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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잘자남? 못자여!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8.7.25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후 꿈속에서라도 아내를 더 보기 위해 잠을 고집하는 남자와 악몽으로 쉽사리 잠에 들 수 없는 여자의 만남 그리고...

 
3.자전거 안장 보단 자동차 쿠션에서 우는 게 낫더라
작성일 : 20-03-23 02:15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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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는 달리고 있었다. 그가 내쉬는 거친 숨은 갈비뼈 안의 풍선을 금방이라도 터트릴 듯 부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 듯 내달렸다. 그리고 그는 미끄럼 주의 표지판 아래의 모퉁이에서 나자빠졌다. 주위를 지나가던 행인들은 모두 멈추어 서서 그를 응시하였다. 그것은 그가 뒹굴며 찢겨 나간 슬리퍼를 주워들고 일어서는 행색이 초라해서였을까 아니면 실크 잠옷이 반쯤 흘러내려 엉덩이골이 훤히 드러난 몰골이 우스꽝스러워서였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쩔뚝이며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며 비웃지는 못하였다.

 

  그렇게 달려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치킨가게의 앞이었다. 비록 대낮이었지만 가게는 불도 켜져 있지 않았으며 특유의 기름 냄새도 올라오지 않았다. 마치 이제야 장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손님 여러분은 족히 한 시간가량은 더 기다려 주셔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런 양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쁜 숨만 조금 쉬인 후 가게 문을 세차게 열었다.

 

  “그렇게 밀어서 문이 뿌사지겠나? 아예 몸통박치기를 하지 그러냐!”

 

  툴툴대는 동생의 말에도 그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잠자코 다가갔다.

 

  “니 거기 딱 서라. 그래 째리 보면 뭐 우짤긴데?”

 

  동생의 경고에도 뚜벅뚜벅 걸어선 그는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들려온 경쾌한 마찰음은 피부와 피부의 만남에서 발생한 소리가 아니었다. 동생은 강철프라이팬을 들어 보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너의 그 뻔하디뻔한 패턴. 이미 파악한 지 오렌지다.”

 

  그는 손바닥을 감싸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나지막한 욕지거리와 함께 흐느끼기 시작했다.

 

  “야 우냐? 야 야 우냐고? 기지배 마냥 쳐 울고 시프셨째요? 웅 그래도 안 통하지 왜냐? 하루 이틀 달개주는거시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이야. 어떡하냐 내가 다가가는 순간 내게 달려들 것 이미 알고 있는데? 이미 다 파악을 해버렸죠? 간파해버렸죠? 어쩔 도리가 없어서 계속 질질 처 짜겠죠?”

 

  동생은 그간의 울분을 토해내듯 약을 올려대었고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어차피 울 거면 좀 들어와서 울지? 손님 들어오시다가 기겁하시겠네.”

 

  동생은 그 말을 마치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테이블에 앉았다.

 

  “나... 이제 어쩌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동생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뭘 어째! 심심하면 기름이나 갈던지. 누구는 쌔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누구는 잠만 퍼질러 자고... 에효 에효 말해서 뭐하냐. 안 그래도 혼자 일하기 너무 빡세서 알바를 뽑아야 하나 마나 머리통이 깨지겠는데. 아이고 두야 두야”

 

  “봄이는”

 

  “응?”

 

  “봄이는 죽은 거지? 대답해줘 우리 봄이는 죽은 거지?”

 

  동생은 붉게 충혈된 그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래”

 

  그는 동생의 대답에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감쌌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형이 슬픈 거 이해해. 가슴이 막 찢어지겠지. 그런데 어쩌냐. 형수는 죽었어. 산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 형수도 형 이렇게 사는 거 바라지 않을 거야. 우리 잘살 수 있어. 약 잘 먹고 우리 꼭 이겨내자. 이렇게 살다가는 나도 죽을 것 같아.”

 

  “약? 무슨 약?”

 

  “정신병원 약.”

 

  “농담하는 거지?”

 

  “아니. 지금 매우 엄청 굉장히 진지하거든. 의사 쌤이 1년 정도 약 잘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해주셨거든. 우리 형, 착하니깐 조금 있다가 약 받으러 꼭 같이 가자”

 

  동생은 어느새 다가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두 형제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때 가게 문이 활짝 열렸다.

 

 “안녕하세요?”

 

  의문의 여성의 목소리에 두 형제는 놀라 자리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가게 문으로 상반신만 들어낸 여성이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 구하신다고 해서 왔는데요.”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안색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앳된 얼굴과 키가 고등학생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건 또 아니라는 듯 허옇게 뜬 화장은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음을 주장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희멀겋게 떡칠한 화장으로도 짙은 다크서클과 창백한 안색은 가릴 수 없어 보였다.

 

  “들어오세요. 근데 누구 신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는 알바X에서 연락드린...”

 

  “아 사장은 이쪽이고요.”

 

  동생은 손바닥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저쪽은 한량... 보시는 바와 같이 잠만 자는 백수입니다.”

 

  동생은 그에게 눈을 흘겼다.

 

  “앗 죄송해요. 너무 편하게 입고 계셔서 사장님인 줄 알았어요.”

 

  그녀는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는 그제야 자신의 차림을 자각했다. 무릎 부분이 찢긴 실크 잠옷을 입고 서 있는 모습에 그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두에 그믄 이쓰니까 어여 그지”

 

  동생은 복화술로 그에게 지령을 내렸다. 그가 후다닥 창고로 도망쳤고 거기엔 자신의 옷가지가 놓여있었다.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아 쪽팔리게 누가 오는 거였으면 좀 알려주지...”

 

  그는 구시렁대며 창고를 나왔고 그때 그녀와 동생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죠.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버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죠. 대학생이 됐으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해보며 사회를 경험해 보는 것 그것도 굉장한 자산이 되거든요. 일을 해봐야 화폐의 가치도 잘 알게 되고 사실 돈이란 게 액면에 적힌 숫자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거거든요. 한마디로 경제관념이 잘 박힐 수 있다는 겁니다. 월급으로 등록금도 보태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너무 훌륭해요. 어디 사는 아무개 씨는 그런 개념이 없어요.”

 

  그의 동생은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떠들다가 창고에서 나오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동생의 눈을 피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앉긴 왜 앉아? 서로 알 필요 없어. 다시 한 번 소개하지만 제가 사장이고요. 이쪽은 기생충입니다. 가계에도 가게에도 도움이 되지 않죠.”

 

  동생의 소개에 그녀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지만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었고 그는 이를 갈았다. 동생은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빈 봉투를 하나 가지고 나와 그에게 건넸다. 그는 봉투를 받아들었고 뒷면에 프린트된 알 수 없는 약도를 발견하였다.

 

  “보다시피 내가 갑자기 바빠져서 같이는 못 가겠고. 잘 가고. 이제 일주일간은 서로 만나지 말자고. 아니 일주일을 넘어서 아예 안 볼 수만 있으면 더 좋고.”

 

  그의 동생은 손을 들어 작별을 고했고 그는 쫓기듯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 번 봉투를 꺼내보았다. 약도의 길은 처음 보았지만, 그 안에 새겨진 빨간 점과 그 아래에 쓰인 문구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굿드림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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