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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녀일기: 정령사 왕녀가 소녀에서 여왕이 되기까지
작가 : 가넷베리
작품등록일 : 2020.1.25

약소국 바이던 왕국의 제 1 왕녀 이사벨이 노바 제국에 공녀로 바쳐져 살아남는 이야기.
왕녀로 태어난 그녀가, 공녀로 바쳐져서, 일국의 여왕이 되기까지의-


*작품 관련 문의는 여기로.. garnetberry@naver.com

 
2화. 파국의 편린
작성일 : 20-01-29 10:31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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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파국의 편린

 

 

 

  겨울밤의 대륙횡단열차 내부.

 

  창밖으로는 여전히 겨울의 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추운 겨울밤의 황량한 풍경이 스쳐가는 것을 보며, 이사벨은 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녀가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봄에 대해서. 그녀를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봄에 대해서.

 

  결코 일국의 왕녀의 행차라고 볼 수 없는, 지나치게 간소한 이 상황이 공녀의 신분을 상기시키기 위한 노바 제국 측의 입장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에 대응해서 행해야 할 처세술을, 그녀는 차근히 생각해보았다. 확실히 배워둘 필요가 있었다.

  이사벨은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창 밖에서 휘날리던 눈발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슬슬 읽던 책도 창가의 풍경을 보는 것도 지루해지던 찰나,

 

  “……으. 여긴…?”

  “드디어 일어났네요.”

 

  정신이 든 진갈색 머리의 소년, 사막에서 구조된 뒤 몇 시간이 지난 참이었다.

  어떻게 상대를 구출하게 된 건 지에 대해서 설명하려던 이사벨은 잠시 멈칫했다.

  달리는 열차에서 사막에 있던 상대를 구할 방법. 그에 대해서 정령술이 아닌 다른 변명이 되기에 충분한 방법에 대해서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역시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사벨은 상대를 납득시키기 위해 자신이 정령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은 밝히되, 그 정도에 대해서는 감추는 방향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생각을 정리한 뒤, 그녀는 잠시 어떻게 상대를 구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부스스한 표정으로 무테안경에 묻은 모래알을 털던 그는 상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목숨을 빚졌네요.”

  “아뇨.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사실 기절했을 때 에녹 경이 그의 몸에 엉겨 붙은 모래를 한참이나 털어낸 뒤에야 겨우 사람 몰골을 하게 된 상대였다.

  아마 그대로 있었다간 눈 덮인 겨울 사막이니 눈과 모래 속에서 동사하지 않았을까?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상대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는 에녹 경은 내내 귀찮은 표정이었다.

 

  “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밝혀내려고 했는데. 역시 준비가 모자랐나보네요.”

  “준비?”

 

  사막에서 죽을 뻔 했던 것 치고 태평한 모양새였다. 오히려 아쉬워하는 상대의 표정에, 이사벨은 의아해졌다.

 

  “사막에 사는 희귀 생물을 관찰하려고 간 거였어요. 보시다시피 실패했지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힘내요.”

 

  그는 어깨가 축 늘어진 채였다. 한숨을 내쉬며 그는 뒷머리를 긁던 그는 무언가 깨달은 듯 그녀를 보았다.

 

  “이런, 통성명! 통성명도 안 했네요.”

  “…….”

  “제 생명의 은인 씨는 이름이 뭐에요?”

 

  [그것 참 일찍도 물어본다.]

 

  정령화 상태의 늉늉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이사벨 외의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조금 미소를 지었다.

 

  “이사벨이라고 부르면 돼요.”

  “이사벨?”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그는 이사벨을 분석하듯이 찬찬히 바라보았다.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설마, 하는 뜨악한 표정으로 다시 그녀를 보았다.

 

  “혹시… 바이던 왕국의 이사벨 R. 가넬라코프 왕녀?”

  “……제가 꽤 유명한가요?”

  “-?!”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이내 침착한 디폴트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갑자기 매우 깍듯하고 공손한 말투가 되었다. 그는 예를 갖추며 말했다.

 

  “나탄 애쉬포드입니다. 제가 무척이나 실례가 많았습니다, 왕녀님.”

  “그냥 이사벨이라고 불러요. 부담스러우니깐….”

 

  그는 노바 제국의 학자 집안인 애쉬포드 가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물론 애쉬포드 가문에 대해서는 이사벨 역시 들어본 적 있었다. 학계에서 수많은 저서를 남긴, 대륙 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망 높은 학자 가문이니까.

 

  [정말 유명한 학자 집안이라고? 암만 봐도 띨띨한 것 같은데?]

 

  ‘늉늉아, 그런 말 하면 못 써.’

 

  그는 잠시 어떻게 조난당하게 된 건지 경위를 설명했다. 무모한 건지, 대범한 건지 구분하기는 힘들었지만 분명 범상치는 않은 발상이었다.

  행색을 보았을 때 결코 하층민은 아닌 듯 싶었던 그는, 역시 노반티움의 학생 신분이었다.

 

  나탄은 입고 있던 코트 윗주머니에서 안경닦이를 꺼내서 무테 안경의 알을 꼼꼼히 닦았다. 안경에 공을 많이 들이는 타입의 사람인 것 같았다.

 

  노반티움. 노바 제국의 유서 깊은 로열 아카데미.

  전 대륙의 13세 아이들 중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 선발해서 18세가 될 때 까지 6년 동안 가르치는 황실의 사립학교.

 

  “…….”

 

  만일 노반티움의 학생으로 지낼 수 있게 된다면 상당한 인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녀 신분으로 그런 것을 구상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연의 일치 치고는 지나친 감이 있는 걸….’

 

  늉늉이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소개가 좀 늦었지만, 이쪽은 제 호위기사인 에녹 경이에요.”

 

  이사벨은 머리 한 켠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호위기사 에녹 경과 나탄을 서로 소개시키기 위해 운을 떼었다.

 

  “아, 알고 있어요. 청룡의 기사 에녹 경이죠?”

 

  잘 닦여진 무테 안경을 쓰며, 그는 말했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들어맞는 안경이 그의 인상을 예리하게 다듬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이사벨은 멈칫해버렸다.

 

  상대가 방금 입에 담은 것은, 대중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이기 때문이었다.

  ‘아는 만큼 이용할 수 있고, 모르는 만큼 이용당한다.’ 라는 지론을 반영해서 세상 사람들을 이분한다면, 즉,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눈다면 그는 확실히 전자에 속한다는 말이리라.

 

  “흠.”

 

  청록색 머리칼의 에녹 경.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이던 그는, 상대의 말에 그제서야 흥미가 생긴 눈빛으로 나탄을 바라보았다.

 

  “애쉬포드 가의 자제분이라고 하셨습니까……학자 집안의 사람답군요.”

  “이거 과찬인 것 같네요.”

 

  나탄은 미소를 지으며 이사벨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하나로 반듯하게 묶은 그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아무튼 오늘의 제 목숨 빚은, 훗날 반드시 사례할겁니다. 이사벨 님.”

  “……그-”

 

  이사벨이 나탄의 나긋한 선언에 무언가를 대답하려던 순간,

 

  - 으악!

  - 꺄아아악!

 

  갑자기 열차 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잡으며 상황을 살피는 에녹 경 곁에서, 이사벨은 나탄의 이목을 피해 정령화 상태의 늉늉이에게 살짝 눈짓했다.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늉늉이가 잠시 상황을 살피려 사라진 사이, 나탄은 이사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잠시 일어날 채비를 하는 그녀를 살피더니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네요.”

  “위험할 수 있으니 나탄 씨는 여기에 그냥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요.”

  “음……역시 가서 막으려고 하는 건가요?”

  “열차 내의 무고한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으니까, 제가 막을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막아야 해요.”

  “그건 좀 이상하네요. 그게 이사벨 님의 의무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에요.”

 

  나탄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사벨 님의 현재 신분을 생각해보면, 이 상황에서 당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큰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어요. 바이던 왕국과 노바 제국, 양국의 관계가 틀어질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하죠?”

 

  상대의 말을 듣던 이사벨은 잠시 감정을 걷어내고 생각에 잠겼다.

 

  공녀의 신분.

  그녀는 이미 한 왕국의 후계자가 아닌, 노바 제국에 바쳐진 공물이다.

  대륙전쟁의 패배국이 진상한 공물이 이동 도중 변질되거나, 망가질 위험에 처한 상황인 것이다.

  문득 그녀는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겠지….”

 

  잠시 입을 다문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나탄의 눈을 직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지금 눈앞의 사람들의 목숨이 먼저에요, 저에겐.”

 

  그렇게 말한 이사벨이 몸을 일으키자, 조금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나탄은 이내 그녀를 따라나섰다.

  얼핏, 그의 입가에 미소가 스친 것도 같았다.

 

 

 

  늉늉이가 알려준 상대의 위치는 열차의 두 칸 앞. 생각보다 가까웠다.

  문제의 열차 칸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상황을 살핀 이사벨 일행. 이내 그들은 어렵지 않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굴을 가리려는 듯 큼직한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손에 붉게 빛나는 돌을 쥔 테러범.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승객들을 위협하듯 치켜 올려 보였다.

  그에 몸을 사린 사람들.

 

  ‘테러리스트인가.’

 

  이사벨은 상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자세히 보니, 테러범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많이 서툴러 보이네. 이런 범행이 처음일 가능성도 있고.’

 

  어렴풋이 상대가 초범일 가능성을 짐작하고, 그녀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 이사벨을 마주 노려보며, 상대는 으르렁거리듯이 외쳤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 그 이상으로 다가오면-”

  “……다가오면? 어떻게 할건가요?”

 

  이사벨은 조용히 반문하며 한발자국 더 다가섰다.

  목소리를 변조했지만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아직 소년이다. 그것도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그녀는 침착하게 상대를 응시하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보았다.

  상대를 제압하는 동시에 무력화시킨다.

  그에 대한 제약조건은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것. 물론 테러범인 상대를 포함해서.

 

  ‘그런 것이 가능해…?’

 

  “뭐야, 무시하지 말라고-!”

 

  이사벨은 입술의 안쪽을 지그시 깨물었다.

 

  ‘내가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한 그녀는 자신을 보는 상대의 뒤편, 사람들의 시선이 덜한 사각지대를 골랐다.

  그리고 집중했다. 미세하게 작은 물방울이 방울방울 모여 상대의 발 뒤쪽 언저리에 모이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며, 그녀는 천천히 물방울의 크기를 키워나갔다.

 

  [……아하, 모아서 저 놈의 발을 묶을 셈이야?]

 

  ‘응. 만에 하나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넘어뜨려 행동을 제압해야 해.’

 

  이사벨은 정령화 상태의 늉늉이에게 그렇게 대답하며 집중했다. 바로 그 순간,

 

  - 타앙!

 

  난데없이 울린 총성에 순간 집중이 깨져버린 이사벨. 그에 순조롭게 거의 모여 가던 물방울들이 순식간에 퍼져서 열차의 바닥에 쏟아져버렸다.

  이사벨의 뒤쪽, 사람들이 모인 쪽에서 누군가가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쳇. 빗나갔나?”

  “방금 설마 마법석을 맞추려고 쏜 거에요? 엄청 위험해요. 잘못하면 싹 다 죽는 다구요.”

  “엥, 왜지?”

 

  그녀의 등 뒤에서 나탄이 총소리의 주인을 제지하며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들렸다.

  그러나 이사벨은 돌아보지 않았다. 대치 상태의 상대를 그대로 시야에 넣기 위함이었다. 침착하게 다시 시도하며, 그녀는 다시 한 번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나탄을 노려보던 테러범은 이를 악문 채 으르렁거렸다.

 

  “이래서 엘리트란 놈들은……!”

  “…….”

 

  아까부터 납득되지 않던 테러범의 동기. 방금 그 말에 한 가지 짚이는 가능성에 이사벨은 입을 열었다.

 

  “엘리트가 싫은 이유가 뭔가요?”

  “하, 당연한 거 아냐? 많은 것들을 이미 타고난 주제에 매사에 제 힘으로 모든 걸 이룬 양 당당하게 군다고.”

  “그러는 당신 역시 제법 많은 것을 타고 났을 지도 모르는데요. 마법을 배운 지는 얼마나 되었죠?”

  “어차피 쓸모도 없는 것 알아서 뭐하려고!”

 

  반쯤은 떠보는 말이었지만, 아예 마음에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동 나이대의 마법을 배우는 학생들에 비해서 마력 운용에 능숙해 보였으니까.

  이를 악문 상대는 짓씹듯이 말했다.

 

  “……나도, 좀 더 높은 신분으로 태어났다면 진작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었어.”

  “노반티움에서 말이죠?”

  “…….”

 

  방학의 막바지. 학생들이 노반티움으로 향하는 기차 안의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상대로 한 테러.

  적당히 넘겨짚어 유도심문을 해본 것이었지만, 그 말에 침묵하는 것을 보아 정답인 모양이었다.

 

  바로 그 순간, 상대 쪽으로부터 급격하게 마력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

 

  [이사벨, 위험해!]

 

  늉늉이가 외치며 자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굉음이 울렸다.

 

  -콰아아아앙!

 

  ‘……타임아웃인가….’

 

  짧게 생각하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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