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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
작가 : May0821
작품등록일 : 2019.10.10

만나서는 안 되는 두 남녀, 강빈과 유채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재회하지만 이미 그녀의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꾸만 밀어내는 남자와 바라는 것 없이 곁을 지켜주는 남자.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

운명vs 노력
사랑도 타이밍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야 하는 것, 그것이 운명이고 사랑이다.

당신의 사랑 방식은 어느 쪽인가요?

여기 불완전한 세 남녀를 통해 완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30
작성일 : 19-12-08 20:52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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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제법 카페 일에 익숙해진 주리였다. 뒷정리를 마치고 주리가 주혁에게 다가왔다.

 

 

  “내일이면 마지막이네요.”

 

 

  며칠도 못 버틸 줄 알았는데 한 달 동안 이런 저런 일이 있었으나 주혁은 성실하게 잘 일해준 주리가 고마웠다.

 

 

  “처음 해본 일이였을 텐데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책낭송회라 일이 많을 텐데 하필이면 마지막 날 부려먹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죄송하면 이거 진지하게 검토해줘요.”

 

 

  주리는 기획안이 담긴 봉투를 주혁에게 내밀었다.

 

 

  “프렌차이즈 사업, 무조건 싫다고만 하지 말고 제가 건네준 기획서 한 번만 제대로 읽어주세요. 그래도 싫다고 하면 깨끗하게 포기하겠어요.”

 

 

  제멋대로에 건방지다고만 생각했던 첫인상과 달리, 주리는 자유롭지만 남에게 폐 끼칠 줄 모르고,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주혁이 알겠노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주리는 늘 그렇듯, 선글라스를 끼고 도도하고 당당하게 카페를 걸어 나갔다.

 

 

  ***

 

  북낭송회 당일, 사연의 주인공들을 모두 초청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애견카페에서 첫눈에 반한 그녀와 함께 오는 것에 성공한 동석, 하늬와 그의 아들 한솔이, 귀여운 고교생커플 수빈과 동준. 그리고 십년차 커플과 노부부까지. 주인공들이 모두 착석하였고 준비는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손님의 등장은 김피디를 비롯하여 주리와 강빈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주리의 엄마와 강빈의 엄마인 임대표가 카페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경쟁이라도 하는 듯 쉽게 구할 수도 없는 명품백에 각자의 비서를 대동하고 있었다. 걸친 옷값만 보아도 몇 천은 훌쩍 넘어 보였다.

 

 

  미인대회 출신이자 현 J&J그룹의 사장인 주리의 엄마 미연이 주리의 앞으로 다가 왔다. 누가보아도 단번에 모녀사이임을 알아차릴 만큼 키도 외모도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까지 꼭 닮아 있었다.

 

 

  “엄마,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왜? 내가 오면 안 될 곳이라도 왔니? 요즘 뭐하고 돌아다니나 직접 내 눈으로 한 번 봐야겠다싶어서 왔지. 근데 강빈이도 같이 있네?”

 

 

  J&J기업 회장의 막내딸이지만 오빠들을 밀어내고 사장자리를 차지한 정미연 사장, 그러니까 주리의 엄마가 화려한 이미지에 사교에 능하다면 전형적인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임대표는 좀 더 냉철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상반되어 보이는 두 여인의 공통점이라면 남편이 아닌 스스로가 각자의 기업을 이끌어간다는 점, 자식보다도 회사가 먼저라는 점이었다.

 

 

  강빈은 내키지 않았지만 정사장에게 다가가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임대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네 엄마는 보이지도 않는가 보구나.”

 

 

  임대표 스스로 ‘엄마’라고 지칭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목소리에서도 전혀 서운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강빈은 쓴웃음이 나왔다.

 

 

  “임대표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또 이번엔 어떤 식으로 제 일을 방해하시려고 오셨습니까?”

 

 

  강빈의 말에 임대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은 친구끼리 친목을 위해 나온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고 그 정도로 방해라고 말한다니 서운하구나. 아들아, 아직까지는 경고에 불과하단다.”

 

 

  그러했다.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되, 원하는 바는 꼭 이루어야 하는 사람. 잔인한 사업가로 악명높은 L.I.M기업 회장의 외동딸이자 임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강빈은 자신을 낳아준 여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금 떠올렸다.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존재는 그의 형, 승현뿐이었다.

 

 

  임대표가 차가운 얼굴로 강빈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나중에 자리 마련할 테니 우린 따로 얘기하도록 하지. 이번에도 피하면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야.”

 

 

  주리는 임대표와 강빈을 바라보며 동변상련을 느꼈다. 선뜻 아무도 정사장과 임대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 나선 것이 바로 주혁이었다.

 

 

  “안녕하세요. 카페 대표 민주혁입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카페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행사관계로 초대장이 있으신 분들만 들어오실 수 있어 참석하고 싶으시다면 여분의 초대장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정중하고 예의바르면서도 여유 넘치는 주혁의 태도에 정사장도 임대표도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늘 자신들을 어려워하고 잘 보이기 위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만 대해왔기 때문이었다.

 

 

  정사장은 주혁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최근 주리의 행보가 수상하다 싶었는데 혹시 카페 사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촉이 왔다. 무엇보다 예전 주리가 열렬히 사랑에 빠졌던 그때 그 남자와 비슷한 이미지를 풍겼기에 더욱 예민하고 꼼꼼하게 주혁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정사장이 주혁에 대한 스캔을 끝낸 후 주리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척하면 척, 주리는 정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이 왔으나, 모르는 척 시침을 떼었다.

 

 

 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두 여인을 어찌해야하나 난감했으나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자리로 무사히 안내를 했다.

 

 

  정사장이 자신의 겉옷을 자연스럽게 비서에게 건넨 후 임대표와 나란히 자리에 착석했다.

 

 

  상황을 그제야 알게된 김피디는 정작가에게 다가가 속닥거렸다.

 

 

  “아니, 임대표 여긴 또 왜 온 거래? 그리고 L.I.M기업 정사장은 왜 또 온 거고?”

 

 

  정작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높으신 양반들 생각을 어찌 알겠어. 뭐, 강빈씨가 별 일 없을 거라고 했으니 우린 우리 할 일이나 합시다.”

 

 

  정작가가 김피디의 어깨를 격려하듯 툭 치고는 자리를 떴다.

 

 

  드디어 고대하던 북 낭송회가 시작되었다.

 

 

  사연의 주인공들이 직접 자신의 사연이 적힌 페이지를 낭송했고, 유일하게 선공개된 수빈과 동준의 노래를 그들이 직접 불렀다. 그리고는 잠시 쉬어가는 타임을 가졌다.

 

 

  유채는 뒤에서 다정히 앉아있는 사연의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북 낭송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유채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빨라졌다. 안색이 창백해졌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강빈이 가장 먼저 낌새를 차렸다.

 

 

 강빈이 유채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은 거야?”

 

 

  강빈은 유채가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맥박을 짚었다. 낯빛을 살피고는 그녀에게 즉시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유채가 힘겨워 보이는 모습으로 말했다.

 

 

  “이제 곧 끝나요. 끝나면 바로 갈게요.”

 

 

  유채가 고집을 피웠지만 강빈은 도저히 그녀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의자를 가져와 유채의 앞에 놓았다.

 

 

  “서 있지 말고 앉아있어. 그리고 끝나는 대로 나랑 같이 곧장 병원으로 가.”

 

 

  유채가 힘없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의자에 앉으려던 찰라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유채야!”

 

 

  강빈이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주혁이 달려왔다. 강빈이 유채의 가슴에 귀를 대고 숨소리를 확인했다. 그대로 그녀를 안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주혁이 도와 차안에 유채를 눕혔다.

 

 

  “괜찮은 거죠?”

 

 

  주혁이 강빈에게 물었다.

 

 

  “괜찮을 겁니다. 괜찮아야 하고요.”

 

 

 “같이 가겠습니다.”

 

 

  주혁이 따라 나서려 하자 강빈이 막아섰다.

 

 

  “행사는요? 아직 덜 끝난 걸로 아는데 저 혼자 충분합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혁씨랑 실랑이할 시간 없습니다.”

 

 

  주혁이 수긍했다. 안타깝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자신보다 강빈이 더 유채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빈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유채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강병원 응급실에 연락을 했다. 다시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7년 만이었다.

 

 

 ***

 

 

 다행히 쉬는 시간이었기에 유채가 갑작스럽게 쓰러졌으나, 스텝들이 잘 수습한 덕에 무사히 북 낭송회를 마칠 수 있었다.

 

 

  사연자들을 비롯하여 스텝들이 걱정스럽게 유채의 안부를 묻는데 한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난리람.”

 

 

  정사장의 목소리였다. 주리가 정사장의 손을 끌어 당겨 구석으로 데려갔다.

 

 

  “엄마, 오늘 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가시죠? 집에 가서 얘기해요.”

 

 

 

  정사장과 주리가 투덕거리는 사이, 임대표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아들 강빈이 저리 감정적인 사람이었던가? 임대표는 비서에게 유채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주리모녀의 투덕거림은 쉽사리 끝나 보이지 않았다. 임대표가 정사장을 말려서 그나마 두 모녀의 싸움은 멈출 수 있었다.

 

 

  “아줌마를 여기서 보는 게 반갑지 않았는데 방금은 좀 감사했습니다.”

 

 

  “주리야, 결혼 전까지 만이다. 네가 버릇없이 구는 것은. 네 생일날 보자꾸나. 약혼식까지 겸하니 더할 나위 없이 더 기쁜 날이겠구나.”

 

 

  주리가 자신의 엄마를 노려보았다. 정사장이 딴청을 부렸다. 결국 주리와 강빈의 의사와 상관없이 또다시 결정되었다. 그동안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동안은 비공식적으로 약혼관계를 알리기만 했다면 이번 주리의 일에는 공식적으로 약혼식을 선포한다는 점이었다.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는 정사장과 임대표가 나란히 함께 주리를 찾아왔을 때는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주리가 하는 모든 행보를 J&J그룹에서 감시했다면 L.I.M그룹이라는 또 다른 감옥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었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주리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동안 열심히 회사의 주식을 모으고 회사에서 입지를 다지려 노력했다. 정회장, 즉 자신의 할아버지 눈에 띄려고 노력한 것도 기업이 탐나서가 아니었다.

 

 

 ***

 

 

 다행히도 유채는 피검사와 심전도검사, 엑스레이 촬영결과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링겔을 맞고 누워있는 유채의 곁을 강빈이 지켰다.

 

 

 “네 몸은 네가 챙겨야한다고 했지. 과로와 피로누적은 그렇다 쳐도 영양실조는 대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네 남친이란 녀석은 무려 빵집한다는 사람이 밥도 안 챙겨 먹이고 뭐했대?”

 

 

  강빈이 흥분해서 유채를 야단치듯 말했다. 혼자 살다보니 일에 집중하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동안은 잘 챙겨먹었는데 정기 검진를 다녀온 지 얼마 안됐고 신경 쓰는 것이 많아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음을 유채 스스로도 인정했다. 유채는 그가 화가 난 모습도 낯설었지만 속상해하는 기색이 너무 느껴져서 더 기분이 이상했다.

 

 

  쓰러질 때 자신을 안고 조심스레 차안에 태우던 그의 손길, 병원으로 가는 동안 정신이 흐릿한데 핸들을 잡지 않은 한손으로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는 강빈의 손이 너무 든든하게 느껴져서 유채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유채에게 강빈이 말했다.

 

 

  “염증수치가 조금 높다하니까 열나면 바로 해열제 먹고, 아니 무조건 바로 병원으로 가. 그리고 심초음파도 예약해놨어. 본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지만 확인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조금은 감정이 누그러졌는지 강빈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감사해요.”

 

 

  유채가 힘없이 웃으며 강빈을 바라보았다.

 

 

  “푹 쉬어. 내가 있어 불편하지? 이만 나갈게.”

 

 

  “불편하지 않아요.”

 

 

  유채의 의외의 말에 강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하는데 헉헉 거리며 주혁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뛰어왔는지 이마에 땀이 맺혔을 정도였다.

 

 

  주혁이 강빈을 지나쳐 유채를 끌어안았다. 유채가 주혁에게 나지막이 괜찮다고 말하며 오히려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주혁과 안고 있는 상태로 유채는 강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상처받은 눈빛이었다. 강빈이 먼저 시선을 피하고 자리를 떠났다. 유채를 그대로 안은 상태로 주혁이 말했다.

 

 

  “다행이다, 아무 일 없어 정말 다행이야. 북 낭송회도 무사히 끝났으니 걱정 하지 마. 이제 아무 생각 말고 네 몸만 생각해.”

 

 

  유채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정말로 쉬고 싶었다. 눈을 감자, 그동안 못 잤던 잠이 몰려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는데 자꾸만 강빈의 상처받은 눈빛이 아른거렸다. 잠이 들기 직전까지 그가 마치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잠이 든 유채가 잠결에 누군가를 찾았다.

 

 

  ‘선배.’ 두 글자에 주혁은 강빈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따금 마음 한 켠에 강빈이 아직까지 남아있음을, 어쩌면 유채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주혁은 느끼곤 했다.

 

 

  천천히 하자고 마음먹으면서도 늘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 발자국만큼 닿지 않는 그녀와의 거리감에 어찌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픈 주혁이었다.

 

 

 ***

 

 주리와 강빈이 사적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리의 연락에 강빈은 내키지 않았으나, 이유 없이 자신과 만남을 요청할 그녀가 아니기에 자리에 나갔다.

 

 

 “나랑 약혼해줘. 다가오는 내 생일, 공식적으로 우리 약혼식을 한 대.”

 

 

 주리는 돌려 말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그냥 내가 그 자리에 안 가면 돼. 그리고 너 나 싫어하지 않았던가?”

 

 

 “이번엔 달라. 이번에 거부하면 바로 결혼식장에 들어가야 할 걸? 선택의 여지? 나한테 그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남들은 나보고 다 갖고 태어났다고 하지? 근데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게 바로 ‘자유’야.”

 

 

 “그래서 나랑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주리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이번에 약혼하면 약혼식만 세 번째지? 첫 번째 한강빈이 성인이 되던 날, 그리고 또 내가 성인이 되는 날. 우리는 매번 거절의 의사를 밝혔지만 아주 가볍게 묵살 당했지.”

 

 

  강빈이 씁쓸하게 웃었다. 반박할 여지가 없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주리가 도망갔고 한 번은 강빈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무산되었다. 바로 한국으로 강제소환 당할 뻔한 것을 임엔터에서 작곡가로 일할 것, 이라는 조건으로 자유 아닌 자유를 잠시나마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이 돌아오며 강빈은 절대로 임대표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다만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 뿐이었다.

 

 

  주리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나랑 약혼해. 나한테 계획이 있어. 일 년만 내게 시간을 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만은 분명했다.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이 같다는 것. 그녀의 눈동자에서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강빈은 생각에 잠겼고 주리가 먼저 다시 입을 뗐다.

 

 

  “일종의 딜을 하자는 거야. 네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모두 얻을 수 있는 기회야.”

 

 

  주리의 태도는 확고했다. J&J회장의 사업적 수완을 그대로 이어받은 그녀였다. 강빈이 주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주리가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한강빈, 내가 너를 만난 후로 두 번째로 네가 마음에 드는 날이야.”

 

 

 마주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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