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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만물 컴퍼니
작가 : 팔만대
작품등록일 : 2019.10.28

의뢰한 모든 것을 해결해 드립니다

 
제 9화 여우의 소원
작성일 : 19-12-04 16:26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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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으로 내려오던 차안에서 태영이 말했다. 사장은 돈이 엄청 많다고. 그걸 마음속에 담아 뒀나보다. 가장 급할 때 떠오른 것은 그림은 “돈이 엄청 많다”였다. 그래서 무릎 꿇고 빌고 애원했다. 제발 더 많은 사람이 죽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 땡그랑 눈이 되어 당황하던 사장을 뒤로 범인이 맞춰 놓은 퍼즐을 한방에 뒤엎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미미가 온 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35살 어른이 어린이처럼 갈팡질팡 했겠지~ 혹은 억울했겠지~ 방황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 20년간 살인을 철저하게 숨겨왔던 범인이 처벌을 받지 않고 또 다른 둥지에서 살인 할 것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같은 라인에 똑 같은 숫자가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살해 당 할 사람이 없다면 범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도민 전체를 “해외여행” 보내는 것이었다. 시간이 촉박해 태영이 섬으로 직접 가서 설득했다. 여행에 드는 비용 모두는 00그룹에서 책임을 져준다며 애원 아닌 애원을 했고 이른 새벽 주혁이 도착해 그들을 도시로 수송해갔다. 더불어 안정상의 이유로 관광객을 당분간 받지 않기로 하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00그룹이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들었다.

 

 이제, 김 양이 남긴 usb를 복원하면 된다. 길면 한 달. 연쇄살인범은 섬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 변할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게 주어졌고, 홀로 남겨졌던 꽃뱀처럼 변할지 두고 볼일이다. 삼일에 한번씩 천만 원을 거리에 버렸던 꽃뱁은, 우연하게 돈을 줍는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영상에는 그들의 표정보다 호탕하게 웃고, 안타까워 하던 꽃뱀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진심이었음을 신발장에 둔 돈의 위치로 은경은 알 수 있었다. 꽃뱀이 변한 것처럼 그에게도 반성의 시간이 생기길 빌어본다. 차가운 봄바람이 마당에 불지만 그 어떤 것보다 따듯하다고 느껴지는 건, 지금 은경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연속 살인범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유산은 선희에게 돌아갔으니 완벽한 해결이다. ‘그 돈으로 충만이를 선희 옆에서 떨어 뜨려나야지~~’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학원을 끝내고 술 한 잔 하자던 선희를 기다리가 스르륵 눈이 감기는 은경이었다.

 

 

 “사돈 오셨어요??” 선희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을 비비며 깨어나던 은경이 깜짝 놀라고 만다. 눈을 비비려 하지만 팔이 없다. 뿐만 아니라 몸도 없다. ‘이게 뭐야??’라며 눈을 굴리지만 마당 정면 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게 뭐냐고??’소리 내어 말하면 클랙슨이 “빵~~” 하고 울린다. 깜짝 놀란 선희 부모님과 충만 부모님이 자동차를 본다. ‘뭐야? 나 자동차가 된 거야?’

 

 “자동차를 바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사돈~~”

 “그러게요~~ 몇 년 더 타고 싶었는데~~”선희 아버지가 웃으며 말한다.

 “이건 저희 쪽에서 준비한 음식입니다~~”

 “안 하셔도 되는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보따리를 받은 선희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평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 참에 사돈도 함께 가시죠~~”선희 아버지가 그 고마움에 가슴 속의 말을 꺼낸다.

 “아이고~~ 이렇게 음식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뭐~”호탕한 목소리로 사양하는 충만의 아버지가 시간을 걱정하며 평상 위에 가득 놓인 음식 상자를 차로 옮긴다. “늦겠습니다. 어서 출발하세요!!”

 

 거친 손으로 차문을 여는 순간 ‘타지마!’라고 외치며 눈으로 찔끔 가는 은경이 눈을 뜨자 구불구불한 시골 길을 달리고 있다. 어둑해지는 길도 그렇지만 양쪽으로 늘어선 잎 없는 나무 가지는 폐가로 향하는 길처럼 섬뜩하기 그지없다.

 

 “여보~ 내년 제사는 아이들이랑 사돈이랑 같이 와요~”

 “그럴까??”

 “안된다고 위에서 뭐라 할까요?”

 “하하하. 적은 것보다 많은 게 좋으니까!!”

 

 그 순간이다. 나무 사이에 숨어 있던 1톤 트럭이 운전석을 들이 받는다. 붕 떠오른 자동차가 반 바퀴를 돌아 떨어진다. ‘악!!! 더럽게 아프네~~’라며 눈을 뜨던 은경의 앞엔 피를 흘리고 괴로워하는 부모님이 보인다. ‘아버지!! 어머니!!! 저기요~~ 저기요~~~ 도와주세요~~~’은경이 외치지만 지나가는 자동차 하나 없다. 아니다.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을 향해 서 있던 다리가 잠시 뜸을 드리더니 ‘영차’소리를 내며 고개를 내민다. 그것은 바로 정비소 사장이었다. 담배를 피우며 부모님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차를 타고 떠나버린다. ‘저런 섞을 놈!! 저런 놈이 불쌍하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네!!’

 

 머리를 타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부모님을 눈 뜨고 볼 수 없어 계속 클랙슨을 울리는 은경이다. 아무리 외쳐도 도와주는 사람 없다. 마음이 타 들어갈 듯 한 은경의 귀에 ‘뿌득 뿌득’강아지가 눈 밟는 소리가 들린다. 동네 강아지 인가?? 그것도 아니면 야생 동물??

 

 “왜 이리 늦나 했더니 여기서 뭐하는 거야??”고개를 내민 것은 새끼 여우였다.

 “아직 10년이나 더 남았는데 죽으면 어떻게??”

 “미안하오~~ 미안하오~~”선희 아버지가 힘겹게 이야기 한다.

 “쯧!! 떠날 때가 아직 멀었는데 마지막 악귀가 널 죽이는 거야~~”

 “.....으윽윽.......”“악귀 탓 하지마~ 너희 조상이 택한 일로 생긴 거니까”“하지 않습니다. 않아요~~ 이렇게 태어나서 한 평생 즐거웠으면 그걸로 됐습니다.”

 “착한 척 하기는!! 내가 살릴 수 있는 게 한명인데~ 누굴 살려줄까??”

 

 선희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우리 딸.....을 지켜주세요~~그 악귀로부터 보호해주세요~”

 “딸??”

 “네~ 우리 딸이요!!”

 “진짜 딸도 아니잖아?? 진짜 아들 서운하겠네.”여우의 말에 가장 놀란 건 자동차 은경이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첫 사랑 여자랑 아들 있었잖아!!! 니 아들이라고 인정하면 아파서 죽을 줄 알고 버린 거, 내가 다 알거든!!”

 “우리에겐 아들이 없어요~~”

 “고집하고는!!”

 “제발 우리 딸을.....”

 “좋아!! 당신들 소원은 내가 들어주지!!! 300년 동안 수고 많았수다~~ 내 제사 챙겨줘서!!!! 그 동안 맛있는 밥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로 한명 살 릴 수 있는데?? 필요 없어?? 누굴 살리고 하늘로 가지?? 거기 아줌마!! 아줌마 살려줄까??”

 

 여우의 눈이 꿈을 꾸던 은경의 눈과 마주친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난 은경의 눈 앞 엔 바비큐 파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어? 여긴, 여긴!!”

 “우리 집 마당인데~ 은경씨 괜찮아요?”

 “여우, 여우는??”

 “선희씨 친구 분 참 이상한 것 같아요!!” 정우가 물으면 선희가 답한다.

 “그걸 이렇게 빨리 알다니~ 저는 아주 나중에 알았거든요!! 진작 알았으면 이렇게 피곤하지나 않지~~”

 “하하하”

 "그게 은경씨 매력 아닌가??”커다란 쌈을 입에 넣는 충만 옆에 저녁 먹으라던 그의 부모가 은경을 바라본다. 약간 취기가 오른 충만의 아버지가 은경에게 소주잔을 건네며 술을 권한다.

 

 “아가씨가 뺑소니 범을 잡았다며?? 이렇게 감사할 때가~”

 “아니요~~제가 한 게 아니라 모두가”

 “아버지~ 농협 직원 중에 은경씨 짝 될 만 한 사람 없는가?”

 “가만가만 누가 있더라~~ 명호는 어때?”

 “그 바람둥이는 안 돼!!”

 

 은경의 내민 손이 부끄럽게 술을 따르다 아들과 월드컵 이상형에 빠진 아버지를 보자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 그녀였다. 8살 때 새로 생긴 아버지 인가?? 그럼 동네 신랑감 1위였던 선희 아버지의 첫사랑은 아무도 몰랐던 것인가?? 충만이 어머니 동네 사람이라고 했는데??

 

 “여자는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걸로 족해~~괜히 나서서 욕먹지 말고~~”

 “엄마처럼 사랑 때문에 야반도주도 할 수 있는”

 “그럼~”

 “그러다 결혼하기 전에 버림받아도 울지 않는~ 미혼모가 되어도 불평하지 않는~”

 “그렇지~~ 요런 아들보다 저런 아들이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충만의 어머니가 정우를 바라보며 웃는다.

 “엄마~~”

 “하하하하하”

 

 ‘정말로 충만이, 저 바보가 친 아들이라고?? 이 넓은 땅이 다 저 바보 거라고??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은경의 솔직한 마음은 그 많은 유산이 돌아가는 걸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절대 안 돼!!!!!!!’

 

 “저,....” 엉거 주츰 일어나던 선희가 “프랑스로 유학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뭐?”

 “다시 시작하려고~”

 “진짜?? 다시 피아노 하려고??”은경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응!!”

 “지지배 진작 좀 가지?? 나도 갈까??”

 “그럼 우리 셋이 함께 지내는 거야??” 상추 낀 이를 드러내며 충만이 말한다.

 “남편도 가??”

 “당연하지!!”

 “할 게 아무것도 없을 텐데?”

 “프랑스에서 한국 쌀 재배할겁니다”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하는 장군처럼 확고하다.

 ‘저 웬수!!!!’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 저희랑 함께 가시면 안 될까요??”

 “??”

 “나이 들어 타국에서 사는 게 쉽지는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부탁드릴려구요~”

 “??”

 “저 임심했거든요~~”

 “뭐?”

 “진짜?? 진짜??”

 “8주래”

 “만세. 만세. 만세~~” 충만이와 그의 아버지가 만세 삼창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아가야 내가 손 주 봐줄 테니 가자, 가자. 이 기쁜 소식을 사돈이 알고 가셔야 하는데~~~”

 

 한명을 살릴 수 있다던 여유의 소원이 이루어진 걸까?? 300년 악귀에 둘러싸인 이 집이 이제 호재만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 든 은경이었다.

 

 

 

 

 ---------★☆-----------“이모님, 회사 방문”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을 준비하던 정우의 핸드폰에 반갑지 않은 문자가 날아왔다. 뜸하다 했더니 그걸 참지 못하고 행차한 것이 분명하다. 일장 연설을 듣기 싫어 잠을 잤다 깨어났나를 반복하던 은경에게 말 할 수 있었던 건 톨게이트를 지난 다음이었다.

 

 “잠깐 집에 들렀다 가죠??”

 “어머?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

 “뭐라는 거야~ 선희씨가 준 음식들 정리 좀 부탁하려고~”

 “아??”

 “뭐? 다른 거라도???”

 “도와줄 테니까 도착하며 깨워요”답을 피하며 몸을 틀어 다시 잠을 청하던 은경이 눈을 떴을 때는 거대한 저택 앞이었다.

 

 “우와~ 혼자 살아요?”

 “누구 있음 부탁했겠어요?”“진짜 더럽게 부자인가 봐요?”

 “네??”

 “벌어서 산거예요? 아님 금수저??”

 “금수저!!”

 “음~~~”

 

 박스 안에 든 양파와 무를 낑낑 거리며 나르던 은경이 똥 씹은 표정이다. 나라면 똥 씹은 표정을 지었을까?? 돈이 없어 불편했던 적은 없었다. 돈이 있어 외로웠다고 말하면 모두 배부른 소리 한다며 두 번 다시 상종을 하지 않았다. 그게 정우의 인생이었다. 현관문을 여니 달달한 커피향이 코를 찌른다.

 

 “누가 있는데...요?”

 100만 원짜리 커피 잔을 들고 나오던 중년의 여인이 “왠 여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들어낸다.

 “주인 없는 집에 오지 말라고 몇 번 말해~”

 

 쌀 가마마니를 끙끙 거리며 들고 가던 정우가 현관에 두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은경이 짐을 주방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밥 먹고 다니는지 확인은 해야 해서~”

 “누가 보면 되게 친한 것 같네~”“누구야?? 설며 여친??”

 “저요? 아니요~”

 “잤으니까 여친!!”

 “????!!!!!”

 

 위아래로 훑어보는 우아한 여인의 자태에 시선을 때지 못한 은경이 아무런 대구를 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취향이 남 다르네?? 얼마나 갈까 궁금하네?”

 “확인했으면 얼릉 가!!”

 “아가씨! 전화번호 좀 줘봐요~”

 “예??”

 “거참 대게 늦네.~”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를 빼 자신의 전화로 거는 여인이다.

 “정우 이모라고 저장해 놔요!! 모르는 전화라고 전화 안 받지 말고!!”

 “네? 네....”

 “나 간다.”

 “배웅 안 해~~”

 “바라지도 않거든!!”

 “이게 아닌데??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지??”

 “엄마 친구니까 전화 받지 말아요~”

 “그것보다 잤으니까 여자친구?? 난 남자친구 없는데~ 그리고 그게 언제 적일인데 아직까지 이용하는지~ 기억에도 없구먼”

 “기억나게 다시 할까요?”탁자 위에 양파를 내려놓고 은경이 앞에 선다.

 “!!!”뒤로 물러나는 은경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하하하! 뭘 그걸 고민해요!! 결혼하라고 아우성이어서 은경씨 좀 이용한 건데?”

 “뭐라구요??”

 “월급 더 올려 줄게요~~”

 “돈 많다고 무시하는 건가요?”

 “싫어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훗훗.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월급도 많이 받는데 기름 값은 챙겨 드리죠!!”

 “하하하”

 

 

 한 마디를 지지 않는다. 그녀와 얽히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렇게 웃고 있는 자신을‘X’는 보고 있을까?? 신이 모르는 일이 있으랴?? 분명 자신에게 다가온 변화를 감지하곤‘많이 웃었으니 이제 울어야지’ 하면서 곁에 있는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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