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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회의(懷疑)
작가 : 관내위
작품등록일 : 2019.10.16

실현해야할 이상이며, 목표라는 것들이 욕망을 위한 한낱 허위나 겉치레로 전락 되었을 때, 자신이 이제껏 배워온 이념과 상식들이 무너진 자리에 회의감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자신의 노력으로 그 고결한 각자의 이상이 실현될 그날은 올것인가. 그 역시도 오지 않는 세상에대한 무의미한 무한의 대기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몸부림 쳐도 바뀌어지지 않은 세상에 앉아서 오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인지 회한과 의심을 지니며 살아지는 자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 조선 연산군 시대에서 명종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의 틀을 빌린 무협 소설입니다. 무협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기공이나 장풍 등등의 모습은 자제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글에는 역사 사실과 작가 상상이 섞여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2. 승하(1)
작성일 : 19-12-02 02:30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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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 이제 그만 옥체를 돌보시어 약을 챙겨 드시옵고, 끼니를 거르지 마시옵소서, 고기를 듭시라 간청하고 싶사오나, 오랜 동안 미음과 물만 드시다가 갑자기 고기를 드시면 탈이 날까 두려워서 당장은 그렇게 하시라고 차마 아뢰지 못 하겠나이다.”

 

 인종의 외숙인 형조판서 윤임이 침통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로 아뢰었다, 인종은 파리한 안색으로 외숙인 윤임을 맞이했다. 아무리 임금이라 하나, 사적으로는 외숙이었고, 공적으로는 조정 중신인 윤임을 드러누워서 맞이하는 무례함을 범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반듯하게 앉아서 윤임을 맞이하며 겨우 입을 열었다.

 

 “외숙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이 못난 조카가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차차 나아지겠지요.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이전 같았으면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을 임금이 이제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느릿느릿 겨우 입을 여는 모습을 보니 윤임의 가슴이 미어졌다. 현재 권력 역학 관계 상 인종의 외숙인 윤임과 인종의 동생인 경원대군의 외숙인 윤원로(尹元老), 윤원형(尹元衡) 일당이 대비인 문정왕후의 위엄을 등에 업고 대립하고 있었다. 중종의 적자는 오직 인종과 경원대군이 있을 뿐이었다. 인종이 갑작스럽게 승하라도 하게 되면 당연히 보위는 경원대군이 잇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모든 나라의 권력은 대비 문정왕후(文定王后) 윤 씨와 그 남동생들 일당에게 갈 것이다. 이는 곳은 윤임과 윤임을 따르는 대윤 일파의 몰락과 숙청을 의미했다.

 

 그러나 윤임은 무신 출신이다. 무장답게 성격도 솔직하고 우직하였으며 담백했다. 전 임금인 중종의 처남이자, 현 임금 인종의 외숙임에도 불구하고 사치하지 않고, 검소했다. 외모를 보아도 체구가 크고 위엄이 느껴졌다. 이런 이유로 세간에서는 윤임을 두고 ‘지략이 모자라고 단순하다.’라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였다. 윤임은 천생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군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모략과 암투가 판치는 정치판이 움직이는 기제에는 익숙하지 못한 군인 기질을 가진 윤임이라고 할지라도, 인종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적인 문제에 앞서서, 윤임은 그저 젊은 나이에 먼저 가버린 누이가 남긴 유일한 혈육에 대한 애틋함이 사무쳤다. 공적으로는 군신관계이나, 사적으로는 외숙부와 조카사이였다. 어머니의 정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자라며 경쟁자들의 눈초리와 암수에 시달리며 버텨온 병약하고 착하기만 한 조카였다.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중종을 닮은 인종이었으나, 얼굴 윤곽과 전체적인 기운에서 누이의 얼굴을 느꼈었다. 임금인 외조카의 얼굴에 아직 누이가 살아있었다. 그러나 상례를 치르느라 마르고 수척해진 임금의 얼굴에서는 누이의 흔적도, 심지어 중종의 흔적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윤임은 속으로 오열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마저도 잃은 인종이었다. 사적인 관계로 놓고 보았을 때, 윤임은 인종을 대할 때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윤임은 인종을 볼 때마다 맹세했다 ‘소신이, 아니 이 외숙이 지켜 드리겠습니다. 반드시 그리 하겠습니다...’

 

 “어찌 심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소신도 듣는 귀가 있사옵니다. 어의에게 듣기로 전하의 심폐와 비위, 신장의 맥이 모두 허약하고 혈색이 없으며, 혓바늘이 돋아 있고 기운이 쇠약한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다 하셨으니, 소신이 목석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심려하지 않겠사옵니까...더구나 칙사들이 하도 예물을 요구하는 통에 그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느라 내탕고가 다 비엇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서도 칙사들을 접대하시었으니 옥체도 미령하신 이 마당에 그런 일들까지 처리하였으니 오죽이나 힘이 드셨겠습니까.”

 

 그랬다. 곽방과 장승헌 외에도, 후속으로 황제의 책봉 조칙을 들고 온 칙사들이 또 있었다. 사례감(司禮監) 태감 장봉(張奉)과 내관감(內官監) 태감 오유(吳猷)라는 자들이었다. 곽방과 장승헌은 승하한 중종의 시호를 알려주기 위해서 온 것이고, 곽방과 장승헌이 돌아가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또 조선에 온 장봉과 오유는 인종의 즉위를 인정한다는 가정제의 칙서와 고명을 들고 온 사신 일행이었다. 태감이란 직명을 보아서 알 수 있듯이 모두 환관들이었다.

 

 탐욕으로 악명 높았던 명대의 환관들답게 엄청난 뇌물을 요구했고, 인종은 임금의 사금고인 내탕고를 몽땅 털어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터무니없는 횡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황제가 수족처럼 부리는 환관들이었다. 이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당연히 이들은 황제에게 없는 말까지 보태가며 조선을 모함할 것이고, 진노한 황제가 그 큰 나라 전체를 들어 조선에게 분풀이를 할지도 모르는 사태를 임금은 염려했다. 실제로 곽방은 돌아가는 길에 장봉과 오유 일행에게 조선 측의 자신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었다고 투덜거려, 장봉과 오유가 이 일을 들어 트집을 잡기까지 했다. 더구나 황제는 성격이 괴팍하고 포악하기로 중국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가정제 주후총 이었다. 큰 나라를 이웃으로 둔 작은 나라가 감당해야하는 비애였다.

 

 윤임은 담백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감정 절제에 서툴렀다. 그의 목소리가 울음이 묻어 나와 흔들거리고 떨렸다. 눈가는 붉게 물들었고 눈에서는 눈물들이 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렸다. 이 인자한 젊은이가, 자신의 외조카가, 조선이라는 한 개의 나라를 맡아서 내부의 질시와 외부에서 오는 압력들을 모두 견디며, 그 나라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자들을 건사해야하는 운명을 떠맡았음이 애처로웠다. 게다가 그 젊은이는 남도 아니고 먼저 세상을 버린 누이가 남긴 단 하나의 아들이었다.

 

 인종은 천품이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세자 시절에 관대를 도둑맞고도 아래 사람들이 피곤해 할까봐 애써서 범인을 찾으려하지 않았다. 즉위 후에도 제사에 제물로 쓰일 노루가 달아났어도 노루를 불쌍하게 여겨 쫓지 못하게 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대신이자, 외숙인 윤임의 눈물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외숙...이 못난 조카가 외숙에게 심려를 끼쳐드리니 이 어찌 큰 결례가 아니겠습니까. 외숙의 말씀대로 건강을 챙길 터이니 눈물을 거두세요.”

 

 다시 윤임이 말을 이었다.

 “하옵고 전하, 부디 대비와 그 일당인 윤원로, 윤원형의 무리들을 경계 하시옵소서. 비록 윤원형이 탄핵되어 물러나있으나, 안심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이기, 정순붕 등도 모두 한통속이니 이 자들도 경계하셔야 하옵니다. 대비전에서 보내온 사람, 물건, 음식 모두 조심하고 경계하셔야 하옵니다. 저들이 전하께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옵니다.”

 윤임이 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인종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만 하십시오 외숙! 어찌 그런 불측한 말을 함부로 하십니까? 아무리 피가 안 섞였다고는 하나 어마마마와 저는 엄연히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고 어마마마의 형제는 역시 곧 저의 외숙입니다. 어찌 인륜을 저버리고 갈라놓으려고 하십니까!”

 

 건강이 쇠약해진 상태치고는 매우 노기가 섞인 음성이었다. 그렇다면 이는 곧 불호령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을 정도였다.

 

 “전하, 소신이 근거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미 대비를 비롯한 소윤 일파가 경원대군을 임금으로 만들기 위해서 전하를 해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이 조선 천하에 비밀도 아니옵니다. 전하, 이익과 권력에 대한 욕심 앞에서는 인륜조차...”

 “어허!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윤임이 말도 끝내기도 전에 다시 인종이 버럭 성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전하, 현실 세상은 성현의 가르침이 적힌 책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옵니다. 오죽하면 명나라 사신마저도 알고서 글을 올렸겠사옵니까?”

 “어허 그만 하시래 두요! 명나라 사신이 올린 글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외숙이 글을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자꾸 쓸데없는 의심하여 모자관계와 형제관계, 숙질관계를 끊으려하시는 겁니까!”

 “보지 않아도 내용은 짐작할 만 하옵니다. 부사가 소신에게 한 말이 있었습니다..”

 “어허! 계속 불측한 말씀을 하시려거든 당장 나가세요! 당장!”

 

 오랫동안의 상례로 쇠약해지고 지쳐버린 인종이었다. 목소리를 높여 몇 마디 하기 무섭게 식은땀을 흘리고 호흡이 가빠졌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대로 화를 돋우었다가는 무슨 일이 날까 싶어 윤임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임금이 야속하면서도, 한없이 착하고 성인의 도리에 한 치의 어긋남 없는 행동과 마음가짐을 준수하려는 임금이 안타깝고 답답하고, 애처로웠다.

 

 복합된 감정이 섞인 눈물을 쏟아내며 윤임은 절을 올리고 물러갔다. 윤임이 돌아가자 인종은 쓰러지듯이 자리에 누워버렸다. 버틸 힘이 없었다. 살 수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으나 그 강인한 무인인 외숙의 눈물을 보고 생각을 고쳤다. 반드시 살아야겠다. 살아야한다...외숙뿐만 아니고 아직 슬하에 자식도 없는 왕비와 4명의 후궁들을 생각해서라도 살아야겠다고 뇌까렸다. 그러나 외숙의 마지막 당부는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형제를 우애로 대하고, 친척은 공경하라는 것이 옛 성현이 가르친 인간의 도리였다. 그것을 저버리는 것은 짐승이었다. 아니, 짐승도 키워준 어미와 아비에게 극진하고, 가족끼리 무리 생활을 하는 짐승들은 더욱이 서로를 극진히 아껴준다는 이치를 인종은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을 한 치라도 어기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가 되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런 쓰레기가 되라는 권고를 다름 아닌 외숙부가 하고 있었다. 물론 외숙이 자신을 너무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인종은 눈을 감고 돌아누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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