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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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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08 10:05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3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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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하지 마 새끼야.”

  “알겠습니다. 위대하신 데이비드 벡스터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신 다면 이 미천한 손바닥을 거두어야죠.”

 

  조셉이 말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분명 기분 나쁠 법도 한데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저 녀석들은 우리 신경도 안 쓰나봐.” 앤디가 말했다.

 

  “너희 몰랐어? 저 녀석들 데이트 하는 사이잖아. 지금 우리는 저 녀석들 자연스러운 데이트를 위해 덤으로 가는 먼지 같은 존재뿐이야.”

 

  조셉이 말했다.

  나는 조셉의 말에 감탄했다. 조셉은 어쩜 이리 능청스러운 말을 잘 할까 싶다.

 

  “진짜?”

 

  앤디가 말했다. 앤디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렸다.

 

  “농담이지. 새끼야.” 내가 말했다.

  “아, 깜짝 놀랐잖아.”

  “이게 그렇게 놀랄 거리야?”

  “여자를 심하게…… 엄청 심하게 밝히는 크리스 녀석이 마이클의 어떤 매력이 빠졌길래 정체성도 바꿨을까……, 마이클 녀석의 매력은 뭘까…… 하는 궁금한 그런 마음이지.”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농담 한 번 잘 못 했다간 전쟁날 거 같네.” 조셉이 말했다.

  “네 입에서 전쟁의 전 자라도 꺼내는 그 순간 우린 전쟁이야. 평생 적군으로 돌아서는 거야.”

 

  앤디가 말했다.

  앤디는 ‘전쟁’과 ‘적군’이라는 두 글자에 힘을 실었다.

 

  “조셉. 너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거 같아. 앤디 저 녀석 이번에는 진심이야.”

 

  나는 앤디의 어깨를 두어 번 가볍게 두들기며 조셉을 보고 말했다. 조셉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더 말을 꺼낸 순간 조셉은 정말 큰일 날 거 같았다.

 

  “조셉 저 녀석 항문에 핵을 터트리고 싶다.”

 

  앤디가 혼잣말로 곱씹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나와 조셉에게 아주 크게 들렸고, 조셉은 또 다시 커다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헙’ 소리를 냈다. 그러다 손이 점점 내려가 엉덩이를 가렸다.

 

  “죄송합니다. 앤디 형님. 제 항문만은…… 악!”

 

  나는 조셉의 발을 힘껏 밟았다.

  조셉은 말을 멈추곤 주저앉아 내게 밟힌 발을 양 손으로 감싸며 나를 있는 힘껏 째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앤디와 함께 마이클과 크리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잘했어. 저 녀석 한 번만 더 까불면 이번엔 내가 저놈의 발을 제대로 부러트려놓을 거야. 그때 넌 절대 말리지 마.”

 

  앤디가 말했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사실이 있는데, 그 사실은 앤디의 말에 겁을 조금 먹었다는 것이다. 앤디는 가끔 캐롤라인처럼 말을 살벌하게 할 때가 있는데 그 가끔이 오늘이었고, 그 대상이 조셉이 되었다.

 

  “저 새끼. 내가 오늘 두고 볼 거야. 술에 맹독을 타서라도 내가 저 새끼 오늘 제 수명 다 닳게 할 거야.”

 

  앤디가 다시 한 번 더 말했을 때 나는 폭탄이 날라 온 거 보다 더 큰 소름이 돋아버렸다.

 

  “걱정 마. 너는 안 죽여.”

 

  앤디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했다. 아마 조셉이 긴장됐던 앤디를 장난으로 풀어준 건가 싶기도 했다. 조금은 고마워해도 될법한데, 얄밉단 말이지…….

 

 

 

  “어디 갈 거야?”

 

  음악 소리에 마이클의 목소리가 깊게 묻혔지만, 입 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화장실!”

  “아! 난 또 네가 도망가는 줄 알았지.”

  “내가 어딜 가겠어. 오줌 터질 거 같아. 물 좀 빼고 바로 올 거니까 내 술 건들지 말고 있어.”

 

  화장실은 냄새에 온갖 오물 냄새로 찌들어 있었다.

  오줌 냄새, 똥 냄새, 토 냄새. 그리고 휴지통에 버려진 콘돔 찌든 냄새 등등. 이 세상의 모든 악취가 찌들어있는 냄새였다. 역겨운 냄새를 맡고 있으니 나는 숨을 참고 오줌만 재빠르게 싸고 화장실을 나갈 생각만 했다.

 

  음악이 꺼졌다.

  그때 내 뒤에 있는 칸에서 낯 뜨거운 신음 소리가 들렸고, 새로운 음악이 다시 시작하자 그 소리가 묻혀버렸다. 나는 멈췄던 숨을 쉬곤 내 코로 들어가는 악취에 인상이 씌어졌다.

 

  손을 닦고 화장실을 나가 친구들에게 가는 내내 내 미간 주름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휴지 없어서 손으로 똥이라도 닦은 거야?” 조셉이 말했다.

  “너희 화장실 가지 마. 차라리 나가서 싸고 와. 화장실 가서 후회하지 말고.” 내가 말했다.

 

  내 음성은 일정했고 단호했다. 내 친구들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충고였다.

 

  “뭐라도 본 거야?” 마이클이 말했다.

  “본 건 아니고 들었지……. 아니, 냄새가 너무 심해. 저 냄새 맡고 오 분 이상 버티는 순간 호흡 곤란에…… 뇌에 산소 부족에…… 뭐 이것저것 증상으로 요절할걸?” 내가 말했다. 과장이었지만 사실이었다. 그 정도로 끔찍했다.

  “내가 갔을 땐 별로 안 났던데……. 내가 나온 사이에 누가 거하게 했나 봐?” 크리스가 말했다.

  “네 녀석 코가 민감한 건 알겠는데, 나중에 피 냄새는 어떻게 맡으려고…….” 조셉이 말했다. “아, 농담이야 농담! 화난다고 사람 패는 거 아니다? 그렇게 보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조셉은 맞는 게 취미라는 것을.

 

  “대신 죽여줄까? 맹독은 산에서 구할 수 있는데.” 앤디가 나만 들을 수 있는 음성으로 아주 작게 말했다.

 

  나는 그런 앤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임으로 화답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기숙사 침대 위에서 이틀을 보냈다. 누굴 만나지도 않았다. 친구 녀석들도 만나지도 않았고, 심지어 릴리도 만나지 않았다. 사실 릴리는 아직도 화가 나있는 건지 아무 소식이 없다.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앤디는 이틀 전 이른 새벽에 집으로 떠났다.

  조셉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앤디와 마이클이 쓰던 방으로 갔고, 그 덕에 나는 아무 소음 없는 고요한 곳에서 홀로 남겨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라는 건 더 이상 만끽하고 싶지 않았고, 나는 햇빛이 들어오는 차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눈이 부셔서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내 기분은 달랐다.

 

  나는 바깥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소음이 무척 시끄러웠지만 듣기 싫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침대에 나오자 밟히는 커다란 가방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 가방을 메고 목적지도 모르는 곳으로 향해야 된다니, 정말 끔찍하다.

 

  갑자기 나는 지금 앤디는 무엇을 하며, 무엇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앤디는 집으로 내려가 오늘 아침에 기숙사로 온다고 했는데 왔을까 아니면 오지 않고 도망갔을까? 나는 궁금해졌다.

  슬리퍼를 신고, 얇은 겉옷을 걸치곤 친구들이 있는 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복도를 쓰는 슬리퍼의 소리가 듣기 싫었다. 몇 걸음 안 가 친구들의 방 문 앞에 도착해,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조셉은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고, 마이클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나는 마이클과 눈이 마주쳤다.

 

  “앤디 왔어?” 내가 물었다.

  “응. 지금 카메라 챙기고 있어.” 마이클이 말했다.

  “그래? 일찍 왔네.”

  “너는 오늘 컨디션 어때? 잠을 못 잤거나 등이 아프거나 한 건 없고?”

  “응. 그런 건 없고, 컨디션은 뭐 늘 똑같지.”

 

  내가 말했다.

  조셉은 엎드려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크리스는?”

  “그 녀석은 씻으러 갔어.” 조셉이었다.

 

  조셉의 말을 끝으로 우리 사이에 끔찍했던 침묵이 오갔다.

  결전의 날이나 마찬가지인 나에게 마이클과 조셉은 말을 조심해서 하기 시작했다. 마이클과 조셉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싫었다.

  정말 죽을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몇 시야?” 내가 물었다. 이 침묵을 깨고 싶었다.

  “여덟시.” 마이클이 대답했다.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침묵을 깨고 싶었기에 알고 있던 걸 물어야만 했다.

 

  “그래? 그럼 나 씻고 옷 입고 와야겠다.” 내가 말했다. 나는 이 답답하고 싫은 침묵의 공간을 빨리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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