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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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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10 08:30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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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공호에 다와 간다.

 

  지상에는 총성 소리가 퍼져 울렸고, 내 눈에는 겁에 먹은 채로 몸을 숨긴 군인들이 보였다. 나는 그런 군인들에게 두꺼운 담요를 걸쳐주고 따뜻한 코코아나 스프 한 잔을 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게 너무 아쉽고 마음이 무거웠다.

 

  저만치 멀리서 폭격이 터졌다. 그 폭격 소리는 내 고막을 찢는 것처럼 크게 들렸고 나는 순간적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양 팔로 머리를 감쌌다.

 

  나는 헬멧을 썼다. 군복은 입지 않았다. 만약 적들이 군복을 입은 나를 보게 된다면 나를 총으로 쏘거나 내 머리 위로 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군인이 아닌 기자였고, 적군에게 나는 위험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나름 나의 자유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지금 이 곳에서는 자유도 특권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게 버릇이 하나 생겼다.

  겁먹을 때마다 가방 끈을 아주 세게 쥐어 잡는 버릇. 나는 가방 끈을 아주 세게 잡았다. 만약 종이로 만든 끈이었다면, 너덜하다 못 해 끈이 벌써 끊어졌을 거다. 천으로 만들어진 끈 덕에 내 어깨는 늘 붉게 변해있었다.

 

  큰 굉음이 들렸다.

 

  한 순간이었다.

 

  저만치 멀리에서 폭격이 떨어졌고,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나갔다. 방공호로 향하던 군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양 팔로 내 머리를 감싸지 않았다. 가방 끈을 꽉 붙잡지 않았다. 나도 그들을 따라 달렸다.

 

  내 걸음은 아주 빨랐다.

 

  내 등은 흥건히 젖어있었다.

 

  온 사방에는 죽은 군인들이 널려있었다. 팔이건 다리건 머리건 사방에는 군인들의 신체 일부가 널려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백 번 천 번을 봐도 볼 때마다 끔찍했다. 다신보고 싶지 않을 공포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내 앞으로 뛰어가는 군인의 뒤통수만 보며 달렸다. 만약 내가 시선을 돌려 저 끔찍한 군인들의 잘린 신체를 본다면 난 여기서 피가 머리 거꾸로 솟아 실신해버릴 지도 모른다. 아니면 속에 있는 내장까지 게워낼 정도로 토를 하거나.

  처음 전쟁터에 왔을 때 시체를 보고 너무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 영화 속 분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어린 애들 장난이었다.

 

 

 

  방공호에 도착했다.

 

  방공호는 생각처럼 볼 품 없었고, 쾌쾌한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냄새가 아주 역겨웠다.

  시체를 본 것도 아닌데 뱃속에 있는 내장까지 게워낼 거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수많은 군인들이 죽었을 텐데, 수많은 군인들이 죽기 직전에 방공호에 들어와서 최후를 맞이했을 텐데.

 

  “부인입니까?” 니콜라스가 물었다.

  “아니. 아직 부인은 아니지만 취재를 다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내 사랑스러운 부인이 될 거야.” 내가 말했다.

  “그렇군요. 정말 아름다우세요.” 니콜라스 말했다.

 

  니콜라스의 말에 뿌듯한 듯 미소를 지었다.

  릴리는 정말 아름답지. 모든 사람들이 릴리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하는 게 나로서는 매우 뿌듯한 일이다.

  나는 릴리의 사진을 아프지 않게 쥐고는 니콜라스를 제외한 다른 군인들이 릴리의 사진을 보지 못 하도록 가방 깊숙한 곳에 넣었다.

  그래봤자 지갑 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바지 주머니 보다는 지갑 속이 가장 안전하다.

 

  내가 취재 하러가던 날 당일, 그러니까 나와 앤디가 친구들과 스탠포드를 떠나기 전, 마이클이 내게 릴리의 사진을 건네주었다.

 

  나는 돈을 주는 건지 알았다.

  편지는 더더욱 아닐 테고. 마이클은 내게 ‘이 사진으로 전쟁터를 버텨야 돼. 힘들 때 이 사진 보고, 알았지?’라며 어린 아이 달래듯이 말했다. 어린 아이 달래는 마이클의 말투가 싫지 않았다.

 

  마이클은 나와 릴리 사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마이클은 내가 자신에게 민폐를 주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마이클이 건네주었던 릴리의 사진이 마이클과 친구로 지내는 시간 동안 받은 것들 중 가장 감동받은 일이었다. 사실 마이클을 포함 한 친구 녀석들에게 받은 건 아무 것도 없다.

  우린 돈 거래를 하지 않고,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라 편지 따위 주고받지도 않는다.

  암묵적인 거래 따위도 없었고. 릴리 사진이 마이클이 내게 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일 것이다.

 

  조셉이나 크리스는 아주 따뜻한 포옹으로 나와 앤디를 보냈다. 조셉 녀석이 힘 조절을 잘 못 해서 갈비뼈가 으스러질 뻔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따뜻했다.

  평소 같았으면 나나 앤디는 친구 녀석들의 행동에 토가 나온다며 꺼려했을 테지만, 그 순간 나는 그 포옹이 아침에 마셨던 핫 초코 보다 더 따뜻했다.

 

  영국으로 가는 내내 앤디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울음을 참으려 애쓰고, 공포에 질려있는 앤디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앤디의 마음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그렇듯이 앤디는 무섭고 두려우며 어떠한 위로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도착하고 앤디의 태도는 돌변했다. 앤디는 군인들에게 겁에 질리지 않은, 두렵지 않은, 대담한, 용감한 종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달랐다.

  앤디의 공포감과 두려움이 내 두 눈에 또렷이 보였다. 남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앤디의 거짓된 행동이 다 보였다.

 

  아참, 앤디는 며칠 전에 헤어졌다.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 건 더더욱 아니다. 앤디는 동쪽으로 갔고, 나는 서쪽으로 갔다. 정말 우리가 동쪽 서쪽으로 간 건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마이클의 말처럼 무사히 폭탄을 피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걸었고, 앤디는 배를 탔다. 나는 앤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지만, 앤디는 내가 어디있는지 모른다. 나는 앤디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모르지만, 앤디는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안다.

  앤디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만 안다면, 그 녀석과 느려터진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그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우스운 건 그 녀석도 날 생각하며 ‘데이브 녀석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생사라도 알면 좋겠네.’이딴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뭐 드실래요?” 니콜라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음…… 선택지가 없는 건 여전하지?”

  “그렇죠. 홍차 아니면 옥수수 스프 이뿐이죠.”

  “그럼 스프로.”

 

  니콜라스가 내게 옥수수 스프를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가 주는 옥수수 스프를 받았다.

 

  “고마워.”

  “이번엔 옥수수 알맹이가 좀 딱딱할 거예요.”

 

  그가 건네준 옥수수 스프를 떠먹었다. 니콜라스의 말처럼 옥수수 알맹이가 매우 딱딱했다. 다행히 치아는 부서지지 않았다.

 

  “맛없죠? 전투식량이 뭐, 거기서 거기긴 한데 너무하지 않아요? 좀 맛있는 거라도 주지……”

 

  니콜라스가 볼멘소리를 낸다.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맛이 없어도 괜찮았다. 나는 지금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게 더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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