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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28
작성일 : 19-12-02 09:26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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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셉. 새로운 지식 없어?”

  “무슨 지식?”

  “여자 꼬실 수 있는 지식 말이야.”

  “뭐, 마음에 드는 여자 있어?”

  “아니, 아직. 혹시 모르니까 미리 배워두려고.”

 

  크리스의 표정을 보니 진담이었다.

 

  “어두침침한 남자 다섯 명이서 술 마시는 게 얼마나 우울한 일인데, 이럴수록 여자라도 있으면 좋잖아.” 크리스가 말했다.

  “난 별로 우울하지 않은데.” 내가 말했다. 혼잣말이었고, 진심이었다.

  “혹시……, 혹시 데이브…… 너…… 나를…….”

 

  크리스는 양 팔로 엑스 자를 만들며 자신을 방어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취했어. 상대할 필요 없어.”

  “마이클. 상대할 필요 없다니…… 농담으로 한 말인데. 나 또 상처받을 뻔했어.”

  “왜, 무슨 일 있었어?”

 

  또 상처 받을 뻔했다는 크리스의 말에 궁금증이 물밀 듯 밀려와 내 옆에 앉은 조셉에게 조셉만 들을 수 있을 법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냥 취해서 저러는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조셉은 정말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냥 제 앞에 놓인 잔을 입에 털었다.

 

  “저기 저 여자애 계속 우리 쪽 쳐다보고 있는데.” 마이클이 말했다.

 

  마이클의 말에 너나 할 거 없이 마이클의 시선을 따라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마이클이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여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그러게. 정말 우리 보고 있네.”

  “혹시 우리들 중 누구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조셉이 말했다.

  분명 조셉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나야, 나. 너희가 아니라 나한테 관심 있는 거라고.’ 조셉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가끔 이런 점이 부럽기도 하다.

  모든 우주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셉의 마인드가, 자존감 높은 조셉이 부럽다.

 

  “한 번 가봐.”

  “뭐?”

  “한 번 가보라고, 누구한테 관심 있는지 한 명씩 가보는 거 어때?”

 

  마이클의 말에 너나 할 거 없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버렸다.

 

  “정말이냐 마이클? 네가 이런 말을 하다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아니면, 곧 죽는 거야 마이클?”

  “괜한 오버 떨지 마. 크리스.”

  “오버라니…….”

  “아, 됐고, 나 먼저 해볼까? 그 전에, 저 여자애를 먼저 꼬시는 사람한테 우승 상금 같은 거 있어야 되지 않나?”

  “우승 상금?”

  “그래, 상금이 아니어도 내기 같은 거 하면 어때?”

  “넌 어떤 내기를 원하는 건데, 조셉.”

  “음…… 시키는 거 하기 같은…… 유치하긴 해도 이게 제일이지.”

  “아, 난 안 할래. 시키는 거 하는 건 이제 질색이야.”

 

  내가 말했다.

  정말이다. 크리스의 차를 빌리고, 시키는 거 한다고 해서 전쟁터 까지 취재하러 가게 됐는데, 이젠 그런 내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럼 너랑 앤디는 시키는 거 말고, 술값 내기로 하면 되잖아.”

  “그거 좋다. 그냥 머리 쓰지 말고, 오늘 술값 내는 걸로 퉁 치면 되겠네.”

  “뭐야, 마이클. 술값보단 시키는 거…….”

  “아 됐어, 나 먼저 꼬시러 간다.”

 

  크리스는 조셉의 말문을 막아버리고, 첫 번째로 여자에게 다가갔다.

 

  한 손에는 술 한 잔을 든 여유로운 표정의 크리스였다.

 

  여자에게 다가가던 크리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자가 넘어갔다는 저 승리의 웃음.

 

  “꼬실 수 있을 거 같냐?” 조셉이 물었다.

  “아니.”

  “아니.”

  “절대.”

 

  조셉의 물음에 대답한 우리였다. 짜기라도 한 듯이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크리스가 들으면 일주일 정도 삐질 거 같다.

 

  “그 다음 누가 하지?”

  “뭘 고민해. 조셉, 네가 해야지.”

  “내가? 원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하는 거야. 너희가 처참하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마지막에 내가 저 여자랑 같이 이 술집으로 나간다. 크으.” 조셉은 양쪽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표정은 보드카를 한 입에 털어 먹은 표정이다. 못생겼다. “원래 짜여 진 각본인데, 너희는 그 각본에서 내 장단에 맞춰 노는 거야.” 조셉이 말했다.

 

  재수 없다.

 

  자존감이 너무 높은 조셉은 딱히 부럽지 않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건데 조셉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저 둘 무슨 얘기 할까?” 앤디가 말했다.

  “그러게.” 마이클이 말했다.

 

  어느새 크리스는 관심 밖이 되었다.

 

  “어? 쟤 일어섰는데?”

 

  조셉의 말에 나는 손에든 술을 입에 재빨리 털어 넣고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보았다.

 

  “뭐야. 벌써?”

 

  내가 말했다.

  정말 실망했다.

 

  “저 녀석 표정 봐. 질질 짜기 30초 전이다.”

  “자신만만하던 크리스 녀석은 어디 간 거야. 역시 저 녀석은 허풍만 잔뜩 이야.”

  “꺼져, 조셉.”

 

  “왜. 저 여자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앤디가 물었다.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더라고.”

  “뭐라고 했는데.”

  “그냥……. 조셉한테 배운 거. 술 이름…… 뭐, 이 딴 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무시한 거겠지.” 조셉이 말했다.

  “얼른 누구 한 명이라도 빨리 가봐. 자존심 상해 죽겠어.”

 

  크리스가 말했다.

  진심이 가득 담긴 표정이었다. 크리스의 표정으로 봐선 한 달 정도 삐져있을 법도 했다.

 

  “내가 갈게.”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친구들은 의외라고 날 쳐다보았다.

 

  “정말?”

 

  크리스가 놀란 토끼눈으로 날 보며 말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녀석들과는 달리 여자를 꼬실 마음이 전혀 없다. 그냥, 충고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걸었고, 크리스처럼 뒤를 돌아보고 웃는 한심한 짓은 전혀 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 앞으로 직진만 했다.

 

  “실례할게요.” 내가 말했다.

 

  크리스 녀석과는 전혀 다른 예의 바르고 신사적인 모습으로 여자에게 말했다. 목소리의 높이는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딱 적당했으며, 듣기 좋았다.

 

  여자는 곁눈질로 나를 보았다.

 

  “방금 전에 친구 녀석이 실례를 많이 했어요. 그 점에서 우선 사과드릴게요.”

 

  여자는 의외의 말을 하는 나를 의외의 표정으로 보았고, 나는 여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앞으로도 친구 녀석들이 그쪽에게 다가와서…….”

 

  “베카.”

  “네?”

  “베카라고. 그쪽이 아니고, 내 이름은 베카예요.”

 

  여자가 말했다.

  그쪽이라는 내 말을 베카라는 말로 고쳐주었다.

 

  “네, 베카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 거예요. 특히 마지막에 당신에게 올 주황머리 녀석은 진심이 아닌 허풍만 많은 녀석이니까 그냥 무시해도 좋아요.”

  “그쪽은요?”

  “네?”

  “그쪽이요.”

  “아…… 저는 허풍은 없는데…….”

  “아니, 이름이요.”

  “아…… 진이예요.”

  “진…… 진.”

 

  베카는 내 이름을 되뇌었다.

 

  베카가 진이라는 이름을 되 뇌일 때마다 나는 나탈리의 흐릿한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슬프게도 얼굴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 잊혀 졌고, 한 장의 추억이 되었다.

 

  “미들네임이에요.”

  “아…….”

 

  짧은 탄식을 내뱉는 베카를 무시한 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실 나는 이름을 알려줄 마음이 없었다.

  진이라는 이름은 내 미들네임도 아니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가명을 쓰는 게 비겁해보이지만 딱히 나는 저 여자가 마음에 들거나 하지 않기에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무슨 말 했어?”

  “네 욕.”

  “뭐?”

  “농담이야, 농담. 크리스. 그 다음은 누구야?”

  “아, 나다.” 마이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가볼게.”

 

  마이클의 표정은 나처럼 흥미 없는 표정도 아니었고, 크리스처럼 자신만만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냥 친구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

  뭐 이런 표정이었다.

  적당한 관심, 적당한 흥미. 그러니 선을 넘지 않는 그런 표정.

 

  “그런데 궁금한 게 너희는 여자한테 무슨 말 하냐?”

 

  조셉이 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에 드는 여자한테는 그냥 일상 대화해. 그게 자연스러운 거잖아.”

 

  크리스가 말했다.

  그게 정답이었다.

  일상 대화가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가장 지루하지 않은 대화였다.

 

  “나는”

 

  앤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큼큼”

 

  앤디는 목을 가다듬었다.

  목에 가래가 걸린 듯하다. 목에 걸린 가래를 빼낸 앤디가 입을 열었다.

 

  “나는…… 솔직히 유치하지만, 처음에는 내가 전쟁터에 취재하러 가는 기자라고 했거든? 근데 날이 다가오는 걸 어느 순간부터 느낀 거야. 그래서 한 달 전부터는 그냥…… 그냥 평범하게 대화해.”

  “여자들은 어때?” 조셉이 물었다.

  “뭐가?”

  “네가 전쟁터에 취재하러 가는 기자라고 하면.”

  “다들 멋있다, 대단하다 뭐 이런 말을 하는데. 내가 죽을 걸 예견이라도 한 듯이, 더 깊게 다가오진 않더라. 그래서 가볍게 만나고 싶을 때만 그런 말을 해.”

  “뭐, 진지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없어, 아직은. 생기면 말해줄게.”

 

  전쟁을 버티게 하는 게 사랑이라는데, 앤디는 아직 사랑이 없다.

 

  “데이브 너는?”

 

  그에 반해 나는.

 

  “딱히…….”

 

  막상 이렇게 생각하려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릴리한테…… 아! 릴리!

 

  나는 내 머리 속에 릴리가 떠올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시야 지금?” 음성은 심하게 높아졌다.

  “지금…… 여덟시…… 삼십분 즈음 됐네. 무슨 일 있어?”

  “나 가봐야겠다. 미안……”

  “야! 데이브!” 조셉이 날 불렀지만,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술집을 빠져나갔다.

 

  나는 스타디움으로 뛰어갔다.

 

  릴리가 너무 늦게 떠올랐다는 현실에 속으로 내 욕을 곱씹었다. 내가 릴리를 기다리게 했다는 거에 미안한 감정이 물밀 듯 밀려왔다.

 

  나는 계속 달렸다.

  이젠 심장이 쿵쿵 뛰었다. 300파운드의 사람이 복도를 힘겹게 뛰어다니는 소리처럼 들렸다.

 

  차로는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스타디움에 도착했을 때 날 반기는 건 차가운 공기뿐이었다. 사람 한 명도 없었다. 나 빼고 모두가 맨디의 파티에 간 듯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릴리가 준 쪽지를 찾았지만, 주머니엔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지금 입은 바지는 낮에 입은 바지와는 전혀 달랐다.

  나는 다시 기숙사로 뛰어갔고,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심장이 콕콕 쑤셨다. 방금 전까진 쿵쿵 뛰는 정도였는데, 이젠 누가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은 고무였고, 풍선처럼 바늘로 찔러도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조금씩 심장에서 바람도 공기도 피도 아닌 것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심장은 아팠다.

  그리고 심장에서는 큰 해일이 몰아닥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사랑에서 오는 심장 소리가 아닌 달리기에 대한 고통에서 오는 심장 소리였다.

  내 심장 소리에 이젠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내가 벗어놓은 바지 주머니에는 쪽지가 있었고, 다행히 번짐 없이 종이에는 글씨가 잘 보존돼있었다. 다행이었다.

 

  나는 쪽지를 주머니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봤을 땐 또 다시 절망감에 휩싸였다.

 

  “열시…….”

 

  여덟시 삼십분이라고 했던 조셉의 말은 약간의 거짓과 약간의 진실이 섞여있었다.

 

  나는 누굴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니어야만 했다. 내 자신 외에는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기숙사에 나와 스타디움을 지나, 스탠포드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늦은 시간, 학교 주변에는 붙잡을 차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짧은 시간동안 진정시킨 심장을 부여잡고는 쪽지에 적힌 곳으로 달렸다.

 

  “릴리 못 봤어?”

 

  나는 오늘 처음 본 누군가를 붙잡고 릴리를 찾았다. 릴리는 없었다. 도대체 어디 간 건지 모르겠다.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릴리가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혹시 화가나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릴리 찾는 거야?”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응. 혹시 못 봤어?” 내가 물었다. 그 사이에 나는 이 여자가 누구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응. 오늘 안 왔어.” 여자가 말했다.

  “아…….” 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릴리는 화가 나있을 게 분명했다.

 

  “난 맨디야.”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맨디였다.

  금발의 맨디.

  파란 눈동자의 맨디. 파란 눈동자와 어울리는 하늘 색 드레스를 입은 맨디였다. 맨디의 얼굴이 드디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구름처럼.

 

  “아…….”

 

  또 다시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내 얼굴도 이름도 모르면서 내 생일 파티에 온 거야?”

 

  맨디는 장난 반 실망 반이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사실 맨디는 몇 번 스치듯 본 기억 밖에 없었다.

  대화해 본 적도 없다. 맨디는 내 영화 속 지나가는 인물이다.

 

  “미안. 릴리가 오자고 해서. 그리고 나 나갈 거야. 생일 축하해.”

 

  맨디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곤 맨디의 집에서 나왔다. 맨디는 날 붙잡지 않았다. 맨디는 다른 친구들에게 갔다.

 

  나는 릴리를 찾아야만 했고, 릴리에게 이 모든 일을 말해줘야만 했다. 하지만 너와의 약속을 잊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갔다는 건 빼야만 했다.

 

  난 학교 주변을 둘러보았고, 여자 기숙사 앞에서 하염없이 릴리를 기다려보기도 했지만, 릴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뭐 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는 당연 내게 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릴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 때문에 기대 따위 하지 않았다.

 

  낯익은 목소리, 하지만 난 누구의 목소린지 몰랐다. 뒤를 돌아보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을 때 약간의 호기심이 눈 녹듯 녹아버렸다.

 

  “어, 캐럴라인.”

 

  캐럴라인이었다.

 

  캐럴라인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여자 기숙사 출입 금지야. 여기서 뭐해?”

 

  “어, 혹시 너 릴리 아니?”

  “릴리?”

  “모르면 됐고…….”

  “알아, 나랑 같이 수업 듣는데, 왜?”

  “그럼 릴리 좀 불러 줄 수 있어?”

  “어……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봐.”

  “고마워.”

 

  캐럴라인은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또다시 혼자 쓸쓸하게 릴리를 기다리면서 여자 기숙사를 지키고 있다. 캐럴라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기숙사 밖으로 나왔고, 나는 캐럴라인 뒤에 릴리가 서있기를 바랬다.

 

  “릴리 없는데? 룸메이트가 집으로 갔대.”

  “뭐? 벌써?”

  “되게 화나있던 거 같은데……. 둘이 싸운 거야?”

  “아냐, 고마워, 캐럴라인. 잘 자.”

 

  나는 캐럴라인의 말을 끝맺기 위해 잘 자라는 말을 하고 여자 기숙사 반대편으로 걸었다.

  캐럴라인이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못 들은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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