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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저들만 평화로운, 비남
작가 : 후드
작품등록일 : 2019.12.10

조금 특별한-남다른-부모님들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 이서준과 이민훈. 평생을 운동과 위험한 일을 겸비해온 두 남매는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위험한 분위기를 풍긴다. 4차원 똘끼가 충만한 제정신 아닌 두 남매의 엄마 찾아-덤으로 아빠도 찾아-삼만 리. 그리고 생존을 위한 유쾌한 좀비 사냥이 시작된다.

 
비정상 남매(1)
작성일 : 19-12-10 00:06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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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Intro.

 

  고요한 장막.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 곳곳에 짐승의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세상이 침몰한지 겨우 일주일째였다. 분단위로 인류멸망의 시간이 찾아왔다. 종말이 지척에 다가와 있었다. 2km. 고지가 눈앞이다. 서준과 민훈은 서슬 퍼런 낯빛으로 잠에도 들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세상이 미쳐가니 인간도 미쳐간다. 제 부모를 가지고 협상을 시도했던 인간들을 토벌하러가는 남매의 눈이 깨나 즐거워보였다.

 

 

  “그때 다 죽여 버렸어야 됐는데.”

  “그러게 말이다.”

 

 

  자동차 카오디오에서 울리는 음악소리가 자동차를 넘어 바깥의 말라비틀어진 풀잎과 아스팔트 위로 널리 퍼졌다. 쿵쿵거리는 음악소리가 도로위에서 공명한다. 천천히 달리는 지프차 뒤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은 자들이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룸미러로 지켜보고 있던 두 남매의 얼굴에 익살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쇼 타임. 이 개새끼들아.”

 

 

 

  <1>

 

  오늘따라 음악 스트리밍 상태가 최악이다.

 

  생전 처음 보는 가수의 노래가 마음대로 나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후렴부분엔 제멋대로 끊기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로그아웃도 제 맘대로 해버렸다.

 

  이런 조카 크레파스 18색 같은. 자꾸 같은 반복구간에서 음악이 끊긴다. 이번 달 스트리밍이 결제가 안 됐나? 듣도 보도 못 한 가수 노래는 왜 자꾸 멀쩡히 틀어주는데?

 

  카운터에 앉아 초코바만 다섯 개 넘게 까먹고 있는데 뜬금없이 PC방 사장한테서 카톡이 왔다.

 

  [뉴스 봤니? 얼른 가게 문 닫고 퇴근해라. 방금 계좌로 이번 달 알바비 입금했다.]

 

  이건 또 무슨 신박한 해고방법 일까.

 

  다른 알바생과 헷갈렸나? 1년 가까이 알바를 했는데 다짜고짜 너무하네.

 

 

 “내가 가게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사람을 이딴 식으로 막 잘라?”

 

 

  내가 본체라도 들고튀면 어쩌려고.

 

  얼굴을 되는 대로 찡그리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데 문자를 보니 계좌로 월급이 들어와 있다.

 

  진짜 이유도 모르고 잘렸네.

 

  들어온 금액을 보니 분명 나한테 싸지르는 소리는 맞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야, 이게?

 

  안 그래도 망하기 직전인 고물PC방, 나름 아껴가면서 잘 봐주고 있었더니만.

 

  자세히 둘러보니 게임만 돌아가는 컴퓨터만 다섯 대고, 오후 3시인데도 손님이 없다.

 

  불과 1시간 전에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었다. 얼마나 허겁지겁 뛰쳐나가던지 헤드셋을 빼고 인사할 틈도 없었다.

 

 

 “똥 매너.”

 

 

  어이없게 잘렸어도 퇴근은 해야지. 무슨 일인지 교대하는 애도 안 올 것 같고.

 

  일단 뒷문부터 잠그고 입구에 불부터 껐다.

 

  다시 돌아다니면서 불 정리를 하고 카운터에 앉았는데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벼락이라도 맞았나, 건물이 통째로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귀에 익은 사이렌소리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잇따라 들려왔다.

 

 

 “오우 시바 놀래라. 개판이구만. 뭔 일이래, 이게?”

 

 

  인터넷을 키고 보니 검색어 1위가 전염병, 2위가 개병, 3위 고속도로 정체, 4위 테러경보 4단계.

 

  헐.

 

 

 “이런 미친.”

 

 

  웹 페이지가 클릭도 안 된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으니 눈앞에 있던 콜라로 급하게 목을 축이다가 괜히 사례까지 들렸다.

 

  서울에 전염병이라도 생겼나?

 

  그때 야상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화려한 성량의 벨소리를 자랑하며 울린다. 오빠였다.

 

 

 “왜.”

 

 「어디냐?」

 

 

  물어오는 목소리가 다급하다. 이건 또 왜이래. 나는 태평하게 초코바를 마저 씹어 먹었다.

 

 

 “알바중인데. 왜? 진짜 전쟁 남?”

 

 「모르겠다. 일단 건물 밖으로 나오지 마. 오빠 집 들려서 아빠 물건 다 가지고 나왔거든? 네 가게 앞이니까 절대 나오지 마라. 거기 손님 많냐?」

 

 「없어. 있던 손님들 다 나갔어. 의리 없는 새끼들이 지들만 살겠다고 암말도 없이 내뺀 거 봐.」

 

 「밖에 개판 됐으니까 손님 받지 말고 오빠 갈 때까지 카운터 밑에 숨어있어. 절대 사람 상대하지 말고.」

 

 “나 방금 알바 잘려서 손님 와도 안 받을 건데?”

 

 「금방 올라가.」

 

 “엄마는?”

 

 「아빠랑 백화점 식당이래. 걱정 말라더라.」

 

 “알았어.”

 

 「만나면 바로 엄마아빠 있는 식당으로 가자.」

 

 “언제와?”

 

 「계단이다.」

 

 “무슨 계단?”

 

 

  곧바로 전화가 끊겼다. 자리에서 일어나 쓰고 있던 야상 후드를 벗고 가방을 챙겼다.

 

  바로 입구 문이 열리고 큰 가방과 쇠지레를 든 오빠가 들어왔다.

 

 

 “그건 뭐냐?”

 

 

  쇠지레를 턱짓으로 가리키자 애장품이라는 답신이 돌아온다.

 

 

 “그니까 그걸 백주대낮에 왜 들고 다니냐고.”

 

 “일단 먹을 것 좀 챙기자.”

 

 

  오빠가 가지고 온 큰 보스턴백으로 피시방에 있는 음식들을 하나 둘 쓸어 담기 시작했다.

 

  컵라면, 초코바, 핫바, 육포, 과자, 음료수, 물, 소시지, 햄버거. 난 만두 좋아하는데.

 

 

 “오빠 너 돈 많냐?”

 

 “네 월급에서 까라 그래.”

 

 “알바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너 가방에 뭐들었냐?”

 

 “아이패드랑 충전기랑 보조배터리.”

 

 “먹을 거랑 카운터에 있는 라이터 좀 다담아.”

 

 “무슨 일인데 그래?”

 

 “가면서 설명해줄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 라이터를 담고 혹시 몰라 손전등과 있어 보이는 케이블타이도 챙겼다. 잊은 게 없나 생각해봤더니 아주 중요한 걸 잊어먹었다.

 

 

 “우리 태봉이는?”

 

 “차에.”

 

 “사료랑 다 챙겼어? 간식이랑 모래도?”

 

 “엉. 모자란 건 가면서 털자.”

 

 “미쳤냐. 전쟁 나도 잡힐 건 잡혀가. 나보고 조심하라며?”

 

 “너 우리 얼마 전에 봤던 만화책 기억나냐?”

 

 “만화책? 나는 영웅이다?”

 

 “기억나?”

 

 “응. 그거 좀비 만화 아닌 가?”

 

 “비슷해.”

 

 “뭐가?”

 

 “지금 바깥이랑 비슷하다고.”

 

 “그거 좀비 나온다니까?”

 

 “됐다. 저기 있는 배트나 들어라. 인터넷 봤으면 알 거 아니야?”

 

 “무슨 전염병이 도졌다던데.”

 

 “미친놈들이 좋게 포장한 거지. 지금 서울 쪽은 완전 개판이야. 오빠 여기까지 못 내려올 뻔 했어. 길이 다 막혀서.”

 

 

  나는 아까 창고에서 꺼내놓고 카운터 밑에 깜박한 초코바도 박스째로 두 개씩이나 챙겨 넣었다.

 

  참고로 나는 내 백 팩 주둥이가 이렇게 각 잡고 볼품없이 튀어나오는 걸 싫어한다. 마치 지금처럼. 시크하게 각이 져있어야 폼 나는데.

 

 

 “다 챙겼어?”

 

 “어.”

 

 

  대충 대답하며 만두와 좋아하는 과자 몇 개를 더 주워 담았다. 그 와중에 유리창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충분히 괴기하고 데시벨이 높았다.

 

 

 “일단 나가자.”

 

 

  오빠가 그 큰 키로 까치발을 들고 밖을 살피며 재촉한다.

 

 

 “잠깐만.”

 

 

  오빠가 자꾸만 초코바에 집착하며 주워 담는 내 팔꿈치를 붙들었다.

 

 

 “야 이, 씨,”

 

 “오빠 너 열심히 일하다가 잘려본 적 있어?”

 

 “네가 언제부터 일에 열성적인 타입이었다고.”

 

 “있냐고, 없냐고.”

 

 “없는데?”

 

 “그럼 닥치고 가만히 있어. 지금 본체 하나 내다버리고 싶은 거 참고 있잖아.”

 

 

  그리고 네가 초코바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안다고. 이거 버터 핑거 초코바랑 밀키웨이야. 스니커즈랑 트윅스도 저기 몇 개 더 있다고. 이거 다 챙겨갈 거야.

 

  주절주절 빠르게 읊어대는 얼굴위로 오빠의 한심하다는 시선이 와 닿았다. 가만히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다가 또 쾅!!하고 건물을 들이받는 소리가 난다. 이번엔 바로 근처에서 들렸다.

 

  1층 유리가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지고 뒤이어 미묘하게 사람 달아나는 고함소리도 들려온다.

 

  패닉에 가까운 고함소리에는 이상한 괴성도 함께 섞여있었다.

 

  마지막 초코바들을 가방에 다 욱여넣었을 때였다. 오빠가 내 팔꿈치를 붙들었다.

 

 

 “와, 밖에 미쳤다.”

 

 

  절로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뒷목이 다 뻐근해졌다.

 

  가방을 똑바로 매고 짱 박혀있던 알루미늄 소재의 배트를 들었다. 전에 중학생 애들이 맡겨놓고 몇 달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은 물건이었다.

 

 

 “내 뒤에서 멀리 떨어지지 마.”

 

 “날 뭘로 보고.”

 

 “오빠 말 들어라.”

 

 “나도 유단자거든.”

 

 “야!”

 

 

  알았어, 알았어. 나는 대충 알아들은 척하며 귀를 후벼 팠다.

 

  한손엔 마지막으로 집어 든 천하장사 소시지 통을 옆구리에 끼워 넣었다. 오빠와 눈이 마주치자 살벌한 레이저가 나온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화답했다.

 

 

 “뭐 어쩌라고.”

 

 

  그러다가 또 문득 밖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가 우리 남매의 날 선 분위기를 비집고 들어온다.

 

  서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잠깐의 기 싸움을 뒤로 미루었다.

 

 

 “솔직히 말해봐. 진짜 전쟁난 거 아니야?”

 

 “야, 그럼 내가 지금 여기 있겠냐고.”

 

 “그건 또 그러네.”

 

 “나가서 네 눈으로 직접 봐.”

 

 “알았어.”

 

 

  오빠가 하는 말은 좀처럼 믿음이 안 가 무시하고 지나쳤더니 바로 문 앞에서 뒷덜미가 붙잡혔다.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럼 기어 가냐? 기어 가?”

 

 “우리가 봤던 만화책이 뭔지 기억은 하지?”

 

 “알아. 영화로도 나왔잖아.”

 

 “난 분명히 바깥이랑 똑같다고 말했다?”

 

 “난 분명히 그거 장르가 좀비라고 말했다?”

 

 “말 좀 들으라고.”

 

 “오빠나 들어. 그거 장르가 좀비라니까 그러네. 내가 아직도 열다섯 살로 보이냐? 너한테 또 속을 줄 알아?”

 

 

  별 미친 소릴 진지하게 하고 있어. 실없는 소리 한다고 쌍욕을 할 수도 없고. 그러나 몇 걸음도 못가 오빠 말이 사실이라는 걸-부분적이지만-인정은 해야 했다.

 

  내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일리는 있는 말이라고.

 

 

 “저거 진짜 피야?”

 

 

  가령 예전에 함께 봤던 만화책을 운운하며 그게 바깥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들.

 

 

 “약지 손가락……?”

 

 

  저게 이리저리 밟히며 굴러다니는 동안 나는 왜 몰랐지?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카운터에서 노래를 틀지 않고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농담하는 거 아니라고.”

 

 

  내 뒷덜미를 꽉 틀어쥔 오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뻥쟁이가 또 뻥치는 줄 알았지.”

 

 

  대충 대답하며 엉망으로 찍힌 핏자국들을 들여다보았다.

 

  어딘가 얽히고설킨 발자국들이 누군가에 의해 피시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힌 것도 같았다.

 

  여전히 밖에선 사방으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드문드문 뭐라고 소리치는 사람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음들이 악에 받쳐 토해지듯이 터져 나왔다.

 

  안과 밖의 비명소리는 이게 과연 실제상황이 맞긴 할까 그런 의구심을 불러왔다.

 

 

 “차라리 아빠 따라 자원입대해야한다고 해줄래?”

 

 

  단면이 마구잡이로 물어뜯긴 것 같은 약지손가락. 뼈마디엔 움푹 파인 이빨자국이 나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 붕 뜬 괴리감을 앞에 두고 진짜 전쟁이라도 벌어진 건 아닐까 그런 쓸모없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벽 너머로 들려오는 비현실적인 소리는 아무래도 오빠 혼자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어쩐지 뜻 모를 위압감이 전신으로 번졌다. 심장은 그 반대로 쿵 쿵 쿵 쿵 거세게 뛰었다.

 

  설렘일까, 두려움일까.

 

  상상 속에서만 번진 일이 정말 현실이 되었다고?

 

  후자는 느낄 수 없는 감정에 가까우니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이빨이 다 간질간질 거리며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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