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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51. 대화, 대결, 태엽인형과 초대장
작성일 : 20-02-28 23:47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8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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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이라는 푯말을 문에다 걸어두고는 4사람은 잠시 간이 창고에 모여 있었다. 창고라고는 하지만 여러모로 휴식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탁자나 의자들이 놓여 있어서, 직원 휴게실로도 종종 쓰고 있었다. 에노는 탁자 위를 정리하고 그 위에 이옌이 가져온 봉지들을 하나 둘 올려두었다.

 

 “정말 고맙다. 정.말.고.마.워.”

 

 케일은 이옌을 바라보며 국어책 읽듯이 말을 했다. 그런 말을 들어도 이옌은 기분이 좋은지 그저 웃기만 했다.

 

 “헤헤. 별거 아닌데 뭐. 그리고 이거 새로 나온 맛이라고!”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두와 찐빵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었다. 거기다 맛집을 잘 찾는 이옌이기에 확실히 맛도 보장된 음식들이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가게를 열어서 몰려든 손님 덕분에 열심히 일을 하느라 배도 많이 고픈 상태였고.

 

 “흐음.... 역시 많이 있으려나?”

 

 에노는 아멜이 받아든 봉지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처음에는 큰 봉지 2개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 아멜은 안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작은 봉지들의 향연에 당황했다. 분명 겉에서 보면 이 큰 봉지도 이렇게 많은 양이 들어 있다고 생각 되지 않는 크기였는데 말이다.

 

 “아...... 이건 매운 맛이고, 이건 닭고기, 이건 돼지고기…‥.”

 

 차곡차곡 탁자 위에 쌓여가는 만두와 찐빵들은, 마치 탑을 쌓는 것 마냥 열심히 접시위에 올려졌다. 아무리 종류별로 사오긴 했지만, 이렇게 접시가 넘치다 못해 터질 것 같이 쌓이는 것에 아멜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에노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이... 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요?’

 

 ‘흠... 아마 안 남을 거예요. 오히려 부족할지도 모르죠.’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이렇게나 많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멜에게 에노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거..... 분명 도발하는 것일 거예요.’

 

 ‘도발이요? 갑자기?’

 

 ‘보면 알 거예요. 아, 벌써부터 시작했네요.’

 

 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케일에게 넘겨주는 이옌과 그것을 받고 있는 케일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처음에 만두와 찐빵을 가져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그녀들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케일은 천천히 봉지에 있는 만두와 찐빵에 젓가락을 밀어 넣으며 말을 하려고 했다.

 

 “자, 그럼 이 정도는 얘들이 먹어야 하니까.......”

 

 “그럴 필요 없어. 이 봉지를 얘들한테 주면 돼.”

 

 여러 맛이 섞여있는, 모둠이라고 적힌 봉지를 아멜과 에노에게 건네주는 이옌. 어디다 숨겨놨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 봉진 분명 아까 들고 왔던 큰 봉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철저하게 개수를 맞춰서 준비했다고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케일은 밀어 넣던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빙그레 웃었다. 이옌 역시 그녀에게 화답을 하듯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너 답네. 항상 준비가 철저하다니까.”

 

 “언니도 참, 괜히 나겠어?”

 

 그때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쪼개던 에노가 그녀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마치 젓가락을 깃발로 사용하는 것처럼, 그는 그녀들 사이에 젓가락을 올려두었다, 활짝 들어올리며 경쾌하게 입을 열었다.

 

 “준비, 시이~작!”

 

 에노의 말에 이옌과 케일의 젓가락이 동시에, 빛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녀들의 손이 움직일 때 마다 생기는 풍압에 아멜은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흐음.... 이 돼지고기 만두는 내가 먼저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언니. 굳이 지금 그 돼지고기 만두를 먹어야겠어?”

 

 둘의 젓가락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자신들이 집으려는 만두를 서로 방해하면서, 누가 먼저, 누가 더 많이 먹는 싸움. 젓가락이 부딪힐 때마다 튀는 불꽃들에 아멜은 넋을 넣고 있었다.

 

 “어... 엄청난 속도네요.”

 

 그 많던 봉지의 내용물들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모습에 아멜은 그저 멍하니 젓가락을 든 채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해서 만두를 먹어야 하나 싶었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요?’

 

 에노는 많이 봐왔다는 듯이 태연하게 만두를 집어 들어 아멜에게 건넸다.

 

 ‘뭐, 두 사람 일이니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죠. 언제부터 시작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중에는 항상 이렇게 경쟁하면서 먹더라고요. 그나저나 이옌씨는 매번 지시는데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도 신기하네요. 역시 승부욕이 강하셔서 그런가?’

 

 불꽃 튀는 젓가락 싸움. 엄청난 속도로 만두와 찐빵이 줄어들어간다. 그러나 그 속도와 달리 그녀들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하고, 또 여유롭다는 듯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상대방에게 약보이지 않으려는 듯 하는 그런 모습으로.

 

 순식간에 무너질 듯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높이 쌓인 만두와 찐빵 탑이 바닥으로 가라앉아있었다. 두 사람은 없어진 탑에서 남아있는 만두와 찐빵의 남은 개수를 파악하며, 자신과 거리가 먼 만두와 가까운 찐빵을 여러 차례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언니? 이제 슬슬 버겁지 않아?”

 

 “버겁긴. 오히려 배고파서 더 먹고 싶은걸?”

 

 이옌과, 여유를 보이며 젓가락을 흔들고 있는 케일의 모습이 교차했다. 이제 남은 만두와 찐빵의 개수는 총 6개. 하지만 그녀들에게 가까운 만두와 찐빵이 각각 1개고, 남은 4개는 산발적으로 멀리 퍼져있었다. 분명 멀리 있는 것을 집으려고 움직이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하지만 반대로 가까운 것을 집다가 멀리 있는 것을 잃을 수도 있기에 신중해 져야 했다.

 

 “자, 그럼 이제 결판을 내야지?”

 

 케일은 웃으며 젓가락을 앞으로 움직였다. 이옌은 그녀의 젓가락의 움직임을 읽었다.

 

 ‘분명 중앙에 있는 거다!’

 

 이옌의 젓가락이 케일의 젓가락 앞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젓가락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오호! 하지만 틀렸어.”

 

 케일은 웃으며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이옌의 젓가락과 자신의 젓가락을 서로의 반대쪽으로 세게 쳐냈다. 참, 그만한 힘으로 부딪혀 놓고서 젓가락이 깨지지 않는 게 신기하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그녀들의 젓가락은 만두에서 멀리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동시에 케일의 다른 손이 탁자 위로 올라왔다.

 

 “아직도 한 손으로 싸운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그녀의 왼손에 들려 있는 젓가락이 맹렬하게 이옌 앞의 만두를 집어갔다. 당황한 이옌은 곧장 그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케일의 오른 손이 다른 곳의 만두와 찐빵을 향해 움직였다.

 

 “흐이익!”

 

 결국 남은 6개 중 건진 것은 1개. 이옌은 울상이 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하하하, 아직 멀었구만! 멀었어!”

 

 “치잇! 거기서 젓가락을 두 개 쓰는 거는 반칙이라고!”

 

 “반칙은 무슨, 우리 대결에 젓가락을 몇 개를 쓰라는 조항은 없다고.”

 

 그래도 그 많은 양의 만두와 찐빵을 먹었으니, 둘은 배가 부른 지, 의자에 등을 푹 기대었다. 아니, 정확히는 젓가락 싸움으로 힘이 빠진 것일지도 몰랐다.

 

 “하아..... 일하기 귀찮다.”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댄 케일은 젓가락으로 이빨을 쑤시며 말을 했다. 그러자 이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언니, 그래도 일은 해야지. 아까 사람 그렇게 많이 있던데 말이야.”

 

 “그렇지만......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나니까 일하기 싫어진단 말이야. 그리고 너 분명히 도망쳐 나온 것 같은데? 딱 봐도 만두는 핑계인 것 같단 말이야.”

 

 “칫, 역시 언니는 눈치도 빨라. 오랜만에 애들 가르친다고 갔는데, 정말 힘들더라고. 그렇게 남을 가르치는 게 힘들었던 것은 처음이었어.”

 

 에노와 아멜은 찐빵과 만두를 마저 먹으며 그녀들의 대화를 들었다. 아까까지와는 다른 눈빛의 그녀들은 즐겁게 얘기를 하며 차와 커피(언제 꺼낸 거지?)를 마시고 있었다. 그 많은 만두와 찐빵을 먹고도 들어가는 게 신기하다. 정말이지 어떻게 된 위장인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두 분은 여러모로 대단한 것 같네요.”

 

 “하아..... 이러고 나서 살쪘다고 투덜거리면 또 골치 아픈데........”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사이, 점심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는 것을 알리는 작은 알람시계가 울렸다. 케일은 알람시계 소리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이젠 진짜 일하러 가야 되네. 4시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하하, 언니가 이렇게 일가지고 투덜거리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그래도 너랑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낫거든? 너랑 있으면 모든 일에 휘말려버리니까 말이야.”

 

 “치잇,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슨 폭풍의 눈이라도 되는 것 같잖아.”

 

 네 사람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노와 아멜은 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케일과 이옌은 쓰레기와 주변 정리를 한 뒤 간이창고에서 밖으로 나왔다.

 

 “으아, 잘 먹었다.”

 

 “그러게 정말 잘 먹었네.”

 

 케일은 밖으로 나가는 이옌에게, 가게 특제 기력회복제와 붕대(라고 하지만, 언제나 ‘남는 재고’였다.)를 잔뜩 담아주며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때 얘기 했던 건 잊지 않았지?”

 

 “당연하지. 잊지 않았는걸. 그건 그렇고 이거 잘 쓸게.”

 

 케일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옌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며 배웅해주었다. 이옌이 저 멀리까지 걸어가고 난 뒤, 케일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그래도 얌전하게 물러나 주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역시 너무 많이 먹었나?”

 

 생각보다 많은 만두와 찐빵에 속이 더 부룩 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일을 하다보면 금방 가라앉겠지만 말이다.

 

 “누나, 정리 다 됐어. 어라? 이옌씨는 갔나보네? 뭐라도 챙겨드리려고 했는데......”

 

 “걱정 마. 이미 챙겨줬으니까.”

 

 에노의 말에 케일은 씽긋 웃으며 말을 했다. 그리곤 잠시 풀어진 머리를 다시 한 번 묶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다들 푹 쉬었지? 다시 일을 해보자고!”

 

 문 앞에 걸린 푯말이 다시 ‘열림’으로 바뀌었다. 오전보다는 덜하지만, 가게는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끌벅적해진 가게 안의 케일들은 한결같은 미소를 지으며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 로하니아 영주성, 작은 정원 -

 

 

 

 “흐으..... 황녀님은 또 어딜 가신 걸까요?”

 

 로하니아에 아이샤가 방문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넬리나는 자신의 아버지의 명에 따라 그녀를 전담으로 맡고 있음에도, 아침마다 어디를 가는 건지 계속 사라져버려서 그녀와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찾으러 가긴 했지만, 에노를 잠깐 본 것을 빼고는 성과가 없으니.......

 

 ‘그래도 그렇지, 아버님도 뭐라고 하질 않으시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 그 일에 대해 그녀의 아버지 아트레온이 뭐라고 하지는 않고 있었기에 상관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기도 했었다.

 

 “참, 그건 그렇고. 오늘 좋은 소식이 있는데 들으시겠습니까?”

 

 시종하나가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지, 손뼉을 치며 그녀에게 말을 했다. 시종의 태도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했다.

 

 “좋은 소식? 무슨 일이 있나요?”

 

 “아가씨. 정말 좋은 소식이죠. 무려 한 달 만에 케일라 약국이 다시 문을 열었다고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아넬리나는 하마터면 손에 든 찻잔을 떨굴 뻔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저... 정말인가요?!”

 

 “네! 앞으로 가게 닫을 때까지 4시간 정도 남았으니 충분히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래서 아침에 세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었던 모양이었나 보다. 솔직히 에노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까. 아넬리나는 기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작게 박수를 두 번 쳤다. 그러자, 마차와 옷을 든 시종들이 나타났다.

 

 “자, 여러분, 어서 가자고요!”

 

 벌써부터 그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그녀였다. 아침에 잠깐 본 것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았으니까.

 

 오늘은 하루 종일 그 분을 생각 하며...... 어라?

 

 

 

 - 로하니아 남부지구 1번가, 케일라 약국 -

 

 

 아넬리나는 가게에 도착하자, 놀란 얼굴로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 일단 꿈에 그리던 에노가 서있다는 점. 하지만 그의 곁에는 언제나 아멜이 같이 있었다.

 

 ‘흐으... 매번 같이 있네! 나도 옆에 있었으면..... 어.. 어라?’

 

 하지만 그것이 그녀를 그렇게 가지 놀라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어머, 이 약은 어떤 약인가요?”

 

 “이 약은 지혈이 빨리 되고, 피부에 흉이 덜 지도록 만드는 약이에요. 물론 심하게 벌어진 상처들은 외과 수술을 받아야겠지만, 작은 상처들은 이걸 쓰면 좋죠.”

 

 황녀 아이샤가 변장을 한 채, 그의 가게에 있던 것이었다. 정말이지 아침마다 사라져서 찾으러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언제 여길 왔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철저하게 변장을 하고 있으니 근위대도, 그녀의 아버지인 아트레온도 못 찾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다행히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평소에 아이샤가 걸고 다니는 목걸이를 알고 있어서 그녀가 아이샤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황녀님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겠지? 그래 황녀님이라는 걸 몰라서 그런 걸 거야.’

 

 “그러고 보니 아이샤씨, 그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행이 녀석들도 움직이지 않고 있고요.”

 

 “그거 참 다행이네요. 저도 그 점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에노씨랑 아멜씨가 있어서 든든하네요.”

 

 아넬리나는 그들의 대화에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덕분에 순간 너무 손에 힘이 들어가 부채를 부실 뻔했다.

 

 ‘그나저나...... 황녀님이 왜 에노씨랑 아는 사이인 거지?’

 

 분명 그녀는 이 도시에 온지 한 달이 안 되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친한 듯 얘기를 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녀는 고작 그의 뒤에서 쫓아다니는 게 다인데 말이다.

 

 ‘흐... 나도 저렇게 평범하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참, 다음에 한 번 극장이나 가지 않을래요?”

 

 극장? 갑자기 아이샤가 에노에게 극장표를 몇 장을 쥐어주며 말을 거는 것에, 아넬리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극장이요?”

 

 “이샤나씨가 예전에 로하니아에서 유명한 연극이 있다고 해서요. 케일씨한테도 그렇고 여러모로 신세를 졌는데, 마침 그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한번 보러 가지 않으실래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권유를 하는 모습에 아넬리나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즉시 그 사이로 끼어들고 싶었지만, 주변 손님들의 줄 때문에 끼어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에노는 웃으며 그녀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러죠 뭐. 어차피 주말에는 장사를 안 하기도 하고, 딱 시간이 겹치는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네요.”

 

 그 어떤 권유도 정중히 거절하던 그가 단번에 승낙을 하다니! 거기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악수도 하고 인사도 하는 모습에, 모두들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철벽남이...... 단번에 승낙을 하다니.”

 

 “근데, 에노한테 여자 친구가 있지 않았냐?”

 

 “은인이라고 하던데........ 케일씨랑 아멜양이랑도 같이 간다고 하는 것 같고......”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에, 아이샤는 가볍게 물건을 사고 그대로 가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 순간 아넬리나는 자신 앞을 지나쳐가는 아이샤를 보며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찾아야 하는 입장인데, 왜 고개가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무엇인가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져갔다. 것보다 그녀가 어떻게 그를 만난 것인지 더 신경 쓰였지만.

 

 “으......... 어떻게.......”

 

 “아가씨. 제가 한번 뒤를 밟아볼까요?”

 

 속이 타는 아넬리나를 보며, 집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했다. 순간 아넬리나는 그의 말에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 잠깐만요. 그런 짓을 하면.......”

 

 황족의 뒤를 밟는다는 것은 위험한 짓이라는 것은 바닥에 살고 있는 하층민이라도 알 수 있다. 근데, 그런 그녀의 뒤를 밟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허허허, 걱정하지마세요. 이 정도는 가볍게 알아볼 수 있답니다. 제가 누굽니까, 로하니아에서 모르는 게 없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 그래도 영감님! 그랬다가 잘못되면........”

 

 “하하하. 농담입니다. 다만, 제가 듣기로는 에노님의 일행분이 황녀님을 구해주셨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주님도 아시는 사항이고, 아마, 그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무엇인갈 준비한다고 까진 들었는데, 아마 그게 저거 인 것 같습니다.”

 

 집사의 말에 아넬리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한편으로는 내심 마음이 놓였다. 사람들이 멋대로 추측하며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그녀와 그가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 말이다.

 

 “근데, 솔직히 조금 이상하네요. 로하니아 사람에게 로하니아에서 제일 잘나가는 연극을 보여준다는 게. 다른 것들도 많을 텐데......”

 

 “그러게요. 왜 제가 로하니아 사람에게 로하니아 연극을 보여준다 했을까요?”

 

 순간 넘어질 뻔한 아넬리나를 집사가 빨리 낚아채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 사이에 아이샤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화.. 황녀....”

 

 “쉿. 여기선 이름으로 불러요. 평범한 시민이니까요. 당신도 그렇잖아요? 눈에 띄긴 하지만요.”

 

 아이샤의 말에 아넬리나는 그저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기야, 그녀의 복장이나 행동에서 이미 높은 귀족인 티를 팍팍 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샤님....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흠, 유명한 가게라기에 와봤죠. 여기 보습제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에노씨도 볼 겸 한번 사러 온 거죠. 그나저나 ..... 음, 리나양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여.. 역시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마음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저기 저 푸른 머리 여자도 벅찬데, 그녀까지 합류하게 된다면........

 

 “리나양?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요?”

 

 “음.. 아! 저도 보습제랑 피로회복제를 사러왔어요. 다만 줄이 길어서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아넬리나는 순간 제때 대답하지 못한 것에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 실수는 잘 하지 않는데, 정말 오늘따라 왜 이리 생각이 많아지는 거야?! 뭐,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샤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런가요? 흠, 그럼 전 먼저 돌아가 있을게요. 칼레니아씨가 근처에 있으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요.”

 

 아이샤는 그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사람들 속을 빠져 나가 한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정말이지 너무나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그 점에서는 조금 부럽지만 말이다.

 

 “아가씨. 그럼 저흰 마저 구경 하도록 하죠.”

 

 집사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했다.

 

 “아앗! 영감님도 참!”

 

 아넬리나는 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그래, 일단 그녀도 그녀지만....... 에노를 보는 게 먼저니까. 그래, 일단 에노를 보고 생각하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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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2. 비밀 요원 2020 / 4 / 16 331 0 8779   
63 61.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 2020 / 4 / 10 352 0 8438   
62 60. 궁금증/ 덜 풀린 실마리 2020 / 4 / 9 352 0 8425   
61 59. 추적 2020 / 4 / 3 353 0 8414   
60 58. 새로운 인물의 등장? 2020 / 4 / 2 347 0 8560   
59 57. 만남의 광장? 2020 / 3 / 27 347 0 8109   
58 56. 수호자들, 모이다! 2020 / 3 / 26 352 0 8647   
57 55. 우리 아직 잊지 않았죠? 2020 / 3 / 20 350 0 8031   
56 54. 정령 납치 사건? 2020 / 3 / 19 354 0 8460   
55 53. 마법사와 요정, 그리고 정령 2020 / 3 / 14 346 0 7882   
54 52. 에노와 셰이옌 2020 / 3 / 12 373 0 7786   
53 51. 대화, 대결, 태엽인형과 초대장 2020 / 2 / 28 353 0 8973   
52 50. 다시 일상으로 2020 / 2 / 27 509 0 9137   
51 49. 다른 세계의 사람들. 2020 / 2 / 21 352 0 8361   
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2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62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56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2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2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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