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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리셋(Reset)
작가 : 명월myoungweol
작품등록일 : 2020.5.11

자살한 소년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 그리고 죽은 이유를 파헤치며 모르고 있던 진실들을 알게 되는 이야기

 
11화. 찔레꽃(4)
작성일 : 20-05-11 19:45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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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쁘다…. 나 너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았다….’이러는데

 

  내가 뭐가 나빠? 나쁜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잖아….. 당신들이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당신들이 날 차별만 안 했어도, 무시만 안 했어도 내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 일은 없었어…. 이 모든 건 다 당신들 탓이야!

 

  그리고 내가 착하니깐 당신들 곁에서 안 떠나고 참아줬지…. 내가 안 착했어 봐…. 당신들한테 더한 짓도 했을걸? 당신들은 내가 보살이고 착한 거에 고마워해야 해…..

 

  사실 나도 전문가한테 찾아가려고 했었어…. 근데 여전히 힘들더라… 쉽게 못 들어가겠더라… 날 이해하지 못할까 봐 무섭더라….. 용기가 안 나더라… 못 믿겠더라…..

 

  근데….. 그거 아니? 내가 힘들 땐 날 더 아프게 해놓고는 형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어서 우니깐….. 위로해 주더라……… 하하하…. 내가 말했었지 내가 화난 이유는 다른 거라고…. 이게 바로 그 이유야….. 나한텐 그따위로 굴어놓고는 형한테 이러는 데 내가 화가 안 날까?

 

  그렇게 가족들이랑 여러 충돌도 생기고 하면서 난 깨달았어… 아….. 그냥 내가 다 포기하자, 내가 다 내려놓자….. 어차피 이 사람들은 안 바뀔 거다 앞으로도 계속 난 아무것도 모른다, 잘못 없다 등등 날 힘들게만 할 거라고… 암만 입 아프게 얘기해도 바뀌는 건 없을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계속 참아주고 기다려주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고…. 결국 난 그냥 연기를 택하기로 했다…..

 

  애초부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 밖에 없었다…. 내가 상처받거나 아니면 상처를 주거나 전자를 선택해도 나의 선한 천성과 여린 마음에 의해 편하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후자를 선택하면 다들 이러겠지

 

  “나쁜 놈, 이기적인 놈, 넌 정말 나빠, 어떻게 이렇게 상처를 줘 하나님@@##”

 

  어차피 뭘 선택하든 나한테 피해가 온다면 그냥 전자를 선택하겠다…. 하지만….. 전자를 선택하면 내가 상처를 안 받기 위해서 모든 감정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난……. 감정이 둔해지거나…. 사라질 거다….. 그리고….. 미치거나 그럴 거다….. 결국엔 나한테 해가 되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서 나 하나 때문에 다른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한테까지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냥 나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런데… 왜 내가 희생해야 돼?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왜 내가 희생하고 참고 아파야 돼? 왜? 왜 나만 항상 피해를 받아야 돼?

 

  난 나의 선한 천성을 좋아한다 나의 배려심 깊은 천성을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은 싫다…. 난 쓸데없이 착하고 여리고 배려심 깊어서 이런 순간에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한다 그리고 그거 때문에 난 가족들을 버릴 수가 없고 그렇게 난 상처를 받으며 혼자 끙끙 앓게 되었다….. 가족들이 나한테 이젠 아예 못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한테 상처를 준다…..

 

  ….. 이제 알겠지? 내가 화난 이유 말이야….. 내가 찔레꽃을 키운 이유는 그 꽃말이 나 같아서였어…. 비록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형만 더 신경 쓰고…. 나한텐 계속 상처만 주고…. 고독감을 느꼈어…. 이 집에서….. 그래서 산 거야 찔레꽃을…. 찔레꽃을 키우며 난 위안을 얻었어…. 그러면서 좀 괜찮아졌고…. 시들어가던 나의 꽃도 다시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할 때…… 그때……. 내 꽃은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았어…..

 

  『야… 나 재미있는 생각이 났어 얘……지….자』

 

  『좋은 아이디어인데? 좋아 그럼……..래?』

 

  그 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더럽고…… 수치스러웠어…… 그리고 이 뒤 이건 나의 또 다른 지옥 같은 일상이 됐지…..

 

  꽃은 물을 먹으면 생기가 돌아…. 물이 필요하지…. 하지만 적당량을 넘은 물을 마시게 되면 꽃은 죽고 말아…..

 

  누구한테나 불행이 오고 시련이 와…. 하지만 만약 이게 너무 많이 온다면 그렇다면 우린 버티지 못하고 좌절하게 되지…. 나의 꽃은 너무나도 많은 물에 의해 시들어가더니 이내 죽었어……

 

  난 꽃 다운 나이에…. 고통을 받으며…..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나락으로 떨어져 갔어…..

 

  그 일을 당하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길을 걸었어 사람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어….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간신히 버텼는데 마치 내 노력의 성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난 완전히 무너졌어…. 그동안 안간힘을 써서 지켜오고 버텨왔던 모든 게 다 무너졌어….. 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한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오더라고

 

  “아가, 무슨 힘든 일 있니?”

 

  난 왠지 모르게 편하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속에다가 쌓아놔서 그런가 더 이상 속에 묻혀놓는 게 힘들었고 난 다 말했었어 그러자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넌 아무 잘못 없어…. 잘못을 했다면 그건 신의 잘못이야…. 이렇게 착하고 따뜻한 아이가 어째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냔 말입니까? 미안하구나 미안해…. 이 할미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미안하구나 아가….”

 

  참 이상해… 저번에 그 사장님도 그렇고 이 할머니도 그렇고…. 참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위로받는 기분이라니 깐?.......

 

  “할머니가 왜 미안해요…. 전 괜찮아요 할머니…. 할머니……….. 그러니 괜찮아요”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영원이는 웃으며 인사를 한 뒤 떠났다.

 

  참…. 불행한 인생이야 그지? 다음엔 행복할 거라고 믿어 난….. 다음엔 부디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를 빌어….. 신이 진짜 있다면 양심이란 게 있다면 날 영원히 힘들게 하진 않겠지…..

 

  네 번째 이유는 여기까지야….. 엄마, 아빠 그리고 형…. 난 셋을 미워해 특히 엄마, 아빠….. 그래서 한때는 저주했고, 힘들기를 바랐어….. 근데 막상 형이 힘든 일이 있자…. 어차피 누군가는 힘들어야 한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비록 내 결말은 비극이지만 그래도 차라리 내가 다 떠안고 가는 게 나은 거 같아…..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 더 이상 저주하지 않을게….. 축복할 게….. 잘 있어…. 애증 해 엄마, 아빠 그리고 형아… 비록 내가 죽기 그 직전까지도 형을 더 편애했지만 그래도….. 잘 살아라…. 셋 다…. 다음 생에는 다신 만나지 말자….. 제발…. 다음 생에는 나도 좋은 부모 밑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이유의 힌트가 있는 곳은 학교 화장실 중에서도 가는 사람이 제일 없는 곳 그곳에 있어.]

 

  영상이 끝나고 긴 침묵이 흐르다 이내 영원의 가족들의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부정했었는데….. 인정하게 되었다…… 영원이 왜 자신들한테 영원을 죽였다고 했는지…… 몰랐었다…. 정말 몰랐었다…. 영원이는 정말 똑똑한 아이였다…. 처음부터 이걸 보여줬으면 우린 끝까지 부정했을 거다… 하지만 천천히…. 하나하나씩 우리한테 당신들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해, 날 다 안다는 건 당신들의 착각이야….라고 알려주어서 인정할 수 있게 된 거다 우리의 잘못을…… 영상으로 보는 내내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끝까지 인정을 하지 않는 건 죽은 영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으니깐……

 

 

 
작가의 말
 

 이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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