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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우화등선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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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지도를 깨닫고 탈각을 이뤘지만 이제부터는 인간지도를 익히기 위해 평범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귀여운 소년이 된 순진무구한 선인 청명.
하계로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된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의 독특한 인생 수행기가 펼쳐진다.

 
제 12 화
작성일 : 16-07-12 15:38     조회 : 618     추천 : 0     분량 : 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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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청명은 장문인에게 붙들려 태화궁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처음에는 또 지루한 이야기를 꺼낼까 덜컥 겁이 났지만 의외로 장문인은 너그럽고 인자했다.

 청명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즐거워졌다. 장문인이 마치 사부처럼 옅게 미소를 띠고 자신을 바라보니 마음에 달콤한 위안이 된다.

 청명은 모처럼 어리광을 부려보았다.

 “...그래서 저는 파를 매일매일 먹었답니다. 사부님이 등선하시고 혼낼 사람이 없어서 걱정 않고 먹었어요. 헤헤.......”

 “허허, 그러셨군요.”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선경에 들지 못했다면 엄히 꾸짖을 일이나 깨달음이 있는 사람이 규율을 어긴 것이라면 쾌히 용서할 수 있었다.

 사백처럼 신선의 경지에 이르면 파를 먹어도, 쌀을 먹어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장문인의 심기를 크게 헝클어뜨리고야 말았다.

 “운혜 사손은 뱀도 먹어... 합!”

 청명이 놀란 눈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생각해 보니 그런 말들은 심각한 실수였다.

 대부분의 도문이 그렇듯이 무당도 규율의 엄격함이 살아 있는 곳. 그런 곳에서 당당하게 규율을 어겼다는 사실을 말했으니 장문인이 멱살을 잡고 파를 토해내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심지어 자신은 운혜의 이야기까지 꺼낼 뻔했다.

 “.......”

 현평 진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청명을 노려보았다. 분명히 자신이 듣기로는 ‘운혜 사손은 뱀도 먹어’에서 그쳤던 것 같다.

 제자의 잘못은 사부의 잘못인 법. 현평 진인은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현무 이놈!’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현평 진인이 울컥거리는 심사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청명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다음, 즉 효과적으로 청명을 홀린 다음 천천히 물었다.

 오늘의 경험으로 이 귀여운 사백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게 된 현평 진인이었다.

 청명은 황홀한 표정으로 사부를 연상케 하는 늙은 사질을 바라보았다.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청명이 생각하기에 저렇게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은 어지간해선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운혜의 이야기를 해주어도 좋으리라.

 “...네.”

 청명이 생긋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운혜 사손은 뱀을 먹어본 적도 있었구요, 멧돼지를 먹어본 적도 있었대요. 사부님께 걸렸지만 사부님은 뺏어먹기 바빠서 혼내지 않았대요. 저도 멧돼지가 먹고 싶어요.”

 ‘파를 곁들여서요’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청명이 현평 진인의 눈치를 보았다. 아직도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역시 혼내지는 않으실 거야.

 “허허허, 그랬군요. 언젠가 사백께서도 멧돼지를 먹어보실 기회가 있을 겝니다.”

 하지만 웃고 있는 현평 진인의 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현무, 이놈!

 “이만 주무시지요, 사백. 이곳에서 주무실 수 있도록 침상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예? 저는 아무 데서나 자도 괜찮은데....... 장문 사질은 어떻게 하시려구요?”

 청명이 늙은 모습의 현평 진인을 바라보며 몹시 근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늙은 몸에 한데서 잤다가는 몸이 상할지도 모른다.

 “저는 괜찮답니다, 사백.”

 “하지만 저는 등선하기 전에도 바닥에서 늘 잤었는걸요. 저는 정말 아무 데서나 자도 괜찮은데.”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저는 할 일이 있습니다, 사백. 그래서 침상을 양보하는 것이니 사백께서는 저어하지 마시고 편히 쉬시지요.”

 청명은 그제야 안심하고 꾸물꾸물 침상으로 기어들어 갔다.

 “안녕히 주무셔요, 장문 사질.”

 “예, 사백께서도 편히 쉬십시오.”

 해가 저물었다.

 

 ***

 

 청명이 잠에 빠져들자 현평 진인은 조용히 몸을 돌려 태화궁을 빠져나갔다.

 태청관으로 향하는 어두운 소로에 들어선 현평 진인은 멀리 서 있는 어두운 인영(人影)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사제 현무 진인이다.

 “사제.......”

 “오늘이군요.”

 현무 진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이 운혜에게 마지막 개정대법을 펼치는 날이다.

 더 펼칠 수만 있다면 운혜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기회가 없다.

 다시 개정대법을 펼친다면 운혜의 몸은 부조화로 붕괴되고 마니 결국 이번의 개정대법을 끝으로 운혜의 목숨은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평 진인이 현무 진인을 바라보았다. 무거운 얼굴을 보니 현평 진인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괜찮을 걸세, 사제.”

 현평 진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무 진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럴까요? 제가 거둔 제자는 운혜 하나뿐인데... 그 아이를 잃는다면 앞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겝니다.”

 “괜찮을 걸세. 그 아이는 그리 쉽게 떠날 아이가 아니야. 이번을 끝으로 비록 개정대법을 펼치지는 못한다지만 만년화리(萬年火鯉)의 내단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야.”

 현평 진인의 말에 미소 지으면서도 현무 진인은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만년화리의 내단까지 복용하고 난 뒤에는 어찌하시렵니까? 아니, 그 이전에 마교의 무리들에게 운혜가 잘못되면 어찌하시렵니까?’

 현평 진인이 현무 진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날 믿게. 사백께서 말씀하시길 운혜는 세상 밖으로 나가면 천수를 누린다더군.”

 “예?”

 “사백께서 뭔가 묘안이 있나 보이.”

 현무 진인이 당황하여 말했다. 운혜를 세상 밖으로......?

 “아니, 장문 사형!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운혜를 내보낸다구요?!”

 “그리 말했네.”

 “아니 됩니다! 운혜를 노리는 마귀들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마당에 운혜를 내보낸다니요! 운혜를 죽이시려는 겝니까?!”

 현무 진인이 소리를 질렀다. 끔찍한 상상이 절로 떠오른다. 장문 사형은 운혜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결국 마교의 도당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운혜를 죽여야 하는데, 차마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하니 강호로 내보내는 것이다.

 아마 살수라도 준비해 두었겠지.

 현무 진인은 그렇게 놔둘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불가(不可)합니다! 운혜는 제 제자입니다!”

 “...흥분하지 말게.”

 현평 진인이 쓴웃음을 입에 달았다.

 “사백께서 뭐라 하셨는지 아는가?”

 “......?”

 현무 진인이 의아한 듯 현평 진인을 바라보았다.

 “사백께서 말씀하시길 운혜는 무당에 있으면 필사(必死)라 하셨네. 몸이 얼어붙고 수면 시간이 길어지다가 결국엔 마교의 도당들에게 잡혀간다고 하셨지.”

 “...그럼?”

 “세상 밖으로 나가면 본래의 수명을 누린다고 하셨네.”

 “정말입니까?!”

 현무 진인의 눈이 커졌다. 저것이 사실이라면 당장 사백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제가 직접 청명 사백께 가보아야겠습니다!”

 현무 진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몸을 날리려 했다. 현평 진인이 사제의 어깨를 잡았다.

 “그만 하게. 사백께서도 그 이상은 모르신다네.”

 “그래도 이게 아닙니다! 어떻게든 자세히 들었어야지요!”

 현무 진인이 거칠게 몸을 흔들어 현평 진인의 손을 떼어냈다. 하지만 현평 진인이 다시 현무 진인의 어깨를 잡았다.

 “진정하게!”

 현무 진인이 억울한 듯 현평 진인을 바라보았다. 흥분했는지 숨이 거칠어졌다.

 “진정하게. 사백께서도 더 이상은 알 수 없다 하셨네.”

 “...살 수 있는만큼은... 산다 하신 것이 확실합니까......?”

 “그렇다네.”

 현평 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제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현평 진인이 말했다.

 “사백께서 운혜와 인연이 있다 하시니 운혜의 운명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모양일세.”

 “.......”

 현무 진인이 입을 다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운혜는 벌써 죽을 아이가 아닙니다.”

 “그래, 그렇지. 그 아이는 저승사자와 싸워서라도 살아남을 걸세.”

 현평 진인이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운혜는 자는데 살기를 흘렸다고 사부에게 검을 날리는 인물이다.

 누가 보면 버릇이 없다 할 테지만 사제도 자신도 크게 괘념치 않았다. 더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운혜는 사고뭉치였다.

 “그래, 그런 아이지.”

 “그렇지요! 그 녀석은 제 수염을 뽑으면서 자랐고, 제게 검을 날리며 무공을 익힌 아입니다! 여기서 죽을 리가 없습니다!”

 현무 진인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숫제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죽지 않을 걸세.”

 ‘죽지... 않아야지.’

 십팔 년 전, 아기였던 운혜의 미소를 떠올린 현평 진인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제를 보며 말했다.

 “그만 가세. 운혜를 보아야 하지 않나.”

 현평 진인이 상청궁으로 향했다.

 

 

 ***

 

 상청궁 앞에는 무당의 청검대가 철통같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상청궁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청검대 속에는 운풍자도 있었다.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운풍자는 여느 때보다 날카로운 눈길로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청검대의 도사들은 조금씩 해이해진 듯하다. 장문인의 명을 받아 이곳에 서 있지만 이유를 모르니 경각심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현평 진인과 현무 진인이 걸어 올라왔다. 운풍자는 고개를 숙여 읍했다.

 “제자 운풍이 사부님을 뵈옵니다.”

 “그래, 수고가 많구나.”

 현평 진인이 운풍자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하지만 현무 진인은 운풍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저 굳은 얼굴로 묵묵히 걸을 뿐이다.

 현평 진인이 상청궁으로 들어가는 현무 진인의 등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들어오거라.”

 “예.”

 현평 진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운풍자가 대답했다.

 

 상청궁 안에는 작은 침상이 놓여 있었다. 침상 위에는 운혜가 벌거벗고 누워 있었는데 전신이 침으로 뒤덮여 있었다.

 심지어 사혈이라 알려진 백회혈(百會穴)과 명문혈(命門穴)에도 침이 꽂혀 있다.

 운혜는 고통도 모르는지 눈을 감고 자고 있을 뿐이다.

 현성 진인이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침을 들고 제문혈(臍門穴)에 꽂았다. 운혜의 몸이 움찔거렸다.

 “.......”

 모두들 긴장한 모습으로 현성 진인을 바라보았다.

 현성 진인은 의술에 밝은 도사였다. 아픈 제자들을 고쳐 줌은 물론 개정대법을 시행할 만큼 실력이 좋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번의 일은 어려웠다.

 현성 진인이 침을 들어 하나씩 뽑았다. 용천혈(湧泉穴)에서부터 시작해 빼곡히 꽂힌 침을 뽑고 마지막으로는 백회혈에 있는 침을 뽑았다.

 현성 진인이 심각한 눈으로 손을 바라보았다. 침을 잡은 손이 차갑게 얼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곧 현성 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고 한숨을 내쉬더니 장문인을 보고는 인사를 했다.

 “장문 사형 오셨습니까.”

 “그래, 운혜의 상태는 어떠한가?”

 현평 진인이 굳은 얼굴로 현성 진인에게 말했다. 그 옆에는 더 딱딱한 표정으로 현무 진인이 서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쉽게 일이 끝났습니다. 음기가 적잖이 해소된 것이 애초 계획했던 이 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고했네.”

 현평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 진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뒤로 감추었다. 손이 얼어 있단 걸 사형에게 보여봤자 좋을 것이 없다.

 “그럼 자네는 계속 운혜를 보고 있게. 내일 총회합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좋네.”

 “그리하겠습니다, 장문 사형.”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인 현평 진인이 운풍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운풍은 듣거라.”

 “예.”

 무표정하게 운혜를 바라보고 있던 운풍자가 현평 진인을 바라보며 길게 읍했다.

 현평 진인은 읍하는 운풍자의 손에서 땀방울을 발견했다.

 ‘허허, 저놈도 걱정이 많았던 게로구나.’

 현평 진인은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운풍은 언제 봐도 듬직한 제자였다.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있기도 하고, 더해서 청명 사백과도 인연이 있는 아이다.

 게다가 운혜를 귀히 여기는 마음이 자신과 다르지 않으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하늘의 안배일지도 모른다.

 현평 진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자에게 내렸던 명을 철회한다. 제자는 이제부터 청명 사백을 모시어라. 특별한 명이 없는 한 계속 사백을 모셔야 할 것이다.”

 “.......”

 운풍자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읍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운풍자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본래 자신은 운혜의 정보가 세상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림맹에 가야 한다. 하지만 난데없이 사조를 모시라니, 도저히 사부의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런 운풍자의 심사를 짐작한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뜻이 있으니 제자는 명을 받들라.”

 현평 진인의 말에 운풍자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자가 명을 받듭니다.”

 현평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평 진인이 사제와 제자에게 말하는 동안 현무 진인은 조용히 운혜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용히 침묵하고 서 있던 현무 진인은 조금은 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운혜가 왜 깨어나지 않나, 사제?”

 과거 운혜는 백회혈에 꽂힌 침을 뽑으면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오늘은 백회혈의 침을 뽑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깨어나지 않는다.

 “.......”

 현무 진인의 말에 대답하려 고개를 돌린 현성 진인의 얼굴이 굳어갔다. 현무 진인의 눈에서 왠지 광기가 엿보이는 듯했다.

 “...이번에는 예상 밖의 일이 많았습니다, 둘째 사형. 하지만 오래지 않아 깨어날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설명하게.”

 현무 진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현성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혜의 몸은 예상외로 양호했습니다. 음기가 가득 차고 양기가 빠져나가야 하건만 반대로 음기가 쇠하고 양기가 솟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라 부조화는 어쩌지 못했습니다만 예상외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청명의 덕분이었다. 청명의 선기(仙氣)가 운혜의 음기를 누르고 양기를 북돋운 것이다. 조화로운 기운 덕택에 운혜는 청명과 있을 때는 졸지 않았다.

 현무 진인이 뭔가 미심쩍은 듯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왜 침만 놓은 거지, 사제? 침을 놓은 후에 양기를 이끌어내야 하지 않나?”

 “지금 양기를 이끌어내었다간 운혜의 몸이 위험합니다. 평소라면 침을 놓은 후 바로 양기를 인도해야 하지만 오늘은 이미 양기가 솟아 있어 괜히 잘못 유도했다가는 지금의 현상을 깰 위험이 있습니다. 침으로 혈을 잡아두었으니 자연적으로 음기가 쇠퇴할 것이외다.”

 현무 진인이 그제야 안심을 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운혜를 바라보니 과연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것이 훨씬 좋아 보인다. 현무 진인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놓이는 것을 느꼈다.

 “수고했네, 사제. 괜히 험악하게 굴어 미안하네.”

 둘째 사형의 심기를 알아차린 현성 진인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헛, 사형께서는 그 불같은 성질이 문제입니다. 제가 어련히 잘하려고요.”

 “미안하다 했지 않나! 그만 하게!”

 화난 듯 말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기분이 좋아 보인다. 현성 진인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예전부터 그러했지요. 사형께서 몰래 개구리를 잡아먹고는 사부에게 들키자 제게 비무를 신청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고해바쳤다고 착각하고서는요.”

 “...아직도 기억하고 있냐?”

 이제는 점잖은 말투마저 잃어버린 현무 진인이었다. 본래의 성격이 돌아온 걸 보니 적잖이 여유를 찾은 모양이다.

 현평 진인은 두 사제의 투닥거림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현무 사제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분위기가 무거워 미처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무 진인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해줄 것이다.

 현무 진인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사백께서 하신 말씀이 또 있었다네.”

 “뭡니까?!”

 깜짝 놀란 현무 진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혹여 운혜의 이야기일까 긴장이 되었다.

 “자네가 운혜와 더불어 멧돼지를 먹었다고 하더군.”

 “.......”

 사실 파도 곁들여 먹었다.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른 현무 진인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아니, 사형, 그게 몇 년 전 이야긴데 어찌 아시고.......”

 “면벽 십사 일.”

 “아이구, 사형! 이 나이에 면벽을 했다간 등이 굽습니다! 면벽만은 제발 좀 봐주시지요!”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맨입으로?”

 “제가 몰래 모아둔 백사주(白蛇酒)를 드리겠습니다!”

 현평 진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자네, 뱀도 잡았나?”

 ‘헛!’

 엎친 데 덮쳤다. 현무 진인이 다시 한 번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지나가는데 죽은 뱀이 있지 뭡니까! 그냥 썩히기가 아까워서....... 정말 죽어 있었다니까요!”

 “면벽 이십일 일.”

 “아이구, 사형! 안 됩니다! 등이 굽는다니까요!”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제는 이럴 때가 제일 사제답다. 사형이 자신을 배려해 준다고 생각했는지 더 더욱 반응을 크게 보이고 있다.

 오늘은 사제의 분위기를 맞춰주어야 할 듯하다.

 “좋다. 네가 백사주를 내놓겠다니 나도 특별히 감해주지. 마보 두 시진.”

 “사형, 사형도 백사주를 먹으면 아니 되잖습니까?”

 현무 진인의 말에 현평 진인이 멋쩍은 듯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마보 한 시진.”

 “좋습니다!”

 현무 진인이 호기롭게 말했다. 비록 늙어 근력은 없지만 내공이 있으니 한 시진 동안 서 있었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현평 진인의 말에 현무 진인의 얼굴은 형편없이 구겨져 버리고 말았다.

 “내공없이 해야 할 것이네.”

 “어이구, 사형!”

 “더 이상 말하면 한 시진씩 늘어날 것일세.”

 “.......”

 현무 진인의 말을 끊고 현평 진인이 말했다. 죽겠다고 엄살을 피우는 사제의 얼굴을 보니 모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정겨운 사형제의 대화 속에서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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