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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61.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
작성일 : 20-04-10 21:54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8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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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수호자에 대해서 아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저도 솔직히 스승님에게서만 들은 이야기뿐이라서 말이죠.”

 

 수호자. 세계를 창조했던 신들이 남긴 유산. 전승으로만 남은 이야기들.

 

 “사도라는 녀석들은 그저 단순한 이교도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들 뒤에는 엄청난 존재가 있죠. 한때 세계를 창조했던 신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4번째 신 코오르소스와 ‘이름 모를 존재’를 말이죠.”

 

 “창조신 설화에 나오는 악신인가요? 근데, 그건 신화일 뿐이잖아요.”

 

 예전이야 신에 대한 신앙심이 높아서 각 교단들의 힘이 컸었지만, 지금은 그저 한낮 전설 속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저 신을 믿는 사람은 믿고, 안 믿으면 안 믿는 거고. 신의 은총을 받았다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대개 사기꾼들이 저지르고 다니는 짓이었을 뿐이었다.

 

 “뭐, 저도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싶었죠. 하지만 이 검을 스승님에게서 물려받게 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신들에 대한 것들도 말이죠.”

 

 신들과 신들끼리의 전쟁, 세계와 세계를 오가며 이어지는 대격변에 대해서 말이다. 한때는 모든 것이 조화로웠던, 하얀 백지 위에 아름답게 그려진 세계가 있었다. 태초 신과 그의 형제들은 그 세계를 사랑했고, 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들에게 많은 정성을 쏟아 부었다고 했다.

 

 하지만, 태초의 신과 두 신이 관리하던 아름다운 세계를 시기한 4번째 신 코오르소스와 ‘이름 모를 존재’는 자신들의 종자들을 모아서 그들의 세계를 부수고, 자신들이 다시 세계를 창조하려고 했었다.

 

 “악신의 종자는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신들은 꽤나 고전했다고 해요. 신들이 세계를 관리하느라 정신을 쏟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전쟁을 위해 이를 갈고 있었으니까요. 뭐, 이 정도는 설화에서 나오는 얘기니 다들 아시겠지만요.”

 

 덕분에 원래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로 합쳐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지만, 신들의 불화로 인해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세계가 8조각으로 나뉘게 되어버렸었다. 그리고 그 8개의 세계는 과거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었던 세계와 달리 각각의 세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원래는 하나로서 발전했어야 할 세계들이,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그대로 다른 세계 분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들은 자신들이 남은 세계는 어떻게든 지킬 수 있었지만,

 

 “신들이 없는 남은 세계들은 지킬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죠. 악신을 처리하긴 했어도, 악신의 종자는 셀 수 없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은 남은 조각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해, 신의 힘이 담긴 무구를 나눠주고, 힘을 너무 사용한 나머지 깊은 잠에 들어갔다고 해요.”

 

 “흠, 근데 무구에 관한 얘기는 처음 듣는 걸요? 설화에 그런 내용이 있었나요?”

 

 “설화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7명의 종자가 내려와 남은 이들을 보살폈다’라고 나와 있죠. 그게 아마 수호자의 시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내려온 수호자는 중심이 된 세계에서 각기 다른 세계를 오가면서, 남아있는 종자들과의 싸움을 지속해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집요하게 달려드는 종자들을 막기는 버거웠다. 그 와중에 그들을 두려워했던 세계의 주민들은 수호자를 공격하는 일도 있었고, 또는 그 힘을 이용해 먹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회의감을 느낀 일부 수호자들은 검을 봉인한 채 자취를 감추기로 하고, 남은 수호자들 역시 이 힘이 악용되지 않게 숨어들기로 하면서, 이들 수호자들은 역사의 한편으로, 그저 전설 속의 이야기로 사라져 잊혀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젠 아는 사람이 없는 거죠. 솔직히 저도 스승님에게 듣기 전까지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었거든요.”

 

 “후.....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네요.”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처럼, 리엔과 아이샤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아직 그렇게 까지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말이다. 실제로 수호자의 검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은 것도 있고, 그 검을 사용하는 것을 본적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수호자로서 활동하면서 힘들거나 한 적은 없었나요?”

 

 “뭐, 딱히 크게 힘든 적은 없었어요. 애초에 스승님에게 물려받고 난 직후를 제외하면........ 너무 평화로웠죠. 사실 조금 회의감이 들긴 했죠. 애초에 이 검을 들고서 좋은 일 따윈 없었으니까요.”

 

 아이샤는 그런 그의 말에, 말을 잇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차려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를 못 채겠지만, 미세하게 팔과 다리에서 마력이 흘러나오는 것을 본다면 십중팔구 그게 의수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 그렇게 생각 안하셔도 되요. 이건 오히려 저에게 있어서 고마움의 상징인걸요. 오히려 제 팔과 다리를 바쳐서 동생을 구했으니까요.”

 

 “응? 그게 무슨 말인 거죠? 펠트씨의 팔이랑 다리가...... 우와왁!”

 

 가볍게 오른팔을 잡아당겨서 빼내는 모습에, 리엔은 화들짝 놀라며 그걸 바라보았다. 자연스럽다 못해 진짜 팔이랑 똑같이 생긴 팔이라, 진짜 팔을 뽑아낸 것과 같아 보이니까 말이다.

 

 “아이샤님이 오셨다고.... 요?”

 

 마침 이샤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그 모습에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뭐, 그 어느 누구도 갑자기 팔을 떼어내 흔들고 있는 것을 본다면 놀라서 자빠질 테니까.

 

 “어... 아,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푸하하하! 미안해요. 그런 눈으로 봐서요.”

 

 아이샤는 그 모습에 한바탕 웃으며 차를 마셨다. 팔이 없든, 다리가 없든, 그게 뭐가 중요한 거지? 그가 그렇다고 나보다 못한 사람은 아니잖아? 것보다 제국 내에서도, 굴지의 용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굳이 쓸 때 없는 동정심을 가지는 것이, 더 불편함만 초래할 뿐이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아.. 아까 뭐였어요? 그거?”

 

 “아, 마법공학의 절정으로 만든 특별 제작한 의수에요.”

 

 “그런 의수도 있나요? 정말 신기하네요. 진짜 팔 같은데.”

 

 겨우 진정된 가슴을 어루만지며, 이샤나는 조심히 문을 닫고 들어왔다. 리엔 역시 의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고요.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런 장난치는 건 아니죠?”

 

 “하하하, 가끔씩 제 친구들한테도 치기도 하죠. 친구 중에서 꽤 잘 놀라는 친구가 있거든요.”

 

 “으으, 정말이지 대장도 그렇고, 어째 수호자들은 하나같이 다 장난기가 많나요? 우리 아멜 좀 본받으라고요! 좀!”

 

 리엔의 말에 펠트는 그대로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그의 스승도 꽤나 별난 사람이긴 했었지. 장난기가 많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은 사람이긴 했으니까.

 

 “참, 저는 펠트. 케일씨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펠트는 가볍게 악수하기 위해 오른 팔을 내밀었다. 물론 오른팔을 다시 몸에 고정 시킨 게 아니라, 왼손으로 잡고 내민 거였지만.

 

 “아하하하;;;; 저는 이샤나입니다. 케일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어요.”

 

 이샤나는 가볍게 그의 손을 붙잡으며 그의 악수를 받아드렸다. 정말이지 그녀의 말대로 별난 사람인 것 같다. 정말로, 별나고 특별한 사람. 마치, 그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말이다.

 

 

 

 

 

 - 로하니아 남부 지구, 1번가 리버튼 거리 케일라 약국 -

 

 

 조용한 약국의 모습. 일찍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있었다. 열심히 준비를 하고 왔던 아넬리나는 그 모습에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가게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문을 안 열었나보네요?”

 

 “무슨 사정이 생겼다고 했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도둑맞은 물건들은 그분들이 찾아다 줬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에노님이에요. 근데, 로하니아에서 도둑질이라니. 아무리 소소한 도구라고 해도 도둑질은 나쁜 거라고요. 작은 눈덩이를 굴리면 큰 눈덩이로 불어나니까요.”

 

 감히 로하니아에서, 그것도 그녀가 가장 아끼는 가게의 물건을 훔쳤다고?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 성에 돌아가면,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의지를 불태우셔도 법은 법입니다. 사적으로 수사력을 동원하실 수는 없다고요.”

 

 “쳇. 가드들을 이용해야겠군요.”

 

 “그것도 안 됩니다. 가드는 영지를 지키는 용도입니다. 그것도 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으십니다.”

 

 집사의 단호한 말에 시무룩해진 아넬리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가게를 바라보았다. 뭐, 그래도 알아서 수사는 잘 하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제국 제일 치안을 자랑하는 로하니아 치안대가 아닐 테니까.

 

 “휴. 그럼 가볍게 우리는 이동을.... 어라?”

 

 마침 반대편에서 람프와 케일 일행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가볍게 산뜻한 색의 바지와 옷차림을 입고 있는 그를 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역시 에노님이셔! 근데..... 역시나 또 같이 있네요.”

 

 옆에서 아멜이 자연스럽게 무어라 말을 거는 것이 참 부럽고도 얄미웠다. 그러고 보니 왜 그의 집을 찾으러 보낸 녀석들은 연락이 없는 거지?

 

 “그러고 보니 영감님. 왜 녀석들에게서 연락이 없나요?”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마지막으로 봤었던 게....... 치안대 유치장에 있었습니다.”

 

 “유치장? 왜 거기에 있던 거예요?!”

 

 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아넬리나는 하마터면 부채를 그대로 부러뜨릴 뻔했다. 그러자 집사는 머리를 긁적이고,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이었다.

 

 “그.. 그게 사실 녀석들은 공국 요원이었다고......”

 

 “네? 그게 말이 되나요? 공국 요원이 어떻게 버젓이 로하니아를.......”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어떻게 버젓이 남의 나라 세작, 그러니까 스파이가 돌아다녔다니. 거기다 대놓고 그녀 앞에서 일을 맡기까지 했었다니 말이다.

 

 “녀석들은 어떻게 됐나요?”

 

 “흠, 영주님이 직접 물어볼게 있다고 해서 데리고 가셨다고 합니다. 거기다 공국의 높은 사람도 이곳에 와있다고 하더군요.”

 

 참, 이렇게 되어버리면 녀석들을 만날 수가 없잖아! 그동안 얻은 정보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으... 역시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괜히 혹해서 넘어갔네요.”

 

 “뭐, 이 늙은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녀석들의 혀가 대단했을 뿐입니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수염을 쓸어내렸다. 뭐, 요원정도가 된다면 그렇게 말솜씨가 좋은 것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터벅터벅.

 

 슬슬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옆에 단골손님중 하나인 람프가 같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그의 가게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에노네와 거리를 두고 걷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그 집의 특선 메뉴가 나오는 날이군요.”

 

 “특선 메뉴? 무슨 요리가 나오는 건가요?”

 

 “아마 북방의 초원에서 사는 타조라는 새의 알 요리라고 들었습니다. 참고로 타조는 말보다도 빠르게 달리지만 날수 없는 거대한 새입니다.”

 

 “그런 새도 있나요? 정말 신기하네요.”

 

 약간 흥미가 생긴다. 애초에 그런 새와 관련된 요리는 제국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한번쯤은 먹어봐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그녀는 집사가 말한 요리에 대해 한번 상상해보며 짧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영감님 우리도 빨리 가볼까요?”

 

 “허허, 오늘은 아넬리나님이 먼저 말하셨네요. 알겠습니다. 빨리 가보도록 하죠.”

 

 

 터벅터벅, 터벅터벅.

 

 딸랑.

 

 람프의 가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조심히 에노네 자리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노를 따라 몇 번을 들어오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곳의 분위기는 꽤나 흥겨워보였다. 손님이 그렇게까지 북적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다들 즐겁게 얘기를 하며 요리를 맛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타조요리가 맛있나 봐요. 다른 손님들도 죄다 이것만 시키네요.”

 

 “아마, 도시 내에서 새 알 요리에 관한 거라면 이 가게 주인이 최고일 것입니다. 특히나 북방의 신비로운 식재료로 만드는 요리라서 더 많이 시키는 것 같고요.”

 

 덕분에 돌아오자마자 주방으로 부리나케 뛰어간 람프는 열심히 손님들을 위해 타조 알 요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물론 들어오자마자 등짝을 한 대 후려 맞는 소리 때문에 다들 움찔 거렸지만 말이다.

 

 “참, 아가씨. 이번 주말에는 뭘 하실 계획이십니까?”

 

 “네? 뭐, 평소처럼 아버님이 못 다한 일을 볼 생각이에요.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건가요?”

 

 언제나 항상 주말에는 그녀의 아버지인 아트레온의 업무를 도우며, 장부를 정리하고 도시 내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정리해왔던 그녀였다. 또 다른 지역의 귀족이 방문했을 때, 그들을 응대하는 것도 그녀가 해왔던 일이기도 했다. 항상 홀로 고생하는 그녀의 아버지를 보며, 그녀 나름 도움이 되기 위해 주말만큼은 그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

 

 집사는 언제나 아트레온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에, 빙그레 웃고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작은 표를 꺼내들었다. 그 표를 보자, 아넬리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이건 연극 표 아닌가요?”

 

 “영주님께서 아가씨가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하시기에, 연극을 보러 갔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참, 아버님은 또 언제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아니, 영감님이 말했죠? 그렇죠?”

 

 “하하하, 이 늙은이는 언제나 아가씨 편이랍니다?”

 

 “정말 이럴 땐 얄밉다니까요. 영감님.”

 

 그래도 표를 받자마자 기분이 좋아진 그녀였다. 여차하면 그의 옆자리나 뒷자리에 앉아서 그와 함께 연극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와 같이 연극을 본다니! 상상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럼 내일 입을 옷부터 생각을 해봐야겠네......”

 

 

 “어이! 거기!”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한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사방으로 엎질러진 물을 보니, 그가 들어오다가 실수로 물컵을 치는 바람에 물을 쏟은 모양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말이죠.”

 

 “눈이 보이지 않는 게 대수야? 물 컵을 쏟았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냥 가려고 해?”

 

 남자가 내는 소리를 겨우 따라가는 것을 보니 진짜로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다만, 그렇긴 해도 그의 태도가 조금 기분 나쁘기는 했다. 그는 화를 내는 남자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뭔가 닿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쪽 분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데 사과를 할 순 없지 않습니까? 잘못하면 벽에다 머리를 박고 사과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게....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끝까지 말대꾸를 하네?”

 

 하필 람프가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느라 바쁜 사이에 일이 터지다니. 안 그래도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는 술을 마셔서 잔뜩 취해있던 상태인데 말이다. 참, 대낮부터 저렇게 술을 마시는 것도 대단하긴 했지만 말이다.

 

 “말대꾸라뇨. 전 그냥 있는 사실을 얘기했을 뿐인걸요.”

 

 “이게 끝까지 그러네? 한번 손을 봐줘야 정신을 차리겠....... 어라?”

 

 텁. 가볍게 날아오는 주먹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는 것에, 다들 놀라서 그대로 멈춘 채 그를 바라보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저렇게 가까이서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막다니.

 

 “이.. 이게 거짓말을.....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아오는 것을 막지 못하는 건 아니 랍니다?”

 

 자존심이 구겨진 남자는 주먹을 거두고,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왼발을 가볍게 들어 올려 남자의 발차기를 가볍게 막고, 오히려 그대로 허벅지를 찍어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근데, 발에 실린 힘이 얼마나 셌는지, 그대로 무릎이 접혀버리고 허벅지와 정강이가 포개지다 못해 눌려져버렸다.

 

 “으.. 으아악!”

 

 “즐거운 식사시간이었을 텐데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대신 여기 세탁비와 치료비를 드리도록 하죠. 그럼 전 이만.”

 

 천천히 발을 떼며,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치면 큰일 날거라고 생각한 손님들은 그대로 고개를 홱 돌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무 의미도 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 게 보였다. 다만, 한 테이블만이 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었다.

 

 “여기 있었군요. 찾느라 좀 고생했다고요!”

 

 그는 천천히, 유일하게 고개를 돌리지 않은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걸어간 곳에는, 아넬리나가 쭉 바라보고 있던 에노 일행이 앉아 있었다.

 

 “어... 어라?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화들짝 놀라며 말을 하는 케일의 모습에,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남자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그들 자리에 합석을 하며 말했다.

 

 “당연히 당신을 만나러 왔죠. 오랜만이네요. 전 국.장.님.?”

 

 그는 마치 케일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케일은 그런 그의 악취미 같은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이미 국장이 아니야. 그리고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현 정보국 국장?”

 

 정보국 국장? 몰래 엿듣고 있던 아넬리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 채, 표정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다. 케일의 정체가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니........ 것보다, 현 정보국 국장이 왜 여기에 있는 건데?

 

 “하하하. 그거야, 비상이 걸려서 말이죠. 여러모로 골치 아픈, 그런 상황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말이죠.”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넬리나는 그런 두 사람의 신경전을, 그저 숨을 죽인 채 바라만 보았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딱히 없으니까 말이다. 것보다 케일의 정체가....... 그럼, 에노의 정체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냐고!

 
작가의 말
 

 후.. 사전 투표를 하면서, 예전에 선거 관련 일을 했던 게 떠오르더군요.

 

 기계 설치나 장비 설치..... 특히 이번엔 방역물품이 들어와 있는 걸 보면서..... 하.. 저 많은 걸 어떻게 다 관리를 할까 싶더라고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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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0. 다시 일상으로 2020 / 2 / 27 532 0 9137   
51 49. 다른 세계의 사람들. 2020 / 2 / 21 354 0 8361   
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4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65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59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5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6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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