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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봄과 늑대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20.7.31

부왕이 살해됐다.
나라도 빼앗겼다.
공주의 신분도 추락했다.
죽이려 달려드는 자들을 피해 얼음의 땅으로 도망쳤다.
이제 곁에 남은 자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경멸하는 남자 그라위스.
하지만 불같은 그를 붙잡기 위해 결혼을 감행한다. 빼앗긴 나의 왕국을 되찾기 위해서!

작가 이메일 : koveteran1@naver.com

 
1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작성일 : 20-07-31 23:39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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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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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이 지났다.

 왕궁 안에 사용인은 모두 쓰러졌다.

 레프리 공주 곁을 지키는 자는 오로지 시종장과 하녀 미세리아 뿐이었다.

 그런데 시종장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그는 아까부터 구석에 선 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하녀 미세리아가 그에게 다가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시종장님? 괜찮으세요?”

  “나... 나는... 괜찮지 않...”

 

 그는 채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바닥에 쿵 쓰러졌다.

 미세리아는 놀라 굳었다.

 하지만 레프리 공주는 돌아보지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

 

  “시종장의 옷을 느슨하게 풀고, 그의 팔다리를 편안히 해주어라.”

 

 하녀 미세리아가 조심조심 시종장에게 다가갔다.

 순간 시종장이 부르르 몸을 떨며 경기를 했다.

 미세리아는 하얗게 질린 채 그대로 굳었다.

 그러자 레프리 공주가 버럭 소리쳤다.

 

  “정신 차려라 이것아! 어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야!”

 

 미세리아가 다시 다가가 시종장의 옷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무명천을 대야에 담가 혼절한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사이 레프리 공주는 침상을 응시했다.

 검은 죽음에 쓰러진 할머니 마그누스 여왕.

 레프리도 내심 두렵고 무서웠다.

 만약 내가 감염이 된다면?

 그리고 그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레...프...리”

 

 할머니가 깨어나 저를 불렀다.

 그리고 불타오르는 뜨거운 손으로 레프리의 손을 끌어다 움켜쥐었다.

 

 

  “레프리제라티오! 넌 웨르의 공주다. 누가 뭐래도 너는 황녀 레스틱리투스의 유일한 혈육이다!"

  "네. 할머니. 명심할게요."

  "네 명예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나와 약속할 것이 있다.”

  “할머니!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건 뭐든 다 따를게요. 그러니 제발 저 혼자 두고 떠나지 마세요!”

  “레프리제라티오... 그라위스와 결혼하라,”

  "네에??"

 

 

 레프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을 호위하는 평민 기사 그라위스와 결혼을?!

 더욱이 저는 데플로 햄워드 경과 정혼을 약속한 사이다!

 이건 정말 말도 안돼!

 

  “할머니... 대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제게는 데플로가 있잖아요!”

  “그는 네 정혼자가 아니다.”

  “할머니!”

  “레프리... 약속해다오 제발! 이 할미가 죽기 전에 어서!”

 

 레프리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못해요 할머니! 싫어요! 그 무례하고 이기적인 작자와 제가 왜 결혼을! 싫어요 못해요! 싫어요!!”

  “레프리... 너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오 퀴르케!”

 

 마그누스 여왕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광기어린 눈으로 천장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손을 뻗었다.

 

  “퀴르케! 내 아들 퀴르케! 네가 왔구나! 나를 데리러 왔구나!!”

 

 레프리가 할머니의 손을 꽉 잡으며 소리쳤다.

 

  “할머니 안돼요! 제발 절 떠나지 마세요!”

  “오오 퀴르케. 네 말이 맞았어. 운명을 바꾸려 한 죄, 그 대가로 내가 너를 죽게 했지! 그리고 이젠... 컥.컥. 컥. 내가 이렇게 비참한 말로를 컥... 오 불쌍한 레프리.”

 

 마그누스가 레프리를 보며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웨르의 비운의 왕녀. 이제 너만 혼자 남는구나. 이 끔찍하고 무서운 세상에 너만을 두고 내가... 제발.. 그라위스를! 그와 결혼을... 컥.”

  “할머니!!”

 

 레프리는 울며불며 여왕을 흔들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숨은 이미 끊어진 뒤였다.

 그리고 적막한 궁 안에서 일주일이 지났다.

 이웃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며 떠난 그라위스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레프리를 배신한 것이다.

 

 

  * * *

 

 

 한달 전.

 달달한 백합향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레프리의 오뚝한 콧날을 간지럽혔다.

 매끄럽고 투명한 피부에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풍성한 머리카락과 초록색의 청명한 눈동자.

 초상화 속 왕세자비의 이목구비를 빼닮은 레프리 왕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했다.

 

  ‘바뀐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실까.’

 

 오늘은 아버지인 왕세자 퀴르케와 꼭 반년 만에 재회하는 날.

 몸이 약한 아버지는 작년 가을 서궁 별장으로 피접을 갔다가 반년 만에 환궁하셨다.

 레프리는 그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기 위해 꽃단장 중이었다.

 

  “왕녀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레프리의 머리칼을 수십 번 빗질하고 우아하게 똬리를 틀어 올리던 미세리아가 물었다.

 그녀는 평민출신이지만 할머니인 마그누스 여왕이 특별히 발탁해 레프리의 곁에 두었다.

 

  ‘불편이 아니라 불안하다.’

 

 레프리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아래사람에게 제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

 

 레프리는 자세를 가다듬고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리고 거울을 통해 미세리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마치 한 올의 머리카락이라도 소홀히 하면 가만두지 않으려는 듯.

 

  “그만.”

 

 레프리가 한 손을 들어 제지하자 미세리아는 재빨리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왕녀의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아야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왕녀는 아름답고 청초한 모습으로 변신은 했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주변 사람을 못살게 굴었다.

 

  ‘게다가 그런 무서운 일이 또 일어난다면 너무 끔찍해.’

 

 며칠 전 일을 떠올린 미세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한껏 움츠렸다.

 며칠 전, 왕녀가 새 구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방안에 거센 진동이 일더니 화장대 거울이 산산조각 났던 것이다.

 방안의 회오리가 일었고 미세리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저를 살려달라고 웨르의 여신께 빌었다.

 그 사이 호위기사 그라위스가 긴 은발을 날리며 방안에 뛰어들었다.

 그때 갑자기 회오리가 멈췄고 왕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 일을 보고받은 마그누스 여왕은 미세리아와 그라위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폭풍 같던 그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미세리아와 왕녀의 호위기사 그라위스, 그리고 왕녀의 할머니 마그누스 여왕뿐이었다.

 

  “흠.”

 

 레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입고 있는 드레스를 꼼꼼히 살폈다, 고양이처럼 빈틈을 찾는 눈빛으로.

 다행히 벽난로에 달궈둔 인두로 미세리아가 열심히 주름을 잡은 보람이 있었다.

 각종 보석과 레이스가 풍성하게 달린 초록색 드레스는 잘록하게 변한 제 허리와 완벽하게 어울려 왕녀의 고귀한 품위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가자.”

  “네. 왕녀님.”

 

 미세리아가 재빨리 내실의 문을 열자 레프리가 복도로 나섰다.

 순간 레프리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

 역시나 그 자가 문 앞에서 서있었다,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레프리를 가장 근접에서 호위하는 기사 그라위스.

 은발의 긴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풀어헤친 그는 무례하게도 갑옷조차 걸치지 않았고 장검도 등 뒤에 차고 있었다.

 

  ‘할머니는 왜 이 자를 내 호위기사로 임명한 것일까.’

 

 레프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는 지난달에 레프리의 호위기사로 임명되었는데 법도 따위는 국에 말아먹은 듯 굴었다.

 심지어 레프리의 명령 따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갑주는 어찌 했느냐?”

 

 레프리가 물었다.

 하지만 그라위스는 고개를 삐뚜룸히 한 채 묵묵부답이다.

 마치 제가 뭘 입든 무슨 상관이냐는 듯.

 레프리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그를 노려보았다.

 반년 만에 마주하게 될 아버지 때문에 제 신경은 지금 끊어질 듯 팽팽했다.

 그런데 호위기사라는 이 작자는 도리어 제 화를 돋우고 있었다.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이 자가 어디가 좋다고 웨르의 여자들이 난리지!’

 

 그라위스는 엄청난 장신에 덩치가 커서 레프리가 까치발을 들고서 고개를 힘껏 뒤로 젖혀야 눈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엄하게도 그는 레프리에게 허리를 숙이는 법도 없었다.

 그런데 평민에 고아인 이 남자가 왕궁에 입성한 순간 모든 시녀들과 하녀들, 귀족들의 영애들이 온통 그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탄탄한 근육질에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남신이라나 어쨌다나.

 

  ‘무식하고 제멋대로에 신분이 천한 자를!’

 

 레프리는 신분이 미천하고 예의를 모르는 자를 세상에서 가장 경멸했다.

 

  ‘이 자에게 품위를 갖추라 백번 말한들 알아들을 리 없지, 내 입만 아플 뿐.’

 

 레프리는 그라위스를 휙 지나쳐 그레이트챔버의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레이트챔버는 왕실만 거주하는 도성 안 왕궁으로 초대받은 고위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왕가의 가족들만 머물 수 있었다.

 지하에는 주방 수십 개의 제빵소와 식재료 창고가 있었고 1층은 알현실과 대연회장, 접견실이 있었다.

 2층은 레프리의 할머니인 마그누스 여왕의 내실과 집무실 등으로 이루어진 각 열 개의 방과 대신들의 집무실이 있었다.

 3층은 레프리의 아버지인 왕세자 퀴르케의 내실과 집무실로 이루어진 8개의 방, 그리고 레프리의 내실과 도서실로 이루어진 4개의 방이 있었다.

 4층은 왕실의 초대를 받은 손님들이 머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어머 왕녀님. 다행히 제가 늦지 않았네요!”

 

 러스크 자작부인이 뒤뚱이며 뛰어오자 레프리 뒤에 선 그라위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미세리아가 얼른 그라위스의 옆구리를 쿡 찔러 눈총을 줬다.

 자작부인은 레프리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보조를 맞추며 걷기 시작했다.

 

  “왕세자께서 폐하의 아침문안을 건너뛰셨답니다. 물론 여왕폐하께서 미리 허락하셨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하유 참. 왕세자 전하는 반년 만에 환궁 하셨잖요? 그런데 어제 저녁도 따로 드시고 아침에 늦잠까지 주무셨다지 뭡니까?”

  ‘그게 뭐 새삼스럽다고. 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의 괴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잖은가.’

 

 러스크 자작부인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은 레프리를 보살폈고, 이제 시녀가 되어 레프리 곁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레프리 곁에 있는 시간보다는 소문을 물어 나르기 바빠서 별명이 종달새 논나였다.

 

  “그리고 방금 전 연병장에서 끔찍한 사고가 터졌답니다. 여왕 폐하께서 연병장의 수습기사와 겨루기를 하셨는데 결과야 빤했죠. 당연히 폐하께서 단 두합으로 제압을 하셨고 기사는 팔목이 댕강 부러져서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 도와달라 눈물콧물 바람으로 볼썽 사납게...”

 

 레프리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만.”

  “아. 예.”

 

 자작부인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하긴 연병장에서 여왕폐하께 나가떨어진 기사가 어디 한두 명이야.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작부인은 뒤에 선 그라위스를 슬쩍 보았다.

 마그누스 여왕은 검술에 있어 웨르 일인자였는데 겨루기에서 여왕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던 유일한 자가 바로 그라위스였다.

 자작부인이 다시 바싹 레프리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서너 걸음도 못가서 또 떠벌리기 시작했다.

 

  “어머나. 하마터면 제가 정말 중요한 것을 깜빡할 뻔했네요! 왕세자 전하의 내실에서 지금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말이죠!”

 

 레프리가 걸음을 멈췄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안 그래도 저를 싫어하는 아버지와 마주하는 상황이 두려워 죽을 지경인데 큰일이라니?

 

 

 - 다음에 계속

 
작가의 말
 

 오랜만에 스토리야에서 또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공모전에 함께 하실 모든 작가님!

 건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반갑습니다, 독자님들^^

 이 작품은 매주 월수금 연재 예정입니다.

 

 - 최극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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