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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62. 비밀 요원
작성일 : 20-04-16 22:37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8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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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국. 공국을 지탱하는 3개의 세력중 하나. 원래는 공화정의 비밀경찰로, 과거 바엘반도에서 폭정으로 지배하던 귀족들과 상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설립된 존재들이었지만, 공화정 수립 이후 점점 덩치가 커져서 공국의 한축으로 성장하게 되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능력은 다른 집단에 비해 엄청난 무력을 자랑했으니까 말이다.

 

 “난 이제 공국 사람이 아니야. 마크소. 더는 그쪽 일에 관심이 없다고.”

 

 그는 현 정보 국장이자, 한때 케일의 직속 부하였던 마크소. 그녀가 떠나기 전에 지목했던 후임자였다. 그녀가 가장 신뢰하고 믿을만한 후임이었으니까. 적어도 그녀의 사후처리를 확실히 해줄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덕분에 일복이 터지다 못해 넘쳐서 문제였다.

 

 “그쪽 일에 관심이 없으시다 하면서, 항상 왜 편지는 보내시는 겁니까?”

 

 “그야, 네가 일 잘하는지 궁금하니까.”

 

 싱글싱글 웃는 케일을 보며 그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래 그녀는 항상 이랬다. 언제나 제멋대로에다가 늘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다만, 그게 나쁜 쪽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지.

 

 “저는 언제나 일 잘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처럼 귀찮다고 부하에게 일을 다 넘기고 떠나지는 않는다고요.”

 

 마크소는 그녀의 말에 투덜대면서 말을 했다. 뭐, 진짜 귀찮기도 하고, 목숨의 위험이 왔다 갔다 하는 자리에 있기는 싫었으니까.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그렇게 물량 공세로 들어오면 막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너라면 어차피 빠져나갈 길은 만들 수 있으니까 맡긴 거지.”

 

 “저도 목숨이 하나뿐인 인간이라고요. 딱, 하나뿐인.”

 

 “그래서 무슨 일로 왔다고?”

 

 케일은 가볍게 물을 따라서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그녀가 넘겨준 물을 찾으려고 손을 더듬거렸다. 그 모습에 조용히 에노가 그의 손에 컵을 쥐어주었다.

 

 “아, 누군 진 몰라도 고마워요. 국장... 아니, 이제는 케일씨라고 하면 되나요? 사실 지금 공국에 엄청난 문제가 터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공국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죠.”

 

 “공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게 무슨 말인데?”

 

 “흠, 그것 때문에 사람을 보내긴 했는데, 안 만나 보셨습니까?”

 

 케일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로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제가 보낸 아이들을 만나 보셨습니까?”

 

 “응? 네가 보낸 애들? 설마 그 바보들, 네가 보낸 거야?”

 

 공국과는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따돌리고 다녔었는데, 그 바보들이 그가 보낸 사람들이었다니.

 

 “그렇게 멍청하게 행동해서 암살자가 아닌가 싶었거든.”

 

 “확실히 멍청한 애들을 보내야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쉽거든요. 그래도 실력하나는 공국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어서 보낸 거긴 한데 말이죠.”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다르게, 녀석들은 너무나 일을 잘해서(?) 그녀를 여태껏 감시만 하고 있었다. 그녀도 그런 녀석들 때문에 매번 녀석들을 따돌리면서 움직였고, 녀석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매번 놓치고 말았었다.

 

 “차라리 직접얘기하지 그랬냐?”

 

 “그랬다가는 다른 녀석들에게 어떻게 될지 몰랐거든요. 워낙 뒤통수를 노리는 녀석들이 많아서 말이죠.”

 

 다만, 녀석들 정말 성실하게 서신들을 불태워서, 진짜 메시지를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것만 제대로 파악했으면, 그 동안의 헛짓거리만 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말이다.

 

 “하아, 근데 그 바보들이 유치장에 갇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참, 공국요원의 역사상 처음으로 경찰에게 잡힌 바보들이라니까요. 참, 그리고 이거.”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을 한 뒤, 천천히 작은 문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 문서는 정보국의 인감이 찍힌 문서였다. 그것도 기밀에 해당하는 문서에만 찍히는 중요한 인감 말이다.

 

 “이야, 이걸 나한테 주면 안 될 텐데? 국가 전복죄로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괜찮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의 승인도 받았거든요. 물론 케일씨 같은 일반인에게 드리는 것은 불법이지만요.”

 

 “응? 그렇다면 이 기밀문서를 다른 나라에도 줬단 말이야?”

 

 “뭐, 그렇죠. 공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협력을 좀 구해야 해서 말이죠. 그냥 보통사안이 아니거든요.”

 

 그녀는 그가 건넨 문서를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사실이니? 그 멍청이들이 뭔 짓을 한 거야?”

 

 “하아,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도 녀석들이 꽤나 치밀하게 움직이니까 말이죠.”

 

 문서에 적힌 내용은 현재 공국 내에서 일어난 군부의 쿠데타와 함께, 대 마법 병기 두 개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군부의 쿠데타는 매번 일어나는 일이라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 대 마법 병기라는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오호, 그 밑에는 사도 녀석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네, 그렇습니다. 국장님께서 그렇게 신경 쓰라고 하셨는데…….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녀석들이 머리를 잘 쓴 거지. 나도 녀석들의 함정에 걸려서 죽을 뻔했는데 말이야.”

 

 녀석들 대 마법 병기를 어디다 써먹으려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꽤나 성가신 일이 생겼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 대 마법 병기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마법사를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주변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밀어내는 환류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물건으로, 마법을 완전히 못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체를 강화마법이나 범위 형 마법들은 사용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대포나 화염방사기 같은 성가신 무기들을 갖추고 있고, 단단한 장갑을 두른 일종의 결전병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존재는 공국이 다른 나라에 정복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인가?”

 

 “네. 처음에는 다들 반대가 심했지만, 도시 연합 사건으로 사도들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다른 나라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죠. 다행이 제국이나 왕국들도 꽤나 우호적인 반응이라 안심이 됐지만요.”

 

 “다른 나라들도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고 있으니 당연하지. 당장 여기도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는데 말이야.”

 

 역시 어딜 가든 사도들은 항상 사건을 일으키고 다닌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고, 많은 것들이 부서졌지. 정말이지, 조용히 살고 싶은데도, 조용히 살지 못하게 만드는 녀석들 때문에 짜증이 솟구친다. 밟아도, 밟아도 계속해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 같으니까 말이다.

 

 뭐, 어쨌든 이야기는 잘 들었지만 사실 그에게 도움을 줄만한 것은 1도 없는 그녀였다. 케일은 그에게 다시 문서를 돌려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래도 난 너희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순 없어. 그건 너도 왜 그런지 잘 알거고.”

 

 “압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으로 왔으니까요. 다만, 그것들과 만나게 된다면, 그저 흔적도 없이 부셔 주셨으면 합니다.”

 

 “오호? 그 말은 다른 나라에 정보를 넘겨주지 말아 달라는 건가?”

 

 “하하하. 뭐, 그저 옛 부하가 옛정을 빌어서 부탁하는 거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천천히 물 컵을 내려두고는 정확히 에노와 아멜 쪽에 인사를 했다. 분명 눈이 안보일 텐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지, 모르겠다. 에노와 아멜도 그의 인사에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미소를 빙그레 지었다. 그 모습에 케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봐, 우리 직원들에게 눈독들이지 말라고. 행여나 해코지를 하려고 하면 가만 안 있을 거니까.”

 

 “하하하, 농담도 심하십니다. 제가 어떻게 국장님 사람들을 건드립니까. 것보다 저 역시 국장님 사람입니다. 참, 슬슬 바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나도 이제 밥 먹어야 하니까 가보라고.”

 

 케일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그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음식을 들고 나오는 람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응? 누구 왔다 갔어?”

 

 “아, 아는 지인분이 오랜만에 봤다고 인사를 건네고 갔어요.”

 

 “그래? 난 또 고백한다고 무슨 귀찮게 구는 사람인줄 알았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방금 막 만들어진 요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래, 너무 대화에 열중하고 있어서 잊고 있었다. 지금 우리들은 이걸 기다리고 있었지.

 

 “자, 그럼 따끈따끈한 타조 알 요리 코스 대령이오! 든든하게 먹어두라고!”

 

 람프가 차려준 오믈렛과 몽글몽글한 찜. 그리고 커다란 타조 알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삶은 타조 알까지. 정말이지, 보이는 모습, 전사의 인상과는 달리 섬세하면서도 깔끔한 요리 실력에 한 번, 그리고 그 맛에 두 번 놀라는 그의 솜씨였다.

 

 “하하하, 잘 먹을게요.” / “잘 먹겠습니다!”

 

 람프의 요리에 모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뭐, 람프는 밀린 주문을 마저 다 해야 해서 다시 주방으로 가야 했지만.

 

 “자, 그럼 이제부터는 즐거운 식사 시간을 한 번 가져볼까?”

 

 천천히 식기를 집어 들고,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음식을 하나둘 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의 음식들을 먹으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아, 오후에 가게를 열건지 안 열건지는……. 밥을 다 먹고 의논 해봐야겠다. 지금은 먹는 게 중요하니까.

 

 

 

 

 

 

 - 로하니아 서부지구, 알랑테르 거리 여관 -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반쯤 풀어 헤쳐진 머리를 정리하며 천천히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묶지 않으면 붉은 머리칼이 등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어서, 헤집어진 머리칼을 정리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우우... 귀찮은데, 그냥 머리를 확 밀어버릴까?”

 

 그녀는 열심히 빗질을 하며 머리를 정리하곤, 머리띠와 핀을 이용해 한껏 묶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로소 그녀의 가려져있던 얼굴이 드러날 수 있었다.

 

 “흠, 심심한데, 언니네 집에나 가볼..... 어라?”

 

 문뜩 그녀는 자기 직전에 손에 쥐고 있었던, 저번에 적에게서 가져온 전리품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안 좋은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이 심하게 다쳐서 누워있는 장면이 말이다.

 

 “흐으..”

 

 그녀는 순간 손가락에 힘이 들어 가버렸다. 그녀의 손에 있던 목걸이는 마치 설탕 과자 마냥 바사삭하고 부서져 버렸다.

 

  “백색 마녀......... 다시 생각해도 열 받네?”

 

 최근에 도시 연합에서 일으킨 대소동과, 로하니아에서 일어난 괴물 습격 사건.

 

 빠드드득.

 

 그녀의 딸과 딸의 친구들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하마터면 하나뿐인 딸을 잃을 뻔했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지금 이 도시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했다는 것이, 최근에 보여주는 셰이옌의 행보가 생각할수록 그녀에게 화를 돋우고 있었다.

 

 “그래........ 언젠가 그 꼬맹이 녀석의 버릇을 고치려고 했는데 말이야.”

 

 딱 한번 붙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에게 유효타를 먹여보긴 했지만, 그녀의 압도적인 마법세례에 일진일퇴를 반복하다....... 아니, 정확히는 7대 3으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핫, 나는 이만 만나 볼 사람이 있어서 가볼게~.’

 

 라는 말과 함께 그냥 휙 가버리고 말아서 그대로 끝나버렸지만 말이다. 대신 주변에는 무릎을 꿇고 숨을 고르는 이옌과 그녀가 오기 전에 살해당한 사람들의 시체만 조용히 남겨져 있었다.

 

 정말이지, 귀여운 소녀의 모습과는 다른 괴팍하고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상대방을 위에서 내려다보려고 하는 태도. 그리고 이옌의 정의와는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도저히 그냥 집고 넘어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힘이 부족했고, 그랬기에 그녀에게 밀려서 아무것도 하질 못했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수행을 했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최대한 많은 힘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흠, 천도 나중에 새 걸로 바꿀까?”

 

 그녀는 흉터가 많이 있는 주먹을 바라보며, 옆에 놓인 천으로 둘둘 감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상처들은 그녀가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 흉터들 위로, 그녀는 조금 헤져있는 하얀 천을 가방에서 꺼내 덮기 시작했다.

 

 천천히, 둘둘 손목부터 감기기 시작한 천. 그녀는 손가락 하나하나 빈틈없이 천을 감아두었다. 덕분에 풀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해놓은 천은 그녀와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천을 완벽하게 감아둔 그녀는 주먹을 앞으로 몇 번 휘둘렀다.

 

 훅~. 훅~. 퍽. 퍽.

 

 가볍게 휘둘렀지만, 그녀의 주먹에서 나간 공기는 주변을 가르며 여관의 벽을 후려쳤다. 그녀는 천이 만족스럽게 감겼는지, 씨익 웃더니 다시 침대 위로 벌러덩 누웠다. 머리 하나 묶고 천을 감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금방 지치네, 금방.

 

 그녀는 편안히 누운 자세에서, 가볍게 자신의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풀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소켓을 열어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 소켓 안에는 갈색 머리의 남자와 푸른 머리의 여자, 그리고 함께 서있는 자신의 모습이 안에 담겨있었다. 참, 이렇게 셋이 만난 것도 우연이었지만, 금방 성격이 맞아서 친해졌었는데..........

 

 “참나, 언니가 그렇게 죽어라 엮이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걸 이제 알 것 같네. 근데, 뭐 이렇게 된 이상 이미 휘말려버렸잖아? 그럼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 뭐.”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소켓을 덮었다. 소켓은 하나로 합쳐지며 작고 맑은 소리를 냈다. 그녀는 목걸이를 다시 걸고, 기지개를 쭉 피며 일어났다. 오늘은 도장들도 휴일이나 쉬고 있을 테니.......

 

 “후아암. 언니네 놀러나 가볼까?”

 

 심심한데, 역시 케일네 집에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곳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 지금 가게에 있겠구나!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천히 여관 문을 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뭐, 또 찾아가면 한소리를 하겠지만.... 그것마저도 좋으니까 말이다.

 

 

 

 - 로하니아 남부지구, 1번가 치안대 파출소 내 식당 -

 

 

 간단하게 차려진 식당 밥을 퍼서, 자리에 앉는 두 사람. 사실 원래라면 케일과 같이 밥을 먹으려고 했겠지만, 최근에 돈을 많이 쓰다 보니, 남은 돈이 없어서.......

 

 “크흑... 한동안, 식당 밥을 먹어야 한다니, 너무 슬프잖아! 항상 똑같은 맛, 똑같은 반찬이라고.”

 

 “대장, 어차피 지금 순찰 시간도 아니라서 돌아다니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그렇게 투정하시면 되겠습니까?”

 

 덴커일은 투덜거리는 크리엔에게 쓴 소리를 하며 반찬을 열심히 집....... 지 않고, 딱 맛있는 햄 볶음이나 양파 절임만 담아왔다. 그 외에 콩 조림이라던 가, 말린 연근 등은 그대로 그 자리에 고스란히 두고 빠져나왔다. 그 모습에 크리엔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봐, 너도 싫어서 편식하잖아. 솔직히 왜 말린 연근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린 멸치도 아니고, 말린 연근이 말이야.”

 

 “잘 먹겠습니다.”

 

 “야, 야! 왜 내 말 무시 하냐? 내말이 우습냐?!”

 

 “뭐, 대충 그렇습니... 아, 본심 나왔다.”

 

 참, 가면 갈수록 더 대범해지는 녀석이다. 크리엔은 덴커일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짜증을 냈지만, 언제나 그렇듯 덴커일은 한결 같은 표정으로 그에게 흔들리면서 그의 짜증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거기! 남아있는 치안대 인원 있나요?!”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식당 밖을 바라보았다. 하필 지금 여기에 남아있는 치안대 인원은 식당 조리원을 빼고는 그들 뿐. 점심을 늦게 먹으러 왔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상담원도 없는데.......”

 

 참, 밥 먹어야 하는데, 일을 해야 하다니. 어차피 밥이 맛이 없어서 먹기는 그렇지만.... 아니에요, 아주머니!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일단 가보죠.”

 

 두 사람은 밥을 먹다 말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갔다. 파출소 안에는 부채를 들고 있는 여자와 그 옆에서 그저 웃고 있는 깔끔한 차림의 노인이 서 있었다. 분명 분위기로 봐서는 어느 귀족의 자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귀찮은 일을 시킬 것 같으니, 대응 매뉴얼대로 행동해야겠다. 크리엔은 그에게서 볼 수 없는 사무적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급한 일로 지금 당장 체포하러 가야해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와서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고, 경위서를 적어주시면......”

 

 “저는 이곳 영주의 딸 아넬리나입니다! 지금 급한 일로 여러분을 찾으러 온 거 거요.”

 

 ‘응? 잠깐? 아넬리나님이라고?’

 

 “아? 네?! 잠.. 잠깐만! 뭐라고요?!”

 

 “죄송합니다, 아넬리나님. 변장이 완벽해서 못 알아봤습니다.”

 

 데.. 덴커일, 이 자식! 행동하나 더럽게 빠르네! 크리엔은 덴커일을 따라 급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넬리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못 알아 본거는 괜찮아요. 그보다 지금 급한 일이 있으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

 

 “아.. 네... 근데 무슨 일이십니까?”

 

 “공국 요원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것도 대낮에 거리를 말이죠.”

 

 거리에 대놓고? 그 말에 놀란 크리엔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덴커일. 하지만, 확신해 찬 듯이 얘기를 하는 아넬리나의 모습에 뭐라고 딱히 반론을 할 생각은 없었다. 거기다 그녀가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거나, 사람들을 막 대하거나 거짓말을 일삼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수염을 어루만지는 집사의 행동이 신경이 쓰였다. 뭔가 귀찮은 예감이 팍팍 드는데........

 

 “거리를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고요?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잡으러 가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녀의 말을 들어야 했기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당당히 그들 앞에 서서 큰소리로 외쳤다.

 

 “좋아요. 어서 가자고요!”

 

 아넬리나는 그들을 안내하기 위해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 뒤로 크리엔과 덴커일, 집사 셋이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뭐, 물론 뒤에 만날 사람을 보고 놀라게 되었지만 말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테니까.

 
작가의 말
 

 으... 요즘 운동을 쉬니까 살이 쪄버렸어요... ㅠㅠ 다시 열심히 해서 빼야지 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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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4. 정령 납치 사건? 2020 / 3 / 19 356 0 8460   
55 53. 마법사와 요정, 그리고 정령 2020 / 3 / 14 348 0 7882   
54 52. 에노와 셰이옌 2020 / 3 / 12 377 0 7786   
53 51. 대화, 대결, 태엽인형과 초대장 2020 / 2 / 28 358 0 8973   
52 50. 다시 일상으로 2020 / 2 / 27 534 0 9137   
51 49. 다른 세계의 사람들. 2020 / 2 / 21 354 0 8361   
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5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65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59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5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6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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