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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두개의 가방
작성일 : 16-10-16 19:12     조회 : 578     추천 : 0     분량 : 5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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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섬 (강철과 혜리)

 

 

 바닥에 힘없이 털썩 주저 앉았다.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고,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모든것을 다 포기한 사람처럼 처량하게 강철의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강철은 웃고 있었다. 백팩을 메고 소리없이 웃음짓는 얼굴 뒤로 떠오른 해가 오늘따라 더 눈이 부셨다.

 

 

 강철 : 어디가니?

 

 혜리 : 아니... 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록 의도치 않게 말이 점점 더 꼬였다.

 

 

 혜리 : 아니... 저.. 그게 아니라...

 

 강철 : 주연이 찾으러 가?

 

 혜리 : 어? 어... 주연이..

 

 

 강철이 연신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한 걸음씩 혜리 앞으로 걸어왔다. 한 걸음씩 가까워 질수록 혜리는 앉은채로 바닥에 발을 밀며 엉덩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금세 현관문에 턱 부딪치고 말았다. 더 이상 가까워질 거리가 없을 만큼 혜리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강철이 무릎을 굽혀 혜리 정면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소리없는 웃음진 표정을 가까이에서 보니 소름끼쳐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한 순간도 강철의 소름끼치는 눈빛이 혜리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는 귓가에 속삭이 듯 말했다.

 

 

 강철 : 들어가자.

 

 

 강철의 말에도 꼼짝 할 수 없을 만큼 겁에 질린 혜리는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강철이 혜리의 양 팔을 잡아 들어 올렸지만, 힘이 풀린 다리가 영 말을 듣지 않았다. 강철의 양 팔의 힘에 의지해 끌려가듯 숙소 안으로 들어어가 신발도 채 벗지 못한 채 쇼파위에 던져졌다.

 

 강철이 쇼파에 던져진 혜리에게서 시선을 떼어 그 옆에 자신의 가방이 열려져 뒤진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혜리에게 시선을 돌려 천천히 다다가 혜리 옆에 앉았다. 두려움과 무서움에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머리카락만 떨구고 있자, 강철이 혜리의 얼굴만한 큰 손으로 혜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거친 숨을 가득 섞어 이야기 한다.

 

 

 강철 : 뭐... 찾아?

 

 혜리 : ......

 

 강철 : 뭐 찾냐구.

 

 혜리 : ......

 

 강철 : 안들려? 어? 지혜리! 말해봐. 뭐 찾아? 응? 뭘 그렇게 열심히 찾아, 내 가방에서?

 

 

 여전히 혜리가 말이 없자, 쓰다듬었던 강철의 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감정을 누르려는 듯 천천히 힘을 주어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고 소리를 질렀다.

 

 

 강철 : 말해! 쥐새끼 마냥 내 가방에서 뭐 찾았어?

 

 혜리 : 아니.. 그냥.. 약.. 약 찾았어, 약... 아파서.. 혹시 약이 있나 하고 찾아봤어. 그거 뿐이야. 아무것도 못봤어.

 

 강철 : 약? 무슨 약?

 

 

 '약'이라는 단어에 강철의 얼굴에 미세한 웃음이 돌았다. 혜리는 대답없이 바르르 떨며 울고 있었다. 그저 이제 다 끝났구나.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뿐.

 강철이 다시 혜리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낮게 속삭였다.

 

 

 강철 : 왜? 누가 아파?

 

 혜리 : ......

 

 

 강철의 얼굴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번졌다.

 

 

 강철 : 어디가 아픈데, 주연이가?

 

 

 공포감에 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울던 혜리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강철을 바라보았다.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 주르륵 흘러 버렸고, 입에서는 감당 할 수 없는 무서움이 끅 끅 소리를 내며 온 몸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혜리가 그렇게 눈물을 흘릴수록, 무서움에 온 몸을 바들바들 떨어 댈수록, 불안한 눈빛으로 강철을 쳐다 볼 수록 강철의 미소는 확고해져 갔다. 강철은 얼굴을 더 가까이 혜리에게 향했다. 코가 서로 부딪치는 거리. 그만큼의 거리에서 잠시 멈췄다. 웃고 있는 강철의 눈동자가 혜리의 눈과 입을 몇 번을 번갈아 가며 훑어댔다. 그리고 몇 번을, 가볍게 혜리의 입을 맞췄다 뗐다를 반복했다. 혜리는 바들바들 떨리는 몸으로 저항 한번 하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리고 그런 혜리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강철은 혜리만 들을 수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섬 (주연)

 

 

 따듯하게 불어오는 여름바람에도 온 몸이 시려웠다. 무거운 눈꺼풀을 몇 번이나 깜빡이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너무 목이 말라 입술을 떼어 한 마디 내뱉는 것도 힘겨웠다.

 

 '물..... 아, 목말라....'

 

 손을 뻗어 가방을 찾으려 했지만 손에 닿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신음소리와 함께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손을 뻗어서는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었던 가방을 무릎으로 몇 걸음 걸어 가져와서 물을 찾아 마셨다. 어찌나 목이 말랐던지 물을 마실수록 목마름이 더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반 통의 물을 쉴새없이 마셔대고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큰 돌에 몸을 기대어 앉아 무거운 몸의 무게를 덜어냈다.

 

 '혜리는 어디간거지?'

 

 열이 오른 탓에 초점이 계속 뿌옇게 흐렸다. 눈에 계속 힘을 주고 있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상황파악을 하려고 눈을 잔뜩 찡그린채 인상을 썼다. 주연의 가방 반대편으로 혜리의 가방이 보였다.

 

 '어딨는거지? 숙소에 갔나?'

 

 얼마나 누워서 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가방안에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 할까 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온 몸 구석구석 무겁고 찌뿌둥한 기운을 떨쳐 내기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숙소로 가볼까?'

 

 혜리가 없어서인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 들었다. 신음소리와 함께 바위를 손대 짚고 천천히 일어 서려던 순간,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혜리! 혜리였다. 아니면 강철인가? 강철이! 강철이가 왔나? 그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에는 틀림 없었다. 그리고 강철이가 왔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과 함께 본능적으로 몸을 다시 숙였다.

 

 잠시 뒤, 성난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숙소 (강철과 혜리)

 

 거실 쇼파 옆, 식탁의자 등받이와 혜리의 등이 서로 맞대어 묶여 있었다. 온 몸에 땀이 흘러 어느새 옷은 축축히 젖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멈춰버릴 듯 불안정한 숨이 헉헉대며 나지막이 내쉬어지고 있었다. 내일이 올 것이라는 희망도, 강철에게 묶여있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저 한 시라도 빨리 모든 것이 끝났으면 하고 생각 할 뿐.

 

 쇼파에 앉아 말없이 담배만 피우던 강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철의 움직임에 따라 혜리의 눈동자는 부지런히 강철을 따라갔다. 가방 옆 신문지와 함께 놓여져 있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이리저리 만지작 거렸다.

 

 '아.... 끝났구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하면서도 무서움에 자꾸만 몸이 떨려왔다. 이미 혜리의 몸은 이성을 잃어 본능적으로 움직여지는 듯 했다. 속눈썹 하나까지의 떨림도 온 몸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야구 방망이를 만지작 거리던 강철이 혜리에게로 시선을 돌려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강철 : 주연이도... 거기 있어?

 

 

 혜리의 몸이 더 격렬하게 떨려왔다.

 

 

 강철 : 주연이 아직 거기 있냐구.

 

 

 강철의 소름끼치는 웃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혜리 : 어...어...어디...에...

 

 강철 : 그건 니가 더 잘 알잖아. 왜? 주연이가 아퍼?

 

 혜리 : 아...아..니... 그게... 아니라...

 

 강철 : 아니면 뭐? 맞잖아 내말이. 쥐새끼 마냥 나무 사이에 숨어 있다가 나 배타고 나가니까, 여기 기어 들어온거 잖아. 아니야? 아니야?

 

 

 현관문 앞에서 보다 더 가까워진 혜리와 강철의 얼굴. 금방이라도 서로의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소름끼치는 웃음과 낮은 목소리는, 강철의 숨을 타고 혜리의 입과 코로 금새 온 몸 깊숙히까지 퍼져 나갔다. 고개를 돌리려 해봐도 진저리나게 따라오는 강철의 얼굴은, 혜리에게는 죽음보다 더 한 공포 그 자체였다.

 

 

 혜리 : 잘...못... 했...

 

 강철 : 하하. 뭘? 니가 뭘 잘못했는데? 그냥 주연이가 거기 있다고, 너랑 같이 있었다고 하면 될걸,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 재미없게? 후후. 기다리고 있어 혜리야. 금방 갔다 올게. 니가 나 무시하고 주연이 한테 붙어 있던 그 댓가가 어떤지 내가 보여줄게.

 

 

 숨막히는 강철의 일방적인 얘기가 끝나고 커다란 오른손으로 혜리의 뺨을 어루만지다 세게 때렸다. 혜리 등 뒤로 묶여있던 의자와 함께 한 쪽 바닥으로 나뒹굴여졌다. 곧이어 혜리의 고통스런 울음섞인 비명이 들려나왔고, 강철은 뒤를 돌아 현관문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쿵쾅대며 나가고 있었다.

 

 

 #섬 (강철)

 

 

 현관문을 나온 강철은 기분이 좋은 듯 휘파람을 불어댔다. 혜리를 먼저 처리할까 하다가 어차피 혼자 남을 이 긴 마지막 밤을 위해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혜리는 묶여있고, 주연이는 성치 않은 아픈 몸으로, 혜리가 서 있었던 풀 숲 근처에 누워 있을 것이다. 갑자기 쉬워진 모든 상황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소리없는 웃음을 지으며 마당을 걸어오다 이내 불던 휘파람을 멈추고 이리저리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왼손에 들려진 야구 방망이. 오늘이 지나 육지로 나가면 윗부분이 잘려져 더 짧아질 방망이를 들고 풀숲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숲이 시작되는 부분에 다다랐을 무렵부터 발걸음이 한결 신중해졌다.

 

 '쥐새끼 같은 년.'

 

 혜리보다 더 마른몸을 가진 주연은 그만큼 더 눈치가 빠르고 영악했다. 그저 강철이 찾을때까지 아파 누워있기를 바랄뿐. 이제 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연을 만나게 될 생각에 흥분되어 갔다. 가녀린 몸에 어울리는 길쭉길쭉한 손가락 그리고 점 하나없이 하얀 목과 얼굴 그리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 주연을 보면 마치 순정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여주인공 같았다. 싫다고 강철을 밀어내면서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여자. 강철 손으로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런 야릇하고 흥분된 생각으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길때, 혜리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짧은 비명.

 입을 막아놓고 왔었어야 했다.

 다급해진 마음으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잡아야해. 놓치면 안돼!'

 

 여기저기 다 뒤졌다. 주연이 묶여 있었던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두개의 가방을 발견했다.

 

 '썅년. 아주 사람 빡치게 하네!'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다. 미친개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하나씩 주연의 흔적을 발견했다.

 

 '코딱지만한 섬에서 아주 사람 힘들게 하네....'

 

 소름끼치는 웃음은 이미 사라졌다. 밟아져 쓰러진 풀들을 따라 정신없이 헤매어 찾아다녔다.

 

 그 길 끝은 절벽.

 

 한 걸음씩 절벽 끝을 향해 다가갔다. 90도에 가까운 경사진 곳. 그 곳 밑에는 하얀파도만 거품을 물고 절벽 끝에 부딪쳐 부서지고 있었다.

 

 이어서 강철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썅년. 어디서 개수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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