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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법 영혼 계약을 멈춰주세요[마법 탐정 가문 #1]
작가 : 이기디온
작품등록일 : 2019.12.20

"내 친구가 인간과 영혼 계약을 맺었어. 빨리 그 인간을 잡지 않으면...내 친구는 죽을 거야."
같은 보육원에서 입양되었던 가인과 세민은 성향과 인종, 민트초코에 대한 혐오까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지만 우애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국의 평범한 쌍둥이 남매다. 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학교에서 연달아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과, 큰아빠 준의 실종으로 인해 점점 일그러져 간다. 아빠가 남긴 유일한 단서는 "라카르타 수제 마법 가게"라는 한 마디. 그 정체는 "마법 용품을 파는" 수상한 인터넷 쇼핑몰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가게에서 파는 제품을 사용하자 정말로 두억시니가 소환된다.
"음영"은 아빠를 찾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댓가로 현재 인간과 부당한 영혼 계약을 맺은 자신의 친구를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과 계약한 인간을 찾아달라는 딜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아빠를 찾을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건의 진상을 드러낼수록 아빠가 그토록 숨겨왔던 쌍둥이가 태어난 세계에 가까워지는데...

 
1장. 쌍둥이의 자리(2)
작성일 : 19-12-20 01:22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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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서자, 매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가인은 신발을 벗고 가지런히 놓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세민은 아무렇게나 신발을 벗고 가방을 대충 구석에 던져놓은 뒤, 부엌을 향해 달려갔다.

 

 안에는 작은아빠 주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가스불 위의 후라이팬을 나무 주걱으로 뒤적이고 있었다.

 

 ‘ㄷ’자로 꺾인 부엌은 세민이 세 명이나 나란히 서도 다 들어갈 정도로 넓었는데, 주성이 들어서니 어쩐지 한 명도 못 들어갈 정도로 꽉 차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성은 가녀린 큰아빠 준의 정반대로, 187은 가뿐히 넘기는 키에다 온 몸을 육중한 근육으로 무장한 거구였다. 햇빛에 그슬린 피부와 약간 덥수룩한 까만 머리, 전체적으로 선이 곧고 강인해 보이는 얼굴은 강력계 형사나 전쟁 영화의 장군을 연상시켰지만, 속은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애정 깊은 작은아빠였다.

 

 “왔네.” 주성은 허리를 낑낑거리며 껴안는 세민을 솥뚜껑 같은 손으로 쓰다듬었다. “배고프지? 어서 수저 놓고 손 씻어.”

 

 “치즈 있지?” 주성의 팔 밑에서 닭갈비를 배고픈 눈으로 보던 세민이 물었다.

 

 “없을 리가 없잖아. 어서.” 세민의 등을 가볍게 밀면서 주성이 재촉했다. 세민은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고, 가인은 간단하게 주방 싱크대에서 손을 씻은 뒤 주성 옆으로 다가갔다.

 

 “자, 먹어봐. 어때?” 닭갈비 한 점을 집게로 집어 가인에게 내밀면서 주성이 물었다. 가인은 조심스레 이빨로 그것을 집어, 허허 하고 뜨거운 숨을 연거푸 내뿜으면서 입 안에 집어넣었다. 자극적인 빨간 양념의 맛과 통통한 닭고기의 감칠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마이허.” 엄지를 치켜들면서 가인이 말했다. 주성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불을 껐다.

 

 “그래? 그럼 이대로 먹자.” 마지막으로 빨간 닭고기 위에 새하얀 치즈를 듬뿍 뿌린 뒤 후라이팬을 통째로 식탁의 냄비 받침에 얹으면서 주성이 말했다.

 

 돌아온 세민은 가인을 도와 쌀밥이 담긴 밥그릇과 접시들, 커다란 유리 주스병에 담긴 보리차를 식탁 위에 정갈히 놓았다.

 

 “아빠, 오늘 큰아빠 저녁 같이 먹어?” 식기소독기로 다시 다가간 세민이 물었다.

 

 “응? 아니. 손님 때문에 열한 시 넘어서 온대.” 주성이 쌈채소가 담긴 양푼 그릇과 쌈장이 담긴 종자를 갖고 오면서 대꾸했다. 세 식구가 자리에 앉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저를 집어 닭갈비와 녹은 치즈를 앞접시에 덜어냈다.

 

 다들 배고팠는지, 한동안은 우물거리는 소리와 수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거실을 채웠다. 모델이라서 어느 정도의 죄책감은 느끼긴 했지만, 촬영에 지칠 대로 지친 가인은 밥을 두 공기나 해치웠고 주성은 그런 가인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오늘 어땠어?” 마침내 보리차를 길게 들이키고 입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주성이 물었다. 가인은 한숨을 쉬면서 손을 내저었다.

 

 “죽을 맛이었지 뭐…촬영을 몇 시간이나 했다고. 시급을 잘 주니까 망정이지.”

 

 주성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너희 학교에 그 애 실종된 거 몰라?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늦게 다녀.”

 

 순간 마지막 남은 닭고기를 집으려던 젓가락이 멈추면서, 입안이 바싹 말라붙었다. 손이 갑자기 벌벌 떨리기 시작한 게 들킬까 두려워 서둘러 손을 거두고 물잔에 손을 옮겼다. 부디 이 주제만큼은 그저 걱정되는 부모의 잔소리로 넘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우리 학교 애? 실종됐어?” 마지막 닭고기를 집어가면서 세민이 물었다. 그렇지. 역시 세민이 가인의 바람에 따라줄 리가 없었다. 미래에 과학수사팀이나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설쳐댈 만큼 강력범죄에 관심이 많은 세민이 이런 흥미로운 떡밥을 놓칠 리 만무했다.

 

 가인은 눈썹이 앞머리 밑으로 사라질 정도로 눈을 치켜떴다. “너 몰랐어? 좀 애들이랑 얘기도 하고 그래 좀.”

 

 “일단 얘기할 애가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냐?” 세민이 웃으면서 받아쳤다.

 

 태연한 한 마디인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철렁였지만, 가인은 애써 웃어넘겼다. “으휴, 아싸들은 이래서…” 가인은 말꼬리를 흐리며 그대로 이야기가 멈추길 바랐지만, 세민은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다른 애들은 걔에 대해 아무 말 안해? 누가 처음 발견했대?”

 

 가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당연히 얘기가 나오지. 멀쩡한 애가 갑자기 실종되니까. 근데 걔랑 딱히 친한 애는 없었어…적어도 우리 반에는. 그래서 뭐…그냥 가십이나 다름없어. 그냥 가출 사건일지도 모를 일이지.”

 

 “흐음. 어떻게 생겼는데? 혹시 알아, 우리가 볼 수도 있을지.” 세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후 하고 입바람을 불어 가지런한 일자로 잘린 앞머리를 붕 뜨게 했다.

 

 가인은 핸드폰을 꺼내, 반톡에 올라온 사진을 뒤져서 그 중 단독으로 얼굴이 나온 사진을 누르고 세민에게 건넸다. “얘야, 얘.”

 

 눈에 사진이 비치자, 갑자기 번개라도 뚫고 지나간 듯 세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충격에 동그래진 눈이 쉴새없이 좌우로 움직였다.

 

 “이거…그건데…” 세민이 중얼거렸다.

 

 “응? 뭐? 뭘 본 거야?” 가인이 서둘러 물었다. 세민은 고개를 저으면서 가인의 핸드폰을 만졌다.

 

 "야, 뭐 하는데?"

 

 "아니, 사진만 보내두는 거야. 내가 어디서 본 거 같아서..."

 

 주성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세민아, 뭘 알고 있으면 빨리 경찰한테 말해야 되는 거 아니야? 지훈 형사님도 있고, 연락해서…”

 

 세민은 손을 세차게 내저었다. “아니...어디서 본 실종 글 때문에. 일단 보고 뭔가 도움이 될 거 같으면 연락 드릴게.”

 

 주성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세민의 입을 억지로 열 수도 없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세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후라이팬과 가장 큰 식기만 싱크대에 집어던지다시피하며 거실을 떠났다. 평소라면 자기가 설거지를 도울 차례란 걸 까먹은 세민을 불러왔겠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히 세민의 실수를 눈감아주기로 했다. 또 이상한 질문을 견뎌줘야 하는 것보단 나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주성을 도와 뽀득뽀득하게 씻긴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세제의 레몬 향이 뜨거운 김에 녹아든, 깨끗하고 따뜻한 저녁의 향기에 몸이 취한 듯 나른했다.

 

 “…요즘 밤에 춥니?” 수도꼭지를 잠그고 후라이팬에 세제칠을 하며 주성이 물었다.

 

 “응? 약간 쌀쌀하지 뭐. 아직은 봄이니까.” 가인이 대답했다. “왜? 나가게?”

 

 “…응, 그래야지. 뛰다가 뭐 사올까 싶어서. 쭈쭈바라도 사다줘?” 주성의 말에 가인은 피식 웃었다.

 

 “살쪄. 요거트 있으면 사다줘. 저지방. 이왕이면 복숭아맛.”

 

 주성은 항상 그렇듯 안쓰러운 눈으로 가인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누구보다 식단관리를 오래 해온 작은아빠인만큼, 가인이 똑같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때의 힘든 것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너 나이때는 많이 먹어야 크는데.”

 

 “아, 괜찮다니까…아까도 밥 두 공기나 먹었잖아.” 가인은 그렇게 얼버무리며 고무장갑을 벗고 싱크대에 걸어두었다. “갈게.”

 

 “…알았어. 그나저나 형이 왜 이리 연락이 안 될까…” 주성은 자신만 알아들을 수 있는 혼잣말을 하며 서재로 걸어갔다.

 

 가인은 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한 손에 든 채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숙제가 아직 없으니, 온라인 쇼핑몰이나 보면서 빈둥거릴 생각이었지만…어째 어딜 들어가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썰물처럼 밀려오는 기억을 계속 밀어내는 것을 몇십 분 정도 하다 보니, 뼈까지 사무치는 피곤이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가인은 결국 피곤에 찌든 몸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최악의 선택이었다.

 

 꿈 속에서 가인은 어떤 속박구도 없었지만,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눈 앞에는 마치 안경을 벗은 듯 흐릿한 회색 미로 속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쫓기고 있었다. 얼굴도, 키도, 기타 신체적인 특징도 알 수는 없었지만, 이예나였다는 것은 가인의 붕 뜬 머리 속 유일하게 판명된 사실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달리면서, 입을 열고 있었다. 비명소리였다. 도와줘야 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친 가인은 그 여자애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발은 커녕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호박 속에 갇힌 벌처럼, 가인은 현재에 개입할 수 없었다. 그저 과거에 머무른 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데, 무엇에 쫓기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 생각이 들자, 어쩐 일인지 시야가 뒤로 이동했다. 그 뒤의 형체 역시 알 수 없었다 .그저 손에 있어선 안될 것이 있다는 강렬한 '느낌'만을 알 수 있었다.

 

 이예나는...그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느리게 길다란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버둥거리는 여자아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런데 거기에 여자아이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벽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치 여름날 떨어뜨린 아이스크림 마냥, 서서히 서서히 벽돌 사이로 액체가 되어 스며들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어느새 혼자 남겨진 가인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결국...이번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눈 앞의 세상이 녹아내리더니, 다시 단단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전의 연기와 안개로 만들어진 듯 가장자리가 번진 세계와는 달리, 이번에는 마치 유리로 만든 듯 선명했다. 욕조의 눈부신 하양과, 타일의 옅은 파랑과...그리고 그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

 

 세민이었다. 울면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세민의 한쪽 손에는 가위가 들려 있었다. 가인은 서서히 시선을 세민의 얼굴로 옮겼다.

 

 "왜? 구경하니까 재밌어?" 원망으로 가득 찬 새까만 눈. 투명한 구슬 같은 눈물 방울이 새어나왔다. 세상은 그 두 눈으로 좁아졌다. 가인이 도망치기도 전에 세민의 눈은 커다랗고, 옅은 갈색의 눈으로 바뀌었다.

 

 "넌 어쩜 그렇게 역겹니?" 고막을 찢는 쇳소리와 함께 가인의 주변은 불로 달아올랐다. 도망칠 생각조차 할 시간 없이 불꽃은 가인의 온몸을 옥죄었다. 여기서...여기서 죽는다. 여기서-

 

 "아아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가인은 그제서야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치 이예나가 아니라 자신이 그 괴물로부터 달아난 듯, 살갗이 땀과 눈물로 축축해져 있었다. 심장에게 피를 뺏긴 다리는 차갑고 찌릿거리는 돌덩어리로 변한 채, 몇 번이고 거친 숨을 고르고 나서야 가인은 현실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이예나가 꿈에 나온 건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걔가 괴물에 의해 먹힌 건 아닐...아니겠지?

 

 마음 같아서는 옛날에 악몽을 꾸면 그랬듯 작은아빠한테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애써 자기 자신을 추스렀다. 너가 애도 아니고, 무슨 짓이야. 악몽 하나 꾼 것 가지고 그래.

 

 그 진짜 이유가 온 방에 새까맣게 내리앉은 어둠을 뚫고 나갈 생각에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은...아무도 알 필요가 없는 사실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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