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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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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40 정해진 운명대로 (3)
작성일 : 20-04-05 20:38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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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밝았다. 체칠리아는 다시 짐을 싸서 문밖으로 나섰다.

 

  “체칠리아!”

 

  캐서린이 사제복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원피스 차림으로 나와 그녀를 불렀다.

 

  “캐서린 사제님.”

  “체칠리아, 가는 건가요?”

 

  체칠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짐을 한가득 쥔 손의 반대편에는 차갑게 식은 향로가 들려 있었다. 캐서린은 두 팔을 뻗어 체칠리아에게 다가갔다. 체칠리아는 몸을 조금 낮춰 그녀의 포옹을 받았다.

 

  “건강해야 해요.”

  “캐서린 사제님도요.”

  “가끔은 들러요. 얼굴 잊지 않게.”

  “네. 그럴게요.”

 

  체칠리아는 캐서린의 품에서 벗어났다. 캐서린은 체칠리아의 너머에 있는 안토니오를 바라보았다. 안토니오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작별의 예를 표했다.

 

  “체칠리아를 잘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캐서린 사제님.”

 

  두 사제는 그렇게 아르티제를 떠났다. 기약 없는 재회를 약속하며. 캐서린은 성소의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체칠리아의 앞에서는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뺨에 흘렀다.

 

  “갔나 보네요.”

  “아, 루카스.”

 

  그의 목소리에 캐서린은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숨기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루카스는 중얼거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의 표정에 캐서린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혹시 체칠리아 때문인가요?”

  “아뇨. 그것보다는 안토니오 사제님 쪽이 걸려서요.”

 

  루카스는 고개를 돌려 제단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제단 위에는 꺼지지 않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원초의 파편이 있던 자리를 정화하는 성인들의 불꽃이.

 

  안토니오의 고백에 루카스는 불쾌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결국 당신이 체칠리아를 속이고 있다는 뜻 아닌가요?”

  “속이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뿐이지.”

  “그걸 속였다고 말하는 겁니다만.”

 

  아르티제에서 일어난 이변이 안토니오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를 가로막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조지가 그 원인이라고 지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체칠리아가 사라져야 할 존재는 아니었다. 안토니오가 본 미래에서 체칠리아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녀의 마음을 꺾어 원초의 파편을 갖지 못하게, 이런 심판이 일어나지 않게 했으면 되었을 텐데.”

  “아뇨. 그녀가 원초의 파편을 가진 채로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제가 본 미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어요.”

  “도대체 당신이 본 미래가 무엇이기에?”

 

  언젠가 모든 영혼이 빛이 될 날이 온다. 그것은 아홉 선지자가 원초의 빛을 잠재우고 본 미래이자, 교단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안토니오는 그 직전에 일어날 아홉 선지자가 말하지 않은 미래, 혹은 아홉 선지자마저도 보지 못한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 최후의 시련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제의 이번 생이 끝난 다음에도 오지 않겠지만. 체칠리아가 남길 무언가가 시련을 넘어설 중요한 열쇠라서 말이에요.”

 

  이해해주실 거죠. 그의 말에 루카스가 중얼거리며 항복을 선언했다.

 

  “당신 스승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올바르게 가르친 것 같지는 않군요.”

 

  그 말에 안토니오는 대체로 그런 편이라며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모두가 그에게 놀아난 거죠.”

  “그래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말이면 되지 않을까요.”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말이라. 그렉과 조지의 결말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캐서린은 얕게 웃었다. 저는 벌써 체칠리아가 그립답니다.

 

  “그래도 그 둘은 언제 다시 만날 거라는, 기약이 있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그건 그렉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제복으로 갈아입은 그렉이 지하에서 올라왔다.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다 닫지 않은 문틈으로 여명의 빛이 흘러나와 그렉을 비추었다. 손을 올려 잠깐 눈을 가리더니, 그렉은 밝은 미소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토니오의 기도로 원초의 파편이 담긴 향로에서 연기가 멈추자, 체칠리아의 영혼을 파괴하는 고통 역시 점차 사그라졌다. 안토니오는 마치 음악을 지휘하듯 제단을 가리키며 원초의 파편이 일으킨 번개에 명령했다.

 

  “그대는 영혼을 태워서는 안 되노라. 오직 이 제단과 성소에 눌어붙은 어두운 기억과 아직 씻어지지 않은 저주만을 불태울지어다.”

 

  그러자 원초의 섬광이 제단에 달려들었다. 안토니오가 놓치지 않고 성인들에게 기도를 올렸다. 원초의 섬광을 억누르고, 그 자리에 섬광이 사그라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 불꽃으로 정화해달라고. 성인들의 가슴에서 불꽃이 피어올라 제단에 내려앉았다.

 

  “어째서?”

 

  의문은 조지에게서 터져 나왔다. 체칠리아를 도와 자신을 없애려는 줄 알았던 그가 자신을 살리고 있었다. 자신이 이대로 남게 되면, 그가 바라본 그렉의 행복한 미래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나를 이렇게 남겨두려는 거냐고 조지는 안토니오에게 따졌다.

 

  “그대, 미래는 하나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 어떤 미래를 보아도, 내가 옆에 있어서 그렉이 행복한 미래는 없었어!”

  “그대가 곁에 없다고 해서, 그대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저 그렉의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만 멀리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랑함에도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싫어. 그런 건 지금까지로 충분해.”

  “그렇다면.”

 

  그렉. 안토니오는 오르간이 있는 위쪽 난간을 올려다보았다. 그렉은 던스턴을 바라보았다. 아직 연주를 멈출 수는 없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다녀오세요. 괜찮을 겁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렉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안토니오와 조지의 앞에 섰다. 안토니오는 두 사람에게 손을 포개 맞잡으라고 했다.

 

  “캐서린 사제님, 사과나무 지팡이를 빌려주시겠어요? 원래는 사과나무 지팡이가 아니지만, 지금 창고에서 꺼내올 시간은 없으니까요.”

 

  캐서린은 안토니오에게 지팡이를 건넸다. 검을 휘두르며 온갖 삿된 것을 끊어내던 그는, 이제 신성한 서약을 주재하는 자리에 올랐다. 그렉과 조지가 네 손을 포개 맞잡자, 그 위로 안토니오도 손을 올렸다. 원초의 파편이 일으킨 안개 사이로 성인들의 영혼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잠시 묵상하는 듯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홉 선지자와 모든 성인, 그리고 모든 영원한 빛이시여. 이 두 사람을 굽어보소서. 이들의 사랑은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으니, 이들의 사랑에 부디 축복을 내려주소서. 또한 이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서로의 존재가 미래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살펴주소서.”

 

  안토니오의 기도가 끝나자 빛의 띠가 두 사람이 맞잡은 팔을 휘감으며 나타났다. 안토니오는 사과나무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 지팡이 끝으로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모였다. 하나의 점이 된 그것은 반짝이는 보석이 되었다. 그 보석은 조지의 가슴팍에 박히더니, 심판의 의식으로 소멸했던 그의 하반신이 다시 모습을 되찾았다.

 

  “살아있는 이는 죽은 이를 볼 수도, 부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리라. 아직 생을 끝내지 못한 이가, 자신에게 찾아올 미래를 온전히 받아들인 다음에. 그리고 죽음 너머에서 기다리는 이가, 두 사람의 미래로 묶은 이 원초의 티끌을 돌려주어야 할 이에게 돌려준 다음에. 그대들은 서로를 다시 마주하게 되리라. 그러나 이는 서로 멀어져야 함은 아니니.”

 

  너무 밝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영원히 함께하리라.

 

  “두 사람은 앞으로도 함께할 겁니다. 하지만 이제 서로를 마주할 수는 없을 테니, 이번 생의 마지막 시간을 드리도록 할게요.”

 

  원초의 파편이여, 심판은 끝났노라. 아홉 선지자시여, 원초를 잠재워주소서. 안토니오의 선언에 그동안 조지를 옭아매던 사슬도 시린 빛의 원도 사라졌다. 던스턴의 손가락도 그제야 멈출 수 있었다.

 

  “그렉 형….”

 

  조지는 그를 향해 한 걸음 걷다가 두 팔을 벌린 채 넘어졌다. 두 사람은 딱딱한 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이제 모든 고통이 끝났다는 기쁨, 곧 있으면 서로 마주할 수 없다는 슬픔, 그럼에도 변치 않을 사랑이 두 사람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되어 성소에 울려 퍼졌다.

 

  동이 트기 전에, 두 사람은 그렉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아침에 자도 괜찮아요.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으니까. 캐서린은 두 사람에게 좋은 꿈을 꾸라며 문을 닫아주었다. 자리에 누운 그렉의 머리카락을 조지는 쓸어내렸다. 그동안 그렉이 조지에게 잘 자라며 속삭여준 적은 많았다. 그리고 이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특별한 인사였다.

 

  아가야, 잘 자렴. 여기에 있을게.

 

  잘 자, 그렉 형. 나중에 또 만나자.

 
작가의 말
 

 다음 주부터 마지막 장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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