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26화 <Crack>
작성일 : 20-07-07 23:51     조회 : 104     추천 : 0     분량 : 325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하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스르르 들어왔다. 안나의 차였다. 언제나처럼 그녀의 머리는 산발이었고, 피부는 푸석거리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띄는 것은 피곤으로 가득한 눈이었다. 그의 눈은 토끼마냥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뭐하는 짓이냐, 이게 진짜.”

 

 핸들에 머리를 박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그녀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아무리 완벽한 시나리오를 들고 일을 시작해도, 늘 생각도 못했던 변수들이 튀어나와 일이 꼬여버리고, 결국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가게 되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위이이잉-]

 

 밑도 끝도 없는 우울함에 잠식당하기 시작한 그녀를 건져 올린 것은 휴대전화의 진동소리였다. 지원이었다.

 

 “뭐 좀 나왔어?”

 [에이, 첫 마디부터 그러기에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아직 근무 중이라고요. 어? 메뉴 나왔어요? 금방 갈게요!]

 

 마치 들으라는 듯 크게 외쳐대는 지원의 목소리에 안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 정보 있다고 나한테 유세 떠는 거야, 얘?

 

 [그래서, 자기야. 그 때 말한 거 있잖아.]

 

 ... 죽여 버릴까?

 

 [그거 아무래도 자기가 말이 고대로 맞는 거 있지? 이래서 남자는 여자 말을 들어야 한다니까.]

 

 닭살스러운 목소리에 장난기 가득한 말투였지만, 그 속의 정보만큼은 분명하게 전달됐다.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어머, 자기야~ 무슨 그런 말을 하고 그래. 나 지금 얼굴 빨개졌다?]

 “책임질 수 있어, 없어?”

 [날 뭘로 보고. 자기 나 못 믿어? 나 그렇게 파렴치한 놈 아냐. 당연히 우리 자기는 내가 책임 져야지. 앗, 과장님. 전화 금방 끝내고 갈게요.]

 

 몇 번을 되물어도 변함없는 지원의 말에 안나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

 [자기,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나지?]

 “무슨 말.”

 [에이, 내가 했던 말 있잖아. 자기 기억 안 나? 난 자기 말 다~ 기억하는데. 이거 섭섭하네.]

 

 닭살스러운 애교 속에서 안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지원이 유진에 대해 했던 말이라... 그러고 보니 하나가 있었다.

 

 “잠깐... 그게... 진짜였다고? 루머가 아니라?”

 [이거 봐~ 자기 나 못 믿는 거 맞잖아~ 나 그렇게 공수표 날리는 사람 아니었다니까.]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믿어. 제발, 세상의 모든 남자를 의심하더라도, 나는 의심하면 안 된다, 자기야.]

 

 [삐이이이이-]

 

 갑자기 들려오는 이명에 안나가 악 소리를 내며 귀를 막았다.

 

 [어? 괜찮아? 자기야, 괜찮아?]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더니, 갑자기 또 도지는 모양이다.

 

 “괜찮아.”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안 괜찮으면 또 어쩔 거야. 됐어.”

 [아니, 그래도-]

 

 맘 같아서는 귀를 뜯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안나는 귀를 꾸욱 누른 채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자세한 자료는 이따 되는 대로 보내. 사례는 늘 보내던 대로 보낼게.”

 [괜찮은 거 맞죠?]

 “근무 중이라며. 끊어.”

 

 갑자기 왔던 이명은 늘 그렇듯 어느 순간엔가 잠잠해졌다. 이제 한동안 또 괜찮을 것이다.

 

 처음 유진과 Bz의 관계를 알았을 때, 안나의 상식선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답은 그저 인질이었다. 그러니 애를 학교도 안보내고 새하얀 호텔방에 방치해 둘 수 있었던 것이겠지.

 그러나 Bz 호텔에 이 소장의 행적을 캐러 갔던 그 날, 지원은 의외의 정보를 내놓았다. 유진이란 아이가 일종의 카운슬러였다는 것인데, 종목은 일명 신점이었고, 적중률은 용하다는 점쟁이들 저리가라 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오컬트에 이 무슨 개소리인가 했었다. 귀신이니 초능력이니 전혀 믿지도 않는 안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개소리 하나만 인정하면 적지 않은 퍼즐이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맞춰진다는 것이었다. 기업 총수나 정치인들이 점쟁이 찾아다닌 게 어디 하루이틀이던가? Bz의 인간들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그런 카운슬러가 없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Bz가 사업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운이 좀 좋았어야지 말이다.

 하지만 계속 걸리는 것이 유진이었다. 15년 전, 안나가 유진을 잠시 돌보았을 때만 해도, 유진은 전혀 특별한 점이 없는 아이었다. 그 흔하다는 예지몽은커녕 잠자면서 악몽 한 번 꾼 적이 없었고, 신기가 있다기에는 가위바위보도, 주사위 놀이도 늘 지던 아이었다. 그런 애가 언제 신내림을 받아서, 언제 점쟁이 노릇을 하기 시작하게 된 걸까?

 

 유진을 처음 학교로 초대했을 때, 안나의 의도는 유진에게서 정보를 빼내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확실해보이는 Bz와 유진의 수상한 커넥션 속에서, 유진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지, Bz는 이 어린아이를 이용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진짜 유진이 그들의 카운슬러였던 건지,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그렇게 이성과 직감의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던 순간, 유진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라며 내놓은 말이 그녀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저요, 실은... 되게 많은 사람을 죽게 했어요.’

 

 그냥 허세나 착각이라기에는, 그 말 속에 담긴 절망과 죄책감의 무게는 진짜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동안 운전석에 멍하니 앉아있던 안나는 힘없이 가방을 집었다.

 차에서 내려 터덜거리며 문을 잠그던 때, 안나의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이질적인 차 한 대. 안나의 기억이 맞다면... 인성혁의 차였다.

 

 순간, 안나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방향을 한 번은 틀어야 하는 거, 저쪽으로 틀어보지, 뭐.

 

 

 

 

 “괜찮니?”

 

 걱정스러운 성혁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럼요. 괜찮아요.”

 “많이 피곤한가보구나.”

 “그러게요. 잠시만요...”

 

 유진이 다시 도현의 사진을 집었다. 그리고는 한 번 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경자나 성혁으로부터의 의뢰가 없어서 몰랐는데, 유진의 신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전에는 물건을 만지자마자 생생하게 떠오르던 이미지들이 조금 흐려졌던 것이다. 혹시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걸까?

 

 “힘들면 됐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야.”

 “아녜요, 괜찮아요.”

 

 아무리 세상물정 모르는 벽창호 유진이라지만, 저들이 유진을 데리고 있는 이유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만약, 유진이 저들에게 아무 예언도 해줄 수 없다면, 그걸로 유진의 가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절대 티 낼 수는 없었다.

 

 [땅동-]

 

 그 때,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 찾아올 사람 있니?”

 “아뇨. 제가 아는 사람이... 없는데요.”

 “그럼 경비실인가?”

 

 성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런데 그 불이 다른 데서 다시 피어오르는 모양이다. 인터폰을 보는 성혁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져 있었다.

 

 궁금증에 유진이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인터폰 화면에는 안나가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9 제56화 <땡큐> 2021 / 4 / 9 266 0 4713   
58 제56화 <사살> 2021 / 3 / 5 273 0 3427   
57 제55화 <교차> 2021 / 2 / 19 311 0 3006   
56 제54화 <균열> 2021 / 2 / 12 314 0 3651   
55 제53화 <정리> 2021 / 1 / 28 290 0 3778   
54 제52화 <탱고다운> 2021 / 1 / 20 313 0 3674   
53 제51화 <침입> 2021 / 1 / 14 295 0 3704   
52 제50화 <잔상> 2021 / 1 / 7 310 0 3516   
51 제49화 <진상> 2020 / 12 / 31 328 0 4108   
50 제48화 <경계> 2020 / 12 / 16 339 0 3016   
49 제47화 <회귀> 2020 / 12 / 9 314 0 3901   
48 제46화 <연합> 2020 / 12 / 2 313 0 3496   
47 제45화 <고리> 2020 / 11 / 25 314 0 3400   
46 제44화 <기만> 2020 / 11 / 18 325 0 3514   
45 제43화 <원점> 2020 / 11 / 11 341 0 4159   
44 제42화 <책임> 2020 / 11 / 4 338 0 3159   
43 제41화 <마음> 2020 / 10 / 28 361 0 3442   
42 제40화 <직시> 2020 / 10 / 21 339 0 3666   
41 제39화 <의도> 2020 / 10 / 14 320 0 3291   
40 제38화 <조우> 2020 / 10 / 7 515 0 4263   
39 제37화 <비밀> 2020 / 9 / 23 311 0 3383   
38 제36화 <함정> 2020 / 9 / 16 344 0 4522   
37 제35화 <설화> 2020 / 9 / 9 343 0 4008   
36 제34화 <픽업> 2020 / 9 / 2 315 0 3715   
35 제33화 <유희> 2020 / 8 / 26 343 0 3477   
34 제32화 <반응> 2020 / 8 / 19 358 0 3352   
33 제31화 <꿈과 현실> 2020 / 8 / 11 340 0 4020   
32 제30화 <탐색> 2020 / 8 / 5 340 0 5093   
31 제29화 <기만> 2020 / 7 / 28 348 0 4208   
30 제28화 <환기> 2020 / 7 / 21 343 0 302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