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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무공과 마법, 과학과 오컬트가 공존하는 시대.
극동반도의 항구도시, 대산시에서 퇴역군인 유지, 광검사 유미, 전투인형 유나는 서가삼랑이라는 낭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의뢰가 들어오는데...
검이 춤추고 화약이 노래하는 슈퍼액션활극, 지금 시작!

 
- Chapter. 1 - 악마 (5)
작성일 : 16-10-17 11:21     조회 : 527     추천 : 0     분량 : 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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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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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가씨를 구해야한다. 유나는 괴성을 지르며 악마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바보야! 정신차려!>>

 

 영혼을 뒤흔드는 강렬한 텔레파시에 유나는 정신을 차렸다. 깨닫고 보니 유미가 몸을 뒤로 굴려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유나는 크게 눈을 떴다.

 

 분명히, 몸이 두 조각이 났었는데…

 

 유미가 거칠게 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해파리처럼 흐물거리는 소녀의 기회한 얼굴을 보고서야 유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유미는 순간적으로 수라귀구속제어술식 3단계를 해제. 몸을 진흙반죽처럼 바꾸어버리는 신체빙의 수모귀를 사용해 검을 통과시킨 뒤 몸을 이어 붙인 것이다.

 

 유미는 수모귀를 해제하며 무릎을 꿇었다. 찢어진 옷이 흘러내리며 변질된 보라색 피부가 드러났다. 검게 탄 자국이 마공으로 망가진 소녀의 몸을 가로지르고 있다.

 

 “으웩!”

 

 입에서 죽은 피가 넘쳐흘렀다. 전신에 새겨진 화상 때문에 뱃속이 불이라도 붙은 것 마냥 뜨거웠다. 위액이 역류한다. 거하게 토사물을 쏟아냈다.

 

 수모귀의 특성을 빌려왔다고 해도 그녀의 육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것이었다. 다시 이어 붙였다 해도 단세포 동물처럼 쉽게 몸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신체기능이 마비. 팔다리가 떨리며 눈물과 침, 소변이 미친듯이 흘러내렸다.

 

 전투불능.

 

 “제법이군.”

 

 데바투무라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일격을 버티는 전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결과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는 여유롭게 걸어 유미를 향해 다가갔다. 끝장을 볼 셈이다.

 

 그런 악마를 향해 유지가 돌진했다.

 

 “이 자식! 어디서 한눈을 파냐?”

 

 고함을 치며 총을 쏘았다. 악마는 넓은 소맷자락을 휘둘러 가볍게 총알을 막아냈다. 동시에 머리의 뿔이 반응. 허공을 부유하던 염화어검이 머리 끝을 돌렸다. 염동력의 조종을 받는 수 개의 칼날이 유지를 향해 쇄도한다.

 

 유지는 전방으로 점프. 허공에 몸을 일자로 세워 피격면적을 좁힌다. 무서운 속도로 몸을 회전시키며 기괴막측한 각도로 날아드는 칼날을 피했다. 빗나간 칼날들은 곧장 방향을 틀어 뒤를 추적하지만 모조리 총을 쏴 떨어트리거나 기가 실린 발차기로 차냈다.

 

 이어서 데바투무라의 시선이 움직였다. 염동속박을 시전.

 

 “흥!”

 

 유지는 코웃음을 치면서 팔에 찬 마법방패, 푸르미르를 작동시켰다. 전방의 바닥을 향해 파이어볼을 발사. 폭발의 충격으로 염동력의 흐름이 흔들리고 피어오른 폭연이 시야를 차단한다.

 

 염동속박을 파훼한 유지는 뒤쫓아오는 염화어검으로부터 도망치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검격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간다. 데바투무라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화염의 검이 공간을 찢는다. 가볍게 휘둘렀을 뿐인데도 터무니없이 정확하고 빠르다.

 

 유지가 방향을 틀었다. 앞섬이 찢겨나가며 불길이 청년의 상체를 쓸고 지나갔다. 가슴이 갈라지며 뜨거운 기운이 스며들어오지만 중상은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회피에 성공. 그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벨트를 통째로 끌러낸다. 염력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는 기공인 허공섭물을 발휘. 손도 대지 않고 한순간에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냈다.

 

 수류탄을 투척. 다섯 개의 수류탄이 악마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기껏 던진 수류탄은 악마가 조종하는 염동력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폭발.

 

 데바투무라와 유지가 화염과 파편에 휩싸였다. 충격으로 상가의 유리창이 깨져나가며 가로등이 부러져 쓰러졌다. 유지는 호신강기를 펼쳐내어 버텼다. 막대한 공력이 소모되었지만 상관없다.

 

 길이 열렸다.

 

 수류탄의 폭발이 유지를 뒤쫓던 염화어검과 몸을 억죄던 염동력을 모조리 날려버린 것이다. 유지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활시위처럼 당겨진 몸이 화살처럼 쏘아져나간다. 무서운 속도의 돌진에 충격파가 발생. 먼지가 터져나갔다. 궁신탄영의 신법으로 가속한 유지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드러난 악마의 옆구리를 향해 전력을 다한 내가기공을 때려박았다.

 

 터엉!

 

 거칠게 내달리는 자동차에 손을 가져다 댄 것처럼, 유지의 손이 튕겨져 나갔다. 손바닥이 지글지글 탄다. 엄청난 강도의 반탄강기였다. 절대 무의식적으로 펼쳐낸 방어가 아니다. 악마가 청년을 내려다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이 자식, 일부러 맞았군.

 

 이리저리 시간을 끌기 귀찮으니까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빈틈을 보여서 유지를 끌어들인 것이다.

 

 데바투무라가 말했다.

 

 “끝났군.”

 

 전방에는 화염의 검. 공중을 나는 어검이 퇴로를 차단하고 강대한 염력이 어깨를 누르고 있다.

 

 다음 일격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유지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검지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한다.

 

 “아니, 끝난 건 너지.”

 

 데바투무라의 등 뒤에서 폭발이 일었다. 폭발의 충격이 등을 때린다. 악마의 초능력은 감각기관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옅게 퍼진 염력이 후방을 쓸었다. 수류탄의 폭발을 확인.

 

 방금 전 수류탄을 던질 때 안전핀을 뽑지 않은 수류탄을 하나 섞어 두었다가 뒤늦게 터트린 모양이다.

 

 악마의 육체와 강대한 내공을 지닌 데바투무라에게는 별것도 아닌 공격이지만 자신만만한 표정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었다. 속임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 유지는 이미 몸을 뒤로 빼고 있었다. 어검과 염력을 피하며 미꾸라지처럼 간격에서 빠져나간다.

 

 유지는 윙크를 하며 혀를 내밀었다. 귀여운 남자가 취향인 여자가 보았더라면 단번에 사랑에 빠져버릴 만한 얼굴이다.

 

 “바보. 겨우 그런 거에 속냐?”

 

 어지간한 사람이었다면 그 귀여운 척하는 얼굴이 짜증나서라도 달려들었으리라.

 

 하지만 데바투무라는 어지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공격적인 도발에서 오는 묘한 위화감을 감지. 자신의 몸통을 일자로 관통하는 살기를 발견했다.

 

 악마의 눈이 살기의 근원지를 찾아 움직였다.

 

 그곳에 있는 것은 2미터는 될법한 장대한 포구를 겨냥하고 있는 롱스커트 차림의 소녀. 총열 뒤쪽의 마나배터리가 빛을 뿌리고 총구 사이로 전류가 튀었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데바투무가 급하게 업화의 휴타바나를 휘둘러 전방을 가로막는다.

 

 초전력이 집중. 자기장으로 가속된 초초음속의 탄두가 불꽃과 함께 총열을 질주. 총구를 뛰쳐나간다!

 

 휴타바나의 위를 흐르던 화염의 색이 변색. 질척질척한 선홍색의 기운이 되어 검을 감싸 안는다. 총탄이 꽂혔다.

 

 마하 7의 속도로 발사된 총탄과 강기의 벽이 격돌.

 

 천둥소리가 내려치며 불꽃이 터져나왔다. 막대한 운동에너지의 충돌이 대기를 찢어발긴다. 데바투무라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붉은 색과 황금색이 뒤섞인 거구가 건물의 벽을 부수고 틀어박혔다.

 

 ‘먹혔나?’

 

 유나는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재차 조준을 하며 무너진 벽 너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움직이는 그림자를 포착했다.

 

 희미해져가는 연기 속에서 누런 옷자락이 펄럭였다.

 

 “나참, 소형화시킨 레일건인가? 인간의 기술은 그새 또 발전했군.”

 

 화염을 두른 검이 가볍게 원을 그렸다. 넘실거리는 불꽃이 연기를 지워낸다.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의 발밑에는 몇 미터인가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듯한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상처는 하나도 없다. 놈이 걸친 장포는 약간 먼지가 끼었을 뿐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냈다. 파충류의 것을 닮은 피부에는 조그만 생채기조차 없다.

 

 유나가 중얼거렸다.

 

 “맙소사...”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고 해도 개인화기일 뿐이다. 일격으로 초절정고수를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일반 소총의 총탄만 막아도 고수다. 그 정도만 되어도 장애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총잡이에게 악몽이라도 불러도 좋을 존재다.

 

 그러면 수 킬로미터 거리에서 전차의 전면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포격을, 제로 거리에서 얻어맞고도 멀쩡한 놈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강함에도 도를 넘어섰다.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괴물이다.

 

 이대로라면 서가삼랑은 끝이다.

 

 하지만 그녀의 주인인 유지에게는 그런 인식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이 자식, 내공이 더 늘었잖아. 도대체 얼마나 세지려고 그래? 그만하면 충분하잖아?”

 

 질린다는 얼굴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데바투무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재미없는 소리를 하는 군. 아직 한참 부족한데 말이야.”

 

 “악마주제에 엄청 성실하네. 화장실 갈 때도 무공서를 들고 갈 놈이야.”

 

 “악마는 화장실에 가지 않아. 그래서 좋지.”

 

 “...그거 지금 농담으로 한 말이지?”

 

 유지는 언제든 자신들을 참살 할 수 있는 악마와 사이좋게 노닥거리고 있었다. 배짱이 좋은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유나는 둘 다라고 생각했다.

 

 주인님은 언제나 저랬다.

 

 머리 위에 폭격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싱거운 농담을 할 수 있는 남자다.

 

 하지만 유나는 그런 주인님을 믿었다. 아무리 가볍게 말을 하고 웃음을 짓더라도, 싸움터에서 유지의 행동이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유나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녀는 데바투무라의 눈치를 살피며 꿇어있는 유미를 부축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멀찍이서 뾰족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경고음은 사방에서 울려 퍼지더니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시내의 방위병력이다.

 

 유지가 물었다.

 

 “더 할 거냐?”

 

 데바투무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휴타무라에서 불이 사그라들었다. 악마는 검을 허리에 끼워 넣었다. 유지는 칼 손잡이 위에 얹혀있는 악마의 손끝이 희끄무레하게 흐려져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만두지. 지금 가진 영력으로는 임무 완수는커녕 너희 셋을 죽이는 게 고작일 것 같군.”

 

 그는 유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너와는 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싸우고 싶으니까. 나를 쓰러트렸던 남자다. 한번 정도는 자비는 베풀만한 가치가 있지.”

 

 “괜찮겠어? 널 소환한 술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데바투무라는 칼날같은 이빨을 드러내면서 웃었다.

 

 “놈이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다. 나는 단지 더 즐거운 싸움을 원할 뿐.”

 

 악마의 몸이 조금씩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 만남을 기대하마.”

 

 바람이 불었다. 데바투무라는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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