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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영애의 구원자
작가 : 블리영
작품등록일 : 2020.4.14

아가씨는 아녀인 제가 구합니다.
#집착 #피폐물 #공작영애 #하녀 #마법 #로판

 
3화. 마법사 카리스
작성일 : 20-04-14 11:33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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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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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니고 하늘로 솟은 것도 아니고

 지켜보던 눈앞에서 루이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 얼빠진 루이스의 표정을 볼 때 일순간 통쾌함이 들긴 했지만 혹여나 크게 다치거나 어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어버린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졌다.

 제아무리 개인적인 감정으로 루이스를 싫어한다 해도 어찌 됐든 셰이앤 아가씨의 약혼자이고 브란티아 제국에선 없어선 안될 높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하녀 나부랭이와 같이 있다가 뜬금없이 마법으로 어딘지 모를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니?

 공작 시해라는 죄목으로 광장에서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모습이 눈앞에 뚜렷하게 펼쳐지는 것만 같아서 현기증이 났다.

 아벨린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은 로브의 남자가 멍하니 있는 아벨린의 눈앞에서 손을 휘적거렸다.

 

 "왜 아직도 표정이 안 좋아? 내가 아가씨 대신 루이스 자식 혼내줬는데"

 

 아벨린이 자신의 물음에 쳐다보지도, 대답도 하지 않고 안 좋은 상상의 나래만 펼치고 있으니 남자가 입을 삐죽이며 얼굴을 거의 다 가리고 있던 검은 로브를 벗었다.

 머리를 헝클이자 칠흑같이 새카만 머리가 남자의 이마 위로 가볍게 떨어졌다.

 

 "루이스가 걱정돼?"

 

 남자가 퉁명스럽게 물으며 아벨린의 손을 잡았다. 아벨린이 잡힌 손을 빼내려 몸을 달싹 거리자 고개를 저으며 손을 다시 꽉 잡고서는 뜻 모를 단어들을 작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아벨린의 코 끝에 시원한 박하향이 전해져왔다. 그제서야 아벨린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제대로 쳐다봤다.

 로브를 벗은 남자는 능글거리는 말투와 안 어울리게도 길게 찢어진 눈매에 새하얀 피부의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유심히 쳐다보던 아벨린의 시선을 느낀 건지 내리깔고 있던 눈을 뜬 남자가 눈꼬리가 얇게 휘어지도록 웃고는 아벨린의 손을 놓았다.

 

 "난 아가씨가 더 걱정인데"

 

 남자의 의미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잠시, 아벨린이 한 손을 황급히 올려 자신의 뺨을 꾹 눌렀다.

 어제 루이스에게 맞아 생긴 뺨의 붓기와 통증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아까 던진 책에 맞아서 생긴 등의 욱신거리던 통증도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길거리에서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것은 종종 봤었고

 마석 판매도 암시장 내에서 비싼 값에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해 들은 적도 있다. 이 시대에 마법사는 있을 만큼 있는 터라 엄청나게 대단한 부류의 직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 마법사들의 대부분이

 마석을 사용하지 않고 쓰는 마법은 기껏 해봐야 작은 물건을 가까운 곳에 옮기는 정도의 마법이라거나 작은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거나 혹은 시원하게 만드는 약간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정도의 마법들이었다.

 엉덩이 한대 때린 걸로 루이스를 사라지게 한 것도 그렇고 그 어렵다고 들었던 치료 마법도 몇 마디 중얼거리며 쉽게 쓰는 걸 보니 앞의 남자는 마법사 중에서도 엄청나게 높은 실력의 마법사가 분명했다.

 남자는 책방 천장 가까이에 달린 시계를 힐끗 쳐다보고서는 바닥에 던져놓았던 로브를 대충 털고 한쪽 팔에 걸쳤다.

 

 "아! 루이스 그놈 걱정은 안 해도 돼 멀리 안전한 곳에 보냈을 뿐이니까, 성질 더러운 놈이라 아까 내가 다른 곳으로 안 보냈으면... 큰일 났을걸?"

 

 남자의 생색내는듯한 말에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솔직하게 저 남자 아니었으면 지금쯤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게 책장에서 떨어진 책들이 아니라 루이스의 칼에 잘려나가 떨어진 내 머리였을 것이다.

 나도 아까는 간이 부은 건지... 아무리 열에 받쳤다고 해도 무슨 용기로 루이스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본 걸까 아벨린은 이제서야 뒤늦게 머리에 피가 돌아서 긴장이 찾아오는 것만 같았다.

 책방 문을 열고 나가려던 남자가 멈추더니 다시 문을 닫고는 멍하니 서있는 아벨린의 앞으로 걸어왔다.

 

 "아가씨 이름이 뭐야?"

 

 "으음..."

 

 이름을 묻는 남자의 말에 쉽사리 대답하기 망설여졌다.

 이 마법사가 오늘 처음 본 나를 왜 도와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루이스에게 대하는 행동이나 말투로 봐서는 루이스와 어느 정도의 친분은 가지고 있는 사이인 거 같았다.

 이름이 무슨 보물단지도 아니고 이 남자에게 안 알려줄 이유는 없지만 루이스와 친분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단순히 이름 알려주는 것마저도 거부감이 들었다.

 한번 보고 지나갈 사이인데 굳이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난 그냥 일개 하녀일 뿐이고 저쪽은 대 공작과 실력 좋은 마법사, 오늘이 지나고 며칠이 더 지나고 나면 이 남자는 내 얼굴조차도 희미하게 생각날 것이 분명했다. 루이스도 내 이름조차도 모른 체 나를 그저 셰이앤님의 하녀 1, 하녀 2, 하녀 3 이 정도로 대충 알고 있을 텐데 괜히 엮여서 긁어 부스럼 생길 일을 만들기조차 싫었다.

 

 "알려주기 싫은 거야?"

 

 아벨린이 대답 없이 가만히 서있으니 잠시 생각하던 남자가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뭔가를 꺼냈다.

 

 "아가씨 손 펴봐"

 

 아벨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손을 내미니 손바닥 위에 알록달록한 무늬의 사탕 한 개가 톡 하고 떨어졌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사탕이거든 주머니에 딱 세 개 들어있는데 아가씨 하나 줄게"

 

 뜬금없이 받은 사탕이라 아벨린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 나왔지만 이름 알려주는 것도 거절하는 티를 적잖이 냈는데 작은 사탕 주는 거까지도 거절하기엔 자신을 도와준 사람한테 너무 예의가 아닌 거 같아 겉옷 주머니 속에 사탕을 집어넣었다.

 

 "네 잘 먹을게요. 사탕도 그렇고 오늘 감사했습니다. 마법사님"

 

 "카리스"

 

 "네?"

 

 "내 이름 카리스라고 마법사님은... 조금... 그러니까 그냥 카리스라고 불러"

 

 마법사님이라고 불리는 게 부끄러운 건지 검은 머리칼 사이로 살짝 드러난 카리스의 귓불이 새빨개져있었다.

 그 정도 마법 실력이면 주변에서 다들 마법사님이라고 굽신대며 떠받들 여줄 텐데... 마법사라는 호칭에 익숙한 사람은 아닌가 보다.

 

 "아, 네 카리스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응 그리고 오늘 루이스랑 나랑 있었던 일들은 혼자만 알고 있어줄 수 있을까?"

 

 카리스가 귓불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며 오늘 봤던 마법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에둘러 말했다.

 

 '뭐 어차피 나 혼자 본 거니 다른 곳에서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응? 나 혼자....?.... 아! 책방 아주머니!'

 

 아까부터 뭔가 잊은 거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루이스에다 마법에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책방 아주머니를 깜빡해버렸다.

 주변을 두리번대는 와중에 카리스가 아벨린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손가락으로 책방 구석을 가리켰다.

 카리스의 손가락 끝에는 책방 아주머니가 이상한 포즈로 엎어져있었다.

 혹시 쓰러지기라도 하신 건지 뛰어가서 아주머니를 흔드는데 미약하게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루이스 날려보낼쯤부터 기절하신거 같던데?

 그대로 잠드셨나봐. 일어나도 꿈이라고 착각할거같으니

 기억 지울 필요는 없을거같네"

 

 "기억을 지우실수 있으면 저한테 말하지 말아달라 부탁하실게 아니라

 제 기억을 지우시면 더 간단하지 않아요?"

 

 아벨린의 호기심 서린 물음에 고개를 까딱이며 미묘한 표정을 짓던 카리스가 천장 쪽 시계를 다시 쳐다보더니 아벨린의 머리를 약하게 쓰다듬고는 대답 없이 책방 밖으로 나갔다.

 
작가의 말
 

 추천&선작 높은 폭으로 오르면 1일 1연재 힘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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