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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녀일기: 정령사 왕녀가 소녀에서 여왕이 되기까지
작가 : 가넷베리
작품등록일 : 2020.1.25

약소국 바이던 왕국의 제 1 왕녀 이사벨이 노바 제국에 공녀로 바쳐져 살아남는 이야기.
왕녀로 태어난 그녀가, 공녀로 바쳐져서, 일국의 여왕이 되기까지의-


*작품 관련 문의는 여기로.. garnetberry@naver.com

 
3화. 승부사 학자, 나탄
작성일 : 20-02-01 00:45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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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승부사 학자, 나탄

 

 

  대륙횡단열차 내부.

 

 

  “……이래서 진작 경고한 건데….”

 

  열차의 바닥에 엉망으로 흩뿌려진, 산산 조각난 붉은 색의 마법석을 살펴보던 나탄은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마력이 농축된 마법석을 다룰 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이 있어요.”

  “마법석을 다룰 때의 철칙?”

  “예. 여러 마법서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장 먼저 소개되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 격인 내용이죠.”

 

  사고 현장을 완전히 둘러본 그는 납득했는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특정 속성의 사람은 그 특정 속성과 일치하며 마력이 농축된 마법석을 다룰 때, 반드시 그와 상반된 속성을 가진 누군가의 입회하에 행하거나, 절대 금해야한다-”

  “……그렇다면 이건 화염의 속성을 가진 마법석이고, 테러범은 화염 속성의 마법사인걸까요?”

 

  나탄은 이사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지나치게 증폭되면, 순식간에 개인이 제어할 수 있는 역량 이상으로 마력이 넘쳐버리게 되어 버리니까요. 바로 아까처럼 말이죠.”

 

  이사벨은 그 말을 들으며 폭발 현장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인생관이 삐딱한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잘못된 일탈이라고 결론을 지어버리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만약 테러범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배후가 있다면,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대체 누군가에게 어떤 원한이 있어서?

 

  이사벨은 열차 바닥에 난장판으로 흩어진 붉은 마법석의 조각들 중의 하나를 주워들어 들여다보았다. 날카로운 단면에 자칫 손을 베일 뻔했다.

 

  노바 제국의 유서 깊은 로열 아카데미, 노반티움.

  자타공인의 엘리트들을 대대로 배출한 황실의 학교.

  그만한 학교이니만큼 입학 조건이 살 떨리게 까다로운 것은 물론이고, 들어가는 학비 역시 무시무시해서 구성원의 대다수는 황족, 왕족, 귀족 가문이나 유명한 마법사, 학자, 혹은 부유한 대상인 집안의 자제 정도였다.

  테러범을 자처한 그 소년이 짊어지려 했던 무게란 그런 것이었으리라.

 

  열차의 관계자로부터 확인된 테러범의 신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완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내가 좀 더 잘 했었다면 막을 수 있었어.’

 

  그녀가 구하지 못한 과거의 사건이 겹쳐보였다. 나락으로 추락하는 기분에, 이사벨은 입술을 깨물었다.

  노반티움에 대한 명백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상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수단이었지만, 적어도 그 행동의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몰락하는 가문을 부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겠죠. 그에겐….”

 

  조용히 중얼거리는 이사벨. 곁에 선 나탄은 긍정의 의미로 침묵했다.

  노반티움의 불합격 소식은, 그에게 마지막 동아줄을 날렸다는 의미로 와 닿았을 것이다.

 

  [……음. 끔찍하네.]

 

  정령화 상태로 폭발한 부분에 다가가서 차체의 접합부를 살펴보던 늉늉이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법석의 상성이 일차적인 원인이고, 그 다음에 폭발 위치가 너무 안 좋았다는 것도 한 몫했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운이 나빴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혀를 차는 늉늉이.

  설령 의도치 않았더라도, 결과는 이미 파국으로 치달은 채였다.

  나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만한 마법석을 비공식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이는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죠. 당장 몇몇으로 특정할 수 있을만큼요.”

  “그런가요? 예를 들면?”

  “노바 제국의 궁중 마법 목록에 들지 못한 자들. 요컨대 비주류의 마법사들……그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무테안경을 벗어 닦으며 말을 이었다.

 

  “금기의 마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흑마법사들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아마도 이사벨 님이라면 미래에 한번쯤은 대적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가능성. 이사벨은 그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내 머릿속 한구석에 미뤄두기로 했다.

  아직은, 아마도 아직은 시기상조일지도 몰랐으니까.

 

 

 

  노바 제국 령. 정오.

 

  바이던 왕국으로부터 노바 제국에 이르기까지 며칠.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어느 샌가 창밖 풍경의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이사벨은 문득, 버릇처럼 창가 너머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한겨울이었음에도 해가 선명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태양에 의해 축복받는 영토라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노바 제국. 대륙전쟁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결과의 가장 큰 몫을 가져간 제국. 명실상부한 대륙의 지배자가 그 거대한 또아리를 튼 곳이었다.

 

  ‘이제 정말 곧 도착이네.’

 

  황궁이 있는 노바 제국의 수도 세페른과의 거리는 아직 조금 남았지만, 거대한 외벽이 희게 빛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표면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흰 벽돌들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황궁의 외벽.

  그런 세밀한 예술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그녀 역시 알 수 있었다. 확연히 다른 모양이었다. 그녀의 조국 바이던 왕국의 외벽보다 더욱 정교하고, 예술품에 가까운 느낌. 전체적으로 바이던 왕국보다 조금 더 발전한 모양새였다.

 

  이사벨은 현재 그녀가 짚어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막연히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닥친 일들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왕위 계승 과정에서 그녀의 정치력이, 그녀의 정적 샤를로트보다 모자란 탓이었다는 것을.

  쓰라린 교훈이었지만 풀 죽어있을 시간이 없었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해. 아는 만큼 이용할 수 있고, 모르는 만큼 이용당할 테니까….’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바로 그 때,

 

  “안색이 엄청 어둡네요? 이사벨 님.”

 

  난데없이 툭하니 던져진 상대의 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맞은편에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예의 장난기 섞인 눈빛을 한 나탄이 그녀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고 있었다.

 

  “바이던 왕국의 제 1 왕녀 이사벨. 슬슬 도착할 때가 되어가니까 제가 왜 처음부터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말해줄까요?”

  “……?”

  “노바 제국에 바쳐진 공녀, 바이던 왕국의 왕위계승서열 1위의 제 1 왕녀 이사벨. 비운의 제 2 왕녀 샤를로트에 비해서 여러모로 조용한 인물….”

 

  나탄은 차분하게 안경을 닦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도발적인 내용에, 마치 간을 보는 듯한 표정.

 

  “저에게 시비를 걸고 싶은 건가요?”

  “하하, 설마요.”

 

  이사벨은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본능적으로 이미 깨닫고 있었다. 왕족의 혈통을 이어 제 1 왕녀로 태어난 그녀에게는 아주 익숙한 상황이었다. 왕녀로서의 자질 테스트.

  이사벨은 상대를 똑바로 응시했다.

 

  “나탄 애쉬포드. 당신은 말해줄 수 있나요? 내가 진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역시 이사벨 님 다운 겉치레가 하나도 없는 정공법이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거 좋아하지만, 그 방침은 아직 시기상조에요.”

  “무슨 말이에요?”

  “아직 당신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잖습니까?”

 

  이사벨은 고개를 갸웃했다.

 

  “약속이요?”

  “네, 약속. 당신이 저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약속.”

 

  정공법에는 정공법이라는 것일까, 과정상의 많은 부분들을 생략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는 이미 선택한 거에요, 이사벨. 당신의 편에 설 것을.”

  “대체 저의 무엇을 보고…?”

  “귀여우니까요, 이사벨 님은.”

 

  그를 일행으로 받은 이후부터 며칠간 꽤나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녀가 느낀 것이지만, 그는 때때로 괴짜이자 천재의 면모를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겉으로 내보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그는 띨띨한 괴짜이지만, 가끔 드러나는 면모는 그가 왜 대륙에서 손꼽히는 학자 집안의 사람인지 느끼게 했다.

 

  [허, 재미있네. 세간에서는 저런 걸 두고 무모한 승부사라고 부르지 않나?]

 

  늉늉이는 그녀의 곁에서 배를 깔고 누운 채 흥얼거렸다.

 

  무모한 승부사. 그것은 학자로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속성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기존의 집단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말하자면 그는 주저 없이 그의 목숨과, 학자로서의 가능성을 베팅한 것이다.

 

  나탄은 그녀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저는 당신의 편이 될 텐데, 당신은 어떻게 할래요?”

 

  나쁘지 않은 기분에 이사벨은 살짝 웃었다.

 

  “……나탄, 난데없이 되게 미친 소리 하고 있는 건 알죠?”

  “아, 가끔씩 들어요. 그런 소리.”

 

  그녀는 손을 마주 내밀어 잡으며 말했다.

 

  “그래요, 약속하죠.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에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제 생각을 말해줄게요.”

 

  나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단호하게 잘라내야 해요. 당신이 그녀에게 패배한 이유는 아마 거기에 있을 겁니다.”

  “……너무 모호해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래요?”

  “사소한 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서 대사를 그르치지 말라는 뜻이에요. 아마도 당신이 과거에 몇 번이고 그랬던 것처럼. 그건 당신의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답니다.”

 

  깊게 폐부를 찔러오는 말이었다. 과거의 그녀가 저질렀던 실수가 떠오른 탓이었다.

  이사벨이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자, 나탄은 다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디 건승을 빌어요, 이사벨 님. 공녀 신분으로 타국에서 살아남는 건 당신이 지금 기대하고 있는 만큼이나 치열할 테니까요.”

  “…….”

 

  -끼이익!

 

  대륙횡단열차가 마침내 도착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웅크리지 말아요. 웅크린 당신은 아주 귀엽지만, 곧 잡혀 먹힐 뿐일테니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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