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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50. 다시 일상으로
작성일 : 20-02-27 22:20     조회 : 538     추천 : 0     분량 : 9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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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모퉁이 집 -

 

 

 화창한 아침. 케일은 긴 하품을 내뱉으며 부스스한 머리를 가볍게 정리해 뒤로 모아 묶었다. 평소에 편안하게 회색이나 하얀 면 티에 청색 면바지나 가죽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아닌,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으으... 집에서 일할 때가 좋았는데.......”

 

 케일은 툴툴거리며 옷을 갈아입으며 방에서 나왔다. 창밖에서는 다들 각자 일을 하러 가기 위해,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습격 이후 공사도 거의 다 끝나서, 작은 소동이 있었던 2번가를 제외하고는 어느새 완전한 평화를 되찾은 듯, 거리 곳곳에서 활기가 넘쳤다.

 

 “아, 일하러 가기 귀찮다. 일하러 가기 귀찮다~!”

 

 “누나, 그래도 가게를 4주나 방치해두는 건 아니잖아. 계속해서 나두면 가게 상태가 아주 끔찍할 걸?”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중간 중간에 청소를 하러 가긴 했지만, 거의 1달에 가깝게 가게를 가질 않았던 그들이었다. 가게 안은 멀쩡해도 다른 곳은 상태가 영 아니란 말이지. 거기다 만들어 놓은 약들도 어느 정도 재고가 쌓였으니, 더 만들면 오히려 남아서 처치 곤란이 되 버리니까.

 

 아멜도 어느새 정장으로 갈아입고 내려와서, 에노가 지고 있는 짐 목록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전에는 그냥 대충 입고 나가긴 했지만, 이참에 가게용 정장을 맞춰보자고 해서 입은 건데,

 

 “누나랑 어떻게 다른 느낌이지? 역시 살이 쪄서.. 쿠엑!”

 

 “입만 열면 이게 증말.”

 

 확실히 케일보다는 아멜에게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케일에게 연구용 정장의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어색해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어떤 옷이든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대단한 것인지도.

 

 

 이샤나는 언제 그들에게 쫓길지 몰라 집에 남아있기로 했다. 리엔은 혼자 남아 있는 이샤나를 위해, 그녀의 훈련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남아있기로 했다. 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리엔 언니. 정말 그 이유 때문인 거죠? 그냥 일하러 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 아니라고! 정말로! 이샤나를 위해 남는 거라니까!”

 

 이미 그녀의 얼굴에는 ‘아! 귀찮아!’라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뭐, 서류정리 같은 거는 집에 있어도 할 수 있으니까 케일은 딱히 상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단 간단한 식자재는 부엌의 선반에 있긴 하지만, 그 외는 안쪽의 식자재 창고로 가셔야 할 거예요. 혹시 이상한 사람이 오거나 하면 가까운 액자 뒤편에 버튼들이 있을 거예요. 그걸 누르면 저희 쪽으로 바로 연락이 오니까 먼저 달려들지 말고 연락을 주세요. 아셨죠?”

 

 “알았어, 걱정하지 마. 집은 확실히 지키고 있을 테니까.”

 

 리엔은 에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일어나있는 그녀가 참 대단하긴 했다. 거기다 그렇게 술을 마셔놓고서는,

 

 “우읍.... 역시 숙취가......”

 

 “케일씨! 여기 숙취약 드세요!”

 

 케일과 달리 멀쩡하게 밝은 모습으로 서 있으니까 말이다. 술에 강한 것도 있고, 아마 몸에 베여있는 습관 때문인지도 몰랐다.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칼같이 움직이는 그런 모습이 말이다. 어찌 보면 사실 그녀보다는 케일이 더 걱정이다. 오늘 가게에 가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비틀 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 그럼 가... 우읍.....”

 

 “으이구. 그러기에 그렇게 술 마시라고 했어?”

 

 에노한테 잔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대꾸는 하지 못한 채 늘어져있는 케일을 보며 리엔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럼 다들 잘 갔다 와요.”

 

 손을 흔들며 배웅 해주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케일과 아멜, 에노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세 사람은 쏟아지는 햇살에 살짝 눈이 부셔 눈을 감았다 떴다. 평화로운 도시의 분위기와 오랜만에 나오는 활기찬 거리의 풍경은 꽤나 아름다웠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각자의 일터로 가고 있었다.

 

 “어머! 에노씨! 이제 가게 여는 건가요?”

 

 “네~. 그리고 아저씨네 가게도 전처럼 종종 들릴 게요~.”

 

 “하하하, 그러면 나야 고맙지 뭐!”

 

 “이야, 케일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오랜만의 외출에 친했던 주변 사람들도 케일과 에노에게 인사를 하며 그들을 반겨주었다. 참, 그나저나 아까 속이 쓰리다고 징징대며 말하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인사에 답을 해줬다. 역시 8년간 장사해온 그 영업미소는 어딜 가지 않는다. 그저 대단하다 라고 밖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꽤나 오래 보질 못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에 인사를 건네곤 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나아가던 케일 일행은, 점점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제때 도착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친했던 사람들이 다치질 않았다는 사실에 에노와 케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 이상 이야기는 다른 때에 해야 겠다는.......

 

 “자, 그럼 나머지 얘기는 가게 끝나고 저녁에 하죠. 모두 이제 일하러 가야하니...... 히익!”

 

 에노는 순식간에 인파를 뚫고 가게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멜은 급히 그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순간 뒤쪽에서 나는 살기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적인.... 아?!’

 

 사람들 틈 뒤에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는, 부채를 쥐고 있는 한 여자와 그 옆에서 시종일관 미소만 짓고 있는 늙은 노인. 마치 평범하게 손녀와 산책을 하고 있다는 모습으로 있고는 싶었지만, 누가 봐도 그를 보러 온 아넬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엄청난 질투심이 느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하하, 동생이 조금 많이 급한가 봐요. 그럼 저희도 빨리 가게 문 열러 가볼게요.”

 

 케일은 사람들에게 급히 인사를 하고, 아멜과 함께 급히 도망가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근데, 이렇게 그녀가 일찍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이지 집념하나는 인정해야겠다.

 

 

 먼저 간 에노를 따라 가게에 도착하니, 열쇠가 없던 에노는 그저 발만 동동 구른 채로 서 있었다. 케일은 그 모습에 급히 자신의 가방에서 철제 열쇠를 꺼내들어 앞으로 나갔다. 딸각! 작은 철제 열쇠가 문고리에 안에서 살포시 돌아가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딸랑! 딸랑!

 

 문이 열리면서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텅텅 빈 선반들에는 청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복구공사 덕분에 먼지가 제법 쌓여 있었다. 그 모습에 에노와 아멜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소가 다 된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참나, 단골손님들이 열심히 치우고 갔었는데, 불평 불만인거니?”

 

 “아.. 아니에요!”

 

 “그건 아니야!”

 

 “그럼 다들 이제부터 할 일은 알지?”

 

 모처럼 솔선수범으로 케일이 막대 걸레를 집었다. 그 모습에 에노와 아멜은 자연스럽게 빗자루와 먼지 털이를 집어 들고 천천히 그녀 옆에 섰다.

 

 “자, 그럼....... 가게는 1시간 뒤에 열어야 거야. 다들 알겠지?”

 

 “넵! 알겠습니다.” / “알았어. 최대한 빠르면서도 깔끔하게!”

 

 “그럼, 시작!”

 

 

 세 사람은 선반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바닥을 열심히 닦아냈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거미들이 자신들의 둥지를 틀고 자신만의 안락한 삶을 즐기고 있었지만, 그런 그들에게 갑자기 거대한 막대기가 다가와 집을 철거하기 시작하는 재앙이 찾아왔다. 정말이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는데, 겨우 집을 지었는데 말이다.

 

 당황한 거미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다른 곳으로 숨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숨기에는 아멜의 먼지 털이가 너무나도 빨랐다. 가볍게 휘둘러진 아멜의 먼지 털이는 그들을 향해 날아왔고, 가볍게 날아온 먼지 털이에 거미들은 홱! 하고 낚여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뒤이어 온 에노의 가벼운 빗질로 녀석들은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후와, 이제 거의 다 끝난 것 같네요.”

 

 아멜의 말처럼, 회색빛의 가게가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반짝거리는 선반과 나무 바닥들이 왜인지 모르게 쾌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천장에 얽혀있던 거미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 새하얀 천장의 색을 드러내게 해줬다.

 

 “역시 깔끔하게 청소하는 보람이 있네요.”

 

 “그럼 어서 선반 진열하죠. 곧, 손님들이 몰려 올 테니까요.”

 

 에노의 말처럼, 가게에 출근하는 에노 일행을 본 사람들이 가게가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아멜과 에노의 손 역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케일은 급하게 계산대와 선반을 마저 정리하고, 진열대들을 살펴보았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활기차게 다시 영업을 시작해볼까!”

 

 “네, 열심히 해요!”

 

 아멜은 천천히 종종 걸음으로 나와, 가게 문의 푯말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곤 그녀가 가게의 문 앞에 걸린 푯말을 ‘닫음’에서 ‘열림’으로 뒤집는 순간, 가게 문으로 수십의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저기! 천천히 들어가 주세요! 천천히!”

 

 하마터면 사람들에게 찡겨서 짓뭉개질 뻔했다. 다행이 문 뒤쪽으로 공간이 있어서 간신히 피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천천히! 천천히 줄 서주세요!”

 

 “급합니다! 급해요!”

 

 “저도! 저도!”

 

 습격 이후, 비상 상비약이나 다쳤을 때 필요한 약들은 구하기 쉬웠다. 하지만, 케일의 가게에서만 파는 피부약이나 특별한 연고는 대체를 할 수도 구하는 것도 힘든 것이었다. 특제 강장제 역시 인기 상품에, 어쩌다보니 이 도시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물건처럼 되어버려서 너도나도 구하려고 난리였다.

 

 덕분에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몰려서 그들은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손님들을 상대해나갔다. 마치 사건들이 벌어지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듯, 아멜과 에노는 사람들에게 약들에 대해 설명하고 진열대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너무 쉬어서인지 조금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이어이, 거기 그 망할 손 부러지기 전에 그만하지?”

 

 오랜만에 가게를 연 탓일까? 가끔 물건을 훔치려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곳곳에서 숨어있던 단골손님들이 나타나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을 붙잡아 주었다. 참, 이런 일이 일어나면 화를 낼 법도 한데,

 

 “다시는 그러시지 마세요. 아무리 급해도 약을 함부로 가져가는 건 위험하답니다.”

 

 케일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훔치려던 사람을 되려 위로해주고 조심히 밖에 까지 데려다 주었다. 거기다 시음용 강장제를 주는 건 덤이고. 동시에 도와준 단골손님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간단한 음료수를 건네는 그녀였다.

 

 “어머머, 고마워요. 이건 도와주신 답례에요.”

 

 “하하하,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음료수는 잘 마실게요.”

 

 이 미소와 음료수를 먹기 위해 가끔씩 일부러 이 짓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케일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음료수는 에노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손님들이 더 찾아오면 그것대로 좋은 일이니 말이다.

 

 “참, 저 미소 뒤에 숨겨진 것들을 보면 자지러지게 놀랄 텐데.”

 

 “뭐, 그래도 사람들이 좋다는데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반대로 에노씨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습이 케일씨한테는 어떻게 보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분명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걸요?”

 

 아멜의 말에 에노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래,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법이지. 누나나 동생이나 서로를 보는 눈은 거의 비슷할 테니까. 누구보다 가장 가깝고, 누구보다 가장 친하니까.

 

 “그나저나 오늘은 안 오시나 보네요?”

 

 “흠, 그러게요. 분명 이맘때 쯤 되면 올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 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딸랑!

 

 “케일씨! 가게 다시 여셨다면서요?!”

 

 역시 가게 풍경 속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는 크리엔이 나타날 줄 알았다. 항상 같이 다니던 무표정의 그가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여어? 이게 누구셔? 로하니아의 영웅 아니야?”

 

 “람프씨?! 람프씨도 오셨네요?”

 

 “하하하, 나야 항상 있지. 이 집의 경비원이라고 난.”

 

 “람프씨, 저는 그런 힘든 부탁드리지 않았다고요.”

 

 “괜찮아. 내 단골손님은 내가 지켜야지? 안 그래?”

 

 둘이서 대화를 할 때 빼고는 람프에게 존칭을 쓰는 케일이다. 뭐, 이편이 서로에게 좋다고 약속을 해놓았다나 뭐라나? 어쨌든 모일사람은 다 모인 것 같으니 상관은 없었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매제! 오자마자 부려먹는 거야?”

 

 “어차피 땡땡이치러 오셨잖아요? 그러다 걸리시면 혼나니 제가 눈치 보지 않게 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는 거라고요.”

 

 “치잇, 매번 너한테는 말로는 이길 수 없단 말이지.”

 

 씽긋 웃으며 말을 하는 에노를 보며 크리엔은 투덜거리며 말을 했다. 하지만 에노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냥 노는 것보다, 적당히 일하는 척하며 노는 게 더 좋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있는 일은 실제로 치안대가 맡아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크리엔 분대장님. 진짜 여기서 음료수 마시면서 줄을 정렬시키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래, 자식아. 그리고 여기를 약 보지 말라고.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는 자신의 후임을 데리고 한쪽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람프를 비롯하여, 자칭 케일라 약국의 방범대로 활약하는 단골손님들이 있었다. 모두 아름답고(?) 탄탄한 근육의 소유자들로, 단번에 팔을 뻗어 도둑질을 하거나 여러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우... 우와와와와와........”

 

 “나도 저 분들만큼 할 수 있지! 그리고 너도 저 분들만큼 해야 하는 거고.”

 

 젠장! 덴커일이 없어서 대타로 나온 거지만, 맨날 농땡이나 피운다고 해서 일이 쉬운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니!

 

 “이.. 이래서 분대장님은 실적이 좋으셨던 거군요........”

 

 “하하하! 난 말이야. 범죄의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고. 그러니 거기! 지갑 훔치지 말고 내려두쇼!”

 

 오늘도 멋진 활약! 단숨에 범인을 잡고, 근처에 돌아다니는 다른 치안대에게 경위서와 범인을 넘기는 그는 당당하게 콧날을 세우며 케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멋지게 한건 했다고 한 장면은 아쉽게도 케일이 보지 못한 듯싶었다. 오히려 지금은 앞에 있는 꼬마 손님들을 맡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와하하하! 사탕주세요, 사탕!”

 

 “얘들아! 케일씨를 곤란하게 하지 마렴.”

 

 “괜찮아요, 수녀님. 자, 이리 오렴. 여기 사탕이 있단다.”

 

 “우.. 우애앵! 눈빛이 무서워!”

 

 역시 순수한 아이들은 속일 수 없나보다. 아이들의 말에 당황한 케일과 그런 케일을 보며 더 놀라서 단체로 울기 시작한 아이들 때문에 수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보다 못한 에노가 급히 그쪽으로 뛰어가, 아이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얘들아! 이쪽을 보렴. 자, 여기 손수건이 있다가...... 뿅!”

 

 그의 손수건이 사라지면서 작은 종이학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 모습에 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종이학을 바라보았다.

 

 “우와와!”

 

 “형아!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한 거예요?”

 

 “흠, 형은 아주 머어찐! 마술사님을 알고 있거든. 그 멋진 마술사님이 가르쳐주셨어.”

 

 그는 가볍게 사탕을 꺼내들며,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어느새 울음을 그친 아이들은 그가 주는 사탕을 받아들며 해맑게 웃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은 정말이지 금방금방 바뀌는 것 같았다. 뭐, 감정에 솔직한 게 나쁘다는게 아니지만.

 

 “자, 그럼 꼬마 신사숙녀 여러분들? 다음 공연이 있으니까 이리로 모일까요?”

 

 “네에!”

 

 아이들은 줄을 맞춰서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는.......

 

 “여.. 역시 에노님이셔! 멋진 미소! 따뜻한 마음! 앗! 저도! 저도 따라갈게요!”

 

 또 한 명의 신봉자가 탄생한 모양이었다. 아멜은 그런 그를 보며 그저 미소만 짓고는, 다시 돌아서서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시끌벅적하면서도 평화로운 일상이어야지. 너무 바쁜 게 조금 흠일지라도, 그래도 이런 일상은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

 

 꼬르륵.

 

 ‘근데.... 슬슬 점심시간 되지 않았나?’

 

 맞아. 슬슬 점심시간이 된 것 같은데......... 케일씨랑 오늘 뭐 먹을 건지 상의를 해볼..... 앗?!

 

 “헤헤... 찾았다! 근데 이런 가게를 언제 차린 거야? 케일 어디있... 아! 아멜이구나!”

 

 문 밖에서 당당하게,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 들어오는 거구의 여자. 모두들 그녀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멜! 케일은 어디 있어? 영~ 보이지 않는데?”

 

 “저... 이.....”

 

 “쉿! 그 이름 말고. 레본으로 불러, 레본으로.”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의문의 여자가, 가게의 또 다른 마스코트인 아멜과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 것에 모두들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이렇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정말로.... 매우 많이.

 

 “아... 아직도 안 가셨어요?”

 

 “그게, 여기 온 김에 아버님 도장 좀 점검하느라고 오래 있게 됐어. 참, 그건 그렇고 이건 선물.”

 

 이옌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찐빵과 만두가 들어있는 봉지를 건네주었다.

 

 “딱 봐도 줄이 이렇게 긴데, 점심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었지? 슬슬 케일이 짜증을 낼 때가 된 것 같아서 사왔어.”

 

 “고.. 고맙습니다! 그럼 이... 아니.. 레본씨도 안쪽에서 같이 먹어요.”

 

 슬슬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다들 그녀가 가져온 만두의 냄새로 알아차렸다. 람프는 고개를 잠시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단골손님들과 함께 빠져 식당으로 움직였고, 그들이 움직이고 난 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하나 둘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일종의 배려인 것처럼. 모종에 규칙을 정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어머... 내가 장사를 방해 한 거니?”

 

 “아.. 아니에요! 슬슬 점심시간이라 다들 밥 먹으러 간 것뿐이에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아멜은 안심하라며 말을 했다. 하지만, 뒤에 있는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넌 또 왜 왔어?”

 

 “그야... 언니랑 밥 먹으려고!”

 

 하아, 정말이지 그녀의 움직임은 어느 하나 예측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궤적 없이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는 고무공 마냥, 그녀는 전혀 알 수 없는 순간에 튀어나오니까. 그렇다고 그녀가 전혀 나쁜 행동을 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라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밥을 가져왔으니 화를 내진 않을게.”

 

 “헤헤! 그럼 빨리 먹자고. 식기 전에 말이야!”

 

 케일이 먼저 들어가고, 그녀의 뒤에서 만두와 찐빵을 들고 헤벌쭉 웃으며 이옌이 졸졸 따라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멜은 잠시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가 가게 문의 팻말을 자연스럽게 돌려놨다.

 

 ‘점심시간. 있다가 봐요~!’

 

 팻말을 돌려놓은 그녀는 빠르게 발걸음을 돌려, 케일과 이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맛있는 만두가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곳으로. 뜨끈한 찐빵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작가의 말
 

 모두들 손 잘씻고 감염 예방 철저히 해서 몸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몸 아픈 것 만큼 서럽고, 몸 건강 만큼 남는게 진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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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4. 사과는 직접! 천천히 한걸음부터! 2020 / 4 / 23 355 0 9189   
65 63. 푸른 고양이와 아기사자, 그리고 늑대개 2020 / 4 / 17 348 0 8160   
64 62. 비밀 요원 2020 / 4 / 16 333 0 8779   
63 61.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 2020 / 4 / 10 354 0 8438   
62 60. 궁금증/ 덜 풀린 실마리 2020 / 4 / 9 353 0 8425   
61 59. 추적 2020 / 4 / 3 354 0 8414   
60 58. 새로운 인물의 등장? 2020 / 4 / 2 349 0 8560   
59 57. 만남의 광장? 2020 / 3 / 27 352 0 8109   
58 56. 수호자들, 모이다! 2020 / 3 / 26 355 0 8647   
57 55. 우리 아직 잊지 않았죠? 2020 / 3 / 20 354 0 8031   
56 54. 정령 납치 사건? 2020 / 3 / 19 357 0 8460   
55 53. 마법사와 요정, 그리고 정령 2020 / 3 / 14 349 0 7882   
54 52. 에노와 셰이옌 2020 / 3 / 12 378 0 7786   
53 51. 대화, 대결, 태엽인형과 초대장 2020 / 2 / 28 358 0 8973   
52 50. 다시 일상으로 2020 / 2 / 27 539 0 9137   
51 49. 다른 세계의 사람들. 2020 / 2 / 21 354 0 8361   
50 48. 땅의 정령. 2020 / 2 / 20 376 0 8468   
49 47. 무엇이든 있는 만물상 2020 / 2 / 14 365 0 8163   
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59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5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6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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