조에 달한 젊음을 상징한다지..

 

 알코올로 인해 살짝 붉어졌지만

 

 희끈한 콧망울은 깊이 파인 인중을 타고, 붉은 혈기가 감도는, 선이 이쁜 입술로 곧장 내려온다.

 

 면도한 지 오래되어 거뭇거뭇한 턱수염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크게 확대되며 서로의 입술이 포개진다.

 

 "이사님, 이러시면..."

 

 나머지 "안 돼요" 를 말하기도 전에

 

 부드러운 혀 끝이 그녀의 윗입술을 스치며 동그랗게 말린 혀를 "톡" 건드리자..

 

 온몸을 관통하는 거센 전류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내리 꽂힌다.

 

 그녀는 감전된 듯 부르르 떨며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그는 뒤늦게 혈관을 쾌속 주행하는 알코올의 힘을 빌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데...

 

 잠시 끊어질 듯..

 

 가느다란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은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여, 여기.. CCTV 있지 않나요?"

 

 "CCTV?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회의실에는 설치를 못해.

 

 출입구나 엘베 룸 같은 중요 구역만 CCTV 가 보인다고.. 걱정 안 해도 돼."

 

 입술을 파고들던 그는 성숙한 암사슴의 매끈한 목을 연상시키는 가냘픈 목덜미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간간이 그는 이수의 귓가에 달콤한 유혹의 미끼를 던졌다.

 

 "내가 당신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줄 알아?"

 

 "끝까지 챙겨줄게, 정 팀장."

 

 가느다란 양 팔로 탄탄한 가슴을 밀어내던 그녀도 이내 저항하기를 단념한 듯 그의 맹렬한 돌진을 받아들였다.

 

 어두운 회의실은 숨 가쁘게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두 남녀의 신음소리와 열기로 가득 찼다.

 

 힘줄이 불거진 두툼한 손이 그녀의 가슴골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순간...

 

 노트북의 파워포인트 화면이 깜빡하며 스크린세이버로 바뀐다.

 

 회의실의 스크린에 크게 표시되는

 

 노트북에 저장된 몇 장의 사진들.

 

 

 

 

 

 - 2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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